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
필드의 외계인-1화(1/404)
제1화
2027년 3월.
충남 공주에 있는 해운 중학교 축구부에서 사건이 터졌다.
【 축구부 폭행 사건 발생! 선수가 감독을 폭행하다! 】
【 충남 공주 해운중 감독 구 모 씨는 현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는 것으로 알려져 】
【 축구협회 측, “자세한 사항은 조사 중이다.” 】
【 해운중 측, “평소 구 감독과 마찰이 있던 유 모 군이 독단으로 벌인 일.” 】
【 축구부원 일동, “평소에 행동이 과격했던 선수.” 】
【 축구부 선수가 감독을 폭행! 그 이유는? 】
– 해운중은 어디에 붙어 있는 곳임?
– 감독 폭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때린 녀석은 이제 선수 인생 끝났네!
– 10년 전부터 부조리도 사라졌는데 감독을 왜 때려? 분노조절장애 그런 건가?
– 유 모 군은 누구냐? 아는 분 댓글 좀.
선수가 감독을 폭행했다는 일은 뉴스에 보도되며 많은 사람이 알게 됐다.
사실이 아닌 거짓으로 포장된 날조된 이야기들에 사람들의 눈과 귀가 사로잡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닌 놀잇거리 그 자체였기에.
사실 소년이 부당한 일을 당하고 있던 이를 구하기 위해 감독에게 대항했다는 진실도.
그리고 협회가 그 사실을 무마하기 위해 도리어 죄를 소년에게 뒤집어씌웠다는 사실도.
그들은 들어주지 않았고… 그렇게 소년은 부당한 처사를 받아야만 했다.
《징계》
[충남 해운중 2학년 유지우 선수, 1년의 출전 정지 처분을 내린다.]촉망받던 유망주는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졌다.
…아니.
‘누구 맘대로?’
다시 날아오를 준비를 하며, 이를 갈고 있었다.
.
.
.
1년 후.
2028년 3월.
‘Future Cup’
한국 3대 기업 중 하나인 미래 기업이 축구협회와 함께 주도하는 축구 대회로 학교 축구부가 아닌 아카데미 소속 17세 이하 선수들만 참가할 수 있었다.
그렇게 국내 수많은 풋볼 아카데미가 일주일 동안 치열하게 싸웠고 마지막에 남은 두 클럽.
충북 풋볼 클럽 vs 부산 풋볼 클럽.
Future Cup 결승전이 인천 종합 운동장에서 열렸다.
전반이 끝나고 후반 초반이 지나가는 시점.
[ 충북 풋볼 클럽 0 – 2 부산 풋볼 클럽 ]부산 풋볼 클럽이 리드를 지키며 승리를 거의 확정 지었다.
“역시나.”
두리번거리던 사람들은 비어 있는 관중석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매년 수준이 변하질 않으니까 관중석이 빌 수밖에 없지.”
아카데미에서 축구를 배우는 선수들은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는 선수들과 수준이 달랐다.
초 / 중 / 고 명문 코스를 밟는 선수들도 들어가는 게 힘든 것이 프로라는 세계인데, 거기서 도태되어서 모인 아카데미 선수들의 수준은 거기서 거기였다.
엘리트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서.
프로 선수라는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그들은 필사적으로 뛰고 또 뛰었지만, 전문가들의 시선은 변하지 않았다.
“협회 내부에서 이 대회도 이번 연도만 하고 끝낸다는 얘기가 있던데?”
“진짜로?”
“초창기 때는 미래 기업이라는 간판을 보고서 기대감에 보러 온 사람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투자 대비 손실액이 크니까.”
Future Cup은 8년째 이어졌고 매년 관람하는 사람들의 수는 줄어갔다.
“봐봐, 결승전인데도 특색 있는 선수도 없고 평범하잖아.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부산 쪽 주장도 수비력이 좋아 보이는데 다리가 너무 느려서 단점이 크고.”
아카데미 선수들은 시선을 끌어당기는 특별함이 없었다.
“그러는 넌 여기까지 왜 온 거야?”
“우리 구단은 매년 여기에 스카우터 보내잖아. 이번에는 내 순번이라 억지로 왔지 뭐.”
결승전은 후반 40분이 지나갔다.
벌려진 점수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하-암.”
관중석 한쪽에 앉아 있던 외국인이 입이 찢어지게 하품을 했다.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한국인이 말했다.
“눈에 띄는 선수가 없으시죠?”
그의 입에서 나오는 언어는 한국어가 아닌 에스파냐어였다.
“다 평범한 선수들뿐이야. 괜히 들어왔나 싶어.”
“그러게, 제가 이 대회는 넘어가도 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보카 주니어스 행사 때문에 오늘 들어오셨으면서, 호텔에서 쉬시지.”
외국인은 보카 주니어스의 아시아 스카우트팀장 로드리고였고, 옆에서 말을 건 사람은 통역을 맡아주는 윤무태였다.
“그래도 그냥 넘어가기엔 찝찝하잖아. 이러다가 갑자기 하비에르 같은 보석이 나오면 어떻게 해?”
‘하비에르 카세로.’
현 보카 주니어스의 주장이자 로드리고가 동네 축구 경기에서 발굴한 스타 선수였다.
“그 고집을 누가 말리겠습니까.”
스카우터들도 관심을 두지 않는 대회긴 하지만 로드리고는 달랐다.
작은 대회라도 흙 속에 파묻힌 보석을 발견한 경험이 있어 작은 대회라도 시간 여유가 있으면 결승전만큼은 직관하는 것이 그의 습관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대감이 감돌던 눈은 빛을 잃어갔다.
‘지루해.’
스피드, 테크닉.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또래 선수들과 비교해도 평범한 수준이었다.
“…허탕인가.”
잠시 후, 윤무태가 무언가를 보고선 눈빛이 죽기 바로 직전의 로드리고에게 말했다.
“어! 지고 있는 쪽에서 교체 카드를 꺼내네요.”
“이 시간에?”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5분이었다.
‘숨겨둔 카드라기엔 나오는 타이밍이 너무 늦었어. 이 시간에 뒤집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지.’
추가 시간이 얼마나 주어질지는 모르지만, 수비적으로 걸어 잠그는 전술로 바꾼 부산 풋볼 클럽을 상대로 2점 차의 경기를 뒤집기는 불가능했다.
* * *
‘…어? 저 아이는.’
교체 준비하는 선수의 얼굴을 알아본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한국 축구 레전드 박우근이었다.
축구 변방국이던 한국을 세계에 알린 레전드이자 인종차별이 심했던 시절, 이탈리아에 단신으로 가 7공주 시절에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새긴 유일한 한국인.
대한민국 축구인이라면 누구라도 존경하는 인물이었다.
“선배님! 저 애는? 걔 아닙니까?”
“기억나?”
“그럼요. 그때 워낙 사건이 퍼져서 저 애 얼굴도 한동안 인터넷에 떠돌았었잖아요.”
“축구부에서 쫓겨난 뒤에 아카데미로 갔다고 들었는데 여기에 있었구나.”
박우근은 사건도 사건이지만, 2025년에 열렸던 국내 대회에서 MVP를 차지하며 유소년 축구 대상을 받은 아이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부협회장님, 저 아이 기억하십니까?”
부협회장 차성인은 박우근의 말을 듣고 필드에 나올 준비를 하는 유지우를 보더니, 미간을 좁혔다.
“누군데요?”
“…1년 전, 구 감독을 때린 선수잖습니까.”
부협회장은 다른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라인에 서 있는 선수를 바라봤다.
꽤 먼 거리.
곧 전광판에 얼굴이 나오자 웃었다.
“아~ 그 건방진 꼬맹이?”
잊을 리가 없었다.
1년 전, 징계가 부당하다며 축구협회까지 찾아와 자신에게 큰소리를 냈던 꼬맹이였으니까.
“아직 축구를 안 그만뒀나? 엘리트 코스를 밟는 애들은 축구부에서 쫓겨나고 공백 기간이 있으면 다 그만두던데.”
차성인 부협회장은 빙그레 웃으며 유지우를 바라봤다.
그런 그를 옆에서 보는 박우근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찬란하게 빛날 재능을 가진 아이가 어쩌다가 저렇게 됐을까.’
그러곤 필드에 나올 준비를 하는 유지우를 봤다.
‘1년의 공백.’
후우.
‘아마 이제 더는 그 빛을 볼 수 없겠지.’
축구 선수에게 있어서 유소년기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런 시기에 1년이라는 공백이 생겼으니 실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쉬운 마음.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심 기대하는 마음을 품은 채, 필드에서 나오는 선수를 바라봤다.
‘내가 봤던 것이 아직 남아 있기를.’
* * *
그 시각 충북 풋볼 클럽 벤치에선 한 선수가 나올 준비를 마쳤다.
170cm도 안 되어 보이는 작은 체구.
등번호 20번의 유지우였다.
“지우야.”
충북 풋볼 클럽의 엠블럼이 새겨진 모자를 깊게 눌러쓴 이채운 감독이 말을 걸었다.
“내가 왜 반대를 무릅쓰고 널 클럽에 받은 줄 알아?”
처음에 유지우가 풋볼 클럽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관계자 대부분이 반대했다.
‘그 아이를? 문제가 많잖아요.’
‘그런 선수를 데리고 왔다가 괜한 불똥이 튈 수 있습니다.’
평판이 좋지 않은 선수라면서.
하지만 이채운 감독이 우기고 우겨서 간신히 클럽에 들어왔고 1년 출전 정지 처분이 오늘 딱 끝나는 날이었다.
“아버지 부탁이요?”
“그놈은 맨날 나한테 전화해서 너 징계 언제 풀리냐고 묻더라. 내가 징계 준 것도 아닌데.”
“달력에 표시해 놓으셨으면서도 그냥 감독님 괴롭히려고 그런 거예요.”
“뭐! 진짜?”
“네.”
“으으으으, 그놈 때문에 귀에 환청이 들릴 지경이라고!”
이채운 감독과 유지우의 아버지 유한우는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 사이였다.
“크흠, 농담은 그만하고 내가 널 클럽에 왜 받았는지 알고 있어?”
“정확하게는 모르죠. 아버지가 뒷돈이라도 찔러주셨나?”
“야, 인마! 너는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
“그냥 농담이에요. 감독님 당황한 얼굴 보는 게 나름 재미있거든요.”
1년 전, 사건으로 인해 유지우는 어른들을 쉽게 믿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채운 감독은 달랐다.
어린 시절부터 봐온 삼촌이자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널 데리고 온 건 협회의 윗대가리들 파벌 놀이에 네가 희생되는 게 안타까워서다.”
진심이 담긴 말이었다.
“그동안 못 뛴 거, 원 없이 뛰고 와.”
“5분 남겨 놓고요?”
“너한테는 5분도 충분하잖아?”
“뭐, 1년 만이니까 이것도 감지덕지죠.”
삐-익.
그때 볼이 라인을 나가자 휘슬이 불리며 교체 사인이 내려졌다.
“허억.”
숨을 헐떡이며 뛰어오는 선수.
그 선수는 유지우보다 한 살 많은 선배였다.
“부탁한다.”
터치하는 순간, 유지우는 씩 웃으며 이채운 감독에게 말했다.
“감독님, 선물로 우승컵 안겨 드릴게요.”
그 말에 이채운은 놀란 표정으로 뛰어 들어가는 유지우의 뒷모습을 보며 웃었다.
‘그 일만 아니었으면 진즉에 해외로 나갔을 녀석이지.’
마침내 라인 안으로 들어간 유지우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두근.
두근.
고스란히 느껴지는 심장박동.
코로 맡아지는 풀 내음.
털이 쭈뼛 설 정도로 가슴이 뛰었다.
1년 동안 떠나 있던 필드.
‘필드 안은 이토록 뜨거웠었구나.’
그동안 잊고 있던 필드 안의 감각들이 하나하나 살아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