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51
화
“기분이 안 좋아? 응? 세이커?”
포포니가 옆구리에 매달리며 묻는다. 내 얼굴 표정이 굳어 있었던 모양이다.
“음. 그냥 조금. 연합 사람들이 포포니에게 실례를 했잖아. 그래서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아.”
“그들은 우리에 대해서 많이 알고 싶어 한다고 들었어. 궁금한 것이 많이 있나 봐. 하지만 그들 연합이 주는 것들 중에 있는 숨겨진 기계들은 오래가지 못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부서지지. 그리고 요즘은 그런 거 없다고 했어. 한 번 화를 냈다고 들었거든. 우린 아니고 다른 이들이 그랬다는데 그 후로는 이런 짓은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또 호기심이 생겼나? 호기심 때문에 죽는 아이들이 많은데.”
뭔 말이 그러냐? 호기심 때문에 죽는 아이들이 많아?
“그게 무슨 소리야? 호기심 때문에 죽다니?”
“아, 그렇잖아. 어린 아이들은 궁금한 것이 많아서 여기저기 돌아다녀. 그런데 꼭 가지 말라고 한 곳을 가고 싶어 하거든. 거기 뭐가 있는지 궁금한 거지. 그래서 사고가 생기고 죽는 아이들이 생겨. 그건 아주 오래전의 조상 때부터 요즈음 아이들까지 변하지 않는다고 어른들이 말하곤 했어.”
그래 무슨 소린지 알겠다. 하긴 어린 나이일수록 말 안 듣고 사고를 치는 일이 많기는 하지.
울티로 부터 떨어져 나온 우리는 제일 먼저 상점가로 향해서 포포니의 옷을 사고 포포니가 원하는 것들을 몇 가지 구했다.
포포니는 우선 요리에 필요한 도구들을 구하는데 열을 올렸다. 그것도 요즈음 유행하는 즉석요리가 아니라 그 연대를 알기도 어려운 고대의 요리법에 쓰이는 요리 도구들을 더 많이 원했다.
그 요리법이란 것이 재료를 가지고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요리를 하는 것을 말한다. 요즘이야 물에 넣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간편요리가 대세라서 포포니 식의 요리는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 퍼져 있는 방식일 뿐인데 포포니는 그걸 좋아하는 것이다.
“요리는 정성. 맛은 없어도 과정이 중요해. 내 사랑이 가득 들었어.”
포포니는 내게 음식을 줄 때는 그리 말하곤 했었다. 계곡 속의 동굴에 있을 때.
물론 그 사랑 가득한 요리를 먹고 배탈이 난 적도 많지만, 그래도 나는 포포니의 요리가 맛있었다. 정말로. 정말이다. 맛있었다.
이후로도 맛있냐고 묻지는 마라. 사실을 이야기하면 안 되는 것도 있다.
그 외에 포포니는 의외로 몸을 치장하는 머리핀이나 끈, 팔찌, 목걸이 같은 것을 좋아했다. 그런 것은 하나도 없었는데 그걸 무척 좋아해서 물었더니 그랬다.
“분가하면서는 모두 두고 나와. 그건 동생이나 엄마가 가지는 거야. 그 동안 키워 준 것에 대한 보답. 코어도 두고 왔어.”
“그래?”
“세이커가 나중에 우리 부모님 만나면 다시 달라고 해. 그럼 받을 수 있을 거야. 응, 대신에 아빠 이겨야 해. 엄마는 아빠보다 조금 더 강하지만 그래도 아빠만 이기면 괜찮아.”
그 장인어른이 혹시 보라색 등급 몬스터랑 맞짱 뜨는 분은 아니시겠지?
딱 들어보니 견적이 남색 등급은 찜쩌 드실 분 같은데 말이야.
렘리, 게리, 마토는 지금 제2 임시 거점. 그러니까 편편나무 여관이 있는 곳에서 사냥을 하고 있단다. 도시로 오겠다는 것을 극구 말렸다.
내가 결혼을 해서 여자가 있는데 너희가 오면 불편하니 나중에 보자는 말로 녀석들을 막아 세운 거다.
아직도 열 명의 부하들과 함께 사냥을 하는데 수익이 엄청나게 크지는 않아도 보통의 헌터들 정도는 되는 모양이다. 뭐 나한테 꼬박꼬박 들어오는 상납금을 보면 저들의 수익은 눈에 보인다.
사실 그 정도가 보통 헌터들이 얻는 수익이니, 이전에 벌었던 것은 정말 말도 되지 않을 액수였던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있다. 나도 그렇고 게리 등도 그렇다.
녀석들도 직접 벌어보니 그 때의 수입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게 되었다고 간혹 보내는 연락에서 호들갑을 떨었었다. 뭐 그 말 속에는 아쉬움도 들어 있겠지. 함께 사냥을 하면 좋겠다는 그런 아쉬움 말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저들 때문에 내가 발목을 잡혀 있을 수는 없는 일이지.
“우웅. 여기가 집이구나. 나 이방인들 집엔 처음 들어오는 건데. 어쩌지?”
“뭘 어째?”
“집에 처음 갈 때에는 선물을 주는 건데, 여긴 남편 집이니까 내 집이기도 하잖아. 그럼 선물을 줘야하나 안 줘야 하나?”
“하하하.”
나는 정말 고민을 하는 것 같은 포포니의 표정에 크게 웃고 말았다.
“자기 집에 들어가면서 무슨 선물이야? 그럼 전에 계곡 동굴에 왔을 때는?”
“에, 그 때. 내가 코어 줬잖아. 그거 선물. 몰랐어?”
포포니는 무슨 소리를 하느냔 표정이다. 선물을 줬는데 헛소리 한다는 거다. 표정이 딱 그렇다.
“은신 들어 있는 그게 선물이었어? 동굴로 들어온 것에 대한, 그러니까 방문 선물? 난 나 죽지 말고 안전하게 살라는 의미로 준 건줄 알았지.”
“맞아. 남편 강해질 때까지 안전하라고 준 거야. 하지만 동굴에 들어간 방문 선물도 맞아.”
“음 그런 거였어? 하지만 우리 지금은 부부니까 그럴 필요 없어. 여긴 포포니의 집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우린 곧 새 집으로 갈 거야. 여긴 다른 녀석들과 함께 쓰는 곳이라서 옮긴다고 했잖아.”
“응. 그래. 알았어. 우리 집에 들어가는 거니까 선물 없어도 되는 거야.”
“참, 한가지. 앞으로 누구한테 전에 나한테 줬던 것처럼 기억이 들어 있는 코어를 선물하고 그럼 안 된다? 알았지?”
“응, 알았어. 그건 귀한 거니까 남편하고 상의해서 만들고 쓸게. 하지만 하나씩 만들기는 해야 해. 남편이 더 강해지면 출산준비 해야 하는 거야.”
출산 준비라니? 아이도 안 생겼는데 출산 준비는 또 뭐야?
“아이를 위해서 코어 준비해야 해. 그래서 우리 집안의 교육 과정에 맞는 코어를 준비 해야지. 그러려면 그에 맞는 몬스터를 잡아야 하는 거야. 사냥을 가야 하는 거지. 그런데 어떤 몬스터는 무척 멀리 있어. 또 어떤 몬스터는 아주 강하지. 그래서 아이를 낳기 전에는 이리저리 많이 돌아다녀야 해. 하지만 지금은 남편이 약하니까 수련을 더 하고. 그 다음에 가는 거야.”
이건 또 뭐야? 그러니까 아이를 위한 교육용 코어를 만들기 위해서 이 행성을 뒤지고 다녀야 한다는 거야? 거기다가 강한 몬스터도 있어?
도대체 포포니 입에서 강한 몬스터라고 하는 건 어떤 괴물을 이야기하는 거야?
난 아직 파란색 몬스터도 못 잡는단 말이야.
초록색 등급만 홀로 잡을 수 있어도 헌터들 사이에선 제법이란 소리를 들을 텐데, 포포니 앞에선 아직도 멀었다는 소릴 듣는구나. 에휴.
집을 사고 꾸미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이번에 새삼 깨달았다.
아니 그 전에는 그냥 있는 대로 하고 살면 그만이었다. 그러다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주문을 하고 그랬지.
그런데 우리 포포니는 작은 소품이라도 꼭 눈으로 보고 결정을 한다. 화면으로 보고 주문을 하는 것은 싫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함께 다니면서 쇼핑을 해야 한다.
왜냐고? 왜냐면 결재를 내가 해야 하니까 그렇다. 물론 포포니와 떨어질 수 없기도 하다. 부부는 함께 해야 하는 거다.
그리고 아직 포포니는 결재 수단이 없는 거다. 전에 율티 지부장이 그렇게 물러난 후로는 서로 연락도 없이 지내고 있다.
그 쪽을 통해야 툴틱을 사건 뭘 하건 우리 포포니에게 결재 수단이 생기는데 그게 또 무슨 수작을 부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주저하게 되는 거다.
아니 그렇다고 내가 포포니와 함께 집을 꾸미는 일이 싫거나 귀찮거나 그렇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일이 생각보다 많아서 내 시간을 내기가 조금 어렵다는 이야기일 뿐이지. 뭐 그렇다.
그렇게 며칠 집을 구하고 꾸미는데 시간을 보낸 후에 결국 내가 먼저 율티 지부장에게 연락을 했다.
목 마른 놈이 샘을 찾는다고 했던가? 우물을 판다고 했던가? 아무튼 그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