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7
화
“게리!”
“응?”
“준비해라. 여기서부터 잘 살피면서 이동한다.”
나는 멀리 갈대밭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게리를 불러 옆에 세웠다.
“마토, 너는 게리가 활로 풀링하는 몬스터가 가까이 오면 무조건 막아야 하는 거야. 공격을 그 방패로 막든 창으로 막든 막고, 움직임을 제한해야 해. 그래야 나머지 사람들이 편해. 알지?”
“알아. 죽을 각오로 막을 거야. 걱정하지 마.”
“게리, 혹시 한 마리 이상이 오면 너는 그 중에 한 마리는 반드시 책임지고 끌고 다녀야 한다. 그 놈이 네가 아닌 다른 누구에게 덤비면 사냥이 어려워져.”
“물론이지. 도망 다니는 것은 자신 있다니까. 나 능력자야. 능력자.”
“렘리. 만약 세 마리면 마지막 놈은 네가 책임을 져. 그 사이에 내가 마토가 맡은 놈을 처리하고 너에게 갈 테니까.”
같은 말을 몇 번이나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또 하고 있다. 목숨은 하나다.
“응. 알아. 기억하고 있어.”
“자자, 그럼 천천히 전진.”
나는 손짓을 하며 일행을 이끌고 갈대밭으로 향한다.
하지만 절대로 그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다. 아니 일정 거리 이상으로 갈대밭에 가까이 갈 생각도 없다. 그 안에 뭐가 있는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물론 나는 나름대로 기감을 펼쳐서 주변을 살필 수가 있지만 그래봐야 오러 유저에 불과하다. 아직 익스퍼터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는 것은 좋지 않다.
“저 쪽이다. 게리.”
내가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키자 게리가 긴장을 한다.
봐도 아무것도 없는 갈대만 보인다.
그러니 게리로선 난감할 터다.
“저기 보이는 저 돌 있지?”
“응? 어 보여.”
“거기서 오른쪽으로 3미터 그 뒤로 5-6미터 정도 들어가면 거기에 놈이 있어. 갈대 때문에 안 보이지만 있는 것은 확실하지. 뭔 소린지 알겠어?”
“어? 응, 그래. 알았어.”
“거기에 화살을 하나 박아 넣는 거야. 맞으면 좋지만 그런 기대는 하지도 말고 그냥 놈이 우릴 인식하고 달려 나오게만 하면 되는 거야. 할 수 있지?”
“그, 그래 해 볼게.”
게리는 눈짐작으로 목표를 정하고 갈대 너머로 화살을 날린다.
피잉!
“준비. 마토!”
나는 그와 함께 낮은 소리로 마토를 일깨운다.
화살은 제대로 날아갔다. 녀석이 움찔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곧바로 반응을 한다.
“온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갈대숲에서 놈이 뛰어 나왔다. 배는 짙은 회색이고 나머지는 검은 색이다. 털은 길지도 짧지도 않다. 그냥 딱 봐도 저건 쥐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놈이다.
다만 저 놈이 몬스터인 것은 얼굴에 있는 기괴한 무늬로 확인이 가능하다. 모든 이 땅에 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상징적인 무늬. 하나같이 비슷하지만 또 다른 것이 저 무늬다. 그리고 저것의 중심에 코어가 있다.
놈의 근처에는 다른 몬스터가 없었으니 당연히 한 마리만 달려온다.
피잉!
다시 게리의 화살이 날아간다.
틱!
하지만 화살은 놈의 몸에 맞고도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하고 튕겨져 나간다. 당연하다 에테르가 담겨 있지 않은 공격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도 본능적으로 공격을 받은 것은 아는 모양인지 게리를 향해서 일직선으로 달려온다.
“으라차아!”
콰앙!
마토가 방패를 들고 풀쩍 뛰어 나가며 큰 쥐를 막아 선다.
방패에 오러를 흘려 넣은 탓에 방패가 크게 상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약간 흠이 생겼을까? 마토는 방패가 생명이라서 죽어라 방패에 오러를 깃들게 하고 유지하는 것만 연습했다. 그래서 어지간해선 방패가 망가지는 일은 없을 거다.
“차앗!”
렘리가 검을 들고 쥐를 공격한다.
특별한 이펙트는 없어도 렘리의 검에도 오러가 깃들어 있다.
츠릿!
찌이익 찌익!
렘리의 검은 쥐에 앞다리에서 뒷다리까지를 훑고 지나갔다. 길게 상처가 생긴다.
찌지직 찌익!
하지만 그걸로 죽은 몬스터가 아니다. 목숨을 끊어야 한다. 목을 자르거나 혹은 심장을 갈라야 한다. 아니면 머리를 깨거나.
“합!”
나도 다리에 오러를 싣고 달려 나가, 그 힘으로 칼을 휘둘러 쥐의 목을 노린다.
마침 마토가 방패로 녀석을 쳐 올린 상태라 목이 훤히 드러난 모습으로 약간 치켜선 꼴이라서 칼질을 하기가 쉽다.
취리리릭!
검이 다른 생명의 살과 뼈를 가르는 느낌은 태어나 처음으로 경험하는 것이지만 또 익숙한 것이기도 하다. 그것이 이전 삶의 기억으로 전해진 것이라도 역시 경험이란 이런 것인가 싶다.
“으랏차차.”
렘리가 떨어진 쥐의 목에 마무리로 칼질을 한다. 칼은 목을 자르고도 땅에 깊게 박힌다.
“후아, 후아.”
마토는 잔뜩 긴장을 했던지 숨이 가쁘다.
그건 렘리도 마찬가지고 게리 역시 한 일도 없이 바짝 긴장한 얼굴이다.
“코어는?”
나는 태연을 가장하며 묻는다.
“으음? 없는데?”
렘리가 조금 실망한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한 마리에서 나와 주면 참 좋았겠지만 그런 행운을 기대하긴 어렵겠지.
아 참, 잊을 뻔 했다.
“큰 쥐의 코어는 이마에 있어. 봐서 알겠지만 몬스터 패턴이 얼굴에 있잖아. 그러니까 공격을 할 때에 여유가 있다면 얼굴은 공격 하지 마.”
“하지만 달려드는 것을 저지하려면 방패로 막아야 하는데 그럼 머리하고 충돌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걸?”
마토가 어렵다는 표정을 항변한다.
“그거야 어쩔 수 없지. 막는 역할인 마토는 그냥 하고, 나하고 렘리가 문제인 거야. 될 수 있으면 얼굴은 그냥 두는 걸로 하자.”
“뭐 방금도 우리 둘 다 얼굴은 안 건드렸잖아.”
“그래. 렘리. 지금처럼만 하면 될 거야. 그리고 정말 위험하면 몬스터 패턴이고 뭐고 가리지 말고 칼질을 하는 거고.”
“그야 뭐. 그래야지. 살고 봐야 하니까.”
렘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몬스터 패턴이란 아까 이야기한 그거다. 몬스터의 몸에 나 있는 무늬. 그리고 이것의 중심에 코어가 있다.
문제는 이 패턴이 많이 상할수록 코어가 나올 확률이 낮아지고 또 나온다고 해도 그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그러니 몬스터와 싸울 때에는 온전한 코어를 얻기 위해서 몬스터 패턴을 피해 공격을 하는 경우가 많다.
뭐 그래도 몬스터의 덩치가 커지면 어쩔 수 없이 패턴을 공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급소를 노릴 수가 없는 경우도 있으니까.
“자, 지친 사람 없지? 다시 시작하자. 해가 지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몇 마리 더 잡자. 그 후엔 갈대에서 멀리 떨어져서 숙영지를 만들어야 해.”
“알았어. 세이커 리더.”
렘리가 대답 끝에 리더란 말을 붙인다. 아직 정식으로 신고도 하지 않은 헌팅 파티지만 내가 리더인 것은 사실이니 일종의 권위 살려주기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제일 둔한 것은 마토고, 제일 능숙한 것은 렘리다. 게리는 사리분별이 명확하긴 하지만 간지러운 짓은 못하는 타입이다. 곧고 직선적이라고 할까?
성격이 그러니 나름대로 특색이 있는 거다.
어쨌거나 사냥은 다시 시작이다.
원래 탐지는 레인저의 특기다.
하지만 아직 게리는 그런 능력이 없다. 그래서 그 역할을 내가 한다. 몬스터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고 먼저 발견하는 것은 안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오러 유저로선 제법 완숙한 경지에 이른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코와 귀와 눈을 강화하는 것은 오러를 이용해서 가능한 일이다. 오러로 감각을 끌어 올리는 것이니까 방법만 안다면야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런 오감이 아니라 육감에 해당하는 감각을 키우는 것은 오러를 사용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익스퍼터가 되면 오러의 일부를 넓게 퍼트려서 촉수처럼 사용을 할 수도 있는데 지금은 그런 능력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해 본 가락이란 것이 있다.
그래서 촘촘하게 오러를 펼치는 대신에 성긴 모양으로 그나마 흉내를 내서 주변을 살핀다. 그것도 한 방향으로만 집중해서.
그렇게 하니 겨우겨우 레인저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게 된다. 이래서 빨리 능력자로 등록을 하고 기술을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