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32)
필드의 외계인-132화(132/404)
제132화
런던 히스로 공항 (London Heathrow Airport).
나와 아버지는 바로 영국 런던으로 왔다.
한국으로 가기 전, 아스날과 계약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였다.
“뭘 그렇게 보세요?”
공항에서 아버지는 두리번거리며 구경을 하셨다.
“여긴 10년 전이랑 변한 게 없어서, 뭔가 달라진 게 있나 하고 보는 중이다.”
“10년 전에도 이랬어요?”
“몇 군데 바뀌긴 했지만, 저기 저 음식점도 그대로고, 아! 저기 저 그림은 아직도 안 바꿨네.”
아버지는 공항 내부를 보며 옛 생각에 잠겼다.
“아버님, 그리고 지우 선수, 이쪽으로.”
“아버지, 구경은 나중에 더하고 지금은 가요. 아스날 직원이 데리러 왔대요.”
덱스와 차명훈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자 정장을 입은 한 사람이 걸어와 정중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아스날 구단 운영팀의 제임스 댄입니다.”
그는 아스날의 직원이었다.
“반갑습니다. 지우 유입니다.”
“오시는 데 불편한 건 없으셨나요?”
“네, 티켓까지 준비해주셔서 편하게 왔습니다.”
아스날이 퍼스트클래스 티켓 4장을 준비해줘서 오는 길은 아주 편안했다.
“우선 타시죠, 자세한 얘기는 가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바로 앞에는 아스날이 보내준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빠르게 차에 타서 공항을 빠져나갔다.
“영어를 이토록 잘하시는 줄 몰랐습니다, 유.”
“외국에서 계속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레 익히게 되더군요.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에스파냐어에 익숙해진 뒤로 영어는 꾸준히 공부해왔었다.
넓은 무대를 경험해보겠다 꿈을 꾼 이상, 언제든 대비를 해둬야 했으니까.
“사전에 전화로 말씀드린 대로 오늘은 호텔에서 쉬시고 내일 구단에서 간단한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계약서에 사인하시면 됩니다.”
“네.”
“그리고 지내실 집 몇 군데를 컨택했는데 보시고 가실 거죠?”
아스날은 내가 런던에서 가족들과 지낼 집도 알아봐 줬다.
“오늘은 비행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데 계약서에 사인하고 보러 가도 되나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으로 사흘 동안 지낼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은 5성급으로 내부는 고급스러움의 끝을 보여줬다.
‘확실히 구단에서 신경 써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안내받은 방은 스위트룸이었다.
침대도 푹신하고 창밖 경치도 훌륭했다.
아르헨티나랑은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도시였다.
배가 고파지자 아버지랑 같이 호텔 밖으로 나갔다.
“첫날은 룸서비스보단 현지 식당을 찾게 되더라.”
“저도 그게 편하긴 해요. 가격도 저렴하고.”
런던을 자주 왔다던 차명훈이 나름 맛집이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아버지, 원래 음식이 이런 맛이에요?”
“괜찮지 않아?”
“간은 맞는데 뭔가 밍밍한 느낌이에요.”
“이 정도면 맛있는 수준이야.”
“아.”
오묘한 맛이 나는 음식이었다.
분명히 맛집이고 책자에도 나올 만큼 유명한데 음식이 조금 부실했다.
“영국 음식도 잘하는 곳이 있긴 한데, 대부분이 이런 느낌일 거야.”
“정말요?”
“왜 이런 말도 있잖아. 영국이 음악을 선택하고 음식을 포기했다고.”
그런 말은 얼핏 듣긴 했다.
아예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굳이 찾아와서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깨작깨작 먹고 있자 아버지가 슬쩍 고개를 가까이하시더니, 은근슬쩍 본인의 포부를 드러내셨다.
“어때? 내 요리가 더 낫지?”
“백배 천배요. 이거랑 아버지 요리랑 비교하면 아버지 요리는 미슐랭 3스타급이에요.”
“가게 오픈하면 어떨 거 같아?”
“여기에 레스토랑 차리면 잘 되긴 하겠네요.”
“잘 될 뿐이겠냐? 아주 돈을 쓸어 담을 거다.”
음.
빈말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그럴 거 같다.
* * *
다음날 아버지는 주변 상가 조사차 맛집을 돌아다닌다고 해서 덱스랑 같이 갔고 난 차명훈과 구단으로 갔다.
“구단으로 가기 전에 트레이닝 센터에서 가볍게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할 거고 오래 걸리지 않게 최대한 간소화했으니까 30분이면 끝날 겁니다.”
말대로 메디컬 테스트는 금방 끝났다.
아르헨티나에서도 가져온 자료가 있고 구단에서 배려해준 덕분에 가볍게 진행했다.
“바로 구단으로 출발하겠습니다.”
곧이어 보이는 목적지.
아스날FC의 성지, 에미레이트 스타디움(Emirates Stadium)이었다.
아니, 이제는 애슈버턴 그로브(Ashburton Grove)지.
“프리미어리그 구장 중, 세 번째로 큰 구장으로 아스날의 자랑입니다.”
설명을 들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구단안으로 들어오자 직원들이 힐끗거리며 쳐다봤다.
그들을 보며 미소를 지어줬고 그렇게 직원을 따라 위층의 단장실로 갔다.
“구단주님은 지금 일 때문에 중동에 가서 다음에 만나시면 됩니다.”
“네.”
단장실 안으로 들어가자 먼저 온 사람과 차를 마시던 사람이 일어나더니, 내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두 손을 잡았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와아아아아…. 이렇게 보니까! 실물이 훨씬 낫네요!”
“아…. 네.”
“영상으로만 보던 유를 직접 보니까 반가워서 제 소개를 깜박했네요! 반갑습니다. 전 아스날 총 단장을 맡은 매슈 시모니안입니다!”
딱 봐도 40대 초반 정도 되는 사람이었다.
깔끔한 외모에 복장.
증권가 느낌이 강한 사람이었다.
“반갑습니다. 유입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그리고 여기 계신 분은!”
굳이 소개를 안 해도 알았다.
단장이 옆으로 슬쩍 비켜주며 보이는 얼굴.
“폴 사르 감독님이시죠?”
현재 아스날FC의 감독 폴 사르였다.
“맞습니다! 저희의 자랑이자 희망! 폴 사르 감독님입니다!”
“반갑네, 폴 사르다.”
뭔가 엄격해 보이고 빈틈이 없어 보이는 인상이었는데.
‘세바스티안 란첼라 감독과 비슷한 성격인가?’
괜히 나까지 뻣뻣해지는 기분이 들어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푸흡.”
그러자, 뭐가 그렇게 웃겼는지 매슈 단장이 웃음을 터뜨리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에이~ 감독님! 딱딱하게 왜 그러실까! 평소대로 하세요! 평소대로!”
응?
“그럴까요? 사실 저도 연기하느라 어색했습니다!”
“유! 놀라지 마세요! 원래 폴 사르 감독님이 신인들이 오면 근엄하게 무게를 잡거든요. 뭐 얼마 안 가 본 모습을 들키지만요.”
미디어로 접했던 이미지와 달리 실제로는 무척 유쾌한 사람들인 듯했다.
물론, 나도 딱딱한 분위기보단 이쪽이 더 좋았다.
“큼큼! 자네가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
“저야말로 아스날의 일원이 될 수 있어서 행복한걸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군. 알다시피 구단이 많이 흔들리는 중이야. 내가 부임하고서 핸들을 잡고 중심을 잡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이 많지.”
감독이 부임한다고 모든 게 달라지는 게 아니었다.
환경이 바뀌어야 성적도 바뀌듯이 구단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줘야 빨라도 2~3년 후에 결과가 만들어지는 게 감독의 자리였다.
“그래서 자네가 우리 구단의 중심이 되어줬으면 해.”
전화 통화했을 때와 같은 내용이었다.
“제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하하하! 마음에 드는 대답이군!”
단장은 흐뭇하게 웃으며 소파를 가리켰다.
“앉으시죠!”
인사를 나눈 뒤에 본격적인 얘기에 들어갔다.
“이게 저희가 팩스로 보내드렸던 계약서 원본입니다.”
차명훈이 계약서를 받아서 내게 보여주며 이것저것 설명해줬다.
【 출전수당 – 1만 파운드(한화 1,580만 원) 】
【 득점 수당 – 1만 5천 파운드 (한화 2,372만 원) 】
【 벤치 수당 – 5천 파운드 (790만 원) 】
옵션도 사전에 합의했던 내용과 같았고 굳이 말할 건 없어 보였다.
이렇게 따지면 주급이 7만 파운드 (한화 약 1억 1,000만 원) 가량 되는 금액이었다.
“입단식은 프리 시즌이 시작하기 전, 7월 11일에 할 예정입니다. 괜찮으시죠?”
“네.”
“내일모레 한국으로 가셨다가 휴식을 하고 9일에 입국한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맞습니다.”
“그렇군요. 앨런, 준비는 다 끝났나요?”
“네. 기자들도 다 자리했습니다.”
“유의 유니폼은요?”
“준비해뒀습니다.”
“자 그러면 검토가 다 끝나셨으면 가실까요?”
“네.”
기자회견장으로 가는 길에 단장은 아스날에 관련해 이것저것 알려줬고 곧이어 기자회견장에 도착했다.
“곤란한 질문은 다 제가 맡을 거니까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들어가 볼까요?”
* * *
아스날의 상징색인 붉은색으로 된 인테리어, 그리고 단상 쪽에는 아스날의 엠블럼이 장식되어 있었다.
“와, 상당히 많은 분이 오셨네요. 이거 긴장됩니다!”
매슈 단장은 농담을 섞어가며 능숙하게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를 장악했다.
기자들은 그의 말에 웃고 있다가 뒤이어 들어오는 나를 보곤 카메라를 들었다.
번쩍.
사방에서 터지는 플래시.
난 앞만 보고 걸으면서 매슈 단장 옆에 앉았다.
매슈 단장은 미소를 띠고는,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오늘 기자회견은 약식으로 진행하는 것인 만큼, 사전에 질문할 기자분들을 따로 선정하지 않았으니, 질문은 간단하게 세 가지 정도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방에서 손이 올라갔다.
“단장님께 묻겠습니다. 유가 프리미어리그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보십니까?”
프리미어리그는 현재 세계 최고의 리그라고 불리며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리그였다.
그런 곳에서 아르헨티나에서 2년을 뛰고 온 선수가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는 여러 전문가도 궁금해하는 부분이었다.
“네.”
매슈 단장은 간결하게 대답했다.
“…그게 끝인가요?”
“네, 유는 이미 아르헨티나 리그에서 본인을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아직 프리미어리그 데뷔도 안 한 선수한테 적응이니, 뭐니 하는 건 이르지 않나요?”
“…….”
“리그가 개막하고 한 달만 기다려주시죠. 유는 자신을 증명해낼 겁니다. 아르헨티나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스날에서도.”
매슈 단장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넘치고 있었다.
내가 성공적으로 활약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모양이었다.
…옆에서 이런 소리를 직접 듣기는 조금 민망했지만, 고마웠다.
아직 어린 선수에게 이 같은 신뢰를 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다음 질문이 나왔다.
“유를 시작으로 또 다른 선수들의 이적도 예정되어 있나요?”
“몇몇 선수들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간결하면서도 정확한 대답.
매슈 단장은 장난기가 가득한 웃음을 지으면서도 기자들이 하는 질문에 확실하게 대답했다.
그렇게 마지막 질문이 나왔고 그 질문이 향하는 타켓은 나였다.
“유, 당신은 세계 모든 구단이 탐을 내고 있는 유망주입니다. 그토록 많은 구단 중에 아스날을 택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살짝 웅성이는 소리가 났다.
정중한 질문이었지만, 듣기에 따라 아스날을 깎아내리는 듯한 질문으로 해석할 수 있었으니까.
기자의 질문에 매슈 단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었다.
난 질문을 한 기자를 보고 마이크를 들었다.
“내년에.”
기자들은 내 말에 집중했다.
“챔피언스리그라는 무대에 아스날의 이름이 있을 겁니다.”
“…….”
“그러니 그 대답은 내년에 드려도 될까요? 기자님.”
아르헨티나에서 거친 기자들을 상대하면서 쌓인 경험이 여기서 큰 도움이 됐다.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기자들이 하는 말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정확하게 떠올랐다.
“아스날의 비전을 보고 이곳에 왔다, 그렇게 생각해도 될까요?”
“맞습니다. 아스날엔 그런 힘이 있으니까요.”
기자는 별말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고 매슈 단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러면 질문은 여기서 끝내고! 유,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한마디만 해주시죠!”
무슨 대답을 해야 할까.
이 대답이 곧 아스날 팬들에게 전해지는 내 이미지일 거다.
그래서 난 이 대답을 신중히 준비했다.
“70년대에는 리암 브래디.”
위대한 플레이메이커.
“80년대는 데이비드 로캐슬.”
당대 최고의 플레이메이커.
“90년대는 이안 라이트.”
90년대를 대표하는 아스날의 주포.
“그리고 00년대의 데니스 베르캄프와 티에리 앙리까지 아스날을 거쳐 간 최고의 스타들이 있었습니다.”
내 입에서 나온 이름들은 팬들의 뇌리에 깊게 추억되어 여전히 거론되는 아스날의 전설들이었다.
과거 아스날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의 이름을 말한 이유는 간단했다.
“제가 이 선수들의 뒤를 이어 아스날의 상징이 되겠습니다.”
아스날의 역사를 아는 근본을 보여주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였다.
짝짝짝짝-
전략이 잘 먹힌 것인지 현지 기자들은 내 말에 손뼉을 쳤다.
특히, 아스날 전문 기자는 내가 이렇게 말한 게 기분이 좋았는지 싱글벙글한 기색이었다.
“그럼, 이것으로 기자회견은 마치겠습니다.”
인터뷰한 뒤에는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직원이 내가 입을 유니폼을 가져왔다.
등번호 10번, YOO.
“그쪽 잡으시고 제가 이쪽 잡을게요.”
매슈 단장과 나란히 유니폼을 들어 등번호와 이름을 보여줬다.
기자들은 사진을 찍었고 유니폼을 내려놓은 뒤, 단장이 손을 내밀었다.
“아스날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함께 역사를 만들어봅시다!”
“아스날의 일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게 난 아스날FC의 일원이 됐다.
【 유지우! 아스날과 3년 계약 합의! 주급 5만 파운드! 】
【 이적료 5,100만 파운드! 아시아 선수 최고 몸값 달성! 】
【 아스날 FC, “우린 세계 최고가 될 선수를 품었다!” 】
【 유지우, “아스날의 일원이 된 것이 기쁘다. 아스날의 상징이 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