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79
화
“그거 이상하네? 난 포포니의 그 갈기에 딱하고 필이 꽂혔는데?”
“웅, 남편이 내 머리 쓰담쓰담 해 주면서 갈기까지 쓸어 주는데 나 그 때, 정말 감동했잖아. 마음 먹고 옷까지 챙겨 입고 나와도 반응이 없더니 갑자기 등갈기를 쓸어 주니까 너무 좋아서 부르르 떨고 그랬잖아. 나. 남편 모르지만 나 그때 너무 좋아서 약간 흘리고 그랬다? 옷이 워낙 그래서 혹시 남편이 알까봐서 조마조마 했는데 그래도 너무 좋더라. 히히.”
그랬나? 하긴 그 때로 포포니는 내가 쓰다듬어 주는 걸 무척 좋아하긴 했지.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 서로 닦아 주면 되지 뭐. 그리고 저녁 먹으면서 확실하게 알아보자. 거기 그 목욕실이 개인실로 되어 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쓰는지는 모르잖아.”
“앙, 알았어. 그래, 그러자 남폄.”
그래서 우리는 간단하게 옷을 갈아입…기 전에 홀딱 벗고 서로의 몸을 수건으로 닦아 주는 아주 건전한 시간을 가졌다.
아우, 밥 먹는 거만 아니었으면 그냥! 밖으로 나갈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지. 그냥 천막으로 식사를 가져다 달라고 하려다가 그래도 이곳 사람들의 분위기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포포니와 함께 식당 천막으로 향했다.
식당 안은 사람들로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기이하게도 개별 식탁은 몇 개 보이지 않고 크고 길게 생긴 식탁이 줄지어 있는 구조였다.
“어섭셔. 이리로 오십시오. 처음 오시는 분이십니까? 아까 사장님과는 잘 아시는 분이신 것 같으신데 여기선 처음 뵙는 것 같아서요. 맞습니까?”
“그래요. 제5 임시 거점에는 처음이지요.”
난 종업원의 질문에 선선이 답을 해 줬다. 예전 같으면 점원에게 반말로 틱틱 주문을 하고 그랬을 텐데 이젠 그것도 쉽지 않다.
사회적인 지위라는 것이 생기는 모양인지 행동을 조심하게 되는 거다.
솔직히 여관 종업원에게 반말을 해야 할 이유가 어딨단 말인가? 아니 어떤 이에게도 그렇다. 반말이란 들을 놈에게 하면 되는 거다. 그건 때에 따라서 결정되는 사람에 대한 가치 판단에 뒤따르는 옵션 같은 거다.
대우를 해 주고 싶지 않은 놈에겐 반말을 던지는 거고 그렇지 않다면 존중을 해 주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요즘 하게 된 거다.
그리고 또 반말은 친한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까움의 표현이기도 하다. 내가 포포니에게 존대를 하면 엄청 이상할 것 같고, 포포니가 내게 존대를 해도 이상할 것 같다.
어쨌거나 이런 변화도 내가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반증 같아서 기분 좋은 일로 받아 들이는 중이다.
“그럼 합석으로 하시겠습니까? 아무래도 처음 오시는 분들은 합석을 하셔서 다른 분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시는데 말입니다.”
“우선은 따로 앉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데요? 우리 부부가 아무래도 조금 주목을 받는 사람이라서 따로 우리끼리 있으면서 분위기 파악을 좀 하고 싶군요.”
“아, 그러십니까? 그럼 없어도 자리를 만들어야지요. 그래서 이렇게 뒤통수가 근지러운 거군요? 다들 내가 누가 있는 자리로 두 분을 안내하는지 궁금해서들 그러는 모양이네요. 하하하. 이리로, 자 이리로.”
점원은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것 같은데 능력자 헌터였다. 마스터는 되지 못한 듯이 보이지만 거의 근접한 듯, 지난 수련을 하기 전의 나와 비슷할 정도의 실력자다.
하긴 여기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제5 데블 플레인이니 이런 실력자가 점원을 하고 있어도 이상할 것은 없겠지.
“자, 여기 앉으십시오. 아주 좋은 자리지요. 다른 사람들을 살피기도 좋으면서 또 그들의 시선을 피하기도 그만인 자립니다. 하하하.”
“고맙습니다. 그럼 식사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여긴 상황이 이래서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만….”
“그럼 알아서 추천해서 가져다주십시오. 아는 것이 많은 분이 주문을 해 주시는 것이 좋겠지요. 우리 부부는 가리는 것이 없으니 어떤 음식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아하, 그러시면 제가 주방장 추천 요리로 가지고 오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점원은 끝까지 싹싹한 인사를 잊지 않고 갔다.
나중에 계산을 할 때라도 점원에게 두둑한 팁을 줘야하나 고민을 하게 만들 정도다.
“남편 확실히 여긴 실력있는 헌터들이 많은 것 같다. 저기 저 사람은 나보다 더 강한 것 같다.”
포포니가 불쑥 한 곳을 가리키며 말한다.
나는 급히 포포니의 손을 잡았다.
“포포니. 이런 곳에서 사람을 손가락질 하는 건 좋지 않아. 오해할 수도 있거든. 특히 실력이 있는 사람들은 그런 걸 싫어하지. 포포니도 누가 멀리서 손가락질 하면서 이야기 하면 기분 나쁘잖아.”
나는 마침 우리를 보고 있는 그 남자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결례를 사과했다. 그리고 그 사내도 그걸 받아들이겠다는 표현으로 씨익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후아, 우리 마눌 때문에 계획에도 없던 여관 식당 격투 씬을 찍을 뻔 했다. 후아 놀래라.
“그래 저 아저씨가 그렇게 강해보여?”
“응. 나보다 강해. 그리고 다른 테이블에 있는 사람 중에도 세 명 정도 더 있어.”
워워워. 여기도 상당하네. 포포니 정도 되는 실력자가 넷이나 있어? 뭐 포포니가 자기보다 강할 것 같다고 했지만 그거야 붙어 봐야 아는 일이지.
우리는 새끼 점원이 가져다 준 음료를 홀짝 거리면서 사람들을 구경했다.
대놓고 몸을 돌려서 홀을 살피는 우리에게 뭐라고 하는 이는 없었다. 우리처럼 그렇게 다른 이들을 살피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보아하니 중앙의 긴 테이블에는 서로 어울려서 정보를 교환하고 또 아는 사람과 주변 상황에 대해서 떠드는 열린 토론장 같은 분위기다.
그것이 각각 넷에서 다섯 정도의 무리를 이루고 있고, 외곽에는 소수의 사람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사람들을 살피거나 하는 모습이다.
“어머, 또 뵙네요?”
그 때에 지나가는 여잔 줄 알았던 이가 말을 걸어 왔다.
낮에 우리에게 접근했던 그 화원의 여자다.
“그렇군요. 또 뵙네요. 그런데 좀 비켜주시겠습니까? 시야를 가리네요.”
이건 뭐 그냥 가라는 소린 거 알지?
“오호홋. 제가 부담이 되시나 봐요? 전 그냥 셜린 씨의 안부나 전할까 하고 왔는데 말이죠. 아시죠 셜린.”
이거 설마 나한테 협박하는 걸까? 난 네가 지난날 셜린과 한 일을 알고 있다 뭐 그런 거?
“셜린, 알지요. 같은 화원에 속해 있는 모양인데 셜린 씨는 잘 지내나 모르겠습니다. 조금 있으면 여기 식당으로 올 것 같은데 그 때에 함께 오셔서 인사나 나누도록 하시지요. 이곳에서 활동을 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렇지 않아도 궁금하던 중입니다.”
그러니까 셜린 오면 데리고 다시 오던지, 지금은 꺼.져.줄.래?
여자는 내 눈빛이 사나워지는 것을 느꼈는지 더는 말을 붙이지 않고 나중에 셜린과 함께 오겠단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남편 셜린이 누구야? 여자 이름인데? 아까 사장 아저씨도 그 사람 이름을 이야기하는 것 같던데?”
“으음. 전에 제3 임시 거점에서 렘리, 게리, 마토하고 셜린이라는 여자의 파티원 여섯 하고 함께 사냥을 했던 때가 있었어. 그 때에 어울렸던 인연을 아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이야기를 하는 거야. 사장도 여기에 셜린이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아무래도 내가 이젠 포포니 남편이니까 포포니 앞에서 다른 여자 이야길 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던지 그냥 언질만 주고 갔지.”
“우웅. 그렇구나. 그래서 그 여자랑 잤지?”
“으응?”
“솔직히 말해 남펴언. 얼른!”
“아니야. 절대 아니야. 그런 적 없어. 난 오직 포포니 뿐이야. 정말이야.”
그래 죽어도 아니라고 해야 한다고 그랬다. 과거 역사에서도 절대 솔직히 말하라거나 혹은 이해해 준다는 말에 속지 말라고 했다.
그랬어도 아니고, 아니었어도 아니다. 무조건 아니라고 해야 한다. 그게 진리다.
“흐응? 아닌 것 같은데?”
“믿어. 포포니 절대로 아니야. 믿어! 난 포포니 뿐이야.”
“흐응? 뭐가 아닐까나? 우리 세이커 오랜만이네? 이 누나가 보고 싶지 않았어?”
그 때, 등 뒤에서 내 어깨에 턱을 고이며 귀에 속삭이는 이 익숙한 느낌은? 셔 셜린?
“으응?”
나는 후다닥 일어나서 포포니 곁으로 가서 섰다. 그리고 확인하니 역시 셜린이다. 셜린 곁에는 아까 그 여자와 미셀이 함께 있다. 그 외에도 몇 명의 남자들과 여자가 있는데 수가 열은 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