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77
화
“이거 봐라?”
포포니가 툴틱에서 뭔가를 발견하고 보여준다.
포포니도 툴틱을 장만했다. 그것도 꽤 된 이야긴데 별로 이야기할 일이 없었다. 어차피 여전히 우리는 함께 다니고 결제를 해도 내가 하고 정보 검색을 해도 내가 주로 하고, 누구와 통화를 해도 내가 한다.
포포니의 툴틱은 활용도가 거의 없는 잠자는 툴틱이었다.
하지만 저번에 오래 집에서 수련을 하며 머무는 동안에 포포니도 툴틱 활용법을 조금 알게 되었는지 간혹 괴상한 것을 찾아서 자랑을 하곤 한다.
사실 정보 검색 이외에 포포니가 툴틱을 쓸 일은 거의 없다. 통신을 할 사람도 없고 결재를 할 일도 없으니 말이다.
“뭔데?”
나는 포포니가 보여주는 입체 화면에 시선을 던졌다. 크기를 줄여서 작게 띄운 화면에는 한 마리의 몬스터가 있다.
“웅. 여기 근처에 나오는 녀석인데 등급은 파란색 추정이래. 근데 엄청 빨라서 아무도 잡은 사람이 없데. 거기다가 공격적이지 않은 몬스터라서 보이더라도 그냥 두면 아무 일 없을 거래. 신기하지? 이런 몬스터가 있다니 말이야.”
“그거 몬스터 맞긴 한 거야?”
“웅, 봐봐 이거. 이거, 몬스터 패턴이잖아. 몬스터 낙인.”
원주민은 패턴이 아니라 낙인이라고 부른다. 뭐 요즘은 혼용을 한다고 한다. 헌터들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소리겠지.
보니 확실히 몬스터 패턴이 있는 놈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몬스터다. 제4 임시 거점에서 제5임시 거점 사이에 있는 몬스턴데 잡힌 적이 없다니 신기한 일이다.
“공격을 하지 않는다. 도망만 다닌다? 그런데 빠르기는 엄청 빨라서 잡을 수가 없다? 재미있는 몬스터네? 그런데 이거 한 마리밖에 없는 거면 이 놈 자체가 부족 코어인 걸까? 아니면 이놈이 속해 있는 부족 코어가 있는 걸까?”
“그러게? 궁금하다. 그치? 나오면 잡아 볼까?”
“빨라서 안 된다잖아. 다른 헌터들도 다 포기했다고 나와 있는 거 봤으면서 그래.”
“그래도 궁금하잖아. 거기다가 그거 굉장히 귀엽고.”
하긴 생긴 것이 코알라 닮아서 귀엽게 생기긴 했다. 색깔도 하늘색 털이 많고 귀나 발끝에는 검은 털이 있다. 코도 크고 삼각형 검은 색이라 딱 보면 코알라!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닮았다. 다만 크기가 사람 크기 정도 된다는 것이 차이일까?
아, 배에 몬스터 패턴이 있다는 것도 큰 특징이지. 몬스터는 몬스터란 소리니까.
“귀여우면 우리가 잡아서 키울까? 그런데 몬스터 데리고 다니면 사람들이 가만 두지 않을 걸? 막 죽이려고 들고 그러지 않을라나?”
“아웅, 그렇겠구나. 귀여운데 키우진 못하겠다. 사람들 놀라고 또 서로 죽이고 그러면 곤란하니까.”
포포니는 의외로 포기가 빨랐다.
“근데 있잖아. 남편.”
“응?”
“아까 그 코알람 말이야.”
“코알람?”
“코알라몬의 준말. 코알라몬은 코알라 몬스터의 준말. 그러니까 아까 그건 코알람.”
언제 이름까지 지었냐?
“그래서 그 코알람이 왜?”
“엉, 여기 보니까 다른 거점 도시 근처에서도 보이나봐. 여기 봐봐, 다른 거점도시 정보란에도 있어. 다들 한 마리씩 있는 걸까?”
보니까 정말 있다. 그냥 재미있는 이야깃거리 정도로 실려 있는 정보지만 대부분의 거점 도시 정보란에도 조금씩은 언급이 되어 있다.
“생긴 것도 패턴도 같은 걸로 봐서는 같은 놈 아닐까? 그렇게 보면 그 녀석 정말 활동적인데? 여기 적기 마구 돌아다니고 있는 거잖아? 대륙 전체를 아울러 다니는 놈이네?”
“대단, 대단. 엄청난 놈이구나. 코알람은.”
포포니가 정말 감탄했다는 표정이다.
“왜?”
“아니 저 작은 놈이 이 대륙을 온통 헤집고 다닌다니 얼마나 대단해? 우리도 못하는 일이잖아.”
듣고 보니 그렇다.
몬스터들도 간혹 서로 싸우기도 하는데 말이다. 영역을 침범하면 싸우는 종이 있다. 그런데 코알람 저 놈은 어디나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있는 거다.
“저거 설마 추정 등급이 잘못 된 것 아닐까? 혹시 보라색 등급 뭐 이런 거?”
“에이, 남편, 코알람이 보라색 등급이기엔 너무…”
말을 이어가지 못하는 포포니. 코알람이 보라색 등급 몬스터가 되지 못할 이유는 뭘까?
“너무 뭐?”
“아으, 그러니까 귀엽잖아. 귀여우니까 보라색 같은 무시무시한 놈은 아닐 거라고. 내가 아는 보라색 등급은 대부분이 이따만큼 컸다고.”
그래, 포포니 너 아무리 팔을 벌려도 그 크기가 그 크기거든? 그래도 뭔 말인지는 알아들었으니까 애쓰지 마라. 귀엽기만 하니까. 커서 겁난다는 의미 전달은 하나도 안 되거든? 그리고 귀엽다는 이유로 등급이 높을 수 없다고 하는 거 말 안 되는 거 알지?
“헤, 헤헤헤.”
저도 말을 해 놓고는 무안한 모양인지 내 팔을 붙들고 등 뒤로 숨어서 등에 얼굴을 묻으면서 어색한 웃음을 날린다.
어이구 우리 마눌, 어째 점점 귀여워지는 것 같네. 코알람인지 뭔지 보다 우리 마눌이 몇 만 배는 더 귀엽고 사랑스럽지 아무렴.
길을 따가 가는 것이지만 간혹 몬스터가 나타난다.
그럼 포포니와 나는 곧바로 달려들어 샤샤샥 썰어 낸다.
커다란 칼이 셋이다. 파란색 등급의 몬스터도 그냥 막 썰려 나간다. 그것도 아니면 한꺼번에 칼 세 개가 꽂힌 칼집이 되어서 쓰러진다.
큰 놈은 좀 썰다가 칼집으로 만들고 작은 놈은 그냥 달려들어서 칼집으로 삼는다. 그래봐야 마음에 안 드는 칼집이라서 금방 뽑아내지만.
아, 우리가 들고 있는 칼이 모두 한 가지 몬스터에게서 얻은 몬스터 물품인 거는 기억하나? 그런데 이 칼이 무슨 능력이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았지?
이 칼은 에테르나 오러 같은 기운을 불어 넣으면 에너지 파동으로 막 끓어, 그러니까 칼에 닿은 액체를 증발 시킨다고. 뜨거워서가 아니라 칼이 기운을 그렇게 운용을 해.
전에 쉬엥이란 놈 찌르고 나서 내가 칼에 묻은 피 닦았던 거 기억해? 그건 내가 그 놈 안 죽이려고 칼에 기운을 싣지 않아서 그런 거야. 생각해 보니까 우리 마눌이 그거 보고 딱 감을 잡았던 거였어. 그거 아님 잠깐 속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말이지.
아무튼 그렇게 칼의 표면이 끓어오르는 능력이 별로 소용이 없을 것 같은데 아주 효과가 좋아. 몬스터 상처가 훨씬 더 커지고 또 회복도 잘 안 되게 만드는 부수 효과가 있거든. 그건 장기간 싸워야 하는 경우, 즉 높은 등급의 몬스터 사냥에선 아주 유용하지.
그런 놈들은 싸우는 중에도 상처가 조금씩 회복이 되는데 우리 칼로 썰어 놓으면 회복이 안 되거나 혹은 느리게 되거든. 한 마디로 몬스터 잡기가 그만큼 편해진다는 말이지. 아주 쓸 만 해.
여기다가 스티커까지 붙이면 그야말로 최고지. 전에 우리 마눌이 그게 예쁘다고 스티커 가지고 놀다가 타샤님께 꿀밤 맞고 그랬는데 사실 엄청나게 멋지다니까? 죽여준다고.
그래서 내가 틈틈이 연구하고 있는 것이 있어. 반영구적으로 스티커 능력을 부여하는 거. 그걸 연구하고 있지.
이미 우리 방어구에는 적용이 되어 있는데 무기에도 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되거든.
이건 티 안나게 숨기면 안 되는 거잖아. 티가 나야 멋이 있지. 티 안 나게 하면 멋이 안 나잖아.
그래서 티 안 나게 티 나게 하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중이지. 말이 어렵다고? 어렵기는 뭐가 어려워? 마법진 쓴 거는 안 들키고 일렁일렁 빛이 휘감기는 효과는 드러나게 해야 한다는 그런 말이지. 고민 중에 있어. 뭐 지금도 아쉬운 대로 스티커 쓰면 되긴 하니까 괜찮아.
그런데 우릴 구경하는 놈들은 뭘까? 지들 사냥이나 하지 우리 부부가 사냥하는 걸 멀리서 지켜보는 년놈들이 하나씩 늘어나더니 이전 우르르 몰려서 따라오고 있다.
참 할 일도 없는 사람들이지. 시간 아깝지 않나?
아닌가? 내 입장이라도 남녀 둘이서 파란색 몬스터를 썰고 다니면 누군가 궁금하고 또 가까이 보고 싶고 말이라도 건네서 가까워지고 싶고 그랬을까?
음, 다른 거는 몰라도 궁금하긴 했겠다.
솔직히 궁금한 거 이상 넘어가서 말 걸고 또 가까이 사귀고 싶고 그런 거는 좀 아니지. 꼭 뭔가 맛난 음식에 꼬이는 파리가 되는 것 같아서 절대 사양하고 싶은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