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88
화
참, 연합하니까 생각이 나는데 그 화원에서 내 사건을 두고 회유하고 조작하고 했던 그거, 그 때 청문회에 참석했던 모든 사람들이 조사 대상이 되어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는데, 결론은 몇 명은 강제 해직을 당해서 연합에서 쫓겨났고, 또 몇은 감봉을 당했고, 그 일을 사주했던 화원의 정원사들은 벌금형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벌금은 내기 싫으면 안 내도 되는데 대신에 어떤 거래도 할 수가 없지. 일단 거래 수단인 툴틱에서 벌금을 꺼내가고 그 다음에 수입의 대부분을 징수하는 시스템이라 그냥 툴틱 없이 살자고 마음 먹으면 벌금 안 내고 살 수도 있다더라고. 그냥 원주민들 처럼 살면 그것도 못할 일은 아니다 싶지만 헌터들 중에서 그렇게 살 사람은 없으니 꽤나 오래 벌금을 갚으며 살아야 할 거라고 하더군.
아 벌금의 일부는 내꺼야. 나한테 준다더라고. 나를 대상으로 저지른 범죄에 대한 보상이라나 뭐라나.
그리고 화원은 그 후에 화원주가 탈퇴를 해서 완전히 새로운 단체가 되려는 모양이야.
원래 화원이 세바스찬 그 인간의 빠순이들이 모여서 만들었는데 그 빠들을 보고 또 남자들이 엉키고 그거 보고 또 여자들이 몰리고 뭐 그러다가 그렇게 큰 단체가 되었다는데 세바스찬이 빠지니까 화원의 정원사 대부분이 제 갈 길을 간다고 빠져 버리고, 남은 것은 정말로 친목을 위해서 모였던 사람들만 남아서 그냥저냥 친목 단체로 유지할 생각인 모양이더라고.
아,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내가 그래서 생각을 했다는 거야. 대인전, 그러니까 대 몬스터전이 아니라 대인전에서도 쓸모가 있는 디버프를 만들어야겠다고 말이지.
이게 사실은 형태는 같지만 내용은 전혀 다른 뭔가를 만들어 내는 일이라서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한 가지 힌트는 있거든?
내가 디버프를 쓸 때에 몬스터에 따라서 그 놈들의 특성에 맞춰서 개별 디버프를 쓰면 훨씬 더 강력한 디버프를 쓸 수 있다는 건 이야기를 했었지?
그걸 생각하면 말이지. 개체의 생체 에너지를 파악하면 내가 그 놈의 생체 에너지에 간섭을 하고 무력화시키는 것도 가능하단 결론이 나오지.
사실 디버프는 다 만들어진 줄기에서 세세한 부분으로 내가 발전시킨 건데, 이젠 그 디버프의 끄트머리에서 다른 줄기를 만들어 가야 하는 거야.
그 줄기는 바로 몬스터가 아닌 생물들의 생체 에너지에 디버프와 같은 작용을 하는 에테르 조합을 말하는 거야. 그게 된다면 난 조금 더 강해졌다고 할 수 있겠지.
그래서 내가 요즘 하는 일이 뭐냐고?
지금처럼 사람들 많이 다니는 곳이 앉아서 디버프를 쓰는 거야.
주구장창 디버프를 쓰면서 약간씩 변화를 시키는 거지. 그러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약간이라도 반응이 있는 에테르 조합을 기억하는 거야. 그러면서 대 몬스터 디버프가 아니라 대 생물용 디버프를 만들고 있지.
“어이, 동생아. 여기서 뭐하냐? 매일같이 여기 앉아서 사람구경만 하고 있을 거냐? 그리고 그거 사람들한테 쓰지 마라. 사람들 알면 기분 나빠한다.”
하아, 이 인간은 자기 볼일이나 보지 왜 날 괴롭히나 몰라.
저리 가라. 응, 제발 저리 가. 좀!
내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쳐다보는데 이 세바스찬이란 놈은 싱글싱글 웃으면서 손을 팔랑팔랑 흔든다.
그래 너 잘난 거 알거든? 그거 지금 그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그림 같은 모습이니까 그만하고 사라지지?
“있잖아. 동생아. 그거 지금 새로운 기술 만들려고 그러는 거지. 그거 차라리 연합 기술 상점에서 구하는 것이 어떨까? 거기 보면 좀 비싸긴 하지만 대인 전을 위한 특수 기술들도 있거든?
귀가 번쩍 뜨이는 정보다. 내가 알아본 정보에는 그런 내용은 없었다. 전부 대 몬스터 기술들만 잔뜩 있었는데?
“뭐 아무나 가르쳐 주는 건 아닌데 나 정도 되면 연합에서도 못 막아. 늙은이들 몇 빼곤 날 막을 사람이 없지. 그래서 달라고 하면 줄 거야. 아니면 늙은이들 찾아가서 드러누워서 버둥거려도 주긴 줄 거고. 어때? 형님, 아니 형아 소리 한 번만 하면 내가 가서 얻어 올 수 있는데? 응?”
지랄을 해라. 내가 너한테? 웃기는 소리. 차라리 장인에게 가서 가르쳐 달라고 하고 만다. 아니면 포포니에게 우리 아이 교육 전에 내가 먼저 살아야겠다고 쓸 만한 기술 가진 몬스터 찾아서 그 기술 뺏자고 할 수도 있다. 지금 이러고 있는 건 온전히 내 능력으로 뭔가를 얻으려는 노력인 거다. 멍청아!
세바스찬 그 놈이 미친놈이지만 간혹 도움이 되는 말도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서 이런 말이 그런 경우다.
‘우리 정도 되면 텔론 따위는 의미가 없어. 그렇다고 어디 식민행성에 나가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 그래서 헌터들은 일정 이상 경지에 이르면 그 때부터는 대부분 한 가지 목표를 세워. 가장 많은 이들이 그랜드 마스터를 목표로 삼지. 그것도 아니면 세력을 일으켜서 데블 플레인을 호령해 보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냥 몬스터 잡는 거에 미쳐서 더 강한 몬스터를 찾아서 떠돌기도 해. 뭐 이 경우는 그랜드 마스터가 되고 나서도 하고 있는 짓이지. 그 노친네 아주 강한데 그러고도 아직 최강은 못 된다고 하는 인간이 있지. 아무튼 중요한 건 그거야 이제 동생도 뭔가 목표를 세우고 그거에 매진할 때가 되었다는 거지. 이제부터 진짜 데블 플레인의 삶이 시작되는 거지.’
나는 세바스찬의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을 해 봤다.
그런데 나는 어느 하나로 결정을 하지 못했다.
나는 포포니와 알콩달콩 살고 싶고, 나는 장인 장모에게 떳떳할 만큼 강하고 싶고, 나는 이 행성에 있는 어떤 몬스터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나는 나를 따르는 거대 세력을 일구고 싶다.
아직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꿈이지 그 안에는 일개미 세이커 위아드의 꿈도 들어 있다.
어쨌건 나는 꿈을 하나로 정리하진 못했지만 우선순위는 정했다.
일단 강해지고 난 다음에 보자.
이게 결론이다. 아주 간단하지. 하지만 이게 진리라고 생각한다.
몬스터에게도 강하고 인간에게도 강한 그런 강자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래서 다시는 화원 따위의 단체가 우리를 건들지 못하게 하자. 그게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화원이 우리 부부를 상대로 사기를 치려고 한 것은 단지 그들이 거대 단체이기 때문이다. 우리 때문에 화원 소속의 사람들이 죽었는데 그 이유가 참 꼴불견이다. 그게 소문이 나면 화원으로선 곤란한 입장이고 그러다 보니 결국 사람들을 매수해서 우리를 범죄자로 몰아서 죽은 사람들이 저지른 그 잘못을 숨겨 보려고 한 거다.
그 때문에 우리 부부가 어떤 꼴이 될 것인지는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자신들이 속한 단체의 안녕과 이익을 위해서 우릴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 것일 테니까. 거기다가 자기 가족이 죽었으니 그에 대한 보복을 하겠다는 생각 역시 포함되어 있었을 테고.
이게 전부 우리 부부가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리는 하나인 거다. 힘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포포니와 함께 데블 플레인의 강자들이 모두 모여 있다는 최전방 지역 제6 임시 거점 도시로 가 보기로 했다.
일단 가서 보자, 최고의 몬스터라고 하는 보라색 등급의 몬스터를 구경이라도 해 보고, 그걸 상대로 팽팽하게 맞선다는 최강 헌터들의 모습도 보고 오자.
그렇게 결심하고 나는 포포니와 함께 배낭을 꾸려서 길을 나섰지.
포포니와 오랜만에 오붓한 여행길. 이게 내가 바란 거였어. 하지만 내겐 거머리 하나가 붙어 있고, 그 거머리는 또 몇 명의 부하들이 붙어 있지.
그러니 애초에 오붓한 여행은 어려웠던 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