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61
화
“하하. 그거 참 잘 됐습니다. 그럼 우리 부부가 그 분을 마중하러 가면 되는 겁니까? 어디로 가면 됩니까? 거점 도시로 가면 됩니까?”
나는 마음이 급해지는 것을 느끼며 지부장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그 분께서 직접 그곳으로 가신다고 하셨습니다. 음 세이커 님의 툴틱과 그 분의 툴틱을 서로 연동시켜서 위치 추적이 가능하게 해 두면 그 분께서 찾아가신다고 합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됩니다. 되고말고요. 아, 그런데 저기 우리가 지금 있는 이곳이 아니라 따로 목적지가 있습니다. 그리 오시라고 할 수도 있습니까?”
“거기까지 가려면 못해도 한 달 이상은 걸릴 테니까 그 전에 목적지에 도착해 계시면 그곳으로 가실 겁니다. 그냥 그 자리에서 기다리란 말씀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리고 도착할 때까지는 일체 서로 연락을 하지는 말자고 하셨습니다. 포포니 님을 놀라게 해 드리고 싶다고요.”
“웅웅. 누군지 알겠다. 치, 그럼 내가 모를 것 같아? 나 알고 있는 에스폴은 몇 되지도 않는데 저런 소리 할 에스폴은 한 명 밖에 없어. 흥흥.”
포포니가 곁에서 듣다가 이미 알았다는 듯이 콧방귀를 날린다.
“아하하. 그것 참. 그래도 모르는 척 해 주십시오. 그 분께선 놀라게 하겠다고 기대가 크답니다.”
“웅, 알았어. 내가 부탁하는 입장이니까 그렇게 해 줄게. 속아 준다 뭐.”
포포니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준다는 표정으로 거만하게 고개를 들고 눈을 살짝 내리깐다. 저런 표정은 전부 도시에 있으면서 연극 같은 걸 보면서 배운 거다.
“하하. 알겠습니다. 포포니님. 자 그럼 그렇게 알고 일을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분의 위치는 세이커님의 툴틱에 저녁시간에만 잠시 나타날 겁니다. 그리고 세이커님의 위치도 그 분의 툴틱에 같은 시간에 나타나게 할 거고 말입니다.”
“알았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신세를 졌으니 말이라도 좋게 해 줘야지. 뭐 나중에 신세도 갚을 기회가 있으면 갚고.
받은 것이 있으면 줘야지. 그게 살아가는 이치지.
그런데 통신을 끊고 나니 포포니가 안다는 그 에스폴 종족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포포니, 온다는 에스폴 누군지 안다고 했지? 누구야?”
“우우웅. 알려주면 안 되는데. 그럼 많이 실망할 건데. 안 놀랄 거니까.”
“하하하.”
나는 포포니의 말에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이 귀여운 것.
“포포니. 넌 누군지 안다면서? 그리고 나는 모르는 사람이니까 설명을 듣거나 말거나 처음 보는데 딱히 더 놀라고 덜 놀라고 할 일이 뭐가 있겠어? 그리고 그 에스폴이 놀라게 해 주고 싶은 건, 내가 아니라 포포니 널 걸? 안 그래?”
내 말에 잠깐 고개를 갸웃하던 포포니가 활짝 웃는다.
“응. 그렇구나. 음. 그렇지. 남편은 모르는 사람이니까 알려줘도 되는 거구나. 그래. 음.”
그렇게 혼잣말을 하던 포포니는 곧 나를 보며 그 에스폴 종족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타샤는 엄마 친구야.”
그렇구나 아주 단순한 말에 많이 설명이 들었구나.
일단 이름이 타샤고 엄마 친구니까 여성일 확률이 높고, 또 장모와 친하다니 그만큼 강할 것 같다. 하긴 여길 혼자 찾아오겠다고 했다니 평범한 실력은 절대 아니겠지.
“타샤가 전에 말한 그 에스폴이야. 특별히 강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했던 바로 그 에스폴 말이야. 사실 우리 엄마하고 아빠, 그리고 전에 내가 쓰던 칼까지 전부 타샤가 도와줘서 쉽게 구한 거였어. 타샤가 어디 있는지 알았으면 찾아가서 부탁을 할 수 있었는데 타샤도 에스폴이라서 한 곳에 잘 있지 않아. 그래서 부탁할 생각도 하지 못했지.”
포포니는 초점 없이 뭔가 아련하게 그리운 눈빛을 하고 중얼거리며 설명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눈빛에는 즐거움과 기쁨이 찰랑거린다.
타샤는 좋은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타샤가 포포니를 보러 오는 거구나. 좋겠네?”
“웅웅. 하지만 남편은 걱정이네. 어쩌지?”
“왜? 내가 뭘?”
“엄마나 아빠 대신으로 남편을 구박할지도 몰라. 아흐, 그걸 잊었다. 어쩌지? 어쩌지?”
갑자기 포포니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엉? 이건 또 무슨 자다 봉창 두드리는 소리? 아니 모르나? 그럼 왠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소리? 이건 아니지 남에게 이익 되는 일을 한다는 뜻이지? 어쨌거나 처음 그거다 자다 봉창 두드리는 그거. 응? 엉뚱한, 쌩뚱맞은 그런 소리란 뜻이지.
아니 아니지. 내가 지금 현실 도피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
“뭐? 그러니까 그 타샤란 분이 날 어쩐다고? 왜? 타샤씨가 뭣때문에?”
그래 왜? 아닌 말로 지가 뭔데? 응? 그래도 지가 뭔데 소리는 죽어도 입 밖으로 낼 수가 없는 소리지. 아무렴.
“응! 타샤가 우리 자매를 딸처럼 귀여워했거든. 때론 엄마처럼 때론 친구처럼 그랬어.”
“저기 그럼 말이야. 엄마 말고 친구처럼 하면 안 될까? 친구처럼 이면 설마 친구 남편을 어떻게 하진 않을 거 아냐?”
“아? 아하하하하하하. 남편 너무 웃겨. 지금 겁먹은 거야. 그런 거지. 아하하하. 괜찮아 남편. 타샤가 남편을 죽이지는 않을 거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냥 나중에 우리 아빠 만나면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거 연습한다고 생각해. 응. 괜찮아.”
포포니 그게 더 무섭거든? 연습이라니. 미리 경험을 해 보는 거? 하아,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것 같다.
이거 아주 죽을 맛이네. 하아!
…..
뭐지? 무슨 일이야?
“남편! 남편. 정신이 들어? 응?”
포포니 목소리다.
겨우 눈을 뜨니 포포니의 얼굴이 바로 앞에 있다. 그런데 몸에 힘도 없고 멍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금은 좀 더 쉬어야 해. 포포니, 그렇게 괴롭히면 더 늦게 일어난다?”
괴롭히는 거였냐? 포포니? 그런데 누구지?
누군지 모르는 목소리가 오른쪽에서 들리는데 고개를 돌릴 힘도 없다.
“애쓰지 말고 쉬어요. 성장통 같은 거라서 잘 쉬면 나을 테니까.”
성장통이라니요. 저 다 자랐거든요? 더 자랄 것도 없… 아니 종마니까 더 커야 하나? 그것도 아니면 새싹이니까 자라야 하나? 아닌가 그런가? 아 정신이 없네. 다시 세상이 노랗다. 다시? 언제 또 그랬지? 조금 전에 그랬지? 그런데 여자는 누구지?
자고 깨기를 반복했다. 그 때마다 포포니가 곁에 있었고, 누군지 모를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나는 내 상황을 알게 되었다.
여자는 타샤였는데 내가 쓰러지고 포포니가 내 병간호를 하면서 한 달을 넘게 울고 있었단다. 그런 상황에서 타샤가 도착을 했고, 내 상태가 어중간한 성장에서 멈춘 위험한 상태란 것을 알고 처치를 해 줘서 살아나게 된 거란다.
성장이란 바로 정신 능력의 성장을 말하는 건데 그게 잘못되어 죽을 뻔 했던 거란다.
정신 능력의 성장기가 되면 조용한 곳을 찾아서 마음의 안정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걸 모르고 설치고 다녔으니 탈이 났다나?
타샤 말로는 나와 포포니가 이쪽 저쪽으로 산을 오르내리며 에스폴 종족을 찾아다닐 때부터 내 정신 능력의 성장이 시작되었단다. 그 때에 정신을 차리고 준비를 제대로 했으면 잘 지나갔을 것을 그 뒤로도 계속 등산을 하고 사냥을 하고 하면서 엇길을 걸었고 그 상황에서 허틀러 지부장과 통화를 하고 잠시 쉴 때에 며칠 쉬면서 안정이 되는가 했는데 뭔가 정신적인 충격을 크게 받아서 그게 터진 거란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그 뭔가 정신적인 충격이란 것이 장인 장모를 만난다는 두려움이었다는 걸 말이다.
타샤가 온다고 하고, 그 타샤가 장모 대신에 나를 어쩌고 저쩌고 할 거란 소리에 그만 퍽하고 퓨즈가 나간 거다.
그런 거였다. 하아, 정말 타샤가 아니었으면 난 예쁜 포포니도 더는 못 보고 그냥 골로 갈 뻔 했던 거다.
그런데 가만 생각을 하자니 마냥 고맙기만 한 것도 아니다. 타샤도 내가 쓰러지는데 일조한 면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런데 타샤가 아주 귀한 약을 써서 겨우 나를 살렸다는 포포니의 말에 그런 생각은 생기다가 그냥 사라졌다.
오, 생명의 은인 타샤님. 앞으로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아주 착한 사위가 되겠… 아니 사위는 아니지만 아주 좋은, 친구 딸의 남편이 되겠… 이것도 참 이상하네.
아무튼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타샤님 만세. 만세.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