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31)
필드의 외계인-131화(131/404)
제131화
30-31시즌이 종료되면서 세바스티안 란첼라도 휴가를 받아 가족들과 여행을 다니며 피로를 풀었지만, 기자들의 연락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났다.
-“감독님! 그러지 말고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친한 기자들에게 온 전화라 무시할 수도 없어 항상 정중히 거절했다.
“제가 할 말은 없습니다.”
-“유가 어느 클럽으로 가는지만…!”
“선수의 개인적인 일을 발설하는 건 감독으로서 할 짓이 아니죠.”
선수 이적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인데 그걸 입 밖으로 내뱉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만 끊겠습니다.”
-“가, 감독니….”
전화를 끊고 테라스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부인인 발레리아 란첼라가 다가왔다.
“또 기자 전화에요?”
“쉴 만하면 전화가 오고 아주 죽겠어.”
“피곤한데 안으로 들어가셔서 쉬어요.”
“이것만 마시고.”
발레리아 란첼라는 맞은편 의자에 앉아 함께 창밖 풍경을 바라봤다.
“아!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뭐를?”
“차라리 기자회견을 해서 유의 이적은 확실시되어가고 있다. 나는 감독으로서 선수의 결정을 존중해줄 뿐, 어떤 개입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더는 묻지 말고 기다려달라. 이런 식으로요.”
이적 시기가 다가오면서 세바스티안 란첼라를 비롯해 보카 주니어스 보드진의 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렸다.
그래서 다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소연을 했는데, 기자회견을 열어 구단의 공식 의견을 표명하면 어떻겠냐는 거였다.
‘차라리 기자회견을 여는 게 낫겠군.’
그래서 구단에 요청해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엔리케 보토도 참가하며 규모가 커진 기자회견장에는 여러 언론사의 기자들이 찾았다.
“유의 이적이 확실시된 건가요?”
“협상이 진행 중인 건 맞습니다.”
“어느 클럽으로 가는 건지 정해졌나요?”
“그건 제가 말씀드릴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사는 유지우가 어느 클럽으로 갈지였다.
이미 구단 사이에선 바이아웃 합의가 됐지만, 확정될 때까지 ‘엠바고’ 상태라 말을 아꼈다.
“에이스 역할을 해준 유가 떠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좀 예민한 질문이었다.
작년 시즌부터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공식 석상에서 유지우를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유는 내가 지도한 선수 중 최고의 재능을 가졌다.’
‘그가 뛰는 걸 보면 저절로 승리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데뷔하자마자 최고가 된 선수.’
‘천재? 그는 천재가 아니다. 천재들을 잡아먹는 괴물이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유지우가 이적을 선언했을 때 매일 밤을 술로 지새울 정도로 슬퍼했다.
‘하아.’
질문을 받으니, 심란해졌다.
이제 더는 최고의 선수를 지휘하지 못한다는 것이 실감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를 알려주면 늘 열 가지 이상을 해주는 선수.
그를 떠나보내는데 마음이 편할 리가 있겠나.
“유가 떠난다고 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설득도 했죠. 남아달라고.”
애매한 질문은 답을 회피했다.
“하지만 워낙 마음이 확고했습니다. 유는 자신의 꿈을 저에게 말했고 저는 그 꿈을 지지해줄 생각입니다.”
유지우는 돈을 위해서 가려는 게 아니었다.
돈을 위해서 가려는 선수가 연봉까지 줄이면서 갈 생각을 할 리가 없으니까.
그래서 세바스티안 란첼라를 비롯해 보카 주니어스 선수단은 유지우의 의지를 지지했다.
“그래서 유를 데리고 갈 감독에게 이 말을 전해주고 싶네요.”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당신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보물을 품게 될 테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게 좋을 겁니다.”
“…….”
“유는 당신의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괴물이니까요.”
* * *
며칠 뒤.
엠바고가 풀리며 소식이 전해졌다.
【 ‘보카의 황제’ 유, 아스날과 계약 협의 중. 】
【 아스날, 유지우와 합의는 긍정적. 】
【 보카 주니어스, “해당 내용은 사실이다.” 】
보카 주니어스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유지우의 행선지가 정해지자 글들이 쏟아졌다.
[ 아스날? 난 더 큰 클럽으로 갈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 [ 거기 지금 거의 절벽으로 밀린 곳 아니야? 하필 왜 거기로 가는 거야? ] [ 와… 진짜 이거 보면 유가 떠난다고 했을 때, 안 좋은 말하던 사람들 말 쏙 들어가겠다. ] [ 돈이나 명예를 원해서 이적하는 게 아니라 도전하고 싶어서 이적한다는 말이 이해되네. 정말 멋진 선수야. ] [ 돈이나 명예를 원했다면 다른 클럽들도 많았으니까. ]국내에선 최고의 스타인 유지우의 행선지를 두고 시선을 집중한 상태라 기사가 빠르게 보도됐다.
-유지우가 아스날 가야 하는 이유 네 가지 알려준다.
1. 감독이랑 스타일 잘 맞음
2. 주전 경쟁 용이
3. 요즘 유니폼 디자인 ㅅㅌㅊ
4. 사스날
ㄴ 사스날? 십스날 된 지가 언젠데 ㅋㅋㅋㅋㅋㅋㅋ
ㄴ 벵거 감독이랑 아르데타 감독이 있을 때나 사스날이고 챔스권이었지 그 후에는 십스날임.
ㄴ 작년에는 구스날이었음.
-사스날? 어째서? 지우야 ㅠㅠㅠㅠㅠㅠ 아시아 선수들한테 지옥인 클럽이잖아 ㅠㅠㅠㅠ
ㄴ 왜 지옥임?
ㄴ 아시아 선수 중에서 아스날로 가서 성공한 선수가 없음.
ㄴ ㅇㅇ 준수한 실력 가진 선수들도 다 망가져서 방출됨 ㅠㅠㅠㅠㅠㅠㅠㅠ
ㄴ 토미도 잘하다가 부상입고 나서 나가리 됐잖아.
-아…. 하필 개집으로 들어가냐.
ㄴ 개집이라니!
ㄴ 토트넘 팬 어서 오고~
ㄴ 갓지우께서 가셨으니 이제 그곳은 궁전이다! 궁전! 냄새나는 닭장이랑 다르지!
ㄴ 조롱은 그만해라, 이제 국민 클럽이 될 곳이다.
-아스날은 이미 무너진 클럽이잖아 ㅠㅠㅠㅠ 챔스는커녕 유로파 출전권도 없는 곳인데 ㅠㅠㅠㅠ
ㄴ 그래도 난 기대 됨.
ㄴ 네 다음 구너.
ㄴ 멍멍.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장군님 보겠네.
ㄴ 엌ㅋㅋㅋㅋㅋㅋ 장군님께 인사 올리자!
ㄴ 다른 팀이 갓지우 괴롭혀도 든든하긴 하다 ㅋㅋㅋ 리그 청소부가 있잖아.
ㄴ 레장군 : 네가 우리 애 건드렸냐?
ㄴ ㄷㄷㄷㄷ
ㄴ 그 성질 더러운 데릭도 벌벌 긴다는 그분?
ㄴ 데릭이 누구?
ㄴ 웨스트햄에 인성 개차반으로 유명한 놈 있음 ㅋㅋㅋㅋ 26-27시즌이었나? 그때 레장군님한테 개겼다가 병원으로 실려 감.
ㄴ ㄹㅇ?
ㄴ 폭행한 거?
ㄴ 패서 실려 가게 한 게 아니라 정당한 몸싸움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와, 방금 사진 보고 왔는데 피지컬 미쳤다. 저런 분이 왜 축구를 하고 있지? 미식 축구해도 다 패고 다니겠는데?
계약은 도장만 찍으면 마무리되는 상황이라 공식적으로 기사가 풀리자 반응은 점점 뜨거워졌다.
그렇게 유지우가 아르헨티나를 떠날 날은,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어서 와, 유.”
“잘 지내셨죠?”
그러던 어느 날.
유지우는 감독실을 찾아 세바스티안 란첼라 감독과 면담했다.
“떠날 준비는?”
“아버지랑 에이전트가 도와줘서 거의 마무리했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나란히 차를 마셨다.
‘처음에는 차가웠던 아이가 어느덧 이렇게 컸구나.’
상처받은 강아지 같았던 아이가 어느덧 늠름한 어른이 된 모습에 세바스티안 란첼라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왜 웃으세요?”
그걸 본 유지우는 당황했다.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기본적으로 선수들에게 엄한 모습만 보여왔으니까.
“아무것도 아니다.”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에 말했다.
“유.”
“예.”
“보카에서 하던 것처럼만 해라, 그러면 유럽에서도 널 막을 녀석은 없을 거야.”
붙잡고 싶은 마음은 매일같이 들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보카 주니어스라는 곳은 유지우를 담아내기엔 작은 곳이니까.
“조언 감사합니다.”
“그리고 말이다.”
“말씀하세요.”
“구단에서 널 떠나보내기 전에 고별식을 한다고 했는데 알지?”
“네, 들었어요.”
“기대해도 좋을 거다. 모두가 네게 감사하고 있으니까.”
“감사는 제가 해야죠.”
.
.
.
시간이 흘러 고별식 당일.
난 아침부터 여러 준비를 했고 고별식이 열릴 라봄보네라를 찾았다.
“유!”
그곳엔 선수들도 있었다.
“다들 왜 왔어요?”
“네가 떠난다는 데 배웅은 해줘야 한다고 디에고가 하도 뭐라고 하길래.”
휴가 기간인데도 선수들은 기꺼이 하루를 나에게 투자한 셈이었다.
고마움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우리도 준비할 테니까, 너도 얼른 가서 준비해.”
“고맙다.”
“고맙긴! 유럽 가서도 잘하고 있어! 금방 따라잡으러 갈 거니까!”
선수들과 인사를 나눈 뒤, 대기실로 갔다.
“안녕하세요.”
안에는 엔리케 보토 단장은 물론 라몬 카세레스 회장까지 있었다.
그리고 식당부터 세탁, 여러 파트의 직원들도 있었다.
“어서 오세요.”
라몬 카세레스 회장이 웃으며 손을 내밀자 난 그 손을 잡고 악수했다.
“직원분들이 유를 보고 싶다고 해서요. 괜찮으시죠?”
“그럼요.”
“오늘 하는 건 간단한 인터뷰라고 생각하고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촬영팀이 카메라 세팅을 끝냈다.
“준비 끝났습니다.”
그렇게 난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오늘로 마지막으로 입는 보카 주니어스 유니폼이었다.
“가볼까요?”
“네.”
엔리케 보토와 함께 걸으면서 터널로 갔다.
터널 너머에서 느껴지는 열기.
그리고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 “그러면 만나보겠습니다! 보카의 황제! 지우 유입니다!”
내가 입장할 순간이 되자 엔리케 보토는 웃으며 말했다.
“보카의 마지막밤을 부디 즐겨주세요.”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필드로 나오자 폭발하는 함성.
라봄보네라에는 금빛 파도가 일렁였다.
중앙으로 걸어가 직원이 건네준 마이크를 잡고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지우 유입니다.”
-와아아아아아!
“이렇게 보카를 떠나게 되어… 무척 아쉽고 슬픕니다.”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며 보카 주니어스를 떠나 더 큰 무대로 가고 싶은 마음은 더욱 커져 있었지만,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처음 보카에 왔을 때가 떠오르네요.”
모든 게 낯설고 어려웠던 시기.
그러나 주변에서 많은 걸 도와줘서 버틸 수 있었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떠나기 전에 고마운 분들에게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난 카메라 뒤에 있는 스태프들을 봤다.
“곤살로.”
이름을 부르자 곤살로는 화들짝 놀랐다.
“그동안 유니폼을 깨끗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매일 깨끗한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어요.”
세탁을 담당하며 선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곤살로 메르카도.
“바니나, 입맛 까다로운 저 때문에 고생 많으셨죠?”
음식을 담당하는 선수들의 어머니 바니나 코메티.
“아니에요.”
“덕분에 경기에서 많은 득점을 할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그 외에도 뒤에서 묵묵히 도와준 스태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내가 본인들 이름까지 다 알고 있자 몇몇 스태프들은 상당히 놀란 기색이었다
항상 선수들의 그림자가 되어 움직이는 탓에, 직원들의 이름을 아는 경우는 정말 오래 뛴 선수들 말고는 거의 없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직원들은 내가 이름을 불러줄 때마다 활짝 웃어주었다.
“여러분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제가 이렇게 성장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인터뷰가 어느 정도 종료가 되자 라몬 카세레스 회장은 어딘가에 신호를 보냈고 곧 직원 한 명이 무언가를 들고 들어왔다.
“이건 구단에서 준비한 작은 선물입니다.”
라몬 카세레스 회장이 건네준 것은 보카 주니어스 엠블럼이 새겨진 작은 트로피였다.
“그동안 보카의 일원으로 최선을 다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트로피를 받자 감정이 올라왔다.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눈시울이 붉어졌다.
행복했던 기억과 슬펐던 기억.
그 모든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
스태프들도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아마 그들 모두,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우.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이 엠블럼을 가슴에 달고 뛰는 매 순간이 저에게는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제 인생을 바꿔준 구단에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내가 쳐다본 곳은 필드 밖에 모여있는 선수들이었다.
“동료들에게 감사합니다. 여기 있는 모두가 너무 그리울 것입니다.”
선수들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관중석을 바라봤다.
우는 팬들.
웃는 팬들.
각양각색의 팬들의 표정이 보였다.
“그리고 팬 여러분.”
팬들은 순간 조용해졌다.
“당신들이 보내준 함성과 응원은 보카라는 어색한 땅에 도착한 작은 소년에게 축구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가르쳐주셨습니다. 16살에 왔던 소년은 이제 18살이 되어 이곳을 떠납니다.”
눈물을 흘리는 팬들을 보자 나도 감정이 울컥해졌다.
그래도 울지는 않았다.
마지막 순간은 웃는 얼굴로 기억되고 싶으니까.
“울지 마십시오. 우리 웃는 얼굴로 헤어집시다! 저는 영원히 여러분들의 웃는 얼굴을 기억하고 싶거든요.”
팬들을 보며 마지막 말을 이어갔다.
“저는 보카를 떠나지만, 보카는 영원할 겁니다. 항상 열정적이고 항상 최선을 다하고 항상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곳, 저에게 보카는 그렇게 기억될 겁니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저는 항상 보카의 승리를 응원하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고 보카여! 영원하라!”
팬들은 마지막으로 내 응원가를 불러줬다.
그 어느 때보다도 큰 목소리로.
응원가를 들으며 필드 밖으로 나오는 나에게 선수들을 박수를 보내줬다.
그리고 난 유니폼을 벗어 곱게 접어 필드를 나가기 전, 필드 안에 남겨놓고 라봄보네라의 필드를 나왔다.
그렇게 난 내 인생을 바꿔준 보카 주니어스와 이별을 고했다.
* * *
이틀 뒤, 짐을 챙겨 아르헨티나를 떠날 준비를 끝냈다.
한국으로 가기 전에 아스날과 계약 마무리 때문에 런던에 먼저 가야 했다.
“다 챙겼지?”
“네.”
텅 빈 집 안.
처음에 왔을 때의 기억이 나며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가자.”
아버지와 캐리어를 끌고 나가자 차명훈과 덱스가 기다렸다가 캐리어를 받아 차에 실었다.
그리고 근처에는 알리샤 가족들은 물론 동네 주민들이 나와 배웅을 해줬다.
“유, 잘 가.”
“그동안 감사했어요.”
“우리가 더 고맙지, 우승시켜줘서 고마워.”
알리샤 아주머니와 마르시오 아저씨, 그리고 그 가족들과 주민들하고 인사를 나눴다.
“유….”
시무룩해지며 알리샤의 뒤로 숨는 소녀는 마리아 페론이었다.
“마리아, 나 안 볼 거야?”
“…이제 가면 안 와요?”
울먹이는 마리아 페론은 결국 눈물까지 흘렸다.
유지우는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줬다.
“언젠가 또 올게. 지금은 잠시 긴 여행을 해야 해서.”
“여행이요…?”
“응, 여행이야. 보카라는 집을 떠나고 가는 건데 이게 여행이 아니고 뭐겠어?”
내밀어지는 작은 손.
“약속해요. 언젠가 돌아온다고.”
작은 손에 손가락을 걸어 약속했다.
“다녀올게.”
인사한 뒤에 차에 오르려던 유지우는 뒤에서 손을 흔드는 주민들을 봤다.
그리곤.
꾸벅.
그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곤 차에 올랐다.
“출발하겠습니다.”
그렇게 움직이는 차.
멀어지는 동네와 가까워지는 공항.
창밖으로 지나는 풍경에 눈물이 났다.
“지금은 울고 이따가 웃자.”
“…네.”
옆에서 아버지가 토닥여줬다.
30분 뒤, 도착한 공항.
안으로 들어가서 수속하고 있는데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유우우우우우우우우!”
이름이 들리자 유지우는 일행과 같이 2층 테라스로 나갔다.
그러자 보이는 풍경에 말을 잇지 못했다.
팬들은 유니폼은 물론 깃발까지 들고 와 유지우가 떠나는 길을 외롭지 않게 해주고 있었다.
– “보카! 우리의 영원한 친구! 보카! 우리의 영원한 친구!”
응원가를 부르고 있는 걸 보고 유지우는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무한한 사랑을 줬던 팬들과의 이별은 아직 어린 그에게 있어 크나큰 아픔이었다.
“유! 가서도 행복해라!”
“네가 가는 클럽이 어디라도 응원한다!”
“유럽 가서 다 박살 내!”
“사랑한다! 유! 보카로 와줘서! 보카를 위해 뛰어줘서 고마워!”
“또 보자!”
팬들은 에이스와의 이별을 웃으며 해주려고 했지만, 눈물을 흘렸다.
“감사합니다!”
울먹이던 유지우는 허리 숙여 큰 소리로 인사하고 팬들이 불러주는 응원가를 들으며 비행기를 타러 이동했다.
[한 걸음을 내디딜 때는 두려움을.두 걸음을 내디딜 때는 환호를.
세 걸음을 내디딜 때는 승리를!
길을 비켜라, 그리고 무릎을 꿇어라.
새로운 왕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며 찬양하라!
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
우리의 새로운 왕 유에게 경배를!]
탑승구로 가는 길에도 팬들이 있었다.
박수를 보내주는 그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한 뒤, 비행기에 탔고 마르지 않는 눈물을 닦아냈다.
“지우 선수, 여기.”
차명훈은 공항에서 팬들이 준 편지를 모아서 가져다줬다.
“감사해요.”
“아니에요. 전 바로 앞 좌석에 있으니까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네.”
편지를 하나하나 읽었다.
그렇게 잠시 후.
비행기가 이륙했고 멀어지는 아르헨티나 땅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그 땅이 사라지기 전까지.
‘모두 안녕히.’
한국에서 날개를 잃고 아르헨티나로 온 소년은, 예전과 상상도 할 수 없는 크나큰 날개를 달고 높이 비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