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57
화
“낚시라도 할까?”
“응? 그게 뭔데?”
“낚시를 모른단 말이야? 물고기 잡는 거잖아. 줄 끝에 바늘 달아서 미끼를 다는 거야. 그걸 물고기가 물면 잡아채서 끌어 올리는 거지.”
“우아, 재미있겠다. 그거 해 보자. 응? 응?”
“그래 하자. 낚시.”
어차피 하자고 꺼낸 말인데 뭐. 해 보는 거지.
그래서 갑작스러운 낚시가 황야의 강변에서 시작되었다. 낚시 줄은 따로 없으니 옷을 하나 잘라서 그걸로 만들었다. 여긴 물고기도 괴상하니 공격적이라 줄도 튼튼한 것으로 만든다고 옷이 하나가 다 들어갔다. 그렇게 하니 결국 밧줄이 되고 말았다.
그 끝에 포포니가 바늘 대신에 포크를 구부려 달았다. 줄에 어울리는 바늘은 그거 밖에 생각이 안 난다는 거다.
낚시대 따위는 있지도 않다. 그런 나무를 어디서 갑자기 구한단 말인가?
그렇게 낚시를 시작했다. 물론 미끼로 쓴 것은 물에 부풀린 우리 저녁 식사. 고기 덩어리다.
“우앗. 물었다. 물었어!”
신났다.
저녁 한 끼 분량의 고기를 달아 던지고 고기 한 마리 잡으면 그게 남는 거냐? 아니면 손해냐?
그래도 저렇게 재미있어 하니 어쩌겠어? 나도 곁에서 같이 밧줄을 잡아당기는 척, 돕는 척을 하며 함께 웃어 줘야지.
그런데 포포니 지금 밧줄에 그거 잔뜩 기운을 불어 넣고 있는 거냐? 끊어질까봐?
“힘들어 도와줘. 남편!!”
어 이거 장난이 아니었어?
정말 힘들어? 파란색 몬스터를 찢어 죽이는 포포니가 물고기 잡는 것을 힘들다고 한단 말이야?
정신이 번쩍 든다.
그래서 진짜 힘껏 밧줄을 당기며 돕는데 얼마 가지 못해서 줄이 끊어지며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강은 여전히 묵묵하게 흐르는데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보인다.
“포포니. 여기 우리 건너갈 수 있을까? 엄청나게 위험한 것 같지 않아?”
“응응. 위험한 것 같아.”
“이거 강을 어떻게 건넜는지 알아보자. 이 강 너머에서 사냥하는 사람들 있다고 들었거든.”
“응. 남편. 그냥 가는 건 위험하겠다.”
“포포리 수영은 할 줄 알아?”
“우응. 수영. 조금은 해. 연못이나 그런 곳에서 동생이랑 놀면서 수영했었어.”
그건 그나마 다행이지만, 사실 이 몸도 수영은 별로 자신이 없다. 포포니가 허우적거리면 구할 자신이 없단 말이다. 원래 물에 빠진 사람은 힘이 세진다는데 포포니가 물에 빠지면 누가 건지나? 그래도 나밖에 없지. 그럼.
속으로 중얼거리며 툴틱에서 정보를 찾고 있는데 포포니는 새로 낚시줄과 바늘을 만들어서 놀고 있다.
이번에는 줄도 짧고 바늘도 뭘 꼬부린 건지 얇고 작다. 아마 찢어 먹은 옷에서 나온 쇠붙이를 이용한 모양이다.
“흥흥흥. 우차, 우차, 우차.”
신이 났다. 손바닥 보다 작은 물고기가 잘도 걸려 나온다. 아까 내 코를 먹겠다고 뛰었던 바로 그 물고기다. 다행히 그게 몬스터는 아니다. 그런데 미끼도 없는 바늘에 잘도 달려 올라오는 물고기다. 낚시 바늘이 먹음직스럽게 생겼나? 하긴 옷에 달린 쇳조각을 구부려 만들었으니 곤충 따위로 착각을 했을 수도 있겠다. 어차피 물고기 머리는 나쁘다고 하니 말이다.
포포니가 그러고 노는 동안에 툴틱을 살펴보니 강을 넘어가는 방법이 나와 있다. 제1 임시 거점에서 동쪽으로 가다가 다시 남쪽으로 내려온 곳에서 강을 건널 수 있다는 거다. 거기에 다리가 있다는 건데 그것도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다리란다. 거긴 협곡 비슷한 곳인데 협곡 사이를 가로질러, 서로 연결된 땅이 남아 있었다는 거다. 그러니까 계곡을 흐르는 물길이 예전에는 지하에 있었던 것이거나 아니면 계곡이 무너지면서 맞물려서 서로 연결된 곳이 생겼거나 했을 거란 추측이다. 거길 헌터 연합에서 확실하게 다리를 만들어서 보강을 해 놓았단다.
그리고 강을 직접 건너는 것은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평소엔 별 일이 없는데 가끔 뭔가가 강 위에 있는 사람이건 뗏목이건 몬스터건 꿀꺽 삼켜버리는 일이 있단다.
그런 일이 자주 있는 것은 아니니까 자기가 운이 좋다고 생각하면 그냥 수영으로 건너가도 말리지는 않겠다는 내용이 있다.
“남편 이거 먹어 볼래?”
포포니가 팬에 기름을 두르고 구운 고기를 내민다.
저기 포포니 이거 배는 따고 내장은 정리해야 하는 거 아닐까? 응? 그냥 먹어?
주둥이가 새의 부리를 연상시키는 물고기는 그렇게 내 입으로 들어왔다.
간은 했는지 밍밍하진 않다. 하긴 포포니가 요리를 얼마나 열심히 배웠는데.
다만 물고기 요리는 해 본 적이 없다. 아니 고기라도 모두 손질이 되어 있는 것들을 썼지 통으로 된 것을 쓰진 않았다. 그런 요리는 툴틱에도 거의 없다.
물고기 부리는 일단 뱉고 나머지는 꾸역꾸역 씹었다. 그런데 의외로 맛이 있다.
“어때? 응? 어떤데?”
“맛있어. 포포니.”
“아, 그렇구나. 앙!”
그 때야 고기 하나를 입에 넣고 오물조물 씹는 포포니다. 설마 난 실험체냐?
그래도 저 하나 먹고 나 하나 먹이고 하면서 사이좋게 나눠주는 것이 재미가 있다. 무슨 장난을 치듯이 서로 고기 한 마리씩을 주고받으니 밖으로 소풍을 온 듯이 기분이 좋다.
이곳은 강에서 뭐가 나오지만 않으면 몬스터도 없는 곳이다.
황무지에는 알려진 몬스터가 거의 없으니 안전하다곤 못해도 그리 위험한 곳은 아니다.
거기에 몬스터가 나와도 빨간색 등급이나 나올까 하는 곳이라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
세상은 점점 어두워지는데도 우리는 서로 어깨를 기대고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다음 날, 우리는 좀 서둘러 움직여서 날이 저물기 전에 협곡의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어딜 가더라도 앞을 막을 몬스터가 없으니 직선으로 목적지를 잡고 툴틱의 안내를 따라서 달린 결과다.
뭐 중간에 걸린 몬스터들은 몇 개의 코어를 남기고 사라졌다.
그렇게 다리를 건너온 후에도 한동안은 우리에게 문제가 될 몬스터는 나오지 않았다.
적어도 초록색 등급은 되어야 조금 긴장을 할 정도니 다른 몬스터는 길을 막고 덤비는 것들이 아니면 그냥 무시하고 길을 재촉했다.
간혹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는데 혼자 돌아다니는 헌터는 보지 못했고, 셋에서 다섯 사이의 소수 파티로 움직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저들은 주로 부족 코어를 노리고 사냥을 하는 이들일 것이다.
임시 거점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와서 연합의 간섭을 받지 않고 부족 코어를 사냥하는 이들인 것이다.
“우리도 부족 코어 얻을 기회가 있으면 사냥을 하자.”
나는 포포니에게 그렇게 제안을 했다.
“왜?”
“우리 가방에 쓰려고. 그거 있으면 갈아 끼울 필요가 없거든.”
“우웅. 갈아 끼워도 되잖아. 화이트 코어가 엄청나게 귀한 거라고 했잖아. 우리도 화이트 코어는 특별한 선물로 주곤 하는 건데, 그걸 가방에 써?”
“가방에 쓰는 것만 아니고 나중에 만들려는 것이 있는데 거긴 반드시 화이트 코어를 써야 하거든. 그건 코어 교환이 안 되니까 한 번 만들어서 영원히 쓰려면 화이트 코어를 써야 해. 그러니까 모을 수 있으면 모아둬야지.”
이젠 연합의 탐지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공간확장배낭 안에 넣어 놓으면 탐지에도 걸리지 않는다. 그 안은 일종의 격리된 공간이라서 밖과는 완전 분리가 되는 거다. 그래서 어느 정도 보존 기능도 있는 거고, 또 물건을 마구잡이로 넣어도 필요한 것을 찾아 꺼낼 수도 있는 거다.
그리고 잘 정리해서 넣지 않아도 안에서 알아서 정리가 되는 것도 마법에 의해서 공간이 조절이 되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마다 코어의 에테르를 이용해서 공간을 넓히는 것이라서 그렇다.
어쨌거나 화이트 코어를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해도 연합에서 우르르 몰려와서 시비를 거는 일을 없을 거다.
“남편이 필요한 거구나? 그럼 보이면 잡자. 필요하면 잡아야지.”
포포니는 별다른 반대 없이 사냥에 동의해 준다. 그렇다고 당장에 부족 코어가 눈앞에서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니까 기회가 생기면 잡기로 하고 나중을 기약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