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74
화
포포니는 그걸 들고는 활짝 웃으면서 내게 달려온다.
나는 포포니를 와락 안아 주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포포니를 놓고 돌아서는 내 얼굴을 완전히 구겨져 있다.
“어떤 새끼냐?”
나는 뒤에 있던 사람들 모두를 보며 낮게 씹어 먹듯 물었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다. 그리고 한 놈이 미적거리며 입을 연다.
“사냥도 무사히 끝났고 코어도 나왔는데 너무….켁, 케겍!!”
녀석은 말을 끝내지 못했다. 내가 아니라 포포니가 그 놈의 목을 잡은 거다.
포포니가 전에 빈손으로 싸울 때는 목을 뜯는 것이 주된 공격 방법이었는데? 포포니 화났나 보다.
“남편 죽일까?”
포포니가 묻는다. 포포니의 목소리에 얼음이 떠 있다.
“죽여도 내가 죽일 테니까 좀 잡고 있어.”
“알았어 남편.”
포포니는 당장 죽이자는 소리는 않는다. 하지만 용서할 생각은 없나보다.
목이 잡힌 놈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겨우 버티고 있다. 얼굴에 핏줄이 돋는다.
“죽더라도 알고 죽어라. 니가 한 짓은 우리를 위험에 빠트렸고, 만약 우리가 뚫렸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 더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넌 충분히 죽을 죄를 진 거다. 그리고 사냥이 무사히 끝난 것이나 코어가 나온 것은 네가 한 짓과는 전혀 무관하다. 네가 그 짓을 하는 순간 넌 죽은 목숨인 거다.”
놈은 힘껏 뭐라 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포포니는 숨통을 터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저기, 한 번만 봐주십시오. 실수한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좋게 끝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한 놈이 나서는데 보아하니 두 놈이 같은 길드다. 둘 다 가슴에 나무를 달고 있다.
아하, 트리 길드로군.
“나중에 내가 니들 둘이서 남색 몬스터 사냥하는데 에테르 원거리 공격을 해도 니가 그런 소리를 할까? 그럼 나도 용서할 수 있을 텐데?”
나는 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
“물론입니다. 우린…”
푸욱!
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나는 내 칼로 포포니가 잡고 있던 놈의 배를 찔러버렸다.
포포니는 그제야 놈의 목을 놓았다.
“커어억. 어억 사, 살려….”
“장담하지 마라. 니가 언제 남색 몬스터를 상대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 때도 다른 사람이 그 몬스터를 건드렸는데 그 몬스터가 오늘 처럼 아무 반응을 안 보일 가능성은 별로 없으니까. 그리고 니들은 그 꼴을 당하고도 너그럽게 용서가 되는 인종인지 모르지만 나는 용서가 안 되는 인종이다. 그 공격이 날아가는 순간 혹시나 내 아내에게 무슨 일이나 생기지 않을까 가슴이 털컥 했다. 그리고 제발 몬스터가 이상 행동을 하지 않기를 빌고 또 빌었다. 그런데 그런 꼴을 당한 내가 너를 살려 둘 이유는 없는 거다. 다음에도 같은 경우가 되면 절대로 오늘 같은 짓은 하지 마라. 응? 넌 죽을 짓을 한 거다. 이곳은 데블 플레인이다. 순간의 실수가 네 목숨을 끊는다.”
“커컥!”
나는 칼을 놈의 몸에 꽂은 상태로 약간 위로 들어 올려 심장을 갈랐다.
놈은 억울한 눈빛을 내게 던지며 세상에서의 마지막 숨을 쉬었다.
“쉬엥, 쉬엥!”
죽은 놈의 이름을 부르지만 그런다고 살아날 수는 없다.
“이곳은 데블 플레인이다. 죽을 짓을 하면 죽는다.”
나는 칼에 묻은 피를 털어내다가 곁에 있는 풀잎을 뜯어서 칼을 닦았다.
끈적이는 피가 좀처럼 잘 지지 않는다.
주변에 몰려 있던 사람들이 갑작스런 살인에 어두운 표정이 되어 있다.
“만약 오늘의 내 행동에 대해서 이의가 있으면 언제나 찾아와라. 하지만 그 놈이 어떤 놈이건 내 입에서 잘못했단 소리는 듣지 못할 것이다. 아울러 그 놈이 끝까지 여기 쓰러진 놈을 옹호하면 그 놈이나 나 둘 중에 하난 또 죽을 수도 있다.”
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소리치곤 포포니의 어깨를 껴안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 나무 몬스터의 사체는 여기 쓰러진 놈에게 써라.”
나는 쉬엥이란 죽은 놈을 끌어안고 있는 놈에게 그렇게 말하곤 자리를 떠났다.
놈이 내 말을 따르거나 말거나 그건 상관없다.
그저 변덕 같은 것이었을 뿐이니까.
좋은 일을 하러 왔다가 결과도 나쁘지 않게 해결을 했는데 거기 웬 미친놈이 끼어드는 바람에 결국 사람을 죽이는 걸로 끝이 나고 말았다. 거기 있던 사람들도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았지? 이미지 그렇게 되면 곤란한데 말이지. 명성도 악명은 좋을 것이 없는데….
“근데 남편.”
“엉? 왜?”
“왜 안 죽이고 살려 줬어?”
“엉? 들켰어?”
쯧, 역시 못 속였다. 그 놈 심장을 갈라놓으려다가 약간 옆으로 틀었다. 그래서 죽지는 않을 거다. 지금이야 쇼크 때문에 죽은 것 같지만 곧 깨어나겠지. 그럼 휴대용의료세트로도 살릴 수 있을 정도다. 워낙 다치는 사람이 많은 데블 플레인이라 치료에 관해서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지.
“일부러 그랬지?”
“응, 그래. 죽여도 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죽이기도 좀 그렇잖아. 화가 머리끝까지 나긴 했는데 막상 죽이려니까 그 놈도 그렇게까지 나쁜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었던 것 같고, 그래서 그냥 교훈만 주자 하고 생각했어.”
난 순순히 이실직고 한다. 그렇다고 포포니가 이제 또 뛰어가서 그 놈을 죽이고 오지는 않을 테니까.
“웅, 그리고 내가 화난 거 같으니까 그랬지?”
이게 점점 여우가 되어 가는 것 같다. 눈치가 빨라.
“그래. 그것도 있고.”
“난, 갑자기 뭐가 날아오는데 남편한테 무슨 일이 생겼나 했어. 그렇지 않으면 그런 게 날아올 이유가 없으니까. 그런데 곧바로 울 남편 목소리가 막 들리잖아. 그래서 안심을 했지. 그래서 화가 난 거야. 울 남편 어떻게 된 줄 알고 놀라서.”
“어이구 그랬어요? 고마워서 어쩌나? 우리 마눌. 어이구 예쁜 우리 마눌.”
나는 포포니의 엉덩이를 툭툭 치면서 장난을 걸었고, 포포니는 곧 활짝 웃으며 경직된 분위기를 풀었다.
그걸로 된 거다.
놈도 깨어나면 내가 한 말의 의미를 알 거다. 다음에는 그런 짓을 하지 말라고 했으니 일부러 살려 줬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는 머리가 있겠지.
그걸 모르고 설치거나 혹은 길드를 통해서 뭔가를 하려고 하면 정말 죽여야 할지도 모른다.
전엔 허벌을 살려 보내고 이번에는 쉬엥인가 뭔가 하는 놈을 살려 줬다.
내가 성격이 바뀌고 있나?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바뀌어도 다혈질에 폭력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느껴지는데 의외로 극단적인 선택은 용케 피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가 없네. 그것 참.
그래도 방금은 충분히 죽일 수 있었다. 그럴 의지만 있었다면 말이다. 그걸로 봐서 내가 살인 자체를 꺼려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거다.
내가 이제는 고개 들고, 어깨 펴고, 눈 치켜 뜰 정도의 실력이 생겼다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된 걸까?
하지만 아직 마스터 경지에도 이르지 못했는데?
하긴 디버프는 충분히 그 비슷한 경지에 이른 거겠지. 남색 등급의 몬스터에게 충분히 통할 정도면 그 정도 경지는 되어야 할 테니까 말이지.
칼질이건 에테르 공격이건 검으로 치면 오러 마스터 정도의 수준은 되어야 이빨이라도 들어가는 거니까, 나도 디버프 만큼은 그 수준에 이른 거라고 봐도 되겠지.
그런 심리 상태가 나에게 마음의 여유를 준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포포니 덕분이거나 말거나 우리 둘이서 남색 등급의 몬스터를 잡을 정도면 꽤 강해진 거고, 거기서 나오는 여유가 막다른 곳에서나 할 법한 극단적인 선택을 피하게 해 주는 거다.
이렇게 상황을 파악하고 나니까 나도 제법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일개미에서 이 정도면 많이 기어 온 거다.
뭐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더 멀고 험하겠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해 나가면 점점 더 나아지겠지.
어디까지 갈지는 알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