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67
화
“이런 아름다움 분께서 이렇게 누추한 곳에서 생활을 하시다니요. 제가 따로 머무실 곳을 마련해 드릴까요? 모든 편의 시설이 다 구비되어 있고 요리사와 하인, 운전기사에 비서까지 준비 할 수 있습니다.”
딱 이걸 내가 지하에서 1층에 올라가면서 들었다.
내가 어떤 기분일 것 같아? 방금 내가 포포니와 함께 가꾼 집이 쓰레기 취급을 받은 거야. 거기다가 내 아내에게 치근거리는 놈이 눈앞에 있는 거지.
난 그냥 빠른 걸음으로 응접실을 걸어서 녀석의 옆으로 갔어. 그리고 녀석이 앉아 있는 의자를 발로 차버렸지. 물론 발끝은 녀석의 옆구리를 함께 차긴 했어.
우당탕탕.
“으아악.”
데구르르르.
녀석은 의자와 함께 굴러서 벽까지 갔지. 뭐 벽이 없었으면 더 가야 했을 거야. 충격도 꽤나 받았겠지.
내가 보이게 놈은 헌터가 아니었거든.
벌컥!
우르르르.
“도련님.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그런데 내 집에 이상한 놈들이 허락도 없이 달려 들어와서 쓰러진 놈을 일으키고 얼굴에 무슨 액체를 뿌리고 난리를 치는 거야.
나는 볼 것도 없이 응접실 입구에 걸어 뒀던 내 칼을 뽑아 들었어.
그리고 검기를 불어 넣었지. 그래 나 아직은 마스터 아니거든. 익스퍼트라서 그게 전력을 다한 거야.
하지만 우리 포포니는 다르지. 포포니는 내가 하는 꼴을 보더니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서 양손에 칼을 들고 나온 거야. 물론 칼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지.
내가 한 걸음 나서서 칼질을 하려는데 그 도련님인지 뭔지 하는 놈을 부축하고 있던 놈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거야.
“자, 잠깐만요.”
“지랄을 해라. 남의 집에 무단 침입이면 즉결이다. 저기 저 젊은 놈은 몰라도 너흰 가택 무단 침입이야.”
나는 그대로 칼을 휘둘렀어. 사실 약간 봐줬지. 내 집 응접실을 피바다로 만들 수는 없잖아?
“피, 피해!”
이건 뭐 팬 위에 올라간 메뚜기도 아니고 사방으로 튀는 놈들을 보니 칼질이고 뭐고 할 생각도 없어지더군. 그들은 헌터로 치면 겨우 초급을 벗어날 수준 밖에 안 되는 놈이었거든.
“저기 발정난 개새끼를 데리고 꺼져라. 감히 내 집에서 내 아내에게 수작을 부린 놈을 살려두고 싶지 않지만 저 놈이 일반인이란 점을 생각해서 그냥 보내 주는 거다.”
솔직히 그냥은 아니지. 아마 갈비 몇 대는 나갔을 거야. 그래봐야 치료를 받으면 몇 시간, 아니 몇 분에도 나을 테지만 말이지.
“저 새끼가 날 찼어. 엉 봤지? 봤지? 저 새끼가 날….흡.”
보아하니 부하들인 모양인데 주인의 입을 틀어막는 건 좀 아니지 않나? 그렇게 살려줘도 고마운 줄을 모를 것 같은 놈인데?
그 놈은 그대로 부하들에게 끌려 나갔다.
“뭐하는 놈이래?”
나는 칼을 한 쪽에 치우면서 포포니에게 물었다.
“웅, 여기 이거.”
포포니는 탁자 위에 있던 카드 하나를 건넸다.
나는 카드를 받아서 내 툴틱에 카드 칩을 접속시켰다.
그러자 아까 그 놈의 얼굴과 함께 무슨무슨 직책들이 와르르 뜬다.
대부분 모성에서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회사의 간부 직책들이다.
그러니까 아주 잘 나가는 놈이란 소리다.
하지만 그건 모성에서나 통하는 거고 일단 게이트를 넘어서 모성 밖으로 나온 이상, 다시는 모성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신세가 된 놈이다.
아마 일반 식민 행성 어디에서 작은 왕국이라도 세워 놓고 떵떵거리며 사는 놈이 아닐까 싶다.
모성에서 이 정도의 자리에 있었다면 작은 식민 행성 하나 정도 손에 쥐고 있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지.
그런데 이런 놈이 데블 플레인에는 무슨 일이지?
카드에는 놈의 신분에 대한 정보만 있을 뿐이고 다른 내용은 없었다.
일종의 자기 소개서 같은 거란 뜻이다. 그걸 왜 포포니에게 줬을까? 포포니의 환심을 사려고 했던 걸까? 그랬다면 그건 완전 실패다.
멍청한 짓이지. 포포니는 무슨 회사니 하는 것엔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데 말이야.
애초에 이곳 데블 플레인은 저런 일반인에겐 가혹한 곳이다.
방금 내가 그 놈을 죽였다고 해도 헌터 연합에서는 별다른 말을 할 수가 없다. 그 놈은 아니어도 그 놈의 부하들이 가택 침입을 했다. 그 순간부터 먼저 들어와 있던 놈도 함께 묶여서 범죄자가 되는 거다. 왜냐면 부하들이 죄를 지었으니 함께 있던 상관은 그걸 지시했다는 의혹을 당연히 받게 되는 상황인 거다.
자, 이쯤 되면 다른 곳에선 몰라도 데블 플레인에선 죽여도 되는 사안이 된다.
죽여 놓고 ‘이곳은 데블 플레인이다.’라고 한 마디만 하면 그걸로 모든 것이 끝나는 일이 된다.
왜? 나와 포포니에게 그 정도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 그것도 데블 플레인 밖의 일반인 하나 때문에 데블 플레인의 잘나갈 헌터를 적대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적어도 데블 플레인의 정서는 그렇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까 방금 그 놈을 살려둔 것은 조금 실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집이 더러워지는 것을 꺼렸던 건데 그 놈이 살아가서 이빨 갈면서 지랄을 하면 나중에 피곤한 일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나는 곧바로 허틀러 지부장에게 통신을 열었다.
“네. 허틀러입니다. 어쩐 일이십니까?”
“일반인이 내 집에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신분이 제법 대단하더군요.”
“설마 코무스의 망나니 아들이 세이커님을 찾아갔습니까?”
“네. 그 놈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름이 허벌이군요.”
“그 놈이 맞습니다. 어제 우리 제5 거점도시에 왔습니다. 아주 거창하게 왔지요. 자그마치 서른 대가 넘는 전차를 몰고 왔으니 말입니다. 그거 연합 본부에 있는 전차 대부분을 끌고 온 거였답니다.”
“연합에서 그걸 내줬단 말입니까?”
“어차피 쓸 일도 별로 없잖습니까? 사체 수거팀이 쓰고, 임시 거점을 운행하는 교통편으로 쓰고, 나머지는 세워두는 건데요. 그러니 그냥 운영비나 벌자는 생각에 비싸게 임대를 했다는 거죠.”
“그 말은 연합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는 말인데 어째서 그런 일반인이 데블 플레인에 온 거죠?”
“그게, 길드하고 무슨 사업을 한답니다.”
“길드와 사업을요? 그게 연합을 빼고 가능한 일입니까?”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아서 되물었다. 연합을 배제한 사업이 가능한가?
“사실 이런 시도는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연합의 도움이 없이 일정 영역을 개척해서 사유화 하려는 시도 말입니다.”
아, 그런 거구나. 지역 코어 공략도 그거 때문에 이야기가 나오고 그런 거였어.
“일개미를 동원해서 일을 크게 벌일 모양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지역 코어까지 공략을 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요.”
“누굽니까?”
“개미 길드입니다.”
“개미 길드와 코무스 기업이 손을 잡고 데블 플레인의 한 지역을 손에 쥐려 한다는 말이군요?”
“실제로 개미 길드가 코무스 소속이라고 봐야합니다. 처음엔 그렇지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간부진들이 바뀌어서 지금은 그냥 코무스 소속 단체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코무스의 자금으로 길드 자체를 매입한 모양입니다. 거기다가 다른 거점도시에도 그와 유사한 길드가 꿈틀거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들어보니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나는 방금 골치 아픈 놈과 악연을 맺은 것 같다.
아, 그냥 베어버리는 건데. 바닥에 깔린 것이 포포니가 아끼는 깔개가 아니기만 했어도 그냥 확 그어버렸을 테고, 그럼 한 번 시작한 거 멈출 이유가 없으니까 다들 여기 누워 있을 텐데, 아까운 기회를 놓쳤다.
사실 죽일 일까진 아니다. 하지만 그 놈이 보통 놈이 아니기 때문에 죽였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거다.
평범한 놈은 그냥 뒤에서 욕 몇 마디 시긍시긍 하고 끝이지만 힘이 있는 놈은 그리 간단하게 끝나지를 않는다.
그래서 죽였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하는 거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은 어쩔 수 없지. 다만 같은 놈을 두고 다시 기회가 생기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각오는 해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