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81
화
피해가 큰 것이 아니라 죽겠지.
동물형이고 하마와 코뿔소와 코끼리의 합성처럼 생긴 몬스터. 코는 짧지만 상아가 있고, 코뿔이 있고, 갑옷 같은 피부가 있으며 하마처럼 입을 크게 벌릴 수도 있는 몬스터.
그런데 크다. 커도 너무 크다. 앞발에서부터 어깨까지가 10미터 가까이 되고 머리부터 엉덩이까지가 25미터에서 30미터는 되는 초대형 몬스터다. 생긴 대로 물리 공격이 주된 공격이지만 간혹 입에서 에너지 덩어리를 뱉어 내는 원거리 공격도 한다. 상아를 휘두르거나 찌르거나 하는 것이 주된 공격 수단이고, 좀 과격해지면 고개를 약간 숙이는데 이 순간이 몸통 박치기 순간이다. 준비하고 놈이 움직이는 순간 몸을 띄워서 충격을 줄여야 한단다. 그 순간에 굉음이 나는데 그건 녀석이 몸통 박치기를 하는 순간에 음속을 돌파하기 때문이라나 뭐라나. 아무튼 대단한 놈이다. 그래서 그 순간에 옆으로 피하는 것은 더 위험하다. 그 충격파가 이상하게 옆으로 몰려서 퍼지는데 거기 휘말리면 몸이 갈가리 찢어진단다.
그래서 놈을 사냥할 때에 가장 위험한 장소가 목을 정면으로 보게 되는 자리. 즉 놈의 측면에서도 머리와 목이 있는 부분이라는 거다.
충격파에 맞으면 최소 중상이고 대부분 사망이라니 당연한 거다.
나는 포포니와 함께 그런 정보를 교환하면서 툴틱의 안내에 따라서 놈들이 나온다는 사냥터로 향했다.
딱 봐도 덩치가 있으니 발견을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넓은 들판에 작은 언덕들이 드문드문 있는 지형이다. 나무들도 그리 크지 않아서 관목 수준이고 풀들은 제법 무성하지만 그것이 헌터들 무릎 정도 높이라서 몸을 가려 줄 정도는 아니다.
그런 곳에 헌터들이 그레이트 혹은 그레이트 아이보리라고 줄여 부르는 그레이트 아이보리 라이너가 있다.
그 놈을 헌터들이 부르는 공식적인 이름이 그거란다. 그레이트 아이보리 라이너. 따지지 말자. 헌터들이 붙인 이름이다.
아, 또 만났다. 이러면 이건 악연이건 뭐건 있는 거지?
이번엔 우리가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간 거니까 누굴 탓할 일도 아니네.
어제 두 번이나 마주치고 결국 셜린과 함께 술자리까지 했던 여자가 우릴 발견하고 손을 흔드는 바람에 결국 그녀가 속한 파티원들과 인사를 하게 되었다.
어제 낮에 봤던 사람들이 아니고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는데 하나같이 꽃이 있는 여자들과 벌이나 나비를 달고 있는 남자들의 모임이다.
즉 화원에 속한 이들만으로 이루어진 사냥팀이라고 할까?
“또 뵙네요. 이렇게 세 번이나 뵙게 되다니 확실히 우리 사이에 뭔가 있는 거 같죠?”
여자가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데 나는 별로 반갑지 않았다.
이상하게 이 여자는 느낌이 좋지 않다.
“그레이트를 구경 오신 거라면 저희와 함께 가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두 분이 다니기엔 조금 위험할 수도 있는데 말이죠.”
벌을 달고 있는 녀석이 리더인지 그런 제안을 해 왔다.
하지만 우린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아니 난 절대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냥 거절하고 자리를 떴다.
그런데 우리가 멀리 가기도 전에 그 쪽 파티가 있는 곳으로 그레이트가 쿵쿵 거리며 달려왔고 곧 사냥이 시작되었다.
나와 포포니는 마침 잘 되었다는 생각에 조금 떨어진 언덕에 올라가서 그걸 구경하고 있었다.
“우와 박력 있다. 정말 대단해. 거기다가 저 헌터들은 더 해. 마치 한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딱딱 맞아.”
“뭐해?”
“응, 아이보리 처음 이니까 영상으로 남겨 둘래. 저 사람들도 아주 잘 싸우고 있으니까 멋진 영상이 될 거야.”
“하긴 이렇게 좋은 자리에서 구경하는 것도 쉽지는 않지. 잘 나오면 툴틱에 올려서 오늘의 영상이나 이달의 영상 같은 거 노려보자. 포포니.”
“응응. 그래. 그래.”
포포니가 좋다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저기 저거!”
포포니가 가리킨 쪽에는 새로운 그레이트 아이보리 라이너가 달려오고 있었다.
방향이 저러면 지금 사냥하는 곳에 난입하게 된다.
어쩌지?
“남편 가자!”
포포니가 쌍칼을 들고 준비를 마쳤다.
아 쌍, 이렇게 준비도 없이 싸우긴 싫었는데 말이지.
“가자. 저기 앞에서 막아야 그나마 막을 수 있을 거야. 서두르자.”
하기로 했으면 서둘러야 한다.
우리는 언덕에서 최대한의 속도로 뛰어서 새로 달려오는 아이보리 녀석의 진로를 막아섰다.
저 쪽에서도 새로 나타난 그레이트 아이보리를 인식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가 나서서 아이보리를 막아서는 것을 본 듯 위태하게 흔들리던 진형이 안정을 찾는 것 같다.
그나저나 이건 뭐 산이네 산이야. 가까이서 보니까 엄청나네.
“이야아앗!!”
포포니가 쌍칼에 가득 기운을 싣고 아이보리 녀석을 향해 몸을 던진다. 나도 지지 않고 이미 디버프를 놈의 몸에 밀어 넣는 중이다.
제법 빠르게 달려오던 녀석을 멈추기 위해서 포포니가 무리해서 달려든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에 이놈과 저 뒤에 있는 놈이 가까이 있게 되면 그건 재앙이 된다.
놈들은 자신의 충격파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헌터들은 끔찍할 정도로 영향을 받는다. 두 놈이 번갈아 몸통 박치기를 하기라도 하면 그건 정말 상상하기 싫다. 앞쪽에 있는 사람들은 몰라도 옆에 있던 이들은 많이 상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이런 괴물들을 나란히 줄 세울 수도 없지 않은가. 애초에 그게 가능하지도 않다. 이런 덩치를 입맛에 맞게 조율하는 건 우리로선 불가능이다.
“포포니 머리를 돌려. 다른 곳으로 천천히 끌고 간다. 저 사람들에게서 멀어져야 해!”
나는 포포니에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다.
그래도 몬스터를 끌고 다른 곳으로 비켜 설 수는 있다.
나도 이젠 칼질로 도움을 줄 수 있으니 뒤에만 서 있을 까닭이 없는 거다. 곧바로 포포니 곁에서 칼질을 시작한다.
카강! 카강!
“포포니 여유 봐서 칼에 스티커 써!”
“우웅. 남편은?”
“포포니 준비 되면 그 때에.”
“알았어 남편.”
우리는 천천히 공략을 하기로 하고 그레이트 아이보리를 끌고 아까 우리가 있었던 언덕 위로 올라갔다.
뒷걸음질을 치면서 상아 공격을 막고 벌린 입에서 나온 에너지 덩어리는 피하면서 조금씩 움직여서 드디어 언덕 위에까지 올랐다.
그리고 이제 한 숨을 쉬고 적극적으로 놈을 공략하려는데 다른 쪽에서 사냥하던 이들이 그들의 몬스터와 함께 우리가 있는 언덕 쪽으로 이동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뭐야? 저 사람들? 왜 이리로 오는 거야?”
“설마 충격파 공격도 모르는 건 아니겠지?”
“그렇기야 하겠어? 사람이 몇인데 그걸 모를까.”
우린 몬스터를 상대하면서도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나 판단이 어려웠다.
“저리로 가! 두 몬스터가 함께 있으면 안 된단 말이야. 저리가!”
내가 고함을 질렀지만 저들은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듯이 여전히 언덕을 향해서 오고 있다.
“저런 병신들이, 도대체 왜 저러는 거지?”
“남편, 설마 충격파로 다른 그레이트를 쓰러뜨린다는 뭐 그런 계획은 아니겠지?”
나는 포포니의 말을 듣고 그게 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저 놈 들이 충격파가 같은 몬스터인 그레이트에게 효과가 없다는 걸 아는 놈이 없다면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사람 수가 많으니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말이다.
“포포니, 좀 더 빠르게 멀리 떨어져야겠다. 아무래도 저것들 여기까지 기어코 올 생각인 모양이야. 만약 우리가 저 멀리까지 갔는데, 그런데도 계속 따라오면 이놈을 버리고 우리끼리만 도망간다. 알았지?”
“하지만 저 사람들은?”
“우리가 죽게 생겼는데 어쩌겠어. 그냥 자기들끼리 알아서 할 것 같이 보이면 우리도 이거 잡는 거고 계속 저들이 우릴 위험하게 만들면 어쩔 수 없지 뭐.”
“알았어. 남편.”
포포니도 결국 내 생각을 받아 준다. 누가 뭐래도 내 가족이 우선인 건 어쩔 수 없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