ALGATE RAW novel - Chapter 50
화
“그렇구나. 우리 남편 능력이 있구나? 약해서 걱정했는데.”
“뭐 아직은 그다지 대단하지 않아. 우리 포포니 앞에서는 언제나 당당하고 싶지만 사실은 사실이니까 이야기 하는 건데, 아직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되진 못했어. 하지만 앞으로는 점점 나아질 거야.”
나는 포포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포포니는 여전히 내가 머리에서 허리까지 갈기를 따라서 쓰다듬어 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여기 옷을 입히면 쓰담쓰담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 거 아닌가 몰라.
타모얀은 다른 옷을 입는 것을 싫어하나?
그건 안 알아봤는데?
“저기 포포니.”
“응?”
내가 부르니 포포니가 커다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서로 꼭 붙어서 걷는 중이라 키가 약간 작은 포포니는 내 겨드랑이 밑에서 폭 파묻혀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타모얀은 옷을 그렇게 입어야 하는 거야?”
“으응? 이거? 왜?”
“그냥 옷이 너무 속이 다 드러나는 옷이라 그렇지. 나는 다른 놈들이 포포니의 여기나 여기를 보는 것이 싫거든.”
내 손이 포포니의 가슴골과 배를 지나서 아랫배에 이르러 허리를 타고 엉덩이로 이어졌다.
“우웅. 그럼 갈아입어야 하는데 지금은 옷이 없는 걸? 그리고 이건 사랑을 시작하면 입는 옷이야. 내가 우리 남편 따라다니면서 남편을 마음에 두기 시작하면서 입은 거거든. 이거 입고 결혼까지 했으니까 성공한 거지. 원래 이런 옷을 입고 몸에 예쁜 그림도 그려서 상대를 유혹하는 거야. 난 남편이 금방 넘어올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내가 매력이 없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 때는.”
그게 그런 의미였냐? 그리고 그 옷은 확실히 남자 꼬시기에는 최고다. 그런데 몸에 그림 그리는 그건 아니다. 그거 몬스터 패턴과 비슷해서 오해하기 딱 쉬워.
뭐 그건 이성을 유혹할 때에 쓰는 특별한 거라니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다행이긴 한데, 그래도 주의를 줄 필요가 있겠다.
어쩌면 연합에서 타모얀 부족에게 이미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다.
몸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헌터들에게 몬스터 패턴으로 오해 받아서 공격 받을 가능성이 있으니 조심하시오.
뭐 이런 공문을 내려 보내지 않았을까? 그런 상상을 하니 좀 웃기긴 하다.
혼인색과 비슷한 개념으로 하는 치장을, 몬스터 패턴과 비슷하니 하지 말라는 소리를 이방인들이 하면 그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무슨 생각 해?”
“아, 우리 포포니 어떤 옷을 사 줄까 생각하는 중이야. 일단은 이거라도 두르고 도시로 들어가서 옷부터 사자. 그리고 포포니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것들도 먼저 구해보고. 그리고 집을 산 다음에는 우리도 집을 꾸며야 하니까 이런저런 쇼핑을 많이 해야겠다.”
“아, 좋아. 역시 남편이 최고야. 음, 쪽!”
그래그래. 나도 포포니가 최고다. 아무렴 그렇지.
봐라 봐, 아주 난리가 났다. 난리가 났어.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통제까지 하나? 아, 연합에서 행성 원주민에 대한 정보를 통제하고 있는 거였지?
그래도 겉으로 보면 원주민인지 아닌지 모르는데 뭘 그렇게 바짝 긴장들을 하고 그러나?
솔직히 요즘 들어서 헌터들과 일개미들 사이에 식민 행성의 원주민들이 간혹 보인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말이야. 그걸 생각하면 타모얀 종족은 그냥 인간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나?
응? 전에 내가 이야기 안 했었어?
식민 행성 원주민 중에는 도마뱀 인간도 있다니까?
뭐 사실 다른 유형의 생명체는 별로 우리 인간들이 쉽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드물어. 그러다보니 인간과 많이 다른 원주민들은 확실히 차별을 받곤 하지. 여러 식민 행성 중에서도 그런 원주민이 있는 행성은 인간들의 이주도 적은 편이고 또 착취나 뭐 그런 상황도 좀 벌어지지.
그래, 사실 우리가 침략자 아니겠어? 그러니 어떻게 봐도 나쁜 놈들인 건 맞지 뭐.
그래서 일각에서는 어떻게든 좀 인간적인 따뜻함을 찾아서 선한 본성을 일깨워야 한다는 그런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는 모양인데, 알다시피 내가 먹고 사는 것이 빠듯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일개미가 된 사람 아니겠어? 그러니 그런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
거기다가 과거의 기억에도 계급 사회에서 살았잖아. 그러니 뭐 어느 정도의 차별이나 뭐 그런 거야 당하는 입장에선 괴로운 일이고 그런 거란 생각을 할 뿐이지. 그리고 내가 식민 행성의 원주민이 아니라 그래도 모성의 국민이란 사실을 감사하게 여기는 거야.
사람이 다 그런 거지 어쩌라고?
“감시하고 있었습니까?”
나는 도시 입구에서 만난 율티를 보고 시큰둥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럴리가요. 우리 연합 직원들의 정례 훈련입니다. 마침 가까운 곳으로 가서 가볍게 사냥을 하고 몸을 풀고 오는 길입니다.”
“네네. 그러시겠지요. 그럼 일 보십시오. 우린 바빠서.”
“아이, 너무 그러지 마시고. 자, 이거 받아 가세요. 거기 포포니 님을 위한 선물이에요. 살짝 아프긴 하겠지만 귓바퀴에 찔러주면 자동 통역이 되죠. 아, 포포님 말씀은 통역이 안 되는데 그건 이걸 쓰셔야 해요.”
“툴틱입니까?”
“포포니 님을 위한 특별 툴틱이죠. 아직 문자도 배우셔야 하고, 언어도 배우셔야 하니까 거의 음성으로 모든 것을 지원하는 툴틱입니다. 물론 일반 툴틱처럼 문자도 지원을 해요.”
“이것도 우릴 감시하겠다고 다른 기능 넣은 거 아닙니까? 그럼 무지 화가 날 것 같은데요?”
“호호홋, 없어요. 그런 거는. 세이커 님은 너무 우릴 나쁘게 보시는 것 같다니까요. 전에 이야기했죠? 절대적인 우호관계 수립이라고요.”
그걸 다 믿을 수 있으면 오죽 좋을까?
“요즘은 기계 잘 만지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나중에 확인을 해 보죠. 믿고 싶지만 어디 그게 마음만으로 되는 일입니까? 확실하게 확인을 하고 그래도 이상이 없으면 정말로 믿을 수 있게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내 말에 율티 지부장의 표정이 상당히 좋지 못하다.
“왜요? 뭐 잊고 말씀을 하시지 않은 거라도 있습니까?”
“아, 아까 드린 귀에 하는 그 통역기는 생체 에너지를 이용해서 작용하는 거랍니다. 에테르를 이용한 것은 아니지만 인간이나 타모얀 등의 몸에 흐르는 생체 에너지를 사용해요. 그리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위치를 알 수 있도록….”
파삭!
율티 지부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포포니의 손에 들려 있던 툴틱과 번역기가 잘게 부서져서 길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내 툴틱으로 우리 대화가 번역이 되고 있던 상황이라 포포니가 기분이 상한 모양이다.
“아, 저. 포포니 님. 별 뜻이 있는 건 아닙니다. 정말로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저 어디 계시는지 정도만 알기….”
“사냥감을 잡을 때에는 그것이 어디 사는지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친구라면 친구의 집이 어딘지 궁금하지 않아야 한다. 초대를 받으면 갈 수 있는 곳이고 초대가 없으면 가지 말아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우와 포포니 정말 화가 났군. 타모안 종족은 저들이 사는 곳에 대한 비밀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을 하는 건가?
율티는 물론이고 함께 온 연합의 직원들이 모두 얼굴이 사색이다. 이거 한 방으로 그 동안 쌓아 올린 타모얀 종족과의 우호 관계가 날아가는 일은 없겠지?
그럼 무척 미안할 것 같은데? 아닌가 이건 저들의 자업자득인가?
율티 지부장 뭘 그렇게 보나? 내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 같은 표정인데?
“포포니 이만 가자. 아무래도 우릴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웅. 그래.”
포포니는 냉큼 내 팔을 잡고 바짝 붙어 선다.
“그럼 이만 갑니다. 율티 지부장님. 또 뵙지요.”
“그, 그래요. 또 보죠.”
지금은 건들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걸까? 지부장과 다른 직원들이 우릴 그냥 보내준다.
하긴 여기서 포포니와 대판 싸움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어설픈 변명 따위를 하고 있을 수도 없겠지. 그나저나 이거 율티 지부장의 머리에서 나온 걸까? 아니면 더 위에서 내려온 명령이었을까?
그냥 자연스럽게 통역기를 신체에 삽입하도록 유도한 것 같은데 그것 참, 당황스럽게 만드네? 자꾸 생각을 하면 할수록 포포니와 나를 병신 취급 한 것 같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