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00)
필드의 외계인-100화(100/404)
제100화
다큐멘터리 촬영은 비시즌 기간에 찍는 게 일반적이었다.
시즌 중에 찍는다는 건 선수의 컨디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예민한 문제라 거절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지우는 흔쾌히 허락했다.
하지만.
다 끝난 건 아니었다.
구단의 허락이 남아 있었으니까.
“유의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한국에서 촬영팀이 왔다고 합니다.”
“다큐멘터리요?”
“네, 그래서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물어보고자 불렀습니다.”
구단도 이 문제로 회의를 진행했었다.
시즌 중에 다큐멘터리 촬영.
그것도 에이스를 찍는다고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었다.
“그러다가 유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면 어떻게 합니까?”
“제가 걱정하는 부분도 바로 그런 부분입니다. 만약 정말 유의 경기력에 문제가 생긴다면 다큐멘터리 촬영은 그다지 좋은 그림은 아닐 겁니다.”
부정적인 의견을 낸 사람들은 유지우의 경기력 저하를 걱정했다.
그렇게 긴 시간 이어진 회의.
라몬 카세레스 회장까지 자리한 상태로 의견을 나눴다.
“단장님.”
“네, 말씀하십시오.”
“유는 어떻게 하고 싶어 했죠?”
침묵을 지키던 라몬 카세레스 회장이 묻자 엔리케 보토 단장이 말했다.
“찍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하세요.”
흔쾌히 허락이 나오자 수뇌부들은 일제히 당황했다.
“…그래도 됩니까?”
가장 당황한 엔리케 보토 단장이 묻자 라몬 카세레스 회장은 웃으며 대답했다.
“유는 보카 주니어스의 스타 선수입니다. 요구는 들어줄 수 있죠.”
유지우의 인기는 아르헨티나에서도 높았다.
특히 월드컵 과정에서 인기는 더 올라갔으니까 구단의 홍보를 위해서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
“그리고 경기력 저하가 생긴다면 그때 바로 촬영을 그만한다는 조항을 넣은 계약서도 하나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이익만 좇는 라몬 카세레스가 선수 측면에서 얘기하는 것에 수뇌부들은 상당히 놀랐다.
“아니면 투표를 진행해 찬반을 가리죠.”
라몬 카세레스 회장의 제안대로 진행된 투표.
결과는 만장일치 찬성이었고, 그렇게 유지우의 다큐멘터리 촬영 허가가 떨어졌다.
다음 날, 촬영팀이 구단을 방문해 대화를 나눈 끝에.
【 SMC! 유지우 다큐멘터리 제작 확정! 】
제작이 확정됐다는 소식이 대한민국으로 전해졌다.
* * *
구단까지 허락하자 SMC 측은 아르헨티나 촬영팀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날 저녁, 촬영팀은 유지우와 같이 저녁을 먹으며 감사인사를 했다.
“시즌 중에 촬영을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무호 PD의 말에.
“괜찮아요. 사전에 얘기했던 것만 잘 지켜주시면 됩니다.”
쿨한 대답이었다.
제작진은 소탈한 유지우의 태도에 감사함을 느꼈다.
그렇게 식사가 중반 정도 진행되자 김무호는 궁금한 걸 얘기했다.
“유지우 선수, 실례가 아니면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네.”
“다큐멘터리 촬영을 허락해 주신 이유가 따로 있나요? 유지우 선수는 방송 출연을 꺼리는 줄 알았거든요.”
확실히 김무호의 말처럼 유지우는 사람을 만나는 것에 경계심을 가지는 미어캣 같은 사람이었다.
“간단해요.”
“…….”
“이제 제가 가만히 숨어만 있을 위치는 아니니까요.”
예전에는 유망주 신분이라 여러 매체의 인터뷰를 거절해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기나긴 암흑기에서 나와 인기를 끌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 축구를 황금기로 끌고 갈 책임을 가진 대한민국 대표팀의 에이스니까.
“답이 되셨나요?”
“네, 충분히요.”
“그럼, 전 개인 훈련 일정 때문에 가보겠습니다.”
“네! 조심히 가십시오!”
유지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훈련하러 가기 전에 제작진에게 말했다.
“여러분들이 욕을 먹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김무호를 비롯해 여러 제작진은 감동을 받았다.
사실 시즌 중, 다큐멘터리 촬영은 선수에게도 부담이지만, 방송국 입장에서는 큰 리스크를 안고 진행하는 일이었다.
혹시라도.
만에 하나의 확률로.
유지우의 경기력이 나빠져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면 비난의 화살이 제일 먼저 향할 곳이 방송국이니까 말이다.
– 지우 폼이 왜 저래? 작년보다 더 안 좋은데?
– 다큐멘터리 촬영 때문 아님?
– SMC 방송국 놈들 때문에 유지우가 컨디션 조절을 못 한 게 커.
– 하아…. 저것들은 해외에서 민폐네.
– SMC 방송국에 항의 메일 보냈다.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를 찍는다는 건 이러한 리스크를 안고 하는 거였다.
그래서 방금 유지우의 말은 그런 제작진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말이라 감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갓지우의 뒤에서 후광이 나고 있어.”
“왜 사람들이 갓지우, 갓지우 하는지 알겠다.”
“미친…. 씩 웃고 나가는데 내 심장이 벌렁거림.”
“남자도 반하겠네.”
며칠 후.
촬영팀은 비자를 비롯해 구단까지 모든 허락이 떨어지자 호텔에 장기 투숙을 하며 촬영 준비에 들어갔다.
“최대한 유지우 선수 동선에 방해 안 되게!”
– “네!”
“정 작가, 한국에서 오기로 한 물품은?”
“이틀 뒤에 도착한다고 연락받았습니다.”
“좋아, 촬영은 시즌 전에 시작해야 하니까 서둘러!”
촬영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그때, 호텔 방문이 열리며 조연출이 들어왔다.
“PD님, 개막전 촬영은 구단 측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자리는?”
자리를 묻자 조연출이 라봄보네라 내부 좌석 배치도를 가져와 알려줬다.
“자리는 이곳입니다.”
“구도 캐치는?”
“캐치는 내일 오후 3시에 출입 허가를 받아놔서 그때 가셔서 보셔야 합니다.”
“그러면….”
SMC 제작진이 다큐멘터리 촬영 준비에 한창일 때, 그 시각 유지우는 훈련장에서 30-31시즌 준비에 한창이었다.
필드 1/3 정도의 크기.
선수들은 조끼를 입고 그 안에서 7 vs 7경기를 하며 압박을 벗어나는 훈련을 했다.
현대 축구에서 압박을 벗어나는 능력은 미드필더라면 누구라도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훈련마다 이 훈련을 집어넣어 선수들이 반응하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려고 노력했다.
“마르코스, 아직도 느리잖아! 압박이 많은 상황에서 볼을 잡아놓는 시간은 3초 안으로!”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선수들과 같이 뛰어다니며 움직임을 수정했다.
열정적인 모습에 그걸 본 사람들은 살짝 웃었다.
“감독님이 작년보다 의욕이 더 넘치시네.”
“그렇지?”
“지원이 들어온 게 이유 중 하나지.”
“회장이 이렇게 팍팍 해줄 줄은 몰랐어. 월드컵 기간에 시설 많이 바뀌었더라.”
“유럽 빅클럽들에서만 쓰는 장비들도 들여오고…. 어디 아픈 건 아니시겠지?”
작년 우수한 성적으로 트레블의 기대감을 높여놔서 구단에서도 여러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최신식 설비가 들어왔다.
스프린트 파워.
몸싸움 저항 능력.
심폐 지구력.
점프력.
상황 파악 능력 등 축구 선수에게 필요한 100개의 최신 트레이닝 장비를 갖췄고 최상의 컨디션과 경기력을 유지하는 데 만반의 준비를 다 했다.
삐—-익!
잠시 후, A팀의 승리로 미니게임이 끝나면서 잠시 휴식이 주어졌다.
“찌우.”
앉아서 가져온 음료를 마시고 있자 디에고 로시와 기예르모 다린이 옆으로 다가왔다.
기예르모 다린은 각을 잡아서 앉았지만, 디에고 로시는 자유롭게 퍼질러 누워 입에 음료수를 꽂았다.
“다큐멘터리 찍는다며?”
“벌써 소문 돌았어?”
“구단에 소문이 자자해. 네가 찍는 다큐는 어떤 느낌일까 하고.”
“뭐 특별한 게 있나, 그냥 대충 찍는 거지.”
구단 직원들은 유지우가 다큐멘터리를 촬영한다는 것에 대단히 놀랐다.
평소 그런 것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내 유지우가 찍고 싶다고 하자 흔쾌히 허락하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개인 다큐멘터리는 스타플레이어들만 찍는 거 아니야? 대한민국에서 네가 제일 인기가 많나 보다?”
“어쩌다 보니.”
“오호, 이번 기회에 돈이랑 인기 좀 받아보려고?”
“…그런 거 아냐. 사람들이 축구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 그런 거지.”
“오, 대승적인 차원에서? 그러면 사람들이 재밌게 보게 좀 더 자극적인 장면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찌우, 어디가!”
얘기를 나누며 짧은 휴식이 지난 후, 훈련은 계속해서 진행됐고 선수들은 세바스티안 란첼라의 지시를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작년과 비슷한 전술.
그리고 작년과 다른 전술.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비시즌 동안 어떻게 하면 보카 주니어스를 더 완벽하게 만들 수 있을까 코치들과 머리를 맞대며 고민했고, 그 결과물은 선수들에게 접목시켰다.
디에고 로시.
기예르모 다린.
유지우.
그중에서 제일 신경을 쓴 부분은 완벽했던 작년 시즌과 월드컵을 겪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라 세계의 관심을 받는 보카의 3대장의 라인이었다.
“기예르모! 너무 올라갔잖아, 이 플레이의 목적은 라인을 살짝 내려서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는 게 핵심이야!”
“디에고! 유! 기예르모가 공간을 만들면 그걸 공략하는 건 너희 역할이다! 집중력을 잃지 마!”
재능이 차고 넘치는 그들을 더 완벽하게 활용하기 위해서 필사적이었다.
철렁.
그리고 그 세 명의 라인이 완벽하진 않지만 조금씩 이어지는 것이 보이자 란첼라는 미소를 지었다.
‘아마 저 아이들은 길면 3년, 짧으면 1년 안에 보카를 떠날 거다.’
도저히 보카 주니어스라는 그릇에 담아내기 힘든 재능들이었다.
이미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세 선수를 향한 문의는 끊이지 않았고 구단 운영팀은 마비 지경까지 갔다.
‘그러니 난….’
스윽.
‘어쩌면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 될 저 세 명의 라인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 남미 전역을 놀라게 만들어야 한다.’
무리해서 억지로 담아낼 필요는 없었다.
단지, 저들의 특성을 어떻게 자유롭게 할지 그것만 생각할 뿐이었다.
* * *
프리시즌은 두 경기만 진행됐다.
[ 보카 주니어스 < 6 vs 0 > EC 주벤투지 ] [ 보카 주니어스 < 4 vs 1 > 올랜도 시티 SC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경기를 보러 온 기자들은 작년과 비교해서 약간은 달라진 보카 주니어스의 축구를 보고 상당히 놀랐다.
“…4 – 3 – 3이긴 하지만 다양한 패턴이었지?”
“응, 작년하고는 느낌이 달랐어, 특히 기예르모가 살짝 내려오고 앙헬이랑 하비에르랑 라인을 올렸을 때, 발생하는 상황은….”
“폴스 나인(False 9).”
“맞아, 세바스티안 란첼라가 뒷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신경을 많이 쓴 게 보여.”
보카 주니어스의 전술 중 모두를 놀라게 한 것은 폴스 나인이었다.
기본 틀은 작년과 같은 포메이션인 4 – 3 – 3이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변화를 보여주고 마지막에 보카 3대장이 보여준 플레이는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이번 시즌에도 보카가 아르헨티나에 돌풍을 몰고 오겠군.”
이 소식은 아르헨티나에 보도됐다.
【 보카 주니어스! 프리시즌 두 경기, 전승! 】
【 완벽한 경기력, 30 – 31시즌의 기대감을 한층 높이다! 】
【 유, 프리시즌 두 경기에 5골 3도움 기록! 보카의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이다! 】
【 세바스티안 란첼라, “우리의 준비는 완벽하다.” 】
프리시즌 경기 영상을 본 사람들은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우리 유스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어떻게 한 세대에 저 세 명이 같이 나오냐고.] [저 세 명을 데리고 온 스카우터를 칭찬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게 누군데? 유는 로드리고라는 걸 알지만, 두 사람은 모르겠는데?] [걔네 둘도 로드리고가 데리고 왔어.] [진짜?] [디에고는 동네에서 제일 가난한 애였다고 해. 다 뜯어진 옷에 맨발로 축구를 하는 걸 보고 데리고 왔고 기예르모는 학교 다니는 성실한 애였는데 친구 부탁으로 길거리 축구 대회에 참가했다가 로드리고 눈에 띄어서 데리고 온 거야.] […로드리고, 그는 신인가?] [그때도 아시아 담당 팀장으로 아시아에 있었는데 잠깐 딸이 손녀를 낳았다고 해서 보러 들어왔다가 일어난 일이라고 들었어.]잘 모르고 있던 사실이 SNS를 통해 공개되자 로드리고는 보카 주니어스 팬들을 한 번 더 놀라게 했다.
따지고 보면 보카 주니어스를 지금의 위치로 올려놓은 게 다 로드리고가 데려온 선수들이었으니까.
[이러다가 저 세 명 유럽으로 떠나버리면 보카 망하는 거 아니야? 우리는 저 세 명을 대체할 선수가 없잖아.] [해외 빅클럽들이 디에고랑 기예르모한테도 제안했다고 들었는데 아닌가?] [다 필요 없고 난 유가 어떤 경기를 보여줄지 기대가 돼. 과연 누가 그를 막을 수 있을까?] [인구 5천만인 나라에서 유가 나왔고 인구 14억의 나라에선 퉁레이가 나왔네…. 대한민국 대단하다.]그렇게 시즌을 준비하던 어느 날.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30 – 31시즌 선수 명단 제출일 전, 선수들의 등번호를 새롭게 배정했다.
중요 번호는 변동이 없었지만, 로테이션 멤버나 신인 선수들의 등번호는 변동이 있었다.
디에고 로시 [11번]
기예르모 다린 [9번]
그리고.
“유, 이 번호는 이제 네 거다.”
그동안 비어 있었던 보카 주니어스 10번 유니폼이 유지우에게 향했다.
이름까지 마킹된 경기용 유니폼이었다.
“…….”
유니폼을 본 유지우의 가슴은 크게 뛰었다.
“부담되나?”
10번이 가지는 영향력은 다른 리그보다 아르헨티나 리그에서 그 영향력이 가장 강했다.
디에고 마라도나.
리오넬 메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 선수들의 등번호라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겐 자부심이었다.
보카 주니어스나 리버 플레이트.
아르헨티나 리그를 양분하는 클럽에서의 10번은 팀 에이스의 상징과도 같은 번호이자 선수단, 팬들에게 인정받는 선수만이 달 수 있는 번호였다.
“감사합니다.”
담백한 대답에 세바스티안 란첼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제야 이 번호가 주인을 찾아가는구나.’
– 오오오오오오오!
선수들은 누구 하나 불만을 품지 않고 축하해줬다.
보카 주니어스 10번의 자리에 어울리는 선수는 유지우뿐이라는 걸 옆에서 지켜보는 그들이 가장 잘 알았으니까.
등번호 10번.
에이스 넘버를 받은 유지우는 자타가 공인하는 보카 주니어스의 명실상부한 에이스가 됐다.
【 보카 주니어스 30 – 31 선수 명단 발표! 】
【 주인이 없었던 보카 주니어스 10번이 정해졌다! 】
【 ‘황제’ 유의 등번호 10번 확정! 비어 있던 10번의 자리가 채워지다! 】
【 보카 주니어스 측, “유는 10번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