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10)
필드의 외계인-110화(110/404)
제110화
“이봐, 에밀리아노…. 지금 내가 꿈꾸는 거지?”
팽팽한 경기가 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이른 시간에 나온 득점에 리버 플레이트 메인 서포터즈석에 있는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 관중석 분위기.
“…저 녀석은 아예 다른 세상 사람 같아.”
그들은 선수들의 축하를 받으며 진영으로 돌아가는 유지우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게 말이 돼? 시작한 지 이제 겨우 3분 지났잖아.”
“우리도 리빌딩했는데 왜 아무것도 못 하냐고! 이 등신들아! 너희들이 그러고도 프로냐? 내가 뛰어도 그것보다 잘하겠다!”
“아아아아아! 지면 안 된다고! 보카 녀석들한테 또 지면 너희들부터 죽여버릴 거야!”
너무 이른 실점에 리버 플레이트 팬들의 기세는 꺾였고 그와 반대로 보카 주니어스 팬들의 사기는 올라왔다.
“우리 아들이 최고다아아아아아!”
보카 주니어스 메인 서포터즈석 펜스에 매달려 소리치는 유한우가 취재진 카메라에 잡혔다.
[하하하하하, 저분은 유의 아버지군요.] [유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항상 서포터즈석 앞에 있어 팬들이라면 다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하죠.]“아드으으으으으을!”
유한우는 보카 주니어스 엠블럼이 새겨진 커다란 깃발까지 흔들며 응원했다.
적들로 바글바글한 리버 플레이트 홈이라고 기죽지 않고 필드 위에서 싸우고 있는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 유! 유! 유!
시간이 흘렀고 보카 주니어스 메인 서포터즈석에선 유지우를 연호하는 소리가 커졌다.
“어떻게든 잡아!”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커지자 경기의 양상도 덩달아 과열되기 시작했다.
리버 플레이트의 선수들은 유지우를 멈추기 위해 온갖 수를 썼고, 자연히 태클이 많아졌다.
“윽.”
필드에 구르고.
또 구르며 유니폼은 엉망이 됐다.
쉬지 않고 이어지는 리버 플레이트의 거친 압박.
유지우가 볼을 못 잡게 하려고 방해하지만, 유지우는 그걸 뚫고 비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아니 뭐가 저렇게 빠르냐고! 브라질에서도 저렇게 빠른 녀석은 본 적이 없어!’
단 두 걸음만 내디디면 잡을 수 있는 거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걸음 다가가면 네 걸음 멀어지고 네 걸음 다가가면 여섯 걸음이 멀어졌다.
“으아아아아!”
속에서 화가 나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가지만, 붙잡지 못했고 유지우가 볼을 잡으면서 잠깐 스피드를 줄인 덕분에 가까스로 걸음이 같아졌다.
[유에게 가는 패스! 그 틈에 거리를 좁히는 아이모헤 페올라! 빠릅니다!]브라질 리그 출신의 풀백.
뛰어난 피지컬.
준수한 스피드.
풀백으로 갖춰야 할 장점이 많은 선수였다.
퍼—-억!
유지우가 잠깐 멈춰서 볼을 잡자마자 부딪치며 균형을 흔들었다.
유지우의 몸이 살짝 밀리는 감이 느껴지자 아이모헤 페올라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걸렸다!’
이번에야말로 볼을 빼앗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볼이 잠깐 유지우의 몸에서 멀어진 것을 보곤 이때다 싶었는지 다리를 뻗었다.
툭.
그러나 그건 유지우가 파놓은 함정이었다.
일부러 밀리는 척 방심하게 만든 뒤에 아이모헤 페올라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크루이프 턴.
아이모헤 페올라의 균형은 완벽하게 무너져 내렸다.
[오오오오오! 부드러운 턴! 아이모헤 페올라의 균형이 무너집니다!]“전원! 뒤로! 공간 주지 마!”
선수들이 산티아고 메디나의 지시를 받아 백업하는 걸 보자.
휘릭.
볼을 발바닥으로 끌면서 한 번 템포를 끊었다.
리버 플레이트는 급하게 라인을 내리면서 백업을 하다가 주춤했고 그사이에 벌어진 틈.
유지우가 노린 건 바로 그 틈이었다.
“어딜!”
틈을 만들었으나 잠시 템포를 끊는 바람에 아이모헤 페올라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몸을 날리며 어떻게든 끊으려는 아이모헤 페올라의 움직임을 보곤 벌어진 다리 사이로 볼을 빼냈다.
툭.
애초에 한 번 템포를 끊으면 아이모헤 페올라가 대응할 것이라고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어서 제치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 오오오오오오오오오!
필드에서 뛰는 모든 선수가 유지우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에 가까운 관중석에서 나오는 탄성이 나왔다.
[경기를 자유자재로 조율하는 유! 이게 10대 선수가 보여주는 경기 운영이라는 게 믿어지십니까!]아이모헤 페올라를 깔끔하게 제친 유지우는 더는 드리블하지 않고 멀리 보이는 하나의 길을 보고선 롱패스를 보냈다.
뻐—-엉!
오른쪽 사이드 끝에서 왼쪽 사이드 끝으로 향하는 대륙횡단 패스를 보자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경기 리듬을 완전히 자기 리듬으로 가져왔군.’
쭉 뻗어가는 볼.
일반적인 롱패스보다도 궤적이 아름다웠고 빨랐다.
스르르르르륵.
약간 걸린 회전으로 궤적이 꺾이며 디에고 로시가 침투하는 앞 공간으로 향했다.
‘진짜 이 녀석 패스는 배우고 싶을 정도라니까.’
디에고 로시는 패스를 보곤 낙하지점을 포착해 원터치로 가운데로 넣어줬다.
디에고 로시가 감각적으로 원터치로 내준 볼.
리버 플레이트는 유지우가 한 번 빼앗은 리듬으로 백업을 하려던 선수들의 흐름이 끊긴 게 그대로 유지됐고.
타다다다다닷-!
그래서 그 틈으로 들어오는 기예르모 다린을 일순간 놓쳐버렸다.
[기예르모 다린입니다! 기예르모오오오오오오!]골키퍼는 기예르모 다린을 보고 막아보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철렁.
기예르모 다린이 원터치로 침착하게 왼쪽 구석으로 밀어 넣은 볼은 골망을 거세게 흔들었으니까.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유지우의 발끝에서 시작되어 골까지 이어지는 데 필요한 터치는 고작 세 번이 끝이었다.
[전반 21분에 보카 주니어스의 두 번째 골이 나왔습니다!] [이겁니다! 이게 바로 보카 주니어스! 보카 3대장입니다!] [유의 발에서 시작된 플레이! 디에고 로시의 수준 높은 원터치 패스와 기예르모의 절묘한 침투! 침착한 마무리가 돋보였습니다!]어시스트를 한 선수와 득점을 한 선수.
사람들의 시선은 이 두 선수로 향하는 게 아니라 기점을 낸 선수를 향했다.
보카 주니어스 팬들은 무한한 애정을 보냈고 리버 플레이트 팬들은 지옥이라도 보고 온 표정을 지었다.
“…쟤는 제발 아르헨티나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경기 전체를 조율하는 완벽한 플레이 메이킹 능력을 보여주며 경기를 지켜보는 스카우터들에게 확실하게 도장을 찍었다.
* * *
[ 보카 주니어스 2 – 0 리버 플레이트 ]경기 주도권은 보카 주니어스가 가져왔다.
지고 있는 리버 플레이트는 전반전이 끝나기 전까지 어떻게든 한 골을 만회해야 해서 거칠게 플레이했다.
“오른쪽!”
하지만.
“뒤로 한 번 빼면서 템포 조절하고!”
그걸 가만히 당하고 있을 유지우가 아니었다.
“압박 온다!”
유지우는 오른쪽 측면에만 있는 게 아니라 필드 곳곳을 누비며 경기를 조율했다.
타다다다닷-!
활동 반경이 넓어졌다.
장점인 체력과 스피드로 비어 있는 곳에 적재적소로 도움을 주며 중원을 여유롭게 만들며 리버 플레이트가 공격할 공간을 사전에 차단해 버렸다.
[유의 중원 가세로 보카 주니어스의 빌드업이 매끄럽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리버 플레이트가 전방 프레싱으로 보카 주니어스 진영을 흔들고 있는데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점유율에서도 67 vs 33으로 보카 주니어스가 앞서갔다. 그리고 유지우가 볼 터치 비율이 가장 높았고 또 활동량이 가장 높게 집계됐다.
타다다다닷-!
그런데도 쉬지 않고 달렸다.
그 투지를 본 팬들은 더 열광했다.
퍼—-억!
아이모헤 페올라의 반칙성 차징에도 유지우는 흔들리지 않고 볼을 보호했다.
“빌어먹을!”
이런 상황 속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리버 플레이트의 답답함은 늘어갔다.
어떻게든 골을 넣어서 격차를 좁혀야 하는데 중원 싸움부터 밀리고 있으니 죽을 맛이었다.
“압박 강도를 높여! 반칙하는 한이 있더라도 부딪쳐!”
답답한 감독은 벤치에 앉아 있지도 못한 채 라인 가까이 서서 지시했고 산티아고 메디나가 중원을 책임졌다.
“볼을 쫓지 말고 사람! 뒷공간 절대 허용하지 마!”
유지우 자체를 막는 것보단 유지우가 패스할 곳을 마크하는 게 조금 더 현명한 판단이었다.
확실히 경험이 많은 산티아고 메디나가 가세하니, 리버 플레이트 중원은 안정되어 갔다.
팽팽해지는 경기.
리버 플레이트가 라인을 내려 뒷공간을 방어하는 바람에 경기는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유.”
볼이 잠깐 나간 사이 하비에르 카세로가 불렀다.
“왜요?”
“산티아고 메디나가 뒷공간을 경계하는 탓에 뒷공간으로 패스 주는 게 어려우니까 다른 쪽으로 흔들어야 할 것 같아.”
“스위칭을 하자고요?”
“스위칭도 좋지만, 너한테 볼을 줄 테니까 계속해서 흔들어줘. 그래야 다른 쪽에서 공간이 나오니까.”
“알겠어요.”
흔드는 건 유지우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압박 숫자가 늘어났는데도 발바닥으로 볼을 끌며 간격을 유지했고.
스윽.
고개를 돌리며 주변 상황을 파악했다.
– 우우우우우우우!
[유가 볼을 잡을 때마다 야유가 심하네요.] [그런데 유는 저런 야유에 동요를 하지 않습니다. 멘탈이 정말 대단한 선수예요.]리버 플레이트 홈 팬들이 쏟아내는 야유 속에서도 자기가 뭘 해야 할지 알고 움직였다.
타닷-!
순간적인 바디 페인팅으로 아이모헤 페올라를 제치며 오른쪽 측면을 열었다.
거리를 더 벌리며 노마크 기회를 잡았고 마누엘 갈란이 백업을 하러 측면으로 내려왔다.
‘열렸다.’
그러자 골대 앞 공간이 열렸고 기예르모 다린이 공간을 읽고 스텝을 밟는 게 보였다.
뻐—–엉!
오프사이드 라인에 걸리지 않고 절묘하게 침투한 기예르모 다린은 센터백을 누르면서 헤딩을 시도했다.
[아아아아! 이게 빗나가고 맙니다!]헤딩으로 골을 노렸지만, 아쉽게 골대 위로 넘어가고 말았다.
“미안!”
기예르모 다린이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했고 유지우는 손을 올리며 괜찮다는 제스처를 보냈다.
.
.
.
10분 뒤.
전반 종료 직전, 기회는 다시 만들어졌다.
유지우가 드리블로 오른쪽 공간을 완전히 열며 크로스 기회를 잡았다.
리버 플레이트의 빠른 백업.
기예르모 다린이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부터 손을 흔들며 보낸 사인을 본 유지우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애매한 높이로 크로스를 올렸다.
‘어디 한번 해봐.’
뻐—엉!
그 높이는 기예르모 다린이 가장 선호하는 높이였다.
볼은 빠르게 문전 앞으로 날아갔고 마누엘 갈란을 비롯해 리버 플레이트 수비진이 막으려고 했는데.
휙.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머리가 튀어나왔다.
철렁.
기예르모 다린이 땅을 짚고 몸을 날리며 미사일처럼 날아 머리에 맞힌 볼은 골키퍼의 다리 사이로 지나가며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고오오오오오올! 기예르모 다린의 다이빙 헤더! 정확하게 리버 플레이트의 구석에 꽂힙니다!] [아름다운 크로스와 치명적인 마무리! 기예르모 다린이 오늘 경기 두 골을 기록하며 3 – 0! 보카 주니어스가 크게 앞서갑니다!]3 – 0.
경기를 뒤집는 것이 불가능한 스코어까지 벌어졌다.
기예르모 다린은 무릎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했고 축하하러 간 선수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크큭.”
“하하하하하하하하!”
처음에는 왜 웃나 했는데 기예르모 다린의 얼굴을 본 유지우도 뒤로 돌아 웃음을 터트렸다.
“응? 다들 왜 그래?”
해맑은 기예르모 다린의 코에서 나오는 붉은 액체.
“이게 뭐지? 왜 따뜻한 물이…. 어?”
주륵.
마지막 순간까지 마누엘 갈란이 끝까지 달라붙는 바람에 급해져서 헤딩을 머리가 아닌 안면으로 해서 코피가 나왔다.
그것도.
주르르륵.
쌍코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