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35)
필드의 외계인-135화(135/404)
제135화
7월 11일.
8일에 입국하고 금세 11일이 됐다.
아버지가 준비해준 아침을 먹은 뒤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입단식이 있는 날이라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게 보였다.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내부로 들어가니, 열심히 지시를 내리고 있는 매슈 단장과 마주칠 수 있었다.
“유! 아스날의 미래가 걸어오는 걸 보니 반갑군요!”
매슈 단장은 농담을 하며 나를 반겨줬다.
“농담은 여전하시네요.”
“준비는 잘하셨나요?”
“네.”
“오늘 입단식에는 예상보다 많은 분이 오실 것 같습니다.”
“그래요?”
“입단식 표를 2만 장만 준비했는데 순식간에 다 팔렸거든요.”
얘기를 나누다가 준비하러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오시면 됩니다.”
“네.”
라커룸 안.
아스날 FC의 엠블럼이 중앙에 새겨졌고 선수들의 개인 라커함이 있었다.
내 자리는 입구 맞은편으로, 그곳에는 내 이름이 새겨진 라커함 위로 유니폼이 걸려있었다.
‘NO.10 YOO.’
“…….”
내 이름이 새겨진 라커함을 보고 있자니 조금 낯선 기분이 들었다.
익숙하기만 했던 보카의 라커함을 보다가, 새로운 라커함을 보니 그런 기분이 든 게 아닐까 싶었다.
비로소 새로운 곳에 왔다는 실감이 나는 것 같았다.
‘다시 시작이다.’
그리고 앞으로 이곳이.
내 새로운 집이 될 터였다.
두근, 두근-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유니폼을 입었다.
유니폼이 몸에 감기는 느낌이 기분 좋았다.
그렇게 유니폼을 입은 채로 나가자, 매슈 단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유! 아스날에 온 걸 환영합니다!”
직원들의 박수 소리가 나를 반겼다.
환호에 화답하고는 선수들이 입장하는 터널로 가자, 그곳에서는 폴 사르 감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계셨어요?”
“오,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군.”
“디자인이 예쁘잖아요.”
“…혹시 아스날에 온 이유가 유니폼이 이뻐서인가?”
“들켰나요?”
“하하하하! 아주 합당한 이유야!”
곧이어 입단식이 시작됐다.
들어갈 시간이 되자 폴 사르 감독은 슬쩍 자리를 피해줬다.
“우리는 입단식이 끝나고 더 이야기하지.”
“네.”
“팬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주고 와, 아스날의 차세대 에이스의 모습을.”
차세대 에이스라.
그 말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장내 아나운서가 하는 말이 들렸다.
– “만나보겠습니다! 아르헨티나 리그를 정복하고 아스날로 온! 아시아의 축구 천재! 지우 유입니다! 모두 함성으로 맞이해주십시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홈 스타디움에 모인 팬들.
이만 장의 티켓이 팔렸다더니, 정말 입단식 현장에는 수많은 팬이 있었다.
“유!!! 너 보려고 왔다!”
“보고 싶었어!”
“아스날에 온 걸 환영해!”
팬들은 기쁜 얼굴로 나를 반겨줬다.
암흑기인 클럽에 와준 선수.
그것도 아르헨티나 리그를 제패하고 역사까지 세운 선수니, 그들의 환호는 더더욱 커졌다.
“드디어! 우리도 에이스라고 할만한 선수가 들어왔어!”
“아직 한 경기도 안 뛰어봤는데 너무 이른 거 아니야?”
“너야말로 유의 아르헨티나 경기 안 찾아봤지? 그 미친 활약을!”
“유우우우우우우우! 아스날에 온 걸 환영해!!!”
내가 입단한다는 소식을 듣고 내 경기를 찾아본 팬들이 많았다고 들었다.
덕분에 너튜브에 올라온 내 하이라이트 영상도 최근에는 부쩍 조회수가 늘었고, 어떤 것은 실시간 인기 동영상 순위에 오른 것도 있다고 들었다.
영상을 본 이들은 하나 같이 기대를 품게 됐다고 말하고 있었으니, 나로서는 감사할 일이었다.
“차세대 에이스는 유야!”
지금 팬들이 나를 향해 보내고 있는 열띤 환호는, 그에 대한 증거라고 할 수 있었다.
난 환호를 받으며 필드로 나왔다.
볼을 트래핑하며 가벼운 묘기를 선보이자, 곧 폭발적인 함성이 들려왔다.
그 뒤에 사진 촬영도 하고 찾아온 팬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유, 그리고 이거! 관중석으로 차주시면 됩니다!”
그다음은 사전에 사인한 볼 10개를 관중석에 차는 거였다.
볼을 다 찬 뒤에 전해준 마이크를 잡고 각오를 얘기했다.
“축구선수는 입으로 증명하는 게 아니라 발로 증명하는 거라고 배웠습니다. 그러니 긴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음 말은 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스날 엠블럼을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유럽 최고로 올려놓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스날에게 있는 패배 의식.
그 속에 잠든 위닝 멘탈리티를 자극하는 발언에 팬들은 큰 목소리로 내 이름을 연호했다.
– 유! 유! 유! 유! 유!
관중들이 연호하는 소리와 함께,내 입단식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 유지우! 아스날 FC 입단! 프리미어리그에 돌풍을 불러올 수 있을까? 】
【 폴 사르, “우리는 보물을 품었다.” 】
【 아스날 측, 유지우의 컨디션 관리를 위해 전문 셰프와 근거리에서 상태를 체크하는 팀닥터 파견! 】
* * *
입단식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선수단에 합류했다.
“처음 보는 신입생들이 많군! 긴장은 하지 마! 다들 착한 녀석들이야!”
“데릭 얼굴만 보면 숨고 싶어진다고요!”
“마스크라도 써요!”
“이것들이! 다 같이 나랑 운동 한 번 해볼까! 허벅지 펌핑 제대로 해줄게!”
데릭 레드먼드는 프리시즌을 앞두고 첫 공식 훈련에서 선수끼리 인사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유지우를 포함한 신입생들이 많았기에, 선수들은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다.
유지우.
크리스티안 페레스.
마커스 넬슨.
레이턴 버트란드.
굵직한 선수는 이 네 명이었다.
유지우는 아르헨티나에서 역사에 남길 임팩트를 보여준 선수고.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올림피크 리옹 소속으로 프랑스 리그 어시스트왕 출신.
마커스 넬슨은 2부 리그 출신이긴지만 빠른 주력과 수비력을 겸비한 것으로 호평을 받는 풀백.
레이턴 버트란드는 데릭 레드먼드와 함께 수비를 책임질 재목으로 평가받는 선수였다.
“어색한 것도 많겠지만! 뭔가 필요한 게 있으면 나한테 얼마든지 말하도록!”
데릭 레드먼드의 말을 듣고 슬그머니 앞으로 나오는 선수.
그는 아스날 부주장 스티븐 하머였다.
“이 녀석이 어려우면 나한테라도 얘기해. 이 팀에 근육 바보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면 좋겠어.”
“스티븐, 누누이 말하지만 넌 근육 부족이야.”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겠지?”
암흑기의 클럽이라고 하기에는 선수단 분위기가 좋았다.
고참 선수라고 해서 권위를 세우지 않고, 주장들이 나서서 소통하고자 했기 때문인 듯했다.
덕분에 선수들은 조금이나마 어색한 분위기를 풀고 친해질 수 있었다.
“좋아, 그럼 소개도 마쳤고… 주목!”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기 전.
데릭 레드먼드가 선수들에게 말했다.
“우리의 목표는 하나!”
우승?
4위?
여러 목표가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그런데 들려오는 말은 생각을 멈추게 했다.
“팬들을 웃게 해주자!”
처음 온 선수들은 당황했지만, 기존 선수들은 미소를 지었다.
이건 데릭 레드먼드가 주장을 맡았던 5년 전부터 아스날의 비공식적인 목표였으니까.
“그럼! 가볍게 20바퀴만 돌까?”
– “아아아아아! 데릭!”“…알았어! 알았어! 10바퀴만!”
“바퀴 수 크게 부르고 줄이는 버릇 고치라고 했죠.”
“그러면… 5바퀴?”
“가볍게 몸 푸는 정도로 충분하네요.”
주장 데릭 레드먼드가 열정이 가득하다면 부주장인 스티븐 하머는 그 옆에서 통제역할을 해줬다.
“데릭은 이상하게 스티븐한테만 약하다니까.”
“약점 잡힌 거 아니야?”
“데릭이 그런 사람이냐?”
“그렇긴 하지. 하하하하하하하!”
* * *
31-32시즌이 개막하기 전, 선수들의 컨디션 체크를 위한 프리시즌이 시작됐다.
프리시즌을 진행한 장소는 미국이었다.
【 아스날 FC, 프리시즌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 】
【 폴 사르 감독, “기대해라, 기대한 것 이상의 것을 보여주겠다.” 】
미국에 도착한 아스날의 첫 번째 경기를 기존의 선수들로 꾸려 치렀고 올랜도 시티 SC를 3 – 1로 압도했다.
기분 좋은 첫 승리를 거두자 아스날 커뮤니티에는 여러 글이 올라왔다.
[오! 첫 승!] [작년에도 첫 승은 했어, 그 후가 문제였지.] [겨우 프리시즌에 호들갑은.] [레퍼토리가 변하질 않아. 저러다가 리그 개막하고 기대감이 싹 사라지잖아.]그동안 보여준 것이 있어서 팬들은 승리에도 의심을 먼저 했다.
그날 밤.
코치진들은 모여서 회의를 했다.
“올랜드 시티랑 한 경기에서 드와이트랑 라이언의 폼이 좋았습니다.”
“상당히 좋은 지표네요.”
“하지만 여전히 결정력이 좋지 않아요.”
“슈팅 수는 14개가 넘어갔지만, 유효슈팅은 고작 2개입니다.”
“음.”
아스날의 고질적인 문제점.
그건 결정력의 부재였다.
공격력은 좋았지만, 늘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폴 사르 감독은 유심히 저번 경기 영상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한 사람을 쳐다봤다.
“어떻게 보나? 대니.”
수석 코치인 대니 그레이였다.
“아드리안은 마크가 없을 때는 결정력이 좋지만, 마크가 붙었을 때, 쉽게 흥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멘탈적인 부분이지.”
“그리고 마틴이랑 호흡 문제가 제일 크죠.”
코치진은 수석 코치 대니의 말에 수긍했다.
“다음 경기에도 두 선수를 선발로 내보내실 생각이시죠?”
“그럴 예정이야.”
“그렇다면 오른쪽 윙포워드로 유를 출전시켜보십시오.”
“유를? 유는 교체로 내보낼 생각이었는데?”
“교체도 좋긴 한데 처음부터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보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폴 사르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 * *
그날 저녁.
폴 사르는 본인이 묵는 방으로 유지우를 불러 대화를 나눴다.
“선수단 분위기는 어때?”
“좋습니다.”
가볍게 적응에 관련된 대화를 나누다가 본론에 들어갔다.
“원래 3일 뒤에 있을 경기에 널 교체로 내보낸다고 했었잖아?”
폴 사르 감독은 이틀 전에 훈련을 마치고 유지우에게 뉴욕 시티 FC와의 친선경기에서 후반 교체 출전을 시킬 거라고 얘기했었다.
“그렇죠.”
“상황이 달라졌어, 그때 너를 선발로 내보낼 생각인데 어때? 괜찮겠어?”
“예.”
“…대답이 빠르군.”
“준비는 되어 있으니까요.”
“매일 늦게까지 훈련하더니, 대답에 자신감이 있네.”
“팀이 필요할 때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유지우의 대답은 망설임이 없었다.
그건 항상 출전을 할 수 있게끔 최선의 몸 상태를 만들어 둬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란첼라 감독이 미치겠다고 하는 이유를 알겠군.”
“왜요?”
“널 그리워하느라.”
“안 그래도 잘 지내냐고 일주일에 몇 번씩 전화나 문자가 옵니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 두 사람은 절로 웃음이 났다.
요즘도 란첼라 감독이 유지우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는 건,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자만하지 않고 겸손한 태도가 좋아. 이런 선수는 더욱 성장하기 마련이지.’
유지우는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프로의 세계에서 가치를 잃은 선수는 금방 잊히니까.
그래서 매일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학창 시절에 축구를 할 때도.
아르헨티나에서 축구를 할 때도.
아스날로 와서 축구를 할 때도.
유지우는 단 한 번도 초심을 잃지 않았다.
“좋아, 그럼 다음 경기 잘 부탁하지. 부담 갖지 말고 마음껏 실력을 뽐내 보라고.”
“네, 준비하겠습니다.”
“흐흐, 좋아!”
유지우는 몰랐겠지만.
폴 사르의 유지우에 대한 애정도는 실시간으로 치솟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