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99
화
던전의 중간 홀이 나올 때까지는 인간형 몬스터가 나왔는데 이름을 붙이자면 인간곤충형 몬스터라고 할까? 무당벌레처럼 둥글고 딱딱한 등딱지를 가지고 있는 놈도 있고, 바퀴처럼 생기 놈도 있고, 풍텡이 처럼 생긴 것도 있었는데 모두 새로 보는 것들이라 관찰하는 재미가 솔솔한 던전이었다.
사실 둘이서 그런 놈들을 너덧 마리씩 몰아 놓고 잡아도 별로 힘들지 않은 상태였으니 그냥 놀이 삼아서 던전을 돌파했다는 말이 맞을 거다.
그런데 문제는 중간 홀을 지나고 나온 몬스터들이었다.
그것들 때문에 내가 포포니에게 지금도 가끔 구박을 받는 거다.
거기서 나온 몬스터 역시 인간형 몬스터였다. 머리가 새머리란 것만 빼면 완벽한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그것들이 옷이 참 빈약하다는, 아니 없다는 것이 문제고, 남성체는 없고 모두 여성체만 있다는 것도 문제였다.
생각을 해 봐라. 포포니보다 약간 못하지만 정말 쭉빵이란 말이 어울리는 여자의 알몸이… 아니 정말로 딱 봐도 탱글탱글이란 말이 딱 떠오르는 여자의 알몸이 홀딱 벗은 몸이 막 덤비는데 우와, 나 정말 미치는 줄 알았잖아.
거기다가 그것들 약간의 정신 능력으로 정신을 흐리게 만들고 성적 충동에 빠지게 만드는 그런 것도 할 줄 아는 모양이더라고.
그래서 포포니가 그러는 거지. 꿋꿋하기도 했지만 우람하기도 했다고 말이지. 나 정말로 꿋꿋하게 정신을 잃지 않고 버텼거든? 디버프도 한 번도 안 끊겼고? 다만 내 가운데가 정말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성을 바짝 내고 있었던 거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아무튼 포포니 그 때에 아주 완전히 뿔이 나서 그것들 보이는 족족 썰어 버렸는데 내 디버프가 필요가 없을 정도였지.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서늘해. 포포니 얼굴에 냉기가 철철 흘렀어.
던전 코어? 그거 파란색 등급? 해봐야 일반 몬스어츼 남색 등급 상급 정도 되는 거?
디버프만 쓰고 그 몬스터 코어를 공략하는 기술은 쓰지도 않고 조심해서 잡았어. 혹시라도 코어의 질이 떨어질까 조심해서 포포니도 몬스터 패턴은 건들지 않고 칼질을 해서 잡았지.
응? 그, 그거? 아니야. 포포니 보다 못했어. 굉장한 여자였지만 황금색 독수리 머리를 지니고 있는 멋들어진 여자였지만 그래도 포포니가 더 나아. 그리고 그거 몬스터잖아. 그래서 결국 잡힌 거지. 아주 솔직히 말하면 그런 몬스터는 그냥 던전에 살게 하고 보호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조금 했어.
그것들이 던전 밖으로 나오는 것도 아닌데 굳이 잡아 죽일 이유가 있나 싶었던 거지. 하지만 차마 포포니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잖아?
남자가 다 그런 거지. 내가 장담하는데 남자들끼리 그 던전 발견했으면 그거 두고두고 보호했을 거야. 어쩌면 알음알음으로 던전 투어 입장권 같은 거 팔면서 장사를 해도 아주 성업을 했을 걸?
이야 이거 괜찮은 사업 아이템이다. 던전을 장악해서 그걸로 지속적인 사냥 사업을 하는 거야. 코어를 유지하면서 젠되는 몬스터만 잡는 거지.
던전에서 일반 코어 백 개만 뽑아도 던전 코어 습득하는 것만큼의 이익은 나오잖아? 그 뒤로는 계속 이익인 거고. 괜찮은데? 왜 사람들이 그걸 안 하는 거지?
아, 툴틱에 보니까 그렇게 활용하는 던전도 있구나? 연합에서 관리하고 코어는 절대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그런 던전도 있네? 제5 거점 도시에는 없는 거지만.
아, 아니야. 지금 말 돌리고 있는 거 아니야. 그리고 자꾸 그 던전 이야기 하면 좋을 거 없어. 지금도 있는 거면 몰라도 어차피 없어진 던전 아쉬워 하다가 걸리면 좋을 게 뭐가 있겠어? 그냥 잊는 것이 최선이야. 그게 최선이지. 아, 남자들의 로망이 실현되는 공간이었는데. 쩝.
“뭐해? 또 그 생각하고 있어?”
“아니야. 여기 봐봐. 다른 곳에선 던전을 일부러 유지하면서 젠되는 몬스터들을 잡아서 코어를 얻고 그러나 봐. 연합에서 관리하고 있다네? 그거 보고 있던 거였어.”
딴 생각 한 거 아니거든?
“그래서 그 던전 다시 나타나면 이번에는 관리라도 하려고? 왜 아쉬워 그냥 없앤 게?”
허어, 이런 때엔 평소의 포포니가 아니야. 무서워. 게다가 날카롭기까지. 어떻게 알았지?
“무슨 소리를 절대 아니지. 내가 어딜 봐서 그런 생각을 하게 생겼어? 난 포포니만 있으면 되는 사람이야. 절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아. 알잖아. 내게는 포포니 뿐인 거.”
“웅. 알아. 아는데 그래도 그 던전 생각을 하면 자꾸 화가 나. 감히 그것들이 내 남편한테 그런 꼴을 하고 덤비다니 말이야. 흥 용서 못해!”
그래 그래. 하지만 포포니 이미 용서할 단계는 지났단다. 다 쓸어버리고 던전까지 무너뜨렸잖니.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언제 다시 그 던전이 생겼다는 소리만 들려 봐. 내가 곧바로 달려가서 박살을 내고 말 거야.”
그래. 포포니 네 결심이 그렇다면 누가 말리겠냐. 음 세바스찬을 부르면 말릴 수 있을까?
알프레가 알게 되면 어떻게든 보호하려고 들지 않을까? 아닌가 그것들 은근히 여자보다 남자 좋아하는 것들이던가? 화원에 부쩍 로즈랑 백합이랑 달고 다니는 것들이 늘었다던데, 설마 세바스찬 다시 그리 들어가는 것은 아니겠지? 아, 그것도 자기 인생이다. 내가 관계할 일이 아니지. 나한테 권하지만 않으면야 무슨 상관일까.
“자. 진정해 포포니. 별것도 아닌 일로 흥분하지 말고. 내가 이번에 여기서 잠시 쉬는 동안에 전에 타샤님께서 주신 화이트 코어랑, 이번에 얻은 화이트 코어 가지고 뭘 좀 만들어 봐야겠어. 기대해 봐. 아주 괜찮은 것이 만들어 질 것 같으니까 말이야.”
“웅? 남편 또 뭐 만들 거야? 가방 같은 거? 아니면 갑옷 같은 거?”
대번에 포포니가 평소의 포포니로 돌아왔다. 다행이다. 그래 이런 포포니가 제일 귀엽고 사랑스럽지. 뭐 질투하는 포포니도 가끔은 매력이 있어서 조금 놀리는 마음으로 그 던전 이야기를 꺼내는 때도 있긴 하지만 말이지.
사실 오늘 밤에도 평소 보다 더 뜨거울 것 같아서 기대를 하는 중이지. 그 던전 이야기 나온 날 밤은 확실히 포포니가 더 열정적이거든. 후후훗. 가끔 있는 자극은 좋은 거야. 암.
또, 또, 딴 생각이다. 정신 차리고.
“으음. 불편한 가방을 대신할 뭐 그런 거? 우리 포포니가 가방 들고 다니느라 불편한 거 같아서 아예 가방이 필요 없는 창고를 만들어서 가지고 다닐까 하는 거지. 어때?”
“우와, 남편 그것도 만들 줄 알아? 그런데 왜 지금까진 안 만들었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물어보는 포포니의 표정이 꽉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 아우 이걸 그냥.
“얍얍, 남편 이상한 표정! 물러가랏!”
어쭈 이젠 반항까지? 에라 그냥 확 덮쳐? 응? 아하, 그래도 할 때는 해야 하는데, 응? 그거 말고 일. 일을 할 때는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야. 오해하지 말고 들어!
“아니 안 만든 것이 아니라 재료가 없어서 못 만들었지. 그 가방도 겨우 만들었고, 방어구에 마법진도 겨우겨우 만들었던 거였어. 그런데 이번에 허틀러가 새로 재료를 보내 줬거든? 근데 그 중에서 내가 원하는 성질에 꼭 맞는 것이 있는 거야. 그거면 마법진으로 할 수 있는 건 모두 할 수 있을 거야. 대단한 물질이지. 거기 적혀 있는 실험 결과가 틀린 것이 아니라면 말이야.”
그렇다. 그런 재료가 들어왔다. 에테르의 광폭한 성질을 견디면서 과거 제여넌이 만들었던 크기로 에테르 마법진을 만들 수 있게 할 재료가 드디어 손에 들어 온 것이다.
그게 무슨 식민 행성에서 나오는 건데 값이 비싸진 않단다. 문제는 굉장히 희귀한 거라는데 문제가 있는 거다. 쓸모가 전혀 없으니 누가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래서 가격이 싼데 또 그러니 아무도 채집을 하지 않아서 희귀한 놈이 된 거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그 식민행성에 그것을 최대한 채집해서 모아줄 것을 주문해 뒀다. 텔론도 선지급으로 꽂아 줬으니 아마 열심히 일들 하고 있을 거다.
이제 이번 실험만 제대로 되면 에테르를 이용한 에테르 마법진이 모든 구속을 벗고 자유의 날개를 달게 되는 거다. 마나석 대신에 코어를 이용하는 아테르 마법진의 시대가 오는 것이지.
뭐 그래봐야 나 아니면 누구도 모르게 할 거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