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1)
필드의 외계인-11화(11/404)
제11화
보카 주니어스는 4-3-3 포메이션을 사용하고 있어 유스팀 전체가 4-3-3을 사용했다.
그중에서 유지우가 경쟁하는 포지션은 양쪽 윙포워드로 현재 U-20 클래스에 속한 윙 자원이 열 명이나 있어 유독 경쟁률이 높은 포지션으로 꼽혔다.
“왼쪽 윙포워드는 디에고 로시가 제격입니다.”
“디에고 로시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 조만간 2군으로 콜업 될 예정이기도 하고 작년 시즌에 결과를 냈으니까.”
니자레노가 수비 에이스라면 디에고 로시는 공격 에이스로서 사람들에게 인정받았다.
“오른쪽 윙포워드가 문제네요. 누굴 세우면 좋겠습니까?”
수뇌부들이 모여서 토론하는 주제는 미니 엘 수페르클라시코에 내보낼 선수를 정하기 위해서였다.
“역시 파울로 가르시아죠. 2년 전부터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주고 있잖아요.”
보카 주니어스 U-20의 공격 트리오는 지난 2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디에고 로시 / 기예르모 다린 / 파울로 가르시아.
이 3인방은 붙박이 주전급이었다.
하지만 부단장은 라인업을 보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시선을 보냈다.
“이기기 위해서라도 색다른 변화를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이유는 작년, 똑같은 포메이션으로 나갔다가 3 – 1로 패배한 기억 때문이었다.
그때.
로돌포 핀티가 의견을 냈다.
“파울로를 빼고 유를 넣는 건 어떻습니까?”
유지우가 보카 주니어스에 입단한 기간이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 선발 출전에 대한 의견이 갈렸다.
“유요? 합류한 지 아직 한 달도 안 된 선수입니다. 우선 적응한 뒤에….”
미숙한 선수라는 판단과.
“볼 다루는 기술은 최고입니다. 내보내서 경기력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선수라는 판단이 엇갈렸다.
의견이 합쳐지지 않자 부단장은 로돌포 핀티를 바라봤다.
“모든 결정은 당신이 내리는 겁니다. 로돌포,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로돌포 핀티는 평소 유지우의 훈련을 빠지지 않고 지켜봤다.
또래보다 월등한 기본기.
볼만 잡으면 느껴지는 안정감.
현 U-20 선수단에서 기본기로 유지우를 따라올 선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코치진들은 알고 있을 겁니다. 유가 니자레노와 내기를 했다는 걸.”
부단장의 눈이 커졌다.
“아, 니자레노가 팬티만 입고 동네를 뛴 그거 말입니까? 그게 유와 내기해서 벌어진 일인가요?”
“네.”
“흥미롭군요. 니자레노는 1월이면 2군으로 올라갈 선수인데… 그런 선수를 열다섯의 어린 선수가 이겼다니.”
“그래서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날 니자레노를 무너트린 진짜 실력을요.”
이것이 그의 진심이었다.
“하지만 호흡을 맞춰온 시간이 짧습니다. 불협화음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요.”
코치진에서도 지오반니 코치와 마찬가지로 강경파인 아스토르 미네는 여전히 반대했다.
그는 전형적인 남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사람으로 파울로 가르시아 대신 유지우를 내보내는 걸 원하지 않았다.
“더구나 나이가 아직 열다섯입니다. 열다섯 어린 선수에게 선발은 다소 무리라고 생각이 듭니다. 먼저 교체로 경험을 쌓은 뒤에….”
말을 끝내기도 전에 로돌포 핀티가 끊었다.
“그럴수록 더 써야죠.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지도자로서 올바른 자세잖아요.”
“…….”
“그리고 혹시 압니까? 기적을 보여줄지.”
머릿속을 가득 채운 막연한 기대감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로돌포 핀티는 유지우를 기용하고 싶었다.
이른 시기라 부담을 줄 수가 있었다.
그 부담감이 성장에 방해가 될 수도 있고…. 하지만 확인해보고 싶었다.
자신이 생각한 게 맞는지.
그래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부단장님, 이게 제 의견입니다.”
부단장은 턱을 쓸며 생각에 잠겼다.
‘선수 보는 눈이 냉정한 로돌포가 한 말이니 믿어볼 만해.’
입단한 시기가 얼마 되지 않긴 해도 보카 주니어스에서 성장할 선수라면 일찍 실전을 경험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기용하도록 하죠. 중간에 문제가 있으면 파울로와 교체하면 되니까요.”
“…예.”
합리적인 의견에 반대하던 코치진들도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소통은 문제없겠죠?”
“세세한 단어도 다 알고 있던데요? 공부를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로드리고 씨에게 들은 대로네요.”
“로드리고 씨가 뭐라고 하셨는데요?”
“자기가 본 유망주들 가운데 가장 성실한 아이라고 하더군요.”
“호오, 로드리고 씨가 그런 평가를 했다니 더 기대되네요.”
그렇게 미니 엘 수페르클라시코 준비에 들어갔다.
* * *
다음 날, 난 감독실에서 깜짝 놀랄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한 달 뒤에 있을 미니 엘 수페르클라시코에서 오른쪽 윙포워드로 나가니까 준비해.”
“예.”
이곳에 오고 이렇게 빨리 기회를 잡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나를 본 감독님은 헛웃음을 지었다.
“이럴 때는 웃어도 돼.”
“…속으로는 되게 기뻐하는 중입니다.”
표현은 안 했지만, 내적 댄스 중이었다.
“너처럼 감정 표현을 안 하는 녀석은 처음이다. 대부분 선발 출전 소식 알려주면 기뻐서 난리 치던데.”
“다음에는 조금 더 노력해 보겠습니다.”
“하하하하하! 됐다. 그만 나가봐.”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소식은 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아버지에게 말해줬다.
“경기?”
알리샤가 차려준 저녁을 먹으면서 얘기를 해주자 아버지는 깜짝 놀랐다.
“예. 미니 엘 수페르클라시코라고 보카 주니어스 유스하고 리버 플레이트 유스가 경기하는 거예요.”
“엘 수페르클라시코는 알지만, 미니는 또 뭐냐?”
궁금한 아버지를 위해 알리샤 아주머니가 설명을 해줬다.
설명을 들은 아버지의 입은 점점 벌어지더니,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거기서 네가 선발이라고?”
“오른쪽 윙포워드로 나가래요.”
아버지는 밥을 먹다 말고 나에게 다가와 꼭 안아줬다.
“우리 아들이 해낼 줄 알았다! 이럴 때가 아니지!”
아버지가 스마트폰을 찾아 어디론가 연락을 하는 사이에 알리샤 아주머니와 마르시오 아저씨도 축하해줬다.
“그 경기에 나가는 거면 구단에서도 인정받는다는 건데 대단하네요!”
“꼭 보러 갈게요. 매년 크리스마스는 미니 엘 수페르클라시코로 보내거든요.”
두 분은 가족들과 꼭 보러 오겠다고 했고 아버지는 밥을 먹다 말고 열심히 톡을 보내고 있었다.
가족 단톡방인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궁금해서 슬쩍 들어가 봤는데.
어머니 : 뭐? 진짜? 우리 아들이 벌써?!
아버지 :글쎄 그렇다니까! 구단에서도 우리 아들이 최고라는 걸 아는 거지!
어머니 : (우는 이모티콘) 가고 싶다 ㅠㅠㅠㅠ 격렬하게 보고 싶다 ㅠㅠㅠ
아버지 : ㅋㅋㅋㅋㅋㅋ 난 제일 앞에서 볼 건데 두 번 볼 건데 세 번 볼 건데~
어머니 : 무조건 동영상 찍어서 보내! 안 보냈다간 내가 아르헨티나로 가는 수가 있다?
아버지 : …분할로 편집해서 보내겠습니다.
어머니 : 어! 1 사라졌다. 우리 아들 읽었나? 아드으으으으으을! 보고 싶어!
나 : 저도요. 보고 싶어요.
어머니 : ㅠㅠㅠㅠ 우리 아들이 경기하는 거 보고 싶은데 ㅠㅠㅠ
나 : 오는 길 많이 불편해요. 그러니까 나중에 제가 프로 데뷔할 때 오세요. 아셨죠?
어머니 : 아들이 그렇게 말하면 그래야지! 프로 데뷔할 때는 꼭 갈 거니까 그때는 말리지 마!
나 : 그때는 제가 비행기 티켓 보내드릴 테니까 누나랑 같이 오세요.
단톡방은 그 후로도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자기는 경기를 직관한다며 놀리는 아버지와 아르헨티나로 온다고 협박하는 어머니, 그리고 그런 두 분을 보며 아무렇지 않게 자기가 요리한 사진을 올리는 누나까지.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우리 가족 단톡방은 난장판이었다.
그래서 너무 좋았다.
* * *
한 달 뒤.
12월 20일 생일이 지나며 유지우는 열여섯이 됐다.
생일이 지나고 12월 25일, 부에노스아이레스 Villa Crespo 지역에 있는 작은 경기장.
약 5,000명 정도 수용이 가능한 경기장으로 파란색과 노란색이 어우러진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과 흰색에 붉은 줄무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어디서 똥 냄새가 나는 거 같더니! 말똥 청소부 놈들이었네!”
리버 플레이트 팬층은 부유층이 많아 보카 주니어스 팬들을 하류층으로 무시하며 말똥 청소부나 돼지들이라며 놀렸다.
“닭대가리 새끼들이 어디서 거리를 돌아다녀? 그 뻣뻣한 목을 비틀기 전에 꺼져, 겁쟁이들아.”
그와 반대로 보카 주니어스 팬들은 노동자층이 많아 리버 플레이트 팬들을 겁쟁이라며 닭들이라고 조롱했다.
각 팀의 신경전은 거리에서부터 이어졌다.
삐—익!
그걸 제지하는 건 경찰의 일이었다.
프로가 아닌 유스들의 더비전이라고 해도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경찰들도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떨어져!”
경찰들은 난동을 부리는 팬들을 과격하게 제압했다.
그래야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으니까.
퉤.
양 클럽 골수팬들은 으르렁거리며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도 경찰들의 제지로 명확하게 구획이 나뉘었다.
동측은 보카 주니어스가.
서측은 리버 플레이트가.
나뉘어서 객석을 채워갔고 지역 신문기자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도 자리했다.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심지어 앉지 못해 계단에 서서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이 많네요?”
아르헨티나에 오고 처음으로 경기장에 온 유한우는 모든 게 신기했다.
“열정적인 사람들이죠.”
그 곁에는 알리샤, 마르시오 가족들도 함께였다.
알리샤와 마르시오 가족은 아들과 딸, 그리고 며느리와 사위, 여덟 명의 손주들이 있었다.
“근데 그 유니폼은 어디서 사신 거예요?”
“흐흐흐흐. 제가 제작했습니다.”
“등에 새겨진 건 지우 선수의 이니셜인가요?”
“네! 맞습니다!”
유한우는 유지우의 이니셜인 ‘YOO JI WOO’를 새긴 보카 주니어스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만들어 드릴까요?”
“다음에 만들어 주세요. 프로 데뷔할 때, 저희 다 같이 그 유니폼 입고 응원 가죠.”
“오오오오오오! 좋죠!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5,000석의 객석이 가득 찼는데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워밍업 시간이 되자 양 클럽 U-20 선수들이 필드로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귀를 울리는 엄청난 함성에 유한우는 순간 귀를 막았다.
“와.”
“사장님, 앞으로 아드님 경기 보러 다니실 거면 익숙해지셔야 해요. 진짜 엘 수페르클라시코는 이거랑 차원이 다르거든요.”
“기대되네요.”
“이 열기의 열 배라고 생각하시면 쉬워요.”
대화를 나누던 중 알리샤가 필드를 가리켰다.
“사장님! 저기! 아드님이요!”
그곳에선 보카 주니어스 U-20 유니폼을 입고 몸을 푸는 유지우가 있었다.
“지우야——-! 아빠 왔다!”
이렇게 소리를 질러도 수많은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워밍업 중인 선수들 가운데 유독 생김새가 다른 유지우에게 시선이 갔다.
“저 꼬맹이는 누구야?”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워낙 왜소한 체구라 더 눈길을 끌었다.
“10월에 새로 들어온 녀석이라던데? 한국에서 데려왔다고 들었어.”
“어느 국적이든 무슨 상관이야? 축구만 잘하면 그만이지.”
“그 말도 맞지. 가자 친구들! 닭 모가지를 따보자고!”
* * *
유지우는 디에고 로시와 몸을 풀었다.
짧은 패스로 몸을 풀고 거리를 넓혀 롱패스를 하며 볼에 대한 감각을 키웠다.
“지우! 재미있는 거 하자!”
디에고 로시는 등으로 볼을 받아내더니 볼트래핑을 하며 공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았다.
그러곤 볼을 높게 띄워서 보냈다.
점이 되며 높게 올라간 볼을 올려다봤다.
“저거 받을 수나 있겠어?”
사람들은 어느덧 하늘 높이 쏘아 올린 볼을 바라봤다.
아무리 컨트롤이 좋은 선수라 해도 쉽게 받을 수 있는 높이가 아니었다.
볼이 낙하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처럼.
유지우는 시선을 떼지 않았다.
침착하게 볼이 떨어지는 지점을 파악한 뒤에 발을 뻗었다.
투-웅.
그러곤 발등에 딱 붙여서 트래핑을 했고 뒤에서 환호가 나왔다.
“꼬맹이! 대단하잖아!”
“너 이름이 뭐냐! 어!”
잔뜩 흥분해서 말하는 팬들을 멍하니 보고 있자 디에고 로시가 다가왔다.
“어때? 이런 분위기 나쁘지 않지?”
디에고 로시가 높게 찬 건 일부러 그런 거였다.
아르헨티나에 오고 첫 공식전 선발인 유지우가 긴장하고 있을까 봐 풀어주려고.
“잘 들어요!”
그러곤 디에고 로시는 유지우에게 어깨동무하고 팬들에게 외쳤다.
“이 녀석이 오늘 저 닭장을 불태워버릴 거랍니다!”
보카 주니어스 팬들이라면 누구나 듣고 싶어 할, 당찬 출사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