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41)
필드의 외계인-141화(141/404)
제141화
경기가 시작되기 10분 전.
워밍업을 마친 선수들을 보며 폴 사르 감독은 라커룸 중앙에 서서.
“다른 경기는 다 지더라도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가 바로 이 북런던 더비다.”
연설을 시작했다.
경기 전 동기부여는 폴 사르의 특기였다.
“난 작년에 부임해 북런던 더비의 치열함을 한 시즌밖에 겪어보지 못했다.”
선수들은 폴 사르 감독의 말을 경청했다.
“하지만 단 한 경기만으로도 북런던 더비가 어떤 건지 단번에 알게 됐지.”
그 치열함.
그 뜨거움.
그리고 패배하면 역적이 되는 분위기까지.
고작 한 시즌만으로도 왜 사람들이 북런던 더비를 프리미어리그 3대 더비 중 하나라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곳에서 골을 넣고! 관중들의 표정을 봐라. 너희들을 사랑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질 거다. 너희들은 그런 팬들을 울게 할 거야?”
– “아닙니다!”
“그러니까! 너희들도 팬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플레이로서 증명해라! 지난 패배 기억은 모조리 잊고 우리가 오늘을 위해 흘린 땀만 기억하고 달리고 또 달려라!”
지난 시즌 동안 고통받았던 팬들.
북런던 더비에서 매년 패배하며 어느덧 토트넘 팬들에게 무시당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팬들.
그런데도 언제나 구단을 지지해주는 그들을 이제는 웃게 해주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건 하나! 우리들의 축구로 그동안 고통받았던 팬들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는 거다!”
– “예!”
“나가서 토트넘 스타디움을 아스날의 붉은 피로 뒤덮어라!”
폴 사르 감독의 연설에 아스날 선수들은 각오를 다지며 라커룸을 나섰다.
유지우가 나설 때, 폴 사르는 주먹을 들었다.
“내가 너에게 해줄 말은 하나다.”
툭.
“이 경기에서 아스날의 절대적인 에이스가 돼라.”
폴 사르 감독의 말에 주변 선수들은 웃음을 지었다.
그들도 내심 인정하고 있던 거였다.
유지우가 아스날의 새로운 에이스라는 걸.
하지만 아스날에서 뛴 게 너무 짧은 시간이라, 아직 몇몇 팬들은 유지우를 온전히 에이스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서 폴 사르는 북런던 더비를 통해 유지우가 아스날의 에이스로 확고하게 자리매김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네.”
그 마음을 아는 듯 유지우는 담담히 대답했고 폴 사르는 씩 웃었다.
선수들은 고조된 마음으로 입장 터널로 이동했다.
유지우는 그곳에 서서, 에스코트 키즈의 손을 잡았다.
“유?”
어린아이는 고개를 들어 유지우를 불렀다.
“응?”
토트넘 에스코트 키즈였다.
“오늘 우리 토트넘이 이길 거예요!”
순수한 아이의 말은 토트넘 선수들의 귓가로도 전해졌다.
웃는 그들을 보며 유지우는 아이를 보며 웃었다.
“미안해.”
“예? 뭐가요?”
“오늘은 우리가 이길 거거든.”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 무슨 말을 하든 상관없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결과는 저 뜨거운 함성이 쏟아지는 필드 위에서 정해질 테니까.
그리고 유지우는.
“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경기에서 이길 거야.”
폴 사르가 했던 말처럼 아스날의 에이스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할 각오를 다졌다.
* * *
삐—-익!
토트넘 홋스퍼는 4 – 2 – 3 – 1 포메이션으로 나왔다.
특히 제이미 포든을 중심으로 한 ‘제 – 유 – 스’ 라인은 토트넘의 자랑이었다.
제이미 포든.
유수프 안데르센.
스티븐 드나예르.
이 세 명은 경기 초반부터 아스날을 몰아붙였다.
뻐—엉!
[제이미 포든의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넘어갑니다!] [아스날이 조심해야 할 것이 저런 점입니다. 제이미 포든은 어느 위치에서든 득점을 뽑아낼 능력이 있는 선수입니다!]그걸 보는 아스날 팬들은 작년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항상 북런던 더비만 되면 폼이 바짝 올라와선 아스날을 두드려 패던 모습이.
제이—–미!
5분.
10분.
15분.
경기는 치열했다.
특히 중원 싸움은 피를 튀겼다.
선수들은 거침없이 부딪치고 주심의 휘슬 소리는 관중들의 환호보다 더 자주 들렸다.
[치열한 공방전! 이것이 북런던 더비입니다!]아스날은 솔 테일러와 메이슨 가넷이 포백과 함께 골대를 지켰고 토트넘은 윌리엄 페레이라를 기점으로 ‘제-유-스’라인을 이용한 공격 작업에 집중했다.
[선방하는 톰 체스터! 아스날의 수문장이 유수프 안데르센의 슈팅을 막아냅니다!]토트넘 홋스퍼는 리그 상위권 클럽답게 아스날을 몰아붙였지만, 아스날이라고 가만히 있는 게 아니었다.
촤—악!
데릭 레드먼드가 날카로운 태클로 제이미 포든에게서 볼을 빼앗자 레이턴 버트란드가 멀리 걷어냈다.
[아스날의 역습 기회!!!]그렇게 걷어낸 볼은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퍼—억!
[거칠게 부딪치는 세르히오 멜루!]토트넘의 수비형 미드필더 세르히오 멜루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봉쇄를 맡았다.
부딪쳐서 균형을 흔들어 제대로 볼을 잡지 못하게 하려고 했다.
‘오른쪽?’
균형이 쏠린 곳으로 중심을 옮기는 순간.
휙.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그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돌며 세르히오 멜루를 역동작에 걸리게 했다.
‘…제, 젠장!’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바디 페인팅에 속은 세르히오 멜루는 한 박자 늦게 따라갔고 그 결과.
탁.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볼을 잡는 데 방해되는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촤—-악!
슬라이딩 태클로 발밑의 볼을 노렸지만.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볼을 가볍게 띄우며 피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벼락같은 패스.
[크리스티안! 그리고 그 패스에 반응한 것은 유지우 선수입니다!]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올라오는 가속도는 누구도 따라오지 못했다.
하지만 골키퍼가 각도를 좁히며 나오는 탓에 곧장 슈팅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유지우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대각 패스로 아드리안 로마오에게 패스를 줬다.
[유지우 선수가 아드리안 로마오에게! 아드리안! 아드리안!]자기에게 볼이 올 줄 몰랐는지 아드리안 로마오는 살짝 스텝이 꼬이며 반응했다.
그래도 이를 악물며 볼에 발을 가져다 대는 데 성공했고.
까—-앙!
골포스트를 맞고 골라인 아웃이 선언되고 말았다.
아스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탄식하며 다시 앉았고 토트넘 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후.
여러 번의 기회가 나오긴 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고 옆 그물을 흔들고 골대를 벗어났다.
[아—! 아스날이 유효 슈팅 개수를 늘려가고 있긴 하지만 날카로움이 조금 부족합니다!]그중에서도 찬스 메이킹이 가장 많은 선수는 유지우였다.
측면과 중앙.
안 가는 곳 없이 팀의 공격 작업을 지탱했다.
그런 그를 막는 건 라이언 아일링이었다.
“이 빌어먹을 애송이가!”
입으로 거친 욕을 하면서 쫓아오는 스피드는 지금껏 상대한 선수 중에서도 가장 빨랐다.
[라이언 아일링! 들개라는 별명답게 상당히 거친 플레이로 유지우 선수를 몰아붙입니다!]태클이 들어가며 볼은 라인 아웃이 선언됐다.
“언제까지 설치게 둘 줄 알았어?”
전반 초반부터 유지우에게 몇 번 당한 것이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쫓아다녔다.
두 번 다시는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서.
‘확실히.’
그를 보며 유지우는 곰곰이 생각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상대했던 선수들보다 끈질겨.’
프리미어리그에서 구른 베테랑답게 빅리그의 선수만이 가지는 클래스라는 게 있었다.
‘그렇다고.’
투—웅!
‘못 제칠 정도는 아니야.’
상대 선수가 시야에 잡히기만 하면 유지우는 허를 찌르며 돌파할 줄 아는 선수였다.
그렇게 아르헨티나에서 한 시즌 최다 돌파 성공률을 달성했었으니까.
[솜 브레로 플릭! 이건 유지우 선수가 아르헨티나 리그에서 있을 때부터 자주 쓰던 개인기입니다!]머리 위로 볼을 넘기고 쫓아오자 또다시 머리 위로 볼을 넘겼다.
– 오오오오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개인기를 하는 선수들은 여럿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화려한 선수는 거의 없었다.
탁.
볼에 뜬 볼을 안전하게 잡아놓은 뒤, 라이언 아일링을 보며 손을 까닥했다.
“와봐.”
화려한 개인기에 도발까지.
유지우는 그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보지 못한 유형의 선수임이 분명했다.
* * *
툭.
다리 사이로 볼을 빼내는 넉맥.
타, 타닷!
라 크로케타.
휘릭.
마르세유턴.
개인기의 향연에 아스날팬은 물론 토트넘 팬들마저 넋 놓고 보기 시작했다.
“와.”
감탄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뭐 저런 녀석이 다 있냐?”
“라이언이 전혀 못 잡는데?”
“라이언은 쉽게 흥분해서 개인기가 화려한 애들 만나면 맥을 못 추긴 하더라.”
유지우의 도발성 행동으로 라이언 아일링의 흥분은 최대치까지 올라와 있었다.
거칠게 몸싸움해서 밀어붙이려고 해도 요리조리 피하는 탓에 화가 머리끝까지 났고.
투—욱!
볼을 오른쪽으로 길게 치고 달리기 시작하자 따라잡으려고 곧장 몸을 돌렸다.
‘나랑 스피드 경쟁을 하겠다고? 바로 짓밟아주지.’
프리미어리그에서 탑으로 불리는 스피드를 보유한 선수인 만큼 자신감이 있었다.
유지우라고 그런 데이터가 없는 건 아니었다.
사전에 수많은 얘기를 듣고 또 들었다.
그런데도 스피드 싸움을 가져가려는 의도는 완전히 자존심을 짓밟겠다는 의도였다.
[유지우 선수가 볼을 길게 차 놓고 라이언 아일링과 스피드 경쟁!]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스피드 스타를 상대로! 유지우 선수가 승부수를 띄웁니다!]좁혀지는 볼과의 거리.
유지우와 라이언 아일링은 필사적으로 볼을 잡으려고 달려갔다.
승리는.
– 와아아아아아!
유지우의 것이었다.
[유지우 선수가 라이언 아일링을 스피드로 따돌리고 중앙으로!] [와! 빠른 건 알고 있었지만! 프리미어리그의 스피드 스타를 이기다뇨! 그리고 이어지는 크로스!!!]아드리안 로마오가 머리에 맞췄지만, 골키퍼의 선방으로 주어진 아스날의 코너킥 기회.
토트넘 팬들은 왼쪽 코너 플래그로 유지우가 걸어오자 집중력을 흩어지게 할 발언들을 날렸다.
그런 발언에 유지우는 심호흡하고 볼에만 집중했다.
삐—익!
손을 올려 사인을 내린 뒤, 올린 크로스.
[유지우 선수의 크로스으으으으!]볼은 강한 회전이 걸려있어 골대 쪽으로 휘어서 떨어졌고.
타다다다다닷-!
바깥쪽에서 수비수를 따돌리며 달려오는 선수가 있었다.
“으아아아아아!”
레이턴 버트란드였다.
마크하던 선수를 떼어내고 앞을 막던 선수까지 몸싸움으로 제압하는 모습은 그가 왜 제2의 데릭 레드먼드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게 해줬다.
[레이턴 버트란드! 레이턴 버트란드—!]다른 수비수들이 공중볼에 강한 데릭 레드먼드를 견제하고 있었기에, 최종 수비수 한 명만 제치면 볼을 따낼 수 있는 상황.
레이턴 버트란드는 그렇게 최종 수비수와 공중볼 경합에 나섰다.
쿠—웅!
공중에서 부딪친 상대 선수는 깜짝 놀랐다.
‘무슨 덩치가 이래! 이건 완전 작은 데릭이잖아!’
데릭 레드먼드처럼 단단한 피지컬을 앞세운 공중볼 경합은 레이턴 버트란드의 특기였다.
그렇게 공중볼 경합을 이겨내며 헤딩을 하려고 할 때.
“막아!!!”
토트넘 홋스퍼 골키퍼가 달려 나와 손을 뻗었다.
이대로면 골키퍼의 선방에 막힐 위기.
레이턴 버트란드는 찰나의 순간에 돌파구를 찾아내곤.
툭.
골대 방향이 아닌 뒤쪽으로 헤딩을 했다.
[어엇! 레이턴 버트란드가 뒤로 흘린 볼! 그 뒤는! 데릭 레드먼드입니다—!]데릭 레드먼드는 마크하는 선수들을 죄다 부숴버리고 점프를 뛰었다.
골키퍼마저 레이턴에게 시선을 옮긴 사이에 그의 이마에 맞은 볼은.
철렁.
토트넘의 골망을 찢을 듯이 흔들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전반 33분.
먼저 골문을 흔든 건 많은 이들이 예상한 토트넘이 아닌 아스날이었다.
[이것이 데릭 레드먼드! 아스날의 장군이 상대 골문으로 대포 한 방을 날립니다!] [하하하! 아니 이게 말이 됩니까? 저 큰 덩치에 저런 매끄러운 움직임이라뇨! 역시 세월이 흘러도 아스날에는 데릭 레드먼드! 레장군이 있습니다!!!]작년 아스날이 9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데릭 레드먼드가 출중한 수비력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오늘과 같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종종 득점을 올려줬기 때문이었다.
만약 전부터 수많은 이적설에 휘말렸던 데릭 레드먼드마저 다른 클럽으로 떠나고 없었다면.
“데–릭!”
아스날은 9위가 아닌 두 자릿수 순위로 떨어졌을 터.
데—–릭!
빅클럽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끝까지 클럽에 남은 데릭 레드먼드였기에.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이 함성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그렇게 아스날의 붉은 장군 데릭 레드먼드의 활약으로 아스날이 1 – 0 앞서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