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59
화
그런데 에스폴 종족을 어디서 찾느냐? 이건 포포니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상황.
포포니 말로는 운이 좋으면 만나고 그렇지 않으면 못 만난다는 건데, 일단은 포포니 마음에 드는 몬스터부터 찾자고 한다.
그러니까 포포니가 가지고 싶은 칼을 들고 있는 몬스터를 찾아야 한다는 거다.
아니 그러니까 에스폴 종족도 없는데 몬스터부터 찾아서 어쩌자는 거냐고 물어봤지. 그랬더니 어차피 이거나 저거나 찾아야 하는데 아무거나 먼저 찾으면 되지 않겠냐는 거다.
거기다가 에스폴 종족을 찾은 다음에 그를 끌고 다니면서 몬스터를 찾는 것은 예의가 아니란다. 일단 목표부터 찾아 두고 그 다음에 에스폴 종족을 모시는 것이 예의라나?
듣고 보니까 틀린 말이 아니지?
그래, 그래서 우리는 포포니의 마음에 드는 칼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를 찾기 시작했지.
아, 예전 포포니가 있던 곳에는 포포니 가족들 때문에 갈 수가 없어서 우리는 포포니가 알고 있는 몬스터에 대한 영역 정보를 전혀 활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지.
그래, 무조건 돌아다니면서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해야 한다는 말인 거다.
그냥 닥치고 떠돌아다니는 고생길이 열렸다는 거지.
한 가지 위안은 우리 둘의 배낭이 일반 배낭이 아니라 공간확장배낭이라는 사실 하나랄까? 여전히 내 가방에 가득 채워져 있는 간편식품과 포포니의 가방을 채우고 있는 요리재료들. 그걸로 위안을 삼는 거지.
먹기라도 잘 먹고 다녀야 때깔이 곱지.
포포니는 뛰어난 실력자야. 자그마치 남색 등급이랑 싸울 수도 있는 대단한 실력자지. 하지만 그것도 일대일의 상황이지 두 마리 이상의 남색 등급 몬스터가 나오면 죽어라 도망을 가야 해. 내가 디버프 걸고 도와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남색 등급에게 내 디버프는 거의 먹히질 않아. 파란색은 이제 어느 정도 되는데 남색은 아직도 넘사벽인 거지. 사실 파란색 등급 두 마리가 나와도 도망을 가거나 숨거나 해야해. 한 마리라도 늘어나면 그 부담이 너무 크거든.
그래서 우리 부부는 참 많이 도망도 다니고 숨기도 하고 그러면서 떠돌았어. 고생이 말이 아니었지.
그런데 말이야. 우리 포포니가 드디어 마음에 드는 칼을 발견을 했어. 그래 발견을 했지.
하긴 했는데! 그게 남색 등급의 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칼이야. 그것도 이것들은 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 것들이지.
알지 모르지만 인간형 몬스터는 원래 등급이 올라가도 무리를 짓는 경우가 많아. 인간도 그렇잖아. 혼자 못 살고 사회를 이루고 살아야 사는 것 같은 거.
인간형 몬스터도 그런 모양인지 무리를 짓고 살아. 아니 말 그대로 일정 지역에서 부족을 이루고 살지.
하아, 파란색만 되어도 어찌 해 볼 텐데, 남색이야. 남색.
하지만 그런데도 한 번 꽂혀버린 포포니는 포기를 몰라.
에스폴 종족을 데리고 와서 꼭 저 놈들의 칼을 가지고야 말겠다고 다짐을 하는 거 있지?
그래서 포포니는 그 몬스터 부족을 찜 해두고, 에스폴 종족을 찾아 길을 나섰어.
그래도 이번에도 뭔가 있기는 있었어.
“에스폴 종족은 높은 산꼭대기에 살기를 좋아해. 그러니까 산꼭대기를 올라가야 하는 거야.”
등산이냐? 그것도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산을 올라가야 한다고?
그래 좋아. 그런데 거기 없으면 내려와야 할 거 아냐? 포포니야 너 그렇게 내려올 때에 우리가 얼마나 허탈하고 힘이 빠질지 상상은 해 봤니?
뭐 상상하지 마라. 어차피 몇 번을 경험해야 할 일인지 모르는데 굳이 지금부터 상상해서 어디 쓰겠냐?
이 산이 아닌가벼.
우하하하하. 그래 이 산도 아니었어.
에스폴 종족은 개인 생활을 하는 종족이라나? 그래서 대륙 여기 저기 흩어져 살고 있는데 수가 많은 것은 아니어서 자주 보기 어렵단다.
거기다가 거처를 옮기기도 하주 하는 편이라서 어디 살고 있었다는 과거형 정보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거.
그러니 정말 운이 좋아야 만나는 종족이 에스폴 종족이라지.
“포포니 우리 어디서 며칠 쉬면서 좀 씻고 그러자. 우리 너무 서두르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정신을 차려보니 미친 듯이 몬스터 세상을 휘젓고 다니는 우리를 발견하게 된다.
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
에스폴 종족을 찾는 건 운이라며?
하긴 높은 산꼭대기에 있다는 이것만 없었어도 미친 듯이 등산을 하지는 않았겠지.
그런데 그것도 정보라고 있으니까 거기 맞는 조건을 찾아서 죽어라 뛰어 다니는 거다. 안 그랬으면 그냥 쉬엄쉬엄 사냥하고 수련하면서 언젠가는 만나겠지 라는 열린 마음으로 살았을 텐데 말이지.
아니 그럴게 아니라 에스폴 종족을 섭외할 수 있는지 허틀러 지부장에게 물어볼까?
왜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
곧바로 통신을 열었다. 마음이 급하니까.
“오랜만에 뵙습니다. 거긴 꽤나 먼 곳이군요.”
내가 어디 있는지 딱 나오는 모양이다. 하긴 통신을 연결했으니 그 정도는 당연한 건가? 이미 알고 있던 상황이니 기분 나쁘게 생각할 일도 아니다.
“뜬금없이 연락해서 부탁을 하게 되어 미안합니다만, 혹시 에스폴 종족을 만날 수 있습니까?”
나는 곧바로 용건을 이야기했다. 따로 구차한 변명이나 말 돌리기 같은 것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내게는 포포니란 충분한 이유가 있었으니 말이다.
“에스폴 종족이요? 으음. 잘 모르겠습니다만 포포니 님의 신청으로 에스폴 종족을 찾는다는 공문은 연합 내부에 돌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답은 몇 시간 안으로 줄 수 있을 거구요.”
“그럼 부탁을 좀 드릴까요? 에스폴 종족을 찾는 것이 포포니가 맞으니까 없는 내용을 공문으로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포포니가 필요해서 찾고 있는 겁니다.”
“그거 마음이 편해지는 말씀이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지급으로 처리해서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정말로 그는 약간의 거짓으로 공문을 돌리려는 호의를 가지고 있었을까? 하여간 일처리가 늦지는 않을 거라니 다행이긴 하다.
“고맙습니다. 허틀러 지부장님.”
“하하, 그럼 어서 오셔서 스티커 좀 공급해 주십시오. 좀 많이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통화가 끝나기 전에 죽는 소리를 하긴 하는 허틀러다.
“그것 참. 여기 어딘지 아시죠? 곧바로 돌아가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아직 원하는 것도 얻지 못했고 말입니다. 수련을 더 해야 해요.”
“그렇습니까? 그쯤이면 몬스터들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실력이 제법 는 거 아니냐는 소리겠지. 하지만 나는 아직도 약하다.
“포포니가 있으니까요.”
“그 분을 고려해서 드린 말씀입니다만.”
“뭐 은신도 있고요. 이게 아주 쓸모가 많거든요.”
은신을 익힌 것이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지. 우리 부부가 아직 살아 있는 것도 다 그 덕분인데.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아쉬운 표정으로 허틀러 지부장은 통신을 끝냈다.
“이방인은 이게 좋은 것 같아. 이렇게 쉽게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으니까 말이야.”
“왜? 장인 장모하고 처제에게도 이런 것이 있었으면 좋겠어?”
“으응. 조금은.”
나는 포포니를 끌어 당겨 살짝 안았다.
이 여자도 가족이 그리운 거다.
그러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내 편이 되어 주는 여자가 포포니, 바로 내 아내다.
역시 내가 나쁜 남편이고 못난 남편인 거지. 포포니를 이렇게 만든 것이 나니까 말이지.
그래 이런 아내를 위해서 하는 고생이야 감당해야지 어쩌겠어. 다 내가 자초한 복인 것을. 응? 복 맞아. 큰 행복이지.
우리는 허틀러의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에 우리가 적당히 쉴 곳을 찾았다. 물이 있어 씻을 수 있고 바위가 있어 구멍을 뚫고 우리가 머물 장소를 만들 수도 있는 곳이라 잠깐 지내기엔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그곳에서 우리는 그 동안의 몰골을 정리하고 조금 사람다운 꼴이 되었다. 씻었다는 말이다. 단지 씻는 걸로 사람의 모습이 확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실히 깨달았다. 어떻게 그런 꼴을 하고 돌아다니고 있었을까?
허틀러도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길게 이야기를 하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워낙 거지같은 꼴을 하고 있으니 불쌍하게 봤을 것 같다.
조금 쉬고 배를 채운 후에 뭘 할까 고민하는 중에 허틀러의 연락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