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27)
필드의 외계인-127화(127/404)
제127화
[보카 주니어스 1 – 0 코린치안스]전반전이 끝나고 시작한 후반전.
보카 주니어스는 1점 앞서고 있는데도 라인을 올려 코린치안스 진영에서 볼을 돌렸다.
“물러서지 마! 라인을 더 올려!”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코린치안스가 하프라인을 넘어오지 못할 만큼의 강한 압박을 원했다.
1점 차이로는 안심할 수 없으니, 더 많은 득점을 넣어서 차이를 벌리겠다는 의도였다.
“브루노!”
예상보다 강한 압박에 코린치안스가 볼을 자주 주는 곳은 브루노 리마였다.
볼 배급을 해주는 능력이 탁월한 선수라 받기 전부터 어디로 풀어갈 건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렸지만.
촤—-악!
한 선수로 인해 그림은 산산이 찢어졌다.
[오오오오오! 유가 태클로 브루노 리마에게 가는 패스를 잘라냅니다!]유지우는 측면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고 중앙으로 올라오며 브루노 리마를 마크했다.
자른 볼은 반대 사이드에 있는 디에고 로시에게 주곤 전방으로 달려갔다.
“…….”
브루노 리마는 제대로 말을 잇지도 못했다.
그가 상대하는 유지우는 전반전부터 그렇게 뛰어다녔는데도 지친 기색은커녕 더 많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수비 가담 능력.’
팀 1위의 체력과 높은 활동량을 기반으로 한 유지우의 수비 가담은 세바스티안 란첼라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다.
.
.
.
“유!”
유지우는 필드 모든 곳을 누볐다.
그 움직임을 본 코린치안스 감독은 유지우에게 주어진 롤을 알아차렸다.
‘프리롤.’
필드 위에서 가장 자유로운 롤로 이해도가 높아야만 가능했다.
그런 어려운 롤을 18세의 유지우는 아무렇지 않게 소화했다.
현대 축구에서 전술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나며 ‘10번 플레이메이커 롤’이 점차 사라졌지만, 유지우는 그동안 보카 주니어스에서 뛰면서 누구보다도 그 역할을 잘 수행해냈다.
투—웅!
[유의 로빙 패스으으으으! 기예르모가 침투하면서 머리에 맞춘 볼!!!]까—앙!
[이게 크로스바를 맞습니다! 볼은 아직 온 볼 상황! 선수들이 달려듭니다!]여러 명의 선수가 허공에 뜬 볼에 달려들었다.
충돌했다간 부상이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도 그들의 눈은 볼을 쫓았다.
그리고 골키퍼가 손을 뻗어 잡아내며 상황이 종료됐다.
50분.
60분.
시작 시간보다 종료 시간이 가까워지자 코린치안스는 약간의 전술적인 변화를 줬다.
4-5-1의 포메이션에서 3-5-2로 변화를 해 양 사이드 백들의 공격 참여도를 높였다.
[코린치안스의 크로스 플레이 비율이 늘어났습니다.] [쫓기고 있다는 뜻이겠죠, 코린치안스가 이렇게 변화를 줄 때는 밀릴 때 말곤 없었습니다.]그러면서 보카 주니어스도 자연스럽게 앙헬 몰리야와 하비에르 카세로가 라인을 조금 내려 4-4-2로 변화를 줬다.
왼쪽 측면에 있던 디에고 로시가 기예르모 다린보다 조금 밑으로 이동하며 코린치안스 진영에 혼란을 줬다.
“뒤에!”
마르코스 무스가 찔러준 패스가 유지우에게로 갔다.
볼을 잡기도 전에 유지우에게 강한 압박이 들어왔다.
쿠—웅!
뒤에서 부딪치는 선수는 브루노 리마였다.
[브루노 리마가 유에게 바짝 붙습니다!]볼을 잡기 전.
유지우는 자기에게 붙은 선수를 속이기 위해 바디 페인팅을 했다.
왼쪽과 오른쪽.
브루노 리마를 속이려고 했고 그때 벌어진 다리 사이로 볼을 흘렸다.
– 오오오오오오!
유지우는 브루노 리마의 다리 사이를 지나 뒷공간으로 흐른 걸 확인한 후, 왼쪽으로 순간적으로 돌아나갔다.
‘이럴 줄 알았어.’
브루노 리마는 유지우의 움직임을 예측하였다.
처음에는 볼을 잡고 흔들 줄 알았지만, 볼을 흘린다는 선택지도 가지고 있었다.
삐—-익!
그래서 시도한 건.
다리를 걸어 넘어트리는 거였다.
[아아아아아아! 유가 다리에 걸려 넘어집니다!] [브루노 리마는 집요한 선수입니다. 1 vs 1 상황에서 쉽게 자신의 뒷공간을 내주지 않습니다.]카드를 받은 브루노 리마는 넘어져 있는 유지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
“일부러 걸어놓고 할 말은 아니라고 보는데.”
“너를 막을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 * *
공격 vs 공격.
양 클럽은 서로의 강점을 살려 골문을 노렸다.
그러던 중, 보카 주니어스의 역습이 실패하자 코린치안스의 양 사이드가 빠른 주력으로 찬스를 만들었다.
뻐—엉!
날카로운 크로스가 올라왔고 그걸 하파엘 바이아누가 점프를 뛰어 머리에 맞추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뛰어오른 선수가 있었다.
[파우스토 바르코오오오오오! 실점 위기에서 보카 주니어스를 구해내는 헌신적인 수비입니다!]하파엘 바이아누를 찍어누르며 헤딩으로 걷어내자 보카 주니어스 팬들은 열광했다.
착지를 잘못해서 넘어지긴 했지만, 에르네스토 게레라가 다가와서 일으켜줬다.
“나이스 수비.”
“저 녀석은 저한테 맡기고 에르네스토는 수비 통솔만 잘 해줘요.”
“…알았다.”
작년 시즌까지는 약간 불안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불안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주전 센터백으로 자리매김한 파우스토 바르코를 에르네스토는 대견하게 봤다.
‘내가 은퇴를 해도 보카의 수비는 든든하겠다.’
에르네스토 게레라의 전체적인 수비 통솔과 몸을 아끼지 않는 파우스토 바르코의 활약으로 코린치안스는 쉽게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 와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선수들의 숨소리도 같이 커졌다.
파우스토 바르코는 하파엘 바이아누를 꽁꽁 묶으면서 기회를 주지 않았지만, 이처럼 수준이 높은 경기에서 90분 내내 기회를 내주지 않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젠장, 막아!”
실수를 노리고 들어온 아주 찰나의 순간.
브루노 리마의 패스가 들어오는 것을 본 파우스토 바르코가 역동작에 걸렸으면서도 몸을 날렸지만, 아슬아슬하게 발에 닿지 않았다.
[하파엘! 하파엘 바이아누!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침착하게 오른쪽으로 밀어 찬 슈팅.
그러나 골키퍼가 필사적으로 다리를 뻗어 볼을 건드리는 데 성공했다.
삐—-익!
[코너키이이이익! 하파엘 바이아누가 아쉬워서 하늘을 쳐다봅니다!]좋은 선방이긴 했지만, 코린치안스에게 코너킥을 주며 위험 상황이 끝난 건 아니었다.
[코린치안스는 세트피스에서 호흡이 좋은 클럽입니다. 보카 주니어스가 집중해서 막아내야 합니다!]세바스티안 란첼라는 코린치안스 전을 준비하면서 세트피스 상황을 염두에 뒀다.
그래서 전반전부터 준비한 세트피스 수비 전술을 사용하며 여러 번 위기를 넘겼지만, 실점 직전까지 간 상황도 나왔었다.
“각자 마크맨 정한 대로! 놓치지 마!”
에르네스토 게레라가 전체적으로 지휘를 내렸고 각자 마크맨을 잡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코너킥.
약간 낮게 올라오는 크로스.
낙하지점에 선수들이 몰려 있었고 파우스토 바르코가 타이밍을 재고 점프를 뛰었다.
툭.
어깨싸움에 우위를 점하며 걷어낸 볼.
그러나 그 볼은 코린치안스의 저격수 발끝에 도달했다.
[볼이 향하는 곳! 그곳에는 브루노 리마가!!!]“막아아아아!”
마르코스 무스가 달려들며 태클을 했지만, 그보다 먼저 슈팅을 때렸다.
철렁.
골망은 허망하게 흔들렸다.
[흔들리는 보카 주니어스 골문! 하파엘 바이아누도 위험하지만, 진짜 위험한 건 바로 이 선수! 브루노 리마입니다!]브루노 리마가 무서운 점은 수비력만이 아니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벌어지는 세컨 볼 상황에서 무섭도록 득점력이 높다는 것이 또 다른 무서움이었다.
[세 번째 우승을 목표로 필사적인 코린치안스! 마침내 보카 주니어스의 골문을 흔들며 경기를 원점으로 만듭니다!]어느덧 경기는 65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 * *
스코어는 1 – 1 무승부.
아직 어느 클럽이 이길지 갈리지 않았다.
그래서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필드 위의 하얀 볼을 쫓았다.
[디에고 로시이이이이이! 가슴으로 한 번 떨군 뒤에! 슈우우우웃!]디에고 로시가 빠른 템포로 슈팅을 가져갔지만, 수비수 피델 로드리게스가 얼굴로 막아냈다.
[후반전에 집중력이 올라온 코린치안스의 수비! 보카의 날카로운 창마저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습니다!]코린치안스의 수비는 ‘그물’이라는 표현이 알맞았다.
물고기가 도망치지 못하게 광범위로 펼친 그물처럼 보카 주니어스라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촤—–악!
[아아아아아! 태클에 막히는 기예르모 다린!] [수비 숫자가 많아진 거 같죠?]코린치안스는 수비 후 역습 전술로 변화를 줬다.
보카 주니어스가 라인을 올려서 공격하니, 수비 후에 그 뒷공간을 노리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잘못 생각한 게 있었다.
[하비에르 카세로의 슈티이이이이이이잉! 아! 크로스바를 넘어가고 말았습니다!]하비에르 카세로.
[앙헬 몰리야의 노룩 패스가 수비수 사이로! 그곳을 파고드는 기예르모 다린! 방향만 살짝 바꿔놨는데요!]까—앙!
[이게 골포스트를 맞습니다아아아아아!]앙헬 몰리야와 기예르모.
[측면에서 돌파를 시도하는 디에고 로시! 한 명! 두 명! 세 명을 제친 뒤 슈우우우우웃!]디에고 로시.
보카 주니어스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를 쓰며 코린치안스의 골문을 위협했다.
세계적인 레벨의 보카 주니어스의 창들은 코린치안스의 그물을 찢기 직전까지 갔다.
‘…이대로 두면 위험해.’
그리고 코린치안스 감독이 제일 신경 쓰는 곳은 보카 주니어스의 오른쪽 측면, 유지우였다.
“볼 줘!”
계속 볼을 달라며 필드 전방위를 누볐다.
오른쪽에 있다가 중앙, 또 왼쪽까지.
필드 곳곳에 유지우의 발자국이 안 새겨진 곳이 없었다.
‘미치겠군. 가뜩이나 전술 이해도도 높은데 프리롤까지 소화하다니.’
코린치안스 감독은 머리가 아팠다.
분명히 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지우를 봉쇄할 대안이 많았다.
그러나 유지우는 그걸 하나하나 부수며 브루노 리마라는 마지막 카드마저 부숴버렸다.
‘저걸 어떻게 막아.’
득점이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유지우의 돌파를 보며 코린치안스 감독은 한숨이 늘어갔다.
70분.
계속된 공격으로 코린치안스의 그물이 느슨해진 틈을 타 유지우가 중앙으로 올라갔다.
근처에서 두 명의 선수가 막았지만, 유지우는 그들을 등진 상태로 버텨냈다.
‘…….’
묵묵히 볼의 흐름을 지켜보다가 앙헬 몰리야가 원터치로 디에고 로시에게 주는 것을 보곤 뛰어나갔다.
투-웅!
유지우의 침투 타이밍에 맞춰 디에고 로시가 수비수를 등진 채, 원터치로 내준 패스.
정확하게 침투하는 유지우에게 향했다.
회전이 걸린 볼은 유지우의 가슴 쪽으로 날아왔고 안전하게 떨궜다.
근처에서는 마크하는 선수가 붙었지만, 유지우는 볼을 마크하는 선수들과 먼 곳에 떨어트리곤.
뻐—엉!
마크가 붙기 전에 강하고 낮게 슈팅을 때렸다.
철렁.
골키퍼의 손끝을 스치며 다시 한번 흔들리는 골망.
유지우와 디에고 로시의 완벽한 호흡이 코린치안스의 그물을 찢어버렸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코린치안스의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리는 유의 고오오오오오오올! 보카의 황제가 남미의 황제로 우뚝 올라섭니다!] [71분에 나온 유의 득점! 다시 균형이 깨지며! 보카 주니어스가 역사에 한 걸음 다가섭니다!]보카 주니어스 등번호 10번이 유독 빛나는 순간, 코린치안스의 감독은 고개를 떨궜다.
‘…작년에 저 녀석이 출전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몰랐겠군.’
도저히 막을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선수.
그런 압도적인 선수를 앞에 둔 채, 의지가 꺾여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