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83
화
“이거 한 대 뿐인데요. 이건 여기 이놈을 싣기 위해 만들어진 거거든요. 그래서 여기밖에 쓸 데가 없으니까 가까운 곳에 짱박혀 있다가 연락 오면 바로 출동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거 신기하네요? 머리는 반쯤 날아가고 참 자세도 곱게 앉아서 죽었네요. 완전 한 방에 즉사로군요. 그래도 상아도 다치지 않았고, 머리 빼곤 깨끗하네요. 값이 좀 나가겠어요. 계산해서 나중에 입금해 드릴게요. 그런데 이거 코어 확인 못하셨겠네요? 그건 저희가 해 드리죠.”
혼자서 그렇게 주절주절 떠들더니 전차에서 내린 다른 직원들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더니 결국 아이보리를 묶어서 전차로 끌어 올리는데 성공을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코어를 찾아보지만 성과가 없다.
“아쉽네요. 코어는 없어요. 그래도 저 사체가 엄청 비싸니까 기대하세요. 뭐 가격이야 대충 아시겠지만요. 그럼 우린 바빠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그가 인사를 하고 떠나려는데 언덕 위에서 사냥을 했던 이들이 우르르 몰려 내려왔다.
그리고 다짜고짜 내게 소리를 지른다.
“당신 뭐야? 응? 사냥을 하려면 곱게 하지 왜 남 사냥하는데 얼쩡거리며 불안하게 하는 거야?”
어엉? 이건 또 무슨 개수작이냐?
나는 그게 뭔 소리냐는 표정으로 그들을 봤고, 전차에 타려던 이들도 무슨 일인가 하고 모여든다.
“아니, 우리가 사냥을 하고 있는데 이 사람들이 그레이트를 끌고 우리에게 오지 뭐예요. 그래서 부랴부랴 피하고 그러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하마터면 우리 파티 전멸할 뻔 했어요.”
그 여자다. 내 신경을 건드리던 바로 그 여자.
“음, 그건 문제네요. 의도적으로 다른 파티의 사냥을 방해한 거 아닌가요?”
수거팀의 누군가가 그렇게 말하자 저 쪽에선 아주 신이 났다.
“그러니까 하는 말이죠. 저 사람이 그랬잖아요. 이곳은 데블 플레인이다. 일이 잘 끝났다고 그 전에 한 잘못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뭐 이러면서 얼마나 잘난 척을 했어요? 그런데 오늘 하는 짓을 보니까 아주 쓰레기 같은 년놈이에요.”
어어, 우리, 이거 완전히 가만히 앉아서 병신 되고 있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팔짱을 끼고 그들을 바라보며 더 해 보란 눈빛을 보냈다.
“도대체 그레이트를 끌고 우리 쪽으론 왜 왔어요? 그레이트가 처음이라서 충격파가 같은 그레이트 들에겐 안 통하는 것도 모르고 혹시 그걸 이용해서 좀 쉽게 잡아보잔 생각으로 온 거였나요? 뭐 그런 실수라면 이해는 해 줄 수 있지만 그래도 사과는 받아야겠어요. 사과하세요.”
허어, 이걸 적반하장이라고 하지.
그래 저것들이 지금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는 알겠는데 도대체 왜 이러는지는 알 수가 없네.
사과 따위를 받아서 어디에 쓰겠다는 거지?
수거팀을 증인으로 세웠으니 대대적인 홍보라도 하려나? 그래서 내 얼굴에 먹칠을 한다고 저들이 좋을 것이 뭐가 있지?
“사과라….”
난 나직한 목소리로 그렇게 운을 뗏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몰린다.
“포포니, 그거 오늘의 영상 찍던 거 아직이지?”
“응? 아, 맞다. 이거 아직 안 껐다. 아이참.”
“그거 지우진 말고, 아까 그 장면부터 재생 좀 해 봐. 화면 크게 키우고 소리도 크게 해서.”
화면과 소리가 커지면 에너지를 많이 먹는다. 더구나 우리 부부가 사용하는 툴틱은 생체 에너지를 쓰는 거다. 하지만 우리 정도 경지가 되면 그런 정도는 부담도 되지 않는다.
포포니가 툴틱을 몇 번 건드리더니 겨우 화면과 소리를 키워서 입체 영상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우와 박력있다. 정말 대단해. 거기다가 저 헌터들은 더 해. 마치 한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딱딱 맞아.”
이 말을 하는 포포니로 부터 시작하는 영상이다.
우리가 이 달의 영상이 어쩌고 하며 즐겁게 떠드는 장면에 이어서 다른 아이보리의 질주가 화면에 잡힌다. 그리고 곧바로 달려가는 포포니, 거기에 가세하는 내가 있다.
“저기 저거!”
“남편 가자!”
“가자. 저기 앞에서 막아야 그나마 막을 수 있을 거야. 서두르자.”
이후에 우리가 아이보리를 끌고 저들과 거리를 벌리려는 행동들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저들이 우리가 있는 쪽으로 아리보리를 끌고 오는 장면도 나온다.
“뭐야? 저 사람들? 왜 이리로 오는 거야?”
“설마 충격파 공격도 모르는 건 아니겠지?”
“그렇기야 하겠어? 사람이 몇인데 그걸 모를까.”
“저리로 가! 두 몬스터가 함께 있으면 안 된단 말이야. 저리가!”
“저런 병신들이, 도대체 왜 저러는 거지?”
“남편, 설마 충격파로 다른 그레이트를 쓰러뜨린다는 뭐 그런 계획은 아니겠지?”
“포포니, 좀 더 빠르게 멀리 떨어져야겠다. 아무래도 저것들 여기까지 기어코 올 생각인 모양이야. 만약 그런데도 계속 따라오면 이 놈을 버리고 우리끼리만 도망간다. 알았지?”
“남펴언, 시간 좀 끌어 줘!”
“응? 어!”
카강! 카강, 카가강 카각!
“비켜 남푠!” “이야앗!!”
콕!
“아, 힘들다.”
퍼벙!
“이크!”
후두두둑.
“하아, 남편 나 잘했지?”
“응,응. 아주 잘 했어. 멋지다. 우리 마누라.”
등등의 대화가 이어지고 우리가 어떻게 저들에게서 멀어져서 어떤 과정으로 아이보리를 잡았는지가 명확한 영상으로 나온다.
우리 마눌이 아이보리를 콕 찌르는 장면은 압권이다.
입체 영상은 원하는 곳을 입체로 스캔하며 찍는 기술이라서 마눌의 모습이 아주 잘 찍혔다. 멋지다.
영상이 끝났다.
그리고.
츠리릿!
“아악! 무, 무슨?”
“어엌!”
내 칼은 한 치의 어김도 없이 아까부터 신경 쓰이던 여자의 목을 잘랐다.
깜짝 놀란 이들이 반응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내가 포포니에게 소리를 질렀다.
“다 죽여!”
나는 그대로 놈들 사이로 파고 들어가 칼질을 시작했다.
그리고 포포니 역시 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몸을 날렸다.
수거팀만 이도저도 못하고 멍하니 구경을 하는 상황이다.
역시 이놈들도 만만치는 않다. 이런 곳에서 사냥을 하는 놈들이니 어디 쉬운 상댈까? 그것도 아홉이나 남았다.
하지만 나는 어지간한 공격은 몸으로 받으면서 강기가 서린 칼로 놈들을 난도질했다.
역시 방어구는 제 몫을 해 준다. 더구나 포포니는 누가 감히 대적할 수도 없다. 그냥 피하기 바쁘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 목이 갈라지고, 팔 다리가 날아가고, 가슴이 터진다.
그런 중에 나도 갑자기 날아온 에테르 공격에 직격 당했다. 등짝을 그대로 당했는데 다행스럽게 큰 상처는 없다. 등짝의 방어구가 박살나면서 내장된 에테르 방패 마법진이 발동을 한 거다. 방어구는 너덜너덜 해졌지만 상처는 별로 크지 않다.
“크아악!”
그 놈은 곧바로 포포니의 응징을 받아 목에서 허리까지 사선으로 깊은 상처를 입고 쓰러진다.
결국 내가 셋을 해결하는 동안에 포포니가 여섯을 쓰러뜨리고 우리가 승자로 남았다.
“허어, 이거 사건이 크군요. 제5 임시 거점에서 활동하는 헌터 열 명이 순식간에 사라지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전차장인 듯한 아까의 그 사나이가 조금 어두운 표정으로 유감을 표했다.
“그럼 살려 둬야 했습니까? 저들 말대로 이곳은 데블 플레인이고 죽을 짓을 하면 죽습니다.”
나는 차갑게 대꾸했다. 지금 여기서 내가 조금이라도 후회하는 빛을 보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후회도 하지 않는다.
이로서 화원이라는 곳과는 완전히 적이 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싸가지 없는 년 때문에 일정 참 사납네. 포포니 우리 그만 갈까?”
“응. 남편.”
포포니도 마냥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다. 얼굴이 어둡다. 쯧, 사람을 죽였으니 당연하겠지. 그런 경험이 이전에 있었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나하고 있으면서는 처음이다. 상처가 되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것 참. 지랄 같은 날이다.
“가자. 포포니.”
“저기 전차를 타고 가시겠습니까?”
막 출발하려는 우리에게 전차장이 그렇게 권했지만 우린 우리가 죽인 놈들의 시체와 함께 전차를 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사건 현장을 떠나서 천천히 사냥터를 벗어났다.
모든 것이 귀찮아서 은신을 쓰며 이동을 했기 때문에 천막 여관으로 돌아올 때까지 별다른 일은 없었다.
우린 곧바로 그 특별한 천막으로 들어갔고 식사도 안쪽으로 가져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
우린 서로 꼭 껴안고 체온을 나누며 서로를 핥아주는 어린 동물처럼 그렇게 침대에서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