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64
화
“정말 한 방 날리실까?”
“아마도 그럴 것 같아. 욱 하시면 아무것도 안 보이시거든. 그래서 전에도 보라색 등급이라는 그 몬스터와 한 판 하셨던 건데…”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지나갈 확률 보다는 큰 거 한 방 날아올 확률이 높다는 거네?”
“우웅. 그런 거 같아.”
“포포니. 미안하지만 우리 조금 더 참았다가 내가 장인 한 방을 견딜 실력이 되거나 아니면 내가 아이를 품에 안고 처가댁에 가는 걸로 하자. 응?”
“후후, 나도 그게 좋을 것 같다. 아무래도 그 양반 성격에 세이커가 무사할 것 같지 않네. 그래도 딸이 누구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한 번은 들렀을 것 같은데 무심하네.”
곁에서 듣던 타샤님도 내 의견에 한 표 던지신다. 그러면서 또 장인장모가 무심하다 하신다.
“저기 장인 장모랑, 처제랑 근처에 와서 저를 보고 간 적이 있다고 포포니가 그랬는데요. 우리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요.”
그래서 나는 예전 기억이 떠올라서 타샤님께 이실직고 했다.
“응? 그래? 그 때 어떻게 살고 있었는데?”
타샤님의 질문이 매섭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말씀을 드렸다. 수련 중이었고 계곡에 굴 파고 살고 있었다고 말이다. 거기에 몇 가지 자세한 질문을 덧붙여 하신 타샤님이 이렇게 결론을 내셨다.
“세이커 넌 지금 가도 나중에 가도 일단 맞고 시작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아이를 네가 안고 가서 놓지 않는 거다. 아이가 품에서 떨어지는 순간 너는 정말 죽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포포니와 그런 곳에서 그렇게 살 수가 있었냐? 더구나 옷을 그 한 벌로 얼마나 오래 입게 한 거야?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내가 들어도 화가 나는데 눈으로 본 포포니 아빠 엄만 오죽 했을까? 그래도 그냥 간 것이 기적이지. 기적이야.”
이리 말씀을 하시는데 난 순간 결심했다. 처가댁은 나중에 늦게 가자. 꼬옥 그렇게 하자 응 포포니.
그래 무기라도 멋진 걸 들고 있으면 조금 화가 누그러질지도 몰라. 앞으로는 포포니에게 투자를 집중해야겠어. 그래봐야 무기하고 방어구하고 뭐 그 외에 장신구 같은 거지만 그래도 딱 보면 좋은 거라는 걸 알 정도의 물건들로 포포니를 포장하는 거야.
그래야 살아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지 않겠어?
아무튼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 우리는 타샤님 계획대로 세 마리의 남색 등급 몬스터와 일전을 벌이기로 했다.
생긴 것은 인간과 거의 유사한데 피부에 비늘이 있다. 크고 작은 비늘이 덮여 있는데 중요한 부위는 그 비늘이 변형되어 갑옷처럼 되어 있고 각 관절의 구부러지는 반대쪽에는 비늘이 뾰족한 돌기 같은 것으로 되어 있어서 그것도 좋은 공격 수단이 될 수 있겠다.
그런 주제에 머리에는 머리카락이 나 있는데 그걸 봐서 거긴 비늘이 없어서 약점이 아닐까 했더니 타샤님 말씀이 저 놈들은 머리가 돌머리라서 차라리 다른 곳을 공격하는 쪽이 더 나은 선택이란다.
그래서 주로 공격을 할 곳은 얼굴, 가슴, 옆구리, 사타구니, 배 등이 선택 되었다.
공격은 포포니가 하고, 나와 타샤님은 계획대로 몬스터를 약화시킨다. 그 때가 가장 위험한 때라서 나도 석궁을 들고 포포니가 공격하는 몬스터의 신경을 흩어 놓는 일이라도 하기로 했다.
타샤님도 약화에 집중을 해야 해서 공격은 어렵다고 하시니 내가 그런 짓이라도 해야 하는 거다.
그렇게 몬스터를 차례로 처리해서 한 마리가 남게 되면 타샤님이 그 놈의 칼에 집중을 해서 승화되지 않을 확률을 높이고 나는 그 남은 놈에게 개별 디버프를 쓰기로 했다. 그래서 놈을 쓰러뜨리면 사냥이 끝나는 거다.
만약 중간에 잘못되면 정말 큰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최대한 남색 몬스터들이 먼 곳으로 나온 때를 노려서 놈들을 끌고 나와 사냥을 시작하기로 하고 기회를 보다가 어렵게 기회를 잡고 사냥을 시작할 수 있었다.
포포니가 몬스터들을 끌고 정해진 곳까지 도착하자 곧바로 타샤님이 몬스터 약화 능력을 쓰셨고, 나는 세 마리 중에서 중앙에 있는 놈에게 개별 디버프를 사용했다.
파캉! 파캉! 카카칵!
놈들은 칼을 들고 있고, 포포니는 맨손이다. 그런데 서로 부딪히는 소리는 강철로 된 두꺼운 무기가 부딪히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
“조심해. 포포니!”
그런 중에 포포니가 다 막지 못한 칼질이 포포니의 몸에 떨어진다. 아찔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타샤님이 주신 방어구가 제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거기에 5분동안 성능이 100% 상승하는 스티커를 사용한 상태다. 몬스터 물품에는 그 반도 안 되게 적용이 될 뿐이라지만 그래도 그냥 입었을 때보다는 훨씬 나아졌다고 타샤님이 확인해주신 그 방어구를 몬스터들이 아직은 뚫지 못하고 있다.
나는 연속으로 석궁의 화살을 쏘아낸다. 얼굴을 주로 노리는 내 화살은 실제로 몬스터에겐 별 위협이 되지 못하지만 신경이 쓰이긴 하는 모양이다. 눈 깜빡임이 다르다.
그래서 그 틈을 파고들어 포포니의 손에 놈의 목이 잡히고 목의 일부가 뜯어진다.
“와우.”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온다.
우어어 취릿 치릭.
뭐라는지 모르지만 한 놈이 큰 부상을 입자 다른 두 놈 중에 하나가 움직임이 큰 칼질을 한다. 그런데 그 칼에 맺힌 기운이 굉장하다.
“아!”
타샤님의 탄성이 들린다. 저건 예상 밖의 상황이다. 타샤님 말씀에 저 몬스터가 저런 공격을 한다는 소리는 없었다.
나는 급히 에테르 방패를 포포니에게 떨어지는 그 검 앞에 형성한다.
파차창!
실제 소리까지 나면서 에테르 방패가 부서지고 검은 그대로 포포니의 왼쪽 어깨로 떨어진다. 하지만 그 사이에 포포니는 오른손으로 조금 전에 상처 입힌 몬스터의 목을 다시 잡고 뜯었다.
그걸로 한 마리의 몬스터가 죽었다.
하지만 왼쪽 어깨에선 피가 난다. 내가 방패로 막고, 타샤님의 방어구로 막았는데도 포포니가 상처를 입은 거다.
“오른쪽!”
타샤님이 소리를 지른다.
나는 반사적으로 디버프를 건다. 오른쪽 놈이다. 그리고 그 놈을 향해 포포니가 공격을 시작한다. 이젠 두 마리 밖에 없다. 이전보다는 한결 나아졌다.
왼쪽 팔이 조금 부자연스럽게 움직이지만 포포니는 결국 오른쪽 몬스터까지 처리를 했다.
“괜찮으냐?”
타샤님이 소리를 지르신다.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포포니도 뒤돌아보지 않고 소리를 질러 대답을 한다.
“나는 이제 저 칼에 집중을 할 테니 세이커 자네는 디버프 그거에 집중을 하게.”
타샤님의 말에 나는 어금니를 꽉 물고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하고 마지막 남은 몬스터에게 디버프를 집중한다. 아주 강력하게… 그래야 포포니가 조금이라도 빨리 저 놈을 죽이고 쉴 수가 있다. 저 어깨에서 피가 나는 것 좀 봐. 어쩌면 좋으냐. 아이고 우리 포포니.
결국 다 잡았다. 그래 사냥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칼은 없다.
알고 있었다. 매번 성공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말이다.
에스폴 종족의 능력은 몬스터를 약하게 하는 것이지 몬스터의 장비를 증발하지 않게 막는 것이 아니다. 그건 부수적으로 따라온 운 좋은 효과일 뿐이다.
거기에 타샤님께서 특별히 그 능력이 출중하신 분이지만 그렇다고 한 번에 칼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사실 기대야 했지. 하지만 칼을 얻지 못했다고 실망이 큰 것은 아니다.
일단 사냥이 성공했으니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면 되는 거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포포니의 칼을 얻을 수 있게 되겠지.
포포니의 어깨 상처는 다행히 깊지 않았다.
“아잉, 중간에 스티커 효과가 끝난 걸 몰랐어. 그래서 그래. 안 그랬으면 남편 그 에테르 방패하고 타샤님 옷하고 더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거야.”
“그럼 다음에는 시간 좀 지났다 싶으면 그냥 스티커를 써. 기회가 있을 때는 그냥 써도 되는 거야. 그거 내가 만드는 거잖아. 그러니까 아끼지 말고 써.”
나는 휴대용응급세트로 포포니의 상처를 치료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거 비싼 건데? 그거 몇 개면 그 이방인 도시에서 집도 살 수 있다고 했잖아.”
“집을 사긴 어렵지. 그냥 얻을 수 있는 정도야. 그리고 텔론 보다는 포포니가 더 중요해. 그러니까 그냥 써. 알았지?”
“우웅. 알았어. 그렇게 할게.”
포포니는 내 말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저를 걱정하는 것을 행복하게 받아들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