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66
화
그런데 나도 그렇고, 타모얀인 포포니도 그렇고, 에스폴인 타샤님도 그렇고, 모두 무기나 방어구를 만드는 일에는 재주가 없는 사람들이라 그저 가방에 챙겨 넣었을 뿐이다.
이게 좋은 거면 이번에 도시에 가서 방어구 만들어서 포포니와 내가 커풀 맞춤을 해서 입고 다녀야지. 깔맞춤까지 해서. 크흐흐.
어쨌거나 우린, 남색 등급의 몬스터 사냥을 포기 하면서 방어구가 필요하다는 것에 의견 통일을 이루었다. 그렇다고 다시 타샤님을 불러서 방어구를 마련하는데 도움을 달라고 하기엔 염치도 없고 또 지금은 어디에 계신지도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고 보면 타샤님은 어쩌면 우리의 그런 부탁이 부담스러워서 일찍 떠나신 건지도 모른다.
워낙 에스폴 종족이 어디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데 우리 부부와 함께 있었던 시간이 사냥하는 시간까지 두 달이 넘었었다.
그 정도면 정말 장기 체류라고 포포니가 그랬으니 더 잡아 두려고 했어도 그냥 가셨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가방에 있는 비늘들에 기대를 걸고서 우리 집이 있는 제5 거점 도시로 돌아가는 걸로 길을 잡았다.
화이트 코어는 제일 하급이 부족 코어다. 같은 것이라도 던전 코어가 좀 더 좋다는 평가가 있으니 부족 코어가 가장 아래에 자리를 잡는 거다. 하지만 부족 코어나 던전 코어나 지역 코어에 비할 바는 아니다.
전에 이야기 했었나?
지역 코어를 어느 데블 플레인에서 획득한 예가 있다고 말이다. 그래 딱 한 번 그런 적이 있다.
그게 제2 데블 플레인이었다. 나는 제6 데블 플레인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워낙 어릴 때의 기억이라 잘못된 기억이었던 모양이다. 하긴 그 때는 말 그대로 코찔찔이 시절이었으니 그 기억을 믿는 것이 잘못이지. 지역 코어의 획득은 정확히 제2 데블 플레인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는 것처럼 제1 데블 플레인과 제2 데블 플레인은 몬스터와 행성 주민 그리고 헌터가 서로 대립하며 싸움을 벌이는 곳이다. 행성 원주민도 적이란 소리다.
어쨌거나 그 때에 지역 코어는 헌터, 원주민, 몬스터가 얽힌 상황에서 셋 모두가 거의 괴멸이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되었을 때에 갑자기 지역 코어로 가는 통로가 열려서 헌터와 원주민이 함께 들어갔는데, 지역 코어를 헌터가 들고 나온 걸로 끝이 난 일이었다.
뭐 안에서 헌터들과 원주민들이 죽도록 싸웠고 결국 몬스터와 원주민이 싸우는 중에 어부지리를 헌터가 얻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아무튼 지역 코어는 사라졌고, 그 지역의 몬스터는 모두 종적을 감췄다.
단 한 방으로 엄청난 지역을 헌터들과 원주민들의 땅으로 만든 거였다.
물론 그 땅을 두고 헌터들과 원주민들은 또 피를 흘리는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고 하는데 결국 땅을 서로 갈라서 나눠 가지는 것으로 결론이 났던 모양이다.
그나마 제2 데블 플레인의 사정이 제1 데블 플레인에 비해서 조금 나은 것도 그 사건 때문에 인간들, 아니 헌터들에게 확실한 영역이 생겼기 때문이란 말이 있다.
그런데 우리 부부가 거점 도시로 돌아올 즈음에 이곳 제3 데블 플레인에서 지역 코어에 대한 공략을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툴틱에서 가끔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걸 보면서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다.
제2 데블 플레인의 인적 자원, 그러니까 헌터들의 수준은 이곳 제3 데블 플레인이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두 데블 플레인은 그 역사 부터가 차이가 많다.
제1, 제2 데블 플레인의 역사는 제3 데블 플레인의 역사의 두 배는 된다.
제3, 제4, 제5 데블 플레인이 또 비슷한 시기에 게이트가 열렸고, 나머지 네 곳은 그로부터 한참 이후에 게이트를 열었다.
그러니까 1세대와 2세대, 그리고 3세대인 셈이다.
그런데 2세대에 해당하는 제3 데블 플레인이 1세대를 따라 하겠다고 욕심을 부리는 거다.
물론 원주민들의 도움을 생각하면 해볼 만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솔직히 헌터가 아닌 타모얀 족의 여성을 아내를 둔 입장에서 보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원주민들이 지역 코어를 제거하는 일에 나선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지역 코어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생성된다.
그건 확실하다. 아직 제2 데블 플레인의 지역 코어가 다시 생성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생성이 될 거란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사실 제2 데블 플레인의 지역 코어가 이제 생성될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때가 요즘이다. 왜냐하면 꼭 10년이 되는 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무슨 특별한 증거나 혹은 자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행성의 운행 주기에 따라서 10년이란 단위로 떨어지니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런 논의가 3년째, 5년째, 7년째에도 있었는데 이번 10년은 정말 가능성이 높다고들 떠드는 때다.
상황이 이런데 지역 코어를 공략하겠다고 계획을 짜는 놈들이 있다면 그건 뭔가 꾸미는 일이 있기 때문일 거다.
제2 데블 플레인의 지역 코어가 다시 생성되면 지역 코어에 대한 공략에 실린 힘이 빠지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실 제2 데블 플레인의 지역 코어가 되살아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기 전에 지역 코어 공략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서 그것을 이야깃거리로 만들고 공론화 시키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는 건 뭔가 있지 않고선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내가 허틀러에게 물어보니 그건 연합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란다.
연합에서는 그런 계획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거다.
허틀러가 그렇게 확언을 했으니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그럼 누가 그런 일을 꾸미고 있을까?
그것을 고민하며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 연합의 방어구 제작소에서 연락이 왔다.
내가 맡긴 비늘이 아주 성질이 좋아서 지금까지 나왔던 방어구들 중에서는 최상의 것이 나올 것 같다는 소식이다.
그러면서 그 재료를 아주 비싼 가격에 살 테니 공급을 해 줄 수가 없느냐고 문의를 해 왔다.
그래서 난 단 한마디 해 줬다.
“그 비늘을 가진 몬스터 등급이 남색 등급인데 꼭 세 마리 이상씩 붙어 다닙니다.”
그랬더니 그 제작소 사람이 아무 말도 않고 최상의 방어구를 만들어 주겠다며 통신을 끊었다.
그는 그 비늘이 남색 등급의 몬스터에게서 나왔다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뭐 어쨌거나 좋은 방어구가 나온다니 기대를 해 볼 일이지만 그래도 지금 나온 것들보다 조금 더 좋은 수준이겠지 남색 등급의 몬스터를 마음 놓고 상대할 정도는 아닐 거다.
그런 생각을 하면 타샤님께서 가지고 계시던 그 방어구가 자꾸 떠오른다.
“씁, 그걸 어떻게 구해 봐야 하는데 말이지. 아니면 비슷한 거라도 어디서 구할 수 없을까?”
궁리를 해 봐도 별로 뾰족한 수가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 전공으로 돌아와서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
응? 뭐냐고? 그거야 당연히 마법진이지.
그리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그 타이탄이라고 못 만들 것 같아? 하자고 마음먹으면 할 수도 있다 이거지.
어? 그렇다고 해 보라고 하지는 마. 사실 다 되는데 타이탄 만들고 나서 그 심장을 깨울 방법이 없어. 그건 서클 마법사가 있어야 되는 거거든. 그걸 마법진으로 어떻게 한다거나 혹은 코어를 가지고 하는 건 상상도 안 되는 일이야.
그래. 만들 수는 있는데 생명을 불어 넣을 수는 없지.
하지만 말이야. 갑옷에 타이탄의 능력 일부를 적용시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 그걸 한 번 만들어 볼 생각이지.
이번에 방어구 제작소에서 물건이 도착하면 그걸로 시험작을 만들 작정이야.
반드시 성공해서 포포니와 함께 커풀룩을 완성할 거야. 두고 봐.
커풀룩에 대한 열의를 불태우며 마법진 조합을 연구하느라 바쁜 내게 어느 날, 손님이 찾아왔다. 마침 연구를 끝내고 올라가서 포포니와 함께 뜨거운 시간을 보낼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누가 왔다니 무슨 일인가 하면서 1층 응접실로 향했다.
이미 스티커도 연합에 넘긴 상황이고 따로 내가 만날 사람도 없는데 누가 찾아왔을까 하면서 빨리 보내고 포포니와 놀아야겠단 즐거운 상상에 약간 어기적거리며 지하 연구실에서 1층 응접실로 올라서는데 어떤 놈이 우리 포포니에게 수작을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