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01)
필드의 외계인-101화(101/404)
제101화
“가스톤, 어제 기사 봤어?”
“유가 10번 단 거? 구단 홈페이지에 포스터 올라왔잖아.”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만나서 하는 얘기는 축구의 나라답게 축구 얘기뿐이었다.
“유는 10번을 달 자격이 있지, 작년 시즌에 데뷔 시즌에 역사를 만들어냈으니까.”
29-30시즌 한 시즌 통산 공격 포인트 64개.
이건 데뷔 시즌에 만들어낸 기록이라 모든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유지우의 실력을 인정하는 계기가 됐다.
“10번에 그만큼 어울리는 선수는 드물지.”
“아! 그리고 월드컵에서 유가 한국 혼자 이끄는 거 봤어?”
“봤지! 난 스타디움 가서 직접 봤는데 진짜… 진짜 혼자만 돋보이더라, 우리 아버지는 연신 감탄만 했고.”
친구는 맥주를 다 들이켜곤 말했다.
“유는 신이 보카를 위해서 내려준 선수가 틀림없어.”
사람들은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는 유지우가 10번을 달았다는 것에 기뻐했다.
하지만.
다르게 보는 시선도 있었다.
기뻐하는 테이블에서 조금 떨어진 곳.
그곳엔 세 명의 남성과 두 명의 여성이 맥주를 마시며 유지우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10번은 아르헨티나 선수인 디에고가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국적’이었다.
10번이라는 번호가 아르헨티나에 특별한 만큼 아르헨티나 선수가 달았으면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작년 시즌을 기준으로 본다면 디에고보단 유잖아.”
“그래도 그는 한국인이야.”
“예민한 문제긴 하지만 난 라미로가 무슨 뜻으로 하는 얘기인지는 알겠어.”
유지우가 이곳에 와서 쉬지 않고 훈련만 했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이방인.’
아무리 잘해도 유지우를 보는 시선은 여전히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다른 생김새.
다른 말투.
성적이 좋지 않으면 언제든 버려도 되는 다른 나라에서 온 이방인에 불과했으니까.
쾅!
그 얘기를 듣던 누군가가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말을 하던 남성들은 그곳을 봤고 노인 한 명이 노려보고 있었다.
“이것들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갑자기 왜 그러세요?”
“유가 이방인이라서 10번을 다는 게 좀 그렇다고?”
어느덧 주점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사람들의 시선을 느낀 젊은 남성들은 호기롭게 얘기했다.
“아, 아니…. 그냥 말을 하자면 그런 거죠. 디에고도 10번을 입을 자격이 있으니까요.”
그러자 노인은 다시 한번 테이블을 내리쳤다.
쾅!
“아무리 그래도! 보카를 아르헨티나 최고의 클럽으로 만들어준 선수에게 그게 할 말이야?”
“유 혼자서 한 게 아니잖아요. 다른 선수들도 도와줬기 때문에….”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야….”
“28-29시즌에서 선수 명단이 달라진 건 앙헬이랑 유, 디에고랑 기예르모뿐이지.”
“…….”
“그중에서 디에고랑 기예르모는 후반기에 들어와서 전반기는 뛰지도 못했어.”
“…….”
“전반기는 어땠지?”
“1위였죠.”
“앙헬이 있었다곤 하지만 전반기에서 유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그동안 보카에서 보지 못했던 플레이였어.”
그 말을 듣고 아무도 말을 잇지 못했다.
디에고랑 기예르모가 합류하기 전부터 유지우는 보카 주니어스의 새로운 왕으로 인정을 받았으니까.
“유가 어떤 선수인지 너희들이 더 잘 봤잖아?”
“…….”
“너희들이 정말 보카를 사랑한다면! 국적이 아닌 실력을 봐! 축구를 국적으로 하나?”
노인의 말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았다.
축구는 국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실력으로 하는 거니까.
10번.
아르헨티나인들에게 특별한 번호니까 시선이 좋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결정된 문제.
명단까지 제출됐으니, 이렇게 얘기한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10번의 무게.
그건 지금부터 온전히 유지우가 버텨내야 하는 무게였다.
* * *
시즌 개막전 당일.
라 봄보네라 인근 거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알렉스! 들어가기 전에 굿즈숍부터!”
그중에서 제일 많은 사람이 있는 곳은 라봄보네라 정문 근처에 있는 굿즈숍이었다.
“와… 사람 엄청 많네.”
“어서! 늦게 가면 상품 없다고!”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의 손을 잡고 들어간 굿즈숍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오오오! 새 상품이다!”
선수들 관련 상품이 모인 굿즈숍은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이거 더 없어요?”
“죄송합니다, 손님. 지금 손님이 가지고 계신 게 마지막이에요.”
카운터 직원은 조기 매진된 물품을 안내했고.
“유의 머그컵은?”
“재고가 없습니다.”
“유니폼도?”
“네, 성인용은 없고 아동용도 일곱 벌 남은 게 전부예요.”
카운터보다 바쁜 게 재고 담당의 직원들이었다.
“하아…. 최대한 많이 준비했는데도 이러네.”
재고를 관리하는 직원들은 사라지는 물품들을 채워 놓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특히 유의 상품은 열쇠고리마저도 다 팔렸어요.”
“남은 게 하나도 없는 거야? 스티커도?”
“모든 상품이 다 매진이에요.”
유지우라는 이름은 보카 주니어스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이름이었다.
하비에르 카세로가 부동의 에이스 자리를 넘겨주면서 팬덤은 급속도로 증가했고 개막전을 앞둔 지금, 보카 주니어스 선수단 내 1위 매출을 찍었다.
벌컥.
재고가 있는 창고의 문이 열리며 카운터 막내 직원이 들어왔다.
“매니저님! 디에고 유니폼 여분 있습니까?”
“사이즈는?”
“M이랑 L입니다.”
“M은 여기 있습니다! 이게 마지막이에요.”
“네? 고객님이 두 벌이 필요하다고….”
“운영팀에 전화했더니, 오후에는 추가 물품 더 가져다줄 수 있다니까, 최대한 설득해줘요.”
“알겠습니다!”
경기 시작까지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 주요 선수들의 물품은 바닥을 쳤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몰린 데는 개막전 말고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리카르도 메사의 은퇴식.’
원래 29-30시즌이 끝나고 해야 했었지만, 여러 사정 때문에 개막전 때 하기로 결정이 돼서 그의 마지막을 보려고 오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잠시 후.
경기 시작 30분 전부터 관중석이 채워졌고 양 클럽 선수들이 워밍업을 마치고 들어간 뒤.
“시작하려나?”
사람들이 기다리는 순서가 찾아왔다.
– “안녕하십니까.”
장내 아나운서의 말을 시작으로.
– “오늘은 제 인생에서 정말 슬픈 날 중에 하나로 기억될 겁니다. 모두 선수 입장 게이트를 봐주시기를 바랍니다! 보카 주니어스의 영원한 캡틴! 리카르도 메사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리카르도 메사의 은퇴식이 시작됐다.
주인공인 리카르도 메사는 가족들과 함께 나왔다.
아내가 아들을 데리고 들어오고 리카르도 메사는 왼손으로는 딸을 품에 안은 채, 오른손은 팬들에게 흔들며 입장했다.
– 와아아아아아아!
쏟아지는 환호와 박수 소리.
전설의 마지막에 팬들은 눈물까지 글썽였다.
그리고 리카르도 메사의 은퇴식은 아르헨티나 전역에 생중계가 됐다.
[보카 주니어스 유스 시절부터 무려 26년을 한 클럽을 위해 뛴 원클럽맨! 필드 위의 로맨티시스트가 있다면 이 선수가 아닐까요!]미리 필드에 나와 있던 선수들은 활짝 웃으며 리카르도 메사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리카르도, 굳었는데?”
“로봇 아니야? 왜 저렇게 삐걱대.”
“크크크크큭, 놀릴 거 하나 더 생겼다.”
선수들은 자기들끼리 키득거리며 리카르도 메사를 맞이했다.
리카르도 메사는 심호흡을 하고 품에 안고 있던 딸을 아내에게 맡긴 뒤, 마이크를 잡았다.
“은퇴식을 시즌 끝나고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리카르도 메사의 말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스타디움은 조용해졌다.
“정말 길다고 느껴졌던 세월이 돌이켜보면 참 짧았습니다.”
주마등처럼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의 세월이 스쳐 지나갔다.
26년의 세월.
총 802경기(교체 포함) 출전.
416골 167어시스트.
평생을 보카 주니어스에 바친 인생.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인생을 아는 팬들은 눈물을 흘리며 환호를 보냈다.
소년이었던 시절을 지나 중년이 되어가는 시간을 함께 살아온 이들은 더더욱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저는 비록 은퇴하지만, 보카를 이어갈 믿음직한 선수들이 있으니, 걱정이 되지는 않습니다.”
리카르도 메사는 뒤를 돌아 선수들을 바라봤다.
“보카는 저의 자랑이었고 죽을 때까지 저의 자랑일 것입니다.”
그러곤 다시금 팬들을 바라봤다.
“오늘은 선수가 아닌 팬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는 날이라 슬프기도 하지만 후련합니다. 그리고 필드 위나 밖에서나 보카를 향한 제 마음은 변함이 없을 겁니다.”
– 리카르도! 리카르도! 리카르도!
그동안 보카 주니어스에 바친 인생을 보답받는 느낌이었다.
‘…내가 이곳에서 보낸 세월이 헛된 세월은 아니었구나.’
그리고 이 모습은 보카 주니어스 선수들에게도 가슴 깊이 와닿았을 거다.
자신들도 나중에 이런 환대를 받고 은퇴하기를 꿈꾸면서.
스윽.
흐르는 눈물을 훔친 리카르도 메사는 감정을 억누르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동안 절 사랑해 주셨던 팬들께 감사드리고 전 계속해서 보카 주니어스와 함께 뛰겠습니다.”
– 리카르도! 리카르도! 리카르도!
보카 주니어스의 한 시대를 책임졌던 선수.
“내 사랑 보카여! 언제나 승리가 함께하기를!”
그 선수의 마지막에 라봄보네라의 전 관중이 환호를 보냈다.
– “마지막으로 보카 주니어스가 리카르도를 위해 준비한 선물 증정식이 있겠습니다.”
라몬 카세레스 회장이 나와서 전해준 것은 순금으로 된 유니폼이었다.
커다란 액자에 담겨 황금빛을 내는 유니폼은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당신이 보카 주니어스 유니폼을 입고 뛴 802경기, 그 땀을 이 안에 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라몬 카세레스의 진심 어린 포옹에 리카르도 메사는 눈물이 나왔다.
– 리카르도! 리카르도! 리카르도!
그리고 자신을 연호하는 팬들에게 필드를 돌며 인사를 한 뒤에 화려하게 필드를 떠나갔다.
“유.”
그걸 지켜보던 디에고 로시가 나지막이 이름을 불렀다.
“왜?”
“우리도 나중에 저렇게 은퇴할 수 있을까?”
“당연하지.”
씩.
“너, 등번호 잘 가지고 있어.”
“응?”
“다음 시즌에 내가 빼앗을 거니까.”
디에고 로시가 웃으면서 한 말이지만, 그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 마음을 알기에 유지우도 맞받아쳤다.
“할 수 있다면.”
자신감 넘치는 말에 디에고 로시는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오히려 활짝 웃었다.
“하하하하! 이래서 내가 널 좋아하는 거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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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29-30 챔피언! 보카 주니어스가 개막전에는 어떤 축구를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우선 포메이션은 4-3-3입니다. 저번 시즌과 달라진 것은 크게 없습니다.]달라진 것 없는 포메이션, 그러나 달라진 것도 있었다.
그건 선수들의 위상이었다.
2030 FIFA 월드컵 우승을 한 6인과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베스트 11에 든 아시아 선수.
디에고 로시 / 기예르모 다린 / 유지우.
앙헬 몰리야 / 훌리안 마르티네즈 / 하비에르 카세로.
브루노 드리우시 / 파우스토 바르코 / 에르네스토 게레라 / 세미노 콜롬바토.
막시 코레아.
2030 FIFA 월드컵 주역들이 있는 곳.
삐—-익!
라봄보네라를 휩쓰는 금빛 물결과 함께 30 – 31시즌이 개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