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28)
필드의 외계인-128화(128/404)
제128화
2 – 1.
유지우의 득점으로 아슬아슬하던 균형이 깨지고 전광판의 시간은 어느덧 8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종료까지 10분밖에 남지 않자 코린치안스는 득점을 위해 극단적으로 라인을 올렸다.
공격 숫자에서 우위를 점한 채, 보카 주니어스의 골망을 노렸다.
[브루노 리마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이 크로스바를 넘깁니다!] [조금 침착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힘이 많이 들어간 모습입니다!]공격 숫자에서는 우위를 점하긴 했어도 조급한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호흡이 어긋나는 모습이 보이자.
퍼–억!
보카 주니어스 선수들은 몸을 부딪치며 균형을 흔들었다.
“계속 달라붙어! 볼 배급을 편하게 하지 못하게!”
하비에르 카세로는 마르코스 무스와 같은 라인에 위치해 침착하게 경기를 지휘했다.
체력이 많지는 않았지만, 상대 팀도 체력이 떨어져서인지 압박을 심하게 받지 않아 시야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그에 반해 상대 팀에서 조율 역할을 맡은 브루노 리마는 체력적으로 완전히 지친 상태였다.
중원 전체를 통솔하는 것도 모자라 유지우를 통제하는 역할까지 받아 무리한 탓이었다.
유지우는 브루노 리마의 전담마크맨으로 붙어, 아예 패스를 뿌리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이 새끼는 지치지도 않나!’
떼어내려고 해도 떼어지지 않는 거머리 같은 수비.
스텝오버로 제쳐낸 뒤에 패스를 뿌리려고 했는데.
촤—악!
유지우는 태클로 패스를 시도하지 못하게 막았다.
[유가 브루노 리마를 봉쇄합니다! 저렇게 하면 코린치안스는 볼 전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유의 발에 맞고 튀어 오른 볼은 왼쪽에 있던 앙헬 몰리야에게!]수비할 때는 거머리처럼 수비하더니, 공격 전환이 되자 한 마리의 치타처럼 튀어 나갔다.
[앙헬 몰리야의 패스가 들어가는 유의 발 앞으로 연결!]코린치안스는 공격 작업 때문에 라인을 올린 상태였다.
급히 수비 백업을 하지만 수비는 제대로 라인을 잡지 못했다.
센터백 3명.
양 사이드 백들은 아직 내려오지 못했다.
[코린치안스의 양 사이드백들이 내려오지 못했습니다! 숫자는 3 vs 3! 보카의 3대장이 코린치안스의 진영으로!!]다른 선수들이 백업 오기 전에 서둘러 처리를 해야 했다.
그걸 아는 유지우는 볼을 잡고 전방을 살폈다.
기예르모 다린과 디에고 로시가 각자 수비수 한 명씩 달고 있는 걸 보곤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자신을 막으러 오는 선수를 레인보우 플릭으로 제쳐냈다.
– 오오오오오오!
볼은 머리 위로 지나갔지만, 옆으로 들어가는 유지우를 보곤 수비수는 팔을 쭉 뻗었다.
‘…미친.’
하지만 유지우는 거기서 가속을 내며 순식간에 눈앞에서 멀어졌다.
[유의 돌파아아아아! 여기서 한 골이 더 들어간다면! 보카 주니어스의 우승이 확실시됩니다!]관중들은 엉덩이를 들썩이며 몸을 반쯤 일으켰다.
모두의 시선을 받는 유지우는 전방을 살피더니, 패스를 찔렀다.
기예르모 다린이 수비를 등진 상태에서 볼을 받으려고 했고 그 옆으로 디에고 로시가 침투했다.
[기예르모 다린이 가볍게 돌려놓은 볼! 디에고 로시! 로—-시!]원터치로 돌려놓은 볼은 디에고 로시가 왼발로 때리기 좋게 딱 떨어졌다.
골키퍼가 나오는 걸 본 디에고 로시는 논스톱으로 쭉 밀어 찼고, 볼은 골키퍼를 지나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디에——고! 왼발로 코린치안스의 심장을 꿰뚫습니다!] [이것으로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보카의 3대장이 만들어낸 골에 코린치안스는 침몰합니다!!! 어? 디에고가 어디로 가죠?]사실상 승리를 확정 짓는 골을 넣은 디에고 로시는 세리머니를 하다 말고 뭔가 떠올랐는지 유지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유우우우우우우우!”
양팔을 쭉 뻗으며 달려간 디에고 로시를 본 유지우는 도망치려다가 붙잡혀서 강제 합동 세리머니를 당했다.
* * *
[ 보카 주니어스 3 – 1 코린치안스 ]남은 시간은 추가 시간까지 해서 불과 2분.
2점 차이를 뒤집기에는 촉박한 시간이었기에, 사람들은 보카 주니어스가 우승을 했다는 걸 짐작했다.
촤—-악!
우승이 확실시된 상황에서도 유지우는 땀을 흘리며 필드 위 누구보다 헌신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
[유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필드 곳곳을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지금 뛴 거리가 얼마나 되죠? 지금까지의 경기 중에서 제일 많은 거 같은데요?]유지우가 뛴 거리는 어느새 17km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숨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유지우의 다리는 멈추지 않았다.
– 오오오오오!
라인을 넘어갈 것 같은 볼도 전력 질주를 해서 슬라이딩으로 살려낸 장면에선 팬들의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종료 1분을 남겨놓은 시점.
삐—-익!
볼이 나간 틈을 타 보카 주니어스의 선수 교체가 이뤄졌다.
“아….”
관중석에 있는 팬들은 전광판에 보인 교체 선수 이름을 보고 탄식했다.
‘10 – Yoo Ji Woo’
[보카 주니어스가 마지막 교체 카드를 종료 직전에 씁니다.] [코파 리베르타도레스를 우승하면 떠나겠다고 발언을 한 후라 사실상 유의 마지막 경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팬들도 그걸 아는 듯 응원가를 불러주는군요.]에이스와의 이별을 직감했는지 팬들은 여태껏 불렀던 응원가 중 가장 큰 목소리로 응원가를 불렀다.
[한 걸음을 내디딜 때는 두려움을.두 걸음을 내디딜 때는 환호를.
세 걸음을 내디딜 때는 승리를!
길을 비켜라, 그리고 무릎을 꿇어라.
새로운 왕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며 찬양하라!
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
우리의 새로운 왕 유에게 경배를!]
언제나 어디서나 열정적으로 응원을 해주는 팬들을 향해 유지우는 박수로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는 필드를 나가기 전.
꾸벅.
라인 앞에 서서 사방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있었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협회에 찍혀서 한국에서 축구 선수라는 꿈이 안 보였던 시절에 접근했던 보카 주니어스.
암흑 속에 있던 자신을 빛나는 세상으로 끌어준 곳이었다.
그렇게 온 이방인인 자신을 언제나 따뜻하고 열정적으로 맞이해준 팬들.
이들과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울컥했다.
주르르륵.
여러 가지 감정이 녹아 눈물이 됐고 벤치에 앉아 흐르는 눈물을 수건으로 애써 가렸다.
삐익! 삐익! 삐—–익!
코린치안스가 분전했지만, 보카 주니어스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립니다! 최종 스코어! 3 – 1! 보카 주니어스가 코린치안스를 이기고 마침내! 마침내! 남미 축구 클럽 최초로 트레블이라는 업적을 달성합니다아아아아아!]코파 수다메리카나, 리그 우승,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까지.
남미 대륙컵을 모두 우승하며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역사를 썼다.
허공에 흩날리는 금빛 종이꽃.
보카 주니어스 팬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필드로 달려 나왔다.
[어어어어어! 관중들이 필드로 난입합니다!]경찰들도 통제하다가 결국에는 포기했다.
그렇게 관중들은 필드로 들어와 선수들과 함께 기뻐했고 유지우 근처로 몰려들었다.
“유! 이 미친놈! 우리는 네가 해낼 줄 알았어!”
“다들 뭐 하고 있어! 옆으로 붙어!”
팬들은 유지우를 들어 올리며 헹가래를 해줬다.
“어디를 가더라도 행복해라!”
“그동안 고마웠어! 유! 널 평생 잊지 않을게!”
“사랑해! 유! 네가 다른 곳을 가더라도 사랑할 거야!”
29-30시즌부터 30-31시즌.
2년 동안 행복하게 해준 에이스가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그들은 유지우를 하늘 높이 올려보냈다.
* * *
필드에선 시상식이 준비됐다.
준우승팀인 코린치안스는 체념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고 보카 주니어스 선수들은 찾아온 가족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지우야.”
유지우는 선수들 가족들과 인사를 한 뒤에 유한우와 필드를 걸으며 얘기를 나눴다.
“네, 아버지.”
“떠나기로 한 건 변하지 않았지?”
“…네, 이제 떠날 거예요.”
보카 주니어스에 있으면서 이룰 수 있는 건 다 이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제는 더 큰 물로 가는 게 맞았다.
“그래, 네가 선택한 거니까 다 잘 풀릴 거다.”
잠시 후, 준우승 메달이 코린치안스에게 전해졌고 우승팀 시상 순서가 됐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2031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클럽이 단상 위로 올라서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들려왔다.
[우승팀인 보카 주니어스 선수들이 단상 위에 올라가고 있습니다!]선수들의 목에는 우승 메달이 걸렸고 트로피 주위로 몰렸다.
“자자자자! 다 모여!”
선수들이 다 모이자 주장인 하비에르 카세로가 타이밍을 맞추며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다.
[2031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클럽은 보카 주니어스입디아아아아아아!]폭죽이 터지는 신호에 맞춰 선수들은 서로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고 하비에르 카세로는 손에 든 트로피를 유지우에게 내밀었다.
“유!”
“네?”
“팬들한테 가져가는 건 네가 해.”
“그건 주장이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 건 주장이 아니라 에이스의 역할이야.”
팬들에게 트로피를 가져가는 건 유지우의 몫이었다.
한 시즌 최다 공격 포인트 기록 경신을 비롯해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줬기에 유지우에게는 자격이 있었다.
유——-!
팬들은 유지우가 트로피를 들어 올리자 함성을 질렀다.
그렇게 선수들이 번갈아 가며 트로피를 잡았고.
“리카르도!”
마지막에 하비에르 카세로가 트로피를 가져간 곳은 리카르도 메사가 있는 곳이었다.
“…너무 늦었네요.”
옛날부터 약속했던 것.
그리고 작년에 아쉽게 가지지 못했던 것.
“다들 고맙다.”
리카르도 메사는 트로피를 받았고 선수들은 주위에 모여 축하해줬다.
“울어도 돼요.”
“맞아요! 선글라스라면 이미 제가 사놨어요!”
“어어어어어! 운다! 운다!”
“이것들아! 놀리니까 좋냐! 나 이제 코치야! 코치!”
사람들은 멀리서 그 장면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결국, 30-31시즌도 끝났네.”
“보카 주니어스가 트레블을 이룰 줄은… 하하하.”
“정말 흥미로운 시즌이었어.”
보카 주니어스의 리그 2연패를 더불어 역사에 남을 ‘트레블’까지.
단 한 경기도 눈을 뗄 수 없는 흥미로운 시즌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이목이 향한 곳은 유지우였다.
그는, 한 시즌 최다 공격 포인트 기록을 달성하며 아르헨티나 리그 최우수 선수에 당당히 오른 선수였으니까.
“떠나겠지?”
사람들의 아쉬운 눈빛을 뒤로한 채, 대회 최우수 선수에 뽑힌 유지우는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인터뷰했다.
처음은 형식적인 질문뿐이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결정적인 질문이 나왔다.
“코파 리베르타도레스를 우승하면 팀을 떠난다고 하셨는데 그 말에 변함은 없나요?”
기자들은 조용해지며 유지우의 말을 기다렸다.
작년 시즌부터 ‘원했던 것을 다 이룰 때까지는 보카 주니어스에 있을 겁니다.’ 이 말을 했었다.
이 말을 풀면.
‘원하는 것을 다 이루면 보카 주니어스를 떠나겠습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유지우가 마지막으로 목표했던 코파 리베르타도레스를 우승했으니, 떠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했다.
그들은 유지우가 어떤 말을 할지 기다렸고, 그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많이 생각했습니다.”
기자들은 별말을 하지 않고 경청했다.
“보카 주니어스 유스부터 약 3년이라는 시간을 이곳에 있었습니다. 힘든 적도 있고 행복한 적도 있고 저에게 프로가 어떤 것인지 알려준 곳이 보카 주니어스입니다.”
2028년 10월에 와서 2031년 6월이 됐다.
그 기간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전 이곳을 떠나 더 큰 목표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더 했다.
“30-31시즌을 마지막으로 이적하겠습니다.”
코파 리베르타도레스까지 우승한 유지우는 공식적으로 이적을 선언했다.
【 30-31시즌 종료! 유! 역대 최다 공격 포인트 78개 기록! 】
【 보카의 황제 유! 이적 선언! 】
【 유, “이룰 건 다 이뤘다. 이제는 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적할 때.” 】
이 소식을 접한 유럽 빅클럽은 앞다투어 아르헨티나를 찾았다.
그렇게 유지우를 둘러싼 영입 전쟁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