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40)
필드의 외계인-140화(140/404)
제140화
2031년 9월.
이 기간은 UEFA 대륙컵들이 개막하는 것과 동시에 각 리그의 컵 대회들 또한 개막하는 기간이었다.
아스날은 30-31시즌 최종 9위에 그쳤을 뿐만 아니라 컵 대회 우승이 없었고.
【 카라바오컵! 2라운드! 아스날 vs 솔퍼드 시티 FC 】
그렇기에 프리미어리그 7위까지의 클럽들이 참가하는 3라운드가 아닌, 2라운드부터 참가해야 했다.
그 결과.
4부 리그의 클럽을 만나.
【 아스날! 솔퍼드 시티를 상대로 5 – 0 승리! 2군으로만 이뤄낸 쾌거! 】
주전 선수들을 쉬게 하면서 손쉽게 승리를 거뒀다.
카라바오컵이 끝난 뒤, 휴식날.
나는 점심 약속이 있어 오전 훈련이 끝난 뒤, 집을 나섰다.
거리를 걸어 번화가에 들어서자 멀리서 팬들에게 파묻혀 사인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유!”
데릭 레드먼드와 스티븐 하머, 크리스티안 페레스였다.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나를 보고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너희는 만나자마자 붙어 있네?”
어느덧 팬 서비스를 하던 스티븐 하머가 다가오며 물었다.
“크리스티안이 저를 좋아하나 봐요.”
“하긴 경기에서 그렇게 호흡이 잘 맞는데 안 좋아하는 게 이상한 거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나를 발견한 팬들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유!”
“사인해드릴까요?”
“네! 그리고…. 사진 촬영도 가능할까요?”
“그럼요.”
지나가던 사람들도 서서 순서를 기다렸고 10분가량의 팬 서비스 후에 식당으로 이동했다.
오늘 식사 자리는 데릭 레드먼드가 스티븐 하머와 마련한 자리로 신입생들을 두 명씩 불러 얘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여기는 로스트비프가 맛있는데 그걸로 시킬까?”
“그러죠.”
데릭 레드먼드는 자주 온 단골식당인지 능숙하게 여러 개의 음식을 시켰다.
잠시 후, 얘기를 나누고 있자 음식이 세팅됐고 서비스로 나온 음식까지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자! 그러면 먹어볼까!”
그렇게 식사를 시작했다.
“훈련하면서 힘든 건 없어?”
“훈련은 항상 힘들죠.”
“흐흐, 그런가? 난 그래서 더 마음에 들더라고. 작년 훈련은 강도가 약해서 근육도 죽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느낌이 제대로 온다니까.”
“…하하.”
얘기를 듣기로는 작년의 폴 사르 감독은 이렇게까지 훈련을 타이트하게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방향성을 잡고, 선수단에 그것을 이해시키는 것을 우선으로 두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올해는 잡아둔 방향성을 바탕으로 담금질을 할 타이밍이었으니, 훈련 강도도 자연히 더 세진 모양이었다.
“그리고….”
데릭 레드먼드는 구단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 외에도 우리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는 곳은 괜찮은지, 구단 시설 중 불편한 건 등을 물어보며 주장으로서 우리가 잘 적응하고 있는지 신경 쓰는 듯했다.
“크리스티안! 자신감을 가져! 훈련 때 내가 그랬지? 네 패스를 막을 녀석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손꼽는다고.”
한참 이야기를 하던 중 주제는 어느새 선수들의 멘탈리티에 관한 것으로 옮겨 있었다.
데릭 레드먼드는 우리 중에서도 크리스티안의 소극적인 모습이 걱정인 듯했다.
그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 온갖 좋은 말을 해주며 그에게 자신감을 북돋아 주려 노력했다.
조금 오지랖 같아 보였지만, 적어도 내 눈엔 이건 필요한 일이었다.
필드 밖에서만 그렇다면 모르겠지만, 가끔 필드 안에서도 주저하다가 공을 뺏기는 모습이 보일 때도 있었으니 말이다.
“…네.”
“넌 실력이 있어, 자신감만 가지면 분명히 지금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거야.”
“노력해보겠습니다!”
데릭 레드먼드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면.
“저번 경기에서 오른쪽으로 태클 들어온 건 괜찮아? 그때 발목으로 들어왔잖아.”
스티븐 하머는 선수들이 불만이 쌓이지 않도록 세세한 부분까지 챙겨줬다.
“네, 괜찮아요. 그 후로도 계속 연락해서 물어봤잖아요.”
“걱정되어서 그렇지, 걱정돼서.”
스티븐 하머는 어머니의 잔소리가 떠오를 만큼 선수들에게 말을 끊임없이 했다.
그리고 스티븐 하머의 가장 장점은.
“데릭, 내가 술은 딱 한 잔이라고 했지?”
“…이것까지만 마시면 안 될까? 나 시즌 시작하고 처음 먹는 술이란 말이야.”
“쓰읍!”
“…알았어.”
데릭의 통제였다.
팬들은 데릭 레드먼드를 아스날의 아빠, 그리고 스티븐 하머를 아스날의 엄마라고 불렀다.
전까지는 그 의미를 잘 몰랐는데 자주 지내다 보니 알게 됐다.
이 두 사람을 잘 나타내주는 말이라는 걸.
* * *
며칠 후.
【 아스날 FC vs 토트넘 홋스퍼! 시즌 첫 북런던 더비 성사! 】
리그 8라운드 일정이 토트넘 홋스퍼와의 경기가 잡혔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더비 매치로, 선수들은 긴장을 놓치지 않았고 해당 더비 매치를 두고 전문가들이 방송에서 한 말이 화제가 됐다.
“아스날의 승률은 몇이라고 보십니까?”
“3할이죠.”
“3할이요?”
“아스날의 상승세를 무시할 순 없긴 합니다만 토트넘을 상대로 이길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됩니다. 토트넘은 이미 완성된 팀이고, 아스날은 아직도 호흡을 맞추는 중이니까요.”
작년이었으면 아스날의 승률에 1할도 아슬아슬했을 텐데 지금은 그래도 3할까지 올라와 있었다.
“토트넘에는 제이미 포든이 있습니다. 2년 전부터 펼쳐졌던 모든 북런던 더비에 골을 넣으면서 아스날 팬들에게는 ‘사신’이라고 불리는 선수죠.”
제이미 포든.
현재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예상 순위 5위에 올라온 선수로 체격은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신체 밸런스와 결정력이 탁월해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공격수였다.
“도미닉은 또 어떻고요. 성질이 더러워 매 경기 상대 선수와 마찰을 빚긴 하지만, 그의 수비력은 토트넘의 핵심입니다.”
센터백 도미닉 베넷.
데릭 레드먼드와 라이벌 구도로 잡힌 선수였다.
“그리고 이 선수.”
패널은 한 선수의 프로필을 보며 말했다.
“라이언 아일링.”
“아.”
다른 패널들도 아는 이름이었다.
실력도 출중할뿐더러 어제 북런던 더비를 앞두고 한 인터뷰 때문에 싫어도 알아야 하는 선수였다.
‘아스날의 유를 막기 어렵다는 얘기가 많은데요! 이 예상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라이언 아일링은 토트넘의 왼쪽 풀백으로, 내일 있을 경기에서 유지우와 맞붙는 선수였다.
‘버릇없는 애송이의 교육은 제 전문입니다.’
토트넘에서만 6년을 뛴 선수이자, 거친 입담과 자신감으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선수였다.
오죽하면 제이미 포든보다도 팬덤이 두텁다는 얘기까지 있었으니까.
“이 두 선수의 매치업 결과를 어떻게 보십니까?”
어느덧 대형 스크린에 띄워진 두 명의 선수.
유지우와 라이언 아일링이었다.
“프리미어리그의 들개와 아르헨티나에서 온 황제라.”
패널들은 흥미로운 시선으로 스크린을 봤다.
라이언 아일링은 프리미어리그 내에서도 주력으로는 탑으로 꼽히는 선수라 유지우와 매치업이 더욱 기대됐다.
그리고 이건 패널들만 아니었다.
방송을 보고 있는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 당연히 우리 라이언이지! 어디 아르헨티나에서 온 애송이가 덤벼! ]토트넘 홋스퍼의 팬과.
[ 유가 라이언 따위에게?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해, 유는 내일 라이언을 필드에서 처참히 박살 낼 거야. ]아스날 팬들의 의견이 대립했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유지우가 한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가 보도되자 엄청난 반응이 쏠렸다.
“유! 해리 윈버턴 기자가 당신을 두고 한 말을 기억하십니까?”
“저의 영입이 아스날의 계속되는 오버페이라고 했나요?”
“그 발언에 대해서 지금까지 별도의 말이 없었는데 한 마디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북런던 더비를 앞두고 자극적인 기사를 쓰고 싶어하는 기자의 욕심이었다.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잘 만지면 북런던 더비 전, 이목을 끄는 데 큰 도움이 될 테니까.
유지우는 그런 기자의 속내를 뻔히 알고 있었지만, 답을 피하지 않았다.
그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센 강도로 말했다.
“아스날이 절 데려온 게 오버페이가 아닌 파격세일가라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인터뷰는 삽시간에 영국 전역은 물론 세계 곳곳에 보도됐다.
특히 제일 빨리 보도된 곳은 대한민국이었다.
– 우리 지우 세일 품목이었나ㅋㅋㅋㅋㅋㅋㅋㅋ
– 뭐가 됐던 시원시원해서 좋다.
– ㅋㅋㅋㅋ ㄹㅇ 더비전 앞두고 저런 깡다구면 어느 팬이라도 예뻐할 수밖에 없음.
– 아르헨티나에서 엘 수페르클라시코까지 경험했는데 북런던 더비 정도는 ㅋㅋㅋㅋ
– 아르헨티나에서 그 경험을 하고 온 게 진짜 값지긴 해.
– ㄹㅇ 진짜 전쟁을 치르고 왔지.
– 근데 북런던 더비도 전쟁 아니야?
– 5년 전부터 토트넘이 압도적으로 패고 있는 중.
– ㅇㅇ 아스날은 소총으로 덤비는 데 토트넘이 탱크로 다 밀어버리는 사이즈 ㅋㅋㅋㅋㅋ
– 이러다가 아스날이 이기면 어떻게 되는 거야?
– 어떻게 되긴. 그간 받은 갈굼 서러워서라도 다 들고 일어서겠지.
– 아무리 요즘 기세가 좋아도 그렇지, 아스날이 이기겠냐?
– 이기면 ㄹㅈㄷ
– 그럴 일 일어나면 내가 강남 한복판에서 팬티만 입고 뛰어다닌다.
– 윗댓글 성지순례 옵니다.
그렇게 뜨거운 관심이 쏠리며 다음 날, 북런던 더비 당일의 아침이 밝아왔다.
* * *
【 아스날 vs 토트넘, 31-32시즌 첫 북런던 더비까지 10시간! 】
북런던 더비가 열리는 곳은 토트넘 홋스퍼의 홈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이었다.
무려 10억 파운드를 쏟아부어 지은 곳으로 토트넘 홋스퍼의 자부심이 가득한 곳이었다.
“We sang it in France! We sang it in Spain! We sang it in Sun—!”
멀리서부터 시작된 토트넘 홋스퍼 팬들의 응원가는 물결처럼 퍼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까지 이어졌다.
거리에는 경찰들로 가득했고 엘 수페르클라시코만큼 긴장감이 고조되어 있었다.
“아스날 팬들은 좌측이고 토트넘 팬들은 우측입니다.”
심지어 걷는 도로마저 통제했다.
길거리에서 몇 번 난투극이 벌어진 뒤에 이런 시스템이 도입된 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신경전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억압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람 심리가 아니겠나.
“다시 지껄여봐 뭐라고?”
“북런던의 주인은 우리야. 어디서 빨간 개 따위가 설쳐.”
“내가 널 죽일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지.”
“어디 해봐! 이 버러지들아!”
“그렇게 지고 배운 게 없어?”
우우우우우-!
그때 어디선가 야유가 시작됐다.
그 야유가 향하는 곳은 아스날 선수들이 타고 있는 버스였다.
“Fxxking Arsenal!”
물건은 날아오지 않았지만, 그보다 심한 욕들이 버스로 날아들었다.
선수들을 태운 버스는 스타디움에 도착했고 경호원의 보호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Fxxking Korea!”
유지우가 버스에서 내리자 한 팬이 소리쳤다.
토트넘 홋스퍼의 한 팬이 뱉은 욕설.
으레 라이벌팀 선수들에게 하는 욕이었지만, 그가 그 말을 한순간.
주변에서 야유하던 홈팬들마저 당황할 정도로 자리는 정적에 휩싸였다.
“저거 미친놈 아니야?”
그들이 그러는 이유는.
“한국은 미스터 박의 나라라고! 욕을 하려면 선수를 해야지 왜 나라를 욕해!”
박찬우 때문이었다.
토트넘 홋스퍼의 유니폼을 입고 득점왕은 물론 리그 우승까지 한 주역.
토트넘 팬들의 가슴에 박찬우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했다.
“아….”
욕을 한 팬도 실수를 한 건 아는지 더는 말을 하지 않았고 한 팬이 대신 얘기했다.
“유, 미안해.”
홈팬이 원정선수에게 사과하는 건 아주 드문 일이었다.
더구나 앙숙 관계인 토트넘 팬이 아스날 선수에게 사과한다?
이건 뉴스에 보도될 만한 사건이었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순간.
유지우가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덕분에 의욕이 더 불타올랐거든요.”
“……?”
“당신이 한 발언이 어떠한 결과로 나타날지.”
유지우는 욕을 한 사람을 보며 말했다.
“필드에서 증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당당한 걸음.
원정 경기지만, 주눅 들지 않은 모습에 아스날 팬들은 열광했고 토트넘 팬들은 당황했다.
그렇게 잠시 후.
삐—–익!
아스날 vs 토트넘의 시즌 첫 북런던더비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