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75
화
우리 부부는 그 사건이 있은 후에도 나흘 동안 같은 위치에서 방어 임무를 하다가 철수해도 된다는 연락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에 나와 포포니의 소문이 도시에 쫙 퍼져서 우리가 집으로 가서 쉬려는데 게리가 어떻게 알고 찾아와서는 이런 저런 소리를 늘어 놓고 갔다.
대외적으로 내가 이알-게이트의 총괄 리더라는 직함을 가진 것으로 되어 있단다.
쉽게 이야기하면 내 이름값을 빌려서 이알-게이트의 인지도를 높인 거다.
그러면서 이번에 연합의 일을 도운 대가로 상점 하나를 받게 되었으니 알아서 관리하란 소리에 입이 좌악 찢어져 돌아갔다.
그건 상점을 받아서 기쁜 것도 있지만 내가 연합에 스스로 이알-게이트와의 관계를 직설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다.
확실히 내 그림자 밑에 이알-게이트가 들어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만족감 같은 그런 거.
그렇게 게리가 돌아간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트리 길드의 길드장으로부터 이전에 있었던 사건에 대한 비공식적인 사과를 받았다.
툴틱을 통한 것이지만 부하의 잘못에 대해서 사과한다는 말과 함께, 큰 교훈을 주고, 살려준 것에 대해서도 고맙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통화를 한 것이다.
뭐 그 정도면 트리 길드의 길드장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머릿속에 정리를 해 뒀다.
그리고 코무스 지역은 결국 헌터들의 전면적인 후퇴가 결정되어서 모든 헌터들에게 그 지역에서 탈출하라는 연합의 공식적인 협조 공문이 모든 헌터들의 툴틱으로 전달이 되었다.
그동안 부족 코어도 많이 사라지고, 또 코어를 건드리고 잡지 못한 경우도 있고 그래서 그 지역의 몬스터 활동에 이상이 생겨서 일관성이 없어진 상황이라 어느 정도 안정이 될 때까지 출입하지 않는 것이 안전을 위해서도 좋다는 권고가 그 뒤를 따랐다.
예전에 그곳에서 소수로 활동하던 이들에게 조심하란 의미로 보낸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뭔가 소란스러운 중에 우리 부부는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잠시 휴식을 즐겼다.
포포니도 나도 간단하게 몸을 푸는 정도의 수련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정말 마음과 몸을 이완시킨 상태로 며칠을 보낸 거다.
그리고 그 휴식이 끝이 났을 때, 포포니와 나는 둘 다 한 단계 발전할 실마리를 붙잡게 되었다.
나는 마스터로 가는 길에 들어섰고, 포포니는 마스터의 극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
어차피 말로 설명하지 못할 상태지만 우리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외부와의 관계를 모두 끊고 집에 틀어 박혀서 그 실마리를 풀기 위한 수련에 들어갔다.
이거 끝나면 나도 장인 장모 보러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대해라 포포니.
우라차차 파워 업이다. 가자 포포니 우리의 사냥터로… 라고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무려 한 달 하고도 반을 집에 처박혀서 수련에 힘썼는데 겨우 오러 마스터에 한 발 걸친 상황에서 끝났다.
무리하면 검강을 뽑을 수 있을 정도란 소리다.
사실 여기서는 길가에 가면 발에 채일 정도는 아니겠지만 저기 제5 임시 거점 정도 가면 만나는 놈들 내 수준의 칼질은 할 수 있는 놈들일 터다. 거긴 발에 채일 정도로 흔하단 말을 써도 된다는 거지.
거기다가 제6 임시 거점에는 이 정도 칼질로는 얼굴도 못 내밀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리는 하나 영원한 한 몸. 우리는 부부다.
나에겐 포포니가 있고, 포포니에겐 내가 있다. 우리는 부부!!
그리고 포포니도 나와 비슷한 상태에서 성장이 멈췄다.
마스터의 극을 깨고 한 걸음 나가긴 했는데 아직 참 미흡하다.
“남편 이거 봐라?”
하면서 보여 준 것이 칼 끝에 매달린 물방울 같은 거였는데 그걸 보니까 피부가 우둘두둘 일어서는 것이 참 무섭다는 느낌이었다. 보기엔 그냥 작은 물방울 같은 거였는데 말이다.
“우리 아빠는 이거 이만하게 만드는데.”
그래 우리 포포니 양 팔을 벌리고도 모자랐어요?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게?
아니지, 여하간 물방울 같은 거에도 이런 느낌인데 그걸 몸집만큼 크게 만들면? 혹시 전에 이야기한 장인 어른이 쎈 거 한 방은 날릴 거라는 그게?
설마 아니겠지. 산이라도 날릴 텐데? 그 그걸 나한테 날리기야하시겠어?
아까 포포니 칼 끝에 걸려 있던 그걸로도 우리 집 반쪽은 날릴 것 같던데, 그게 몸집보다 크면 산이라도 무사하지 못하지.
우와 생각해 보니까 정말 괴수구나 괴수.
상상을 초월한 거야.
마법으로 치면 여덟 고리? 아님 그 이상?
나도 가 본 적이 없는 여덟 고리나 그 이상을 어떻게 알겠어? 하여간 전설의 마법이라도 방금 포포니가 표현한 그 정도 크기의 것이라면 나는 장인어른의 손을 들어 주겠다.
왜? 마법은 준비 시간이 필요하지만 칼질은 별로 그런 것이 없으니까.
마법 준비하다가 그냥 한 방에 훅 가는 거지 뭐. 보아하니 원거리 공격도 될 것 같은데.
“그거 날리는 거도 가능하지?”
곧바로 물어 본다.
“우웅. 당연하지. 그러라고 만드는 건데. 아니면 그냥 칼날에 집중을 시키면 되는 거야. 이렇게 만드는 건 멀리 있는 놈을 공격할 때에 쓰는 거야. 나도 이젠 이거 쓸 수 있게 되었어.”
역시나 원거리 공격이었다. 거리가 얼마나 될지는 몰라도 위력만은 최고겠지.
검강과는 차원이 다른 밀도를 지닌 에너지 조합이다. 사실 오러로 저런 것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검강을 발전시키면 저런 형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칼이고 마법이고 저보다 더 위력적인 것은 아직 보지 못한 까닭이다.
아주 작은 크기임에도 나는 포포니의 물방울에 반해 버렸다.
“그건 따로 이름 같은 거 없어?”
“응? 이름?”
“그런 거 있잖아. 적을 쓰러뜨리고 나서 ‘내가 마지막으로 썼던 기술은 모모모다. 우하하하하.’이러면서 웃는 거지. 그러려면 기술 이름 같은 거 있어야 하지 않을까?”
“캬하하하. 웃겨 남편. 그걸 뭐 하러 해? 그냥 죽였으면 죽인 거고. 이겼으면 이긴 거지.”
“그래도 나중에 아기 생기면 이야기 같은 거 해 주면서 그래야지. ‘이 엄마가 그 때 그 놈을 잡았는데 그 때 썼던 기술이 모모모다’하고 말이지.”
“아, 그러고 보니까 아빠가 그랬던 적이 있었다. ‘내 우람한 공격에 못 견디고 기냥 쓰러진 거지. 우하하하.’라고. 그러다가 엄마에게 끌려 나갔지. 근데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 어렸을 때에 어른들하고 있다가 들은 건데.”
흐음. 그건 좀… 우람한 공격이라. 어른들 모여서 떠드는 분위기에 우람한 공격, 그리고 장모님의 등장과 제압. 이 정도면 대충 견적이 나오는 것 같은데?
장인어른 음담패설을 늘어놓고 놀다가 딱 걸려서 끌려간 거지 뭐.
“저기 포포니 설마 포포니가 쓸 그 기술에 우람한 공격 뭐 이런 이름을 붙이진 않겠지?”
“응? 이상해? 그럼 다른 이름을 써야 하나? 강한 것이 좋은 공격? 강해서 좋은 공격? 뚝심으로 간다? 마지막 마무리는 확실하게? 때론 피하고 친다? 쓰러져도 다시 한 번?”
“그, 그게 뭐야? 그걸 어떻게 기술 이름으로 써?”
도대체 어디서 그런 이상한 소리를 들어 모은 거야?
“우리 아버지 어록인데? 멋진 말들은 전부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여기서 골라 보려고.”
No! No! No! 절대로 안 될 말이다. 용납할 수가 없어.
어째서 장인어른 어록이 저따위야? 참 묘하게 동질감을 느끼게 만드는 말들이긴 하지만 우리 포포니에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들이라고.
일단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보자.
“포포니 남자 형제는 없지? 한 번도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네?”
“아, 있어. 남동생.”
“우엑?!”
이건 또 무슨? 장인 장모 어택에서 이젠 처남 어택까지 있는 거야? 왜 한 번도 남동생 이야긴 없었지?
“왜 놀라? 남동생 있어. 음, 이제 다섯 살이다. 우아 귀엽겠다.”
다섯 살. 처남. 우후훗, 그 정도면 장인 장모 어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전혀 장애가 되지 않지. 하하하핫.
그런데 나는 웃는데 포포니는 표정이 영 좋지 않다.
갑자기 동생 생각을 하니까 가족들이 보고 싶은 모양이다.
“왜 그래?”
난 포포니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부드럽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