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6
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내 파티에 들어올 놈들은 모두가 같은 도축장에서 일하는 놈들이다.
같은 기숙사에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또 그 외의 일개미와는 별로 교류도 없다. 가까운 이들이 있어도 기숙사에서 1년을 넘게 동거한 녀석들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렘리. 마토. 게리. 이 셋이 내가 뽑은 예비 파티원이다.
렘리는 어태커, 마토는 가디언, 게리는 레인저다. 나는 렘리와 함께 어태커를 맡기로 했다. 뭐 나야 전천후 능력자가 될 거지만.
나는 이들과 계약을 맺은 후에 오러 호흡법을 가르쳤다. 물론 그렇다고 내 모든 것을 준 것은 아니다. 오러 호흡법은 종류가 많다. 그 중에서 중하급에 해당하는 호흡법을 전했다.
내가 나쁜 것 같으면 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라. 너 같으면 어쩌겠는지.
내가 파티를 만든 것은 혼자서 사냥을 한다는 것이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다. 몬스터가 위험하고 사람이 위험한 곳이 데블 플레인이다.
헌터를 헌터가 노리기도 한다.
다 잡은 몬스터를 빼앗기기도 한다.
그래서 혼자 뭔가를 하려면 그만큼 힘이 있어야 한다. 그 전까지는 숫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렘리와 마토 게리가 필요한 거다.
물론 후에라도 이들의 실력이 괜찮으면 내 밑에 두고 부릴 생각도 있다. 그래서 계약이 종신 계약인 거다. 이 놈들은 내 허락이 없으면 다른 파티에 갈 수도 없다. 뭐 나를 죽이고 지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계약자를 죽인 것이 드러나면 그건 곧바로 척살이다. 계약의 주체인 연합에서 그 꼴을 못 보는 거다.
그러니 나를 죽이려면 들키지 않게 의뢰를 하거나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한다. 위험 부담이 크지.
어지간하면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거다. 욕심이 배 밖으로 나오기 전까진 말이다.
6개월이 흘렀다.
그 동안 우리 넷은 도축장에서 일을 하는 순간까지도 수련하는 시간으로 삼았다.
그 결과 나는 3개월 만에 오러 유저가 되었고, 렘리가 4개월 반이 걸렸다. 마토는 5개월이 조금 더 걸렸고 게리는 드디어 6개월 만에 오러 유저가 되었다.
오러 유저가 되었다는 것은 오러를 무기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 된다.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우리가 도축장에 있기 때문에 몬스터의 사체를 언제나 접할 수 있고, 그 몬스터의 사체에 평범한 날붙이로 상처를 낼 수 있으면 되는 거다. 그럼 그걸로 오러 유저가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말로 이제 도시 밖으로 나가서 몬스터 사냥을 할 준비가 되었다는 말이다.
상처를 줄 수 있으면 죽일 수도 있는 거다.
“진정들 하지? 그렇게 흥분하다가 사고라도 생기면 그걸로 끝이야. 죽는다고. 알아?”
나는 렘리와 마토, 게리의 흥분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내일부터 이틀은 휴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찌감치 도시 밖으로 출발 했다.
오늘 새벽 두 시에 일이 끝나고 곧바로 잠을 잤다. 그리고 날이 밝자마자 일어나 꾸려 놓았던 짐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우리는 텔론이 하나도 없다. 그건 아주 지랄 같은 거다. 물론 빚을 다 갚은 일개미에게 빌릴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그러니 빈털터리 넷이 도시 밖으로 가면서 준비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고작해야 옷 몇 벌과 먹을 것이 얼마간 들어 있는 배낭이 전부다.
배낭에 들어 있는 음식은 기숙사의 식당에서 챙겨 온 거다. 뭐 어느 정도 먹는 것에 대해선 자유로운 편이라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이틀 쉬는 날에는 기숙사에 들어오지 않고 나돌아 다니는 놈들도 간혹 있어서 음식이 모자라거나 하진 않을 거다.
“걱정 없다고 이거면 다 죽는 거야.”
훙훙훙.
마토가 한 손에 들고 있는 창을 휘두른다. 다른 손에는 방패를 들었다. 사실 방패라기보다는 철판 뚜껑 같은 거다. 실제로 저건 도시의 쓰레기 수거함의 뚜껑이다. 파손된 수거함에서 떼어 낸 거니까 정확하다.
렘리와 나는 칼을 들고 있다. 도축장에서 쓰던 날붙이인데 간혹 낡은 것은 도축장 한 쪽에 쌓아 둔다. 그게 모이면 일괄적으로 모아다가 재활용을 하는데 그 속에서 날붙이를 몇 개 가지고 와서 나와 렘리, 게리의 칼을 만들고 마토의 창을 만들었다.
그리고 게리는 제일 그럴듯한 무기를 들었는데 활이다.
솔직히 그럴듯하다고 했지만 그래봐야 탄성이 강한 금속으로 활대를 삼고 거기에 금속 와이어를 활줄로 만든 것이다. 화살은 이십여 개를 만들었는데 그것들도 도시의 쓰레기장에서 구한 걸로 만들었다.
그래도 게리가 폼이 나긴 제일 난다.
게리는 허리에 검도 하나 차고 있는데 실제로 게리는 날아가는 화살에 오러를 유지할 능력이 없다. 그러니 활은 몬스터를 저지하거나 혹은 풀링하는 역할이다.
풀링은 몬스터를 원하는 장소로 끌어 오는 행위를 말한다.
“이쪽으로 가면 갈대밭이 있는 강이 나와. 거기에 우리 사냥감이 있지. 최하급 몬스터인 큰 쥐야. 알지?”
나는 우리 목표를 렘리 등에게 다시 알린다. 사실 보통은 잡는 사람이 없는 몬스터다. 코어가 나와도 몇 십 만 텔론짜리다. 큰 쥐의 가격은 1만 텔론에서 4만 텔론 사이로 책정이 된다. 크기에 따라 다른 거니까 그건 잡아 봐야 아는 거다.
진짜 헌터들은 절대로 잡지 않는 놈들이다. 이건 그냥 버리는 몬스터라고 할까? 일반 일개미는 잡을 수가 없지만 조금이라도 능력이 있으면 너무 쉽게 잡을 수 있고 또 값도 나가지 않는 놈들이다.
사실 우리는 그것들의 사체는 별로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그걸 들고 도시까지 가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라 그렇다. 그래서 코어가 나오기를 기대하며 사냥을 나서는 거다.
보통 최하급의 몬스터를 잡는 경우는 대부분이 그렇게 한다. 사체 수거팀을 부르는데 드는 비용이 따로 들기 때문이다. 거리와 위험 지역의 정도에 따라서 비용이 책정되는데 적어도 몇 백만 텔론은 각오를 해야 하는 일이라서 쥐를 잡아서는 수지타산이 맞질 않는다. 심지어는 몇 십반 텔론 짜리의 몬스터를 잡아도 사체를 그냥 두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사체를 팔아야 겠다고 생각하면 직접 도시로 들고 가거나 혹은 수십 마리를 모아두고 수거팀을 부르면 된다. 그들은 도착해서 일정 범위 안에 있는 사체만 수거하고 계산을 해 주는 놈들이다. 그러니 사체의 수가 적으면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우리는 코어나 얻고 말아야 한다. 그걸 몇 마리나 모아야 수거팀을 부를 수가 있을까? 수백마리는 모아야 할 텐데 그게 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
뭐 지금은 통신기도 없어서 부르고 싶어도 부를 수가 없다.
도시의 연합 지부와 연결이 되는 통신기는 헌터들에게 유익한 몇 가지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기계인데 가격이 천만 텔론 정도로 만만찮은 가격이다. 그게 있으면 코어의 가치도 알아볼 수가 있고 몬스터 사체의 가격도 파악할 수가 있다.
몬스터를 스캔해서 보내면 연합에서 가격을 내려보내는 식이다. 뭐 큰 쥐 같은 걸 스캔해서 보내면 뭐라고 할지는 모르지만 일단 그런 기능이 있다. 물론 지도 기능도 있고 다른 이들과의 통신 기능도 있다.
“이번에 대박 터뜨려서 툴틱을 사자.”
나는 조금 흥을 내서 호기롭게 외쳐본다. 툴틱이 바로 그 통신기의 이름이다. 천만 텔론.
“우와아. 좋아. 그렇게 하자. 꼭.”
마토가 호응을 하지만 게리는 회의적인 표정이다.
“우와 그게 큰 쥐를 몇 마리나 잡아야 하는 거야? 큰 쥐가 주는 코어는 십만에서 사십만, 그러니까 대충 이십만으로 잡으면 다섯 개가 백만, 그럼 코어 50개가 필요한데? 코어는 보통 열 말리에 하나 정도씩 나온다고 했으니까 500마리를 잡으면 되는 거야? 그게 가능은 할까? 그 전에 지쳐 죽겠다.”
“야, 게리. 지금 그걸 그렇게 계산해서 분위기를 깨야겠냐?”
“마토야 너야말로 정신 차려라. 큰 쥐도 몬스터야. 일반인은 그냥 물어 죽인다고. 크기도 크지. 꼬리 빼고도 1미터는 넘거든? 그걸 500마리 잡는다고 생각을 해 봐라. 응? 죽을 수도 있어.”
“그, 그거야.”
“그러니까 정신 차리란 말이야.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게. 알았어?”
게리가 마토를 잡아먹을 듯이 단속한다.
틀린 말도 아니라 그냥 두고 있다. 하긴 리더인 내가 흥분해서 지껄인 죄가 있으니 게리가 좀 나서서 저러는 것도 이해를 해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