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42)
필드의 외계인-142화(142/404)
제142화
【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아스날 vs 토트넘 / 1 – 0 (진행 중) 】
– 스퍼스 놈들아 나와 봐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ㅁㅊ 이게 이렇게 된다고?
– 아스날 선제골 미쳤네 ㅋㅋㅋㅋㅋㅋㅋ 데릭은 무슨 탱크냐? 토트넘 놈들이 다 밀리네.
– 데릭도 데릭인데 레이턴 뭐임? 2부 리그에서 온 녀석인데 저런 판단을 내린다고? 저 상황에서?
– 2부 때부터 세트피스 상황 득점률이 높은 선수긴 했음.
– ㅇㅇ 그래서 프리미어리그 중하위권 클럽들이 노렸지.
– 그리고 지우 크로스도 미쳤음.
– 궤적 실화냐?
– 부메랑인 줄.
– 난 레이턴 대가리에 좌표 찍어논 줄 알았다 ㅋㅋㅋㅋ
한국에서는 새벽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북런던 더비를 시청하는 팬들이 많았다.
프리미어리그가 전 세계적인 리그이기도 하고 유지우가 뛰는 경기라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몰린 탓이었다.
– 이러다가 아스날이 토트넘 이기겠는데?
– 토트넘이 가만히 있을까?
– 오늘 닭 잡는 날임.
– ㄷㄷ 아스날이 이기면 몇 년만에 북런던 더비에서 승리냐?
– 한 5년 됐나?
– 5년 동안 한 번을 못 이김?
– 아스날 암흑기 씨게 왔잖아.
– 와 이기면 난리 나겠다.
– 난리뿐이냐? 아스날 선수들 평생 까방권 받는 거 ㅋㅋㅋㅋ
– 에이 북런던 더비 1승으로 평생 까방권은 심했지. 리그 우승이면 모를까.
– 풉 아스날이 리그 우승? 지나가던 개가 사람처럼 두 발로 서서 집 가는 걸 가르치는 게 빠르겠다.
아스날이 이기고 있지만, 여전히 토트넘 홋스퍼의 팬들은 아스날을 우습게 여겼다.
예전에도 2 – 0으로 앞서던 아스날이 후반에만 4골을 실점하며 2 – 4 대역전패를 당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 토트넘이 리드를 전혀 못 잡는데?
아스날은 지금까지의 시즌과 전혀 달랐다.
폴 사르 감독의 부임.
전력 외 선수의 방출.
여러 선수의 영입 등.
아스날은, 그들이 알던 옛날의 그 팀이 아니었다.
– 아스날이 이기면 5년 만의 승리라고 했지??
* * *
[아스날 1 – 0 토트넘]모두의 예상과 달리 아스날이 선제골을 넣고 리드한 채, 전반전이 종료되고 후반전이 시작됐다.
“…….”
토트넘 홋스퍼 감독 마르첼로 파브리는 경기를 지켜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준비는 완벽했다.
6년 전부터 토트넘에 부임해서 지금까지 아스날을 상대를 여러 번 상대해봤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고전해본 적이 없어 혼란스러웠다.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아스날의 라인을 죄다 봉쇄까지 했는데 밀리는 문제를 찾다가 눈에 들어오는 한 선수.
‘…저 녀석인가.’
아스날의 10번, 유지우였다.
확실히 아스날의 공격력이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올라왔다.
그 중심에 유지우가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한 마르첼로 감독은 즉각적인 압박을 명령했다.
그런데 이게 뭐란 말인가.
압박은커녕 방해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뻐—엉!
[빗나가는 마틴 그라임스의 슈우우우웃! 힘이 너무 들어갔어요!]분위기 반전은 되지 않고 위협이 지속됐다.
그래서 마르첼로 파브리는 유지우의 집중 견제를 더 강하게 지시했다.
중앙으로 올라가지 못하게 측면으로 고립시키는 수비 전술.
그리고 그걸 맡은 것이 라이언 아일링이었다.
‘이번에야말로.’
전반전에 호되게 당했지만, 다시 집중력을 올렸다.
자세를 낮추고 유지우의 동작을 주시했다.
입이 거칠고 인성에 조금 문제가 있는 선수긴 해도 토트넘이 버리지 못하는 것이 바로.
퍼—억!
상대를 녹초로 만드는 거머리 수비력 덕분이었다.
유지우가 볼을 잡지 않을 때도 붙고 볼을 잡을 때는 반칙으로 끊는 대범함을 보여줬다.
삐—익!
[라이언 아일링이 유지우 선수의 유니폼을 잡아끕니다!] [전부터 생각했지만, 손버릇이 참 안 좋은 선수예요. 상대하는 선수들이 다시는 붙고 싶지 않은 선수로 뽑은 이유가 다 저런 이유 때문이 아니겠습니까?]주심은 카드를 꺼내지 않고 구두로 경고했다.
장거리 프리킥이라 유지우는 스티븐 하머에게 키커를 넘기고, 공간을 찾아가다가 라이언 아일링에게 슬쩍 말을 걸었다.
“유니폼 늘어나니까 잡지 말아줄래?”
“아예 벗겨줄까?”
“할 수 있으면 어디 해 봐.”
“…뭐?”
“아르헨티나에서 뭘 배웠는지 보여줄게.”
그럴 때마다 유지우는 주눅 들지 않고 가볍게 도발했다.
아르헨티나에서 배운 것 중 하나.
도발한 선수에게 도발로 갚아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술이었다.
62분.
토트넘의 공격이 실패하고 아스날은 측면부터 공격작업에 들어갔다.
[레이턴 버트란드가 볼을 빼앗고 솔 테일러에게! 솔 테일러가 걷어낸 볼은 유지우 선수에게 향합니다!]왼쪽이 아닌 오른쪽.
유지우가 솔 테일러의 롱패스를 안전하게 잡아놓고 라이언 아일링과 대치했다.
툭.
툭.
툭.
발등으로 밀고 들어가다가 급가속으로 스피드를 올려 왼쪽으로 들어갔다.
퍼—억!
놓치지 않기 위해 라이언 아일링은 유지우가 돌파하려는 방향을 읽고 어깨를 밀어 넣었다.
부딪히는 순간.
제압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야…!’
유지우는 개인기만 있는 선수가 아니었다.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185cm의 키.
훈련으로 인해 단련된 신체.
스피드 + 피지컬이라는 궁극의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오히려 밀려나는 라이언 아일링!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뒤를 바짝 쫓습니다!] [스피드로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탑을 다투는 선수라 그런지 빠르게 유지우 선수의 뒤에 붙었습니다!]유지우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라이언 아일링이 필사적으로 쫓아갔다.
세 걸음.
두 걸음.
한 걸음.
볼을 가진 유지우와 볼이 없는 라이언 아일링의 거리를 좁혀졌다.
‘잡았다!’
라이언 아일링이 유지우의 스텝을 보곤 타이밍을 잡아 발을 뻗는 그 순간.
삐—익!
유지우는 슈팅 자세를 잡았고 들어오는 발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아아아! 유지우 선수가 라이언 아일링의 태클에 걸려 넘어집니다!] [이러면 프리킥이죠! 주심이 옐로카드를 꺼냅니다!]페널티 에어리에서 살짝 벗어난 위치.
이 위치라면 직접 슈팅까지 가능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라이언 아일링은 유지우를 노려봤다.
“…너 일부러.”
태클을 건 라이언 아일링은 멍청한 선수가 아니었다.
각이 많이 없긴 했지만, 유지우에게 분명히 슈팅할 타이밍이 있었다.
그런데 슈팅이 아니라 일부러 다리에 걸려 넘어지는 걸 선택했다.
“축구는 머리도 쓰면서 하라고 배워서.”
축구에선 정석적인 플레이도 중요했지만, 상대의 수를 읽고 역으로 공격하는 변칙적인 플레이도 중요했다.
더구나 확실한 득점 기회가 아니라면 단 몇 퍼센트라도 높은 가능성을 택해야 했다.
“두고 보자.”
“그 말을 한 놈들치고 진짜 두고 본 녀석은 없더라.”
라이언 아일링은 주먹을 부들부들 떨면서 자리로 돌아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유지우는 엉덩이에 묻은 잔디를 털며 일어났다.
‘자칫 잘못했으면 잡힐 뻔했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유지우도 살짝 당황하긴 했다.
원래 슈팅까지 하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라이언 아일링의 발이 먼저 들어왔다.
그래서 유지우는 그 순간, 방향을 바꿔 프리킥을 얻어낸 거였다.
“와, 이 거리라면 누가 차도 상관없지 않나?”
“역시 아드리안보단 내가 낫겠지?”
“무슨 소리!”
마틴 그라임스나 아드리안 로마오는 킥을 하는 걸 내심 원했지만.
“감독님이 한 얘기 못 들었어?”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말에 두 선수는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전담 키커는 유가 맡는다. 마틴, 아드리안…. 너희들 욕심내지 마. 작년에 너희들 성공률이 어떤지 생각해보고.’
그들은 프리킥 성공률이 현저히 낮았다.
그렇기에, 폴 사르 감독은 아르헨티나에서 월등히 높은 킥 성공률을 보인 유지우를 전담 키커로 선택했다.
“유.”
유지우 다음으로 킥 능력을 인정받은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욕심을 내던 두 선수를 쫓아버리고 유지우를 불러 조용히 대화를 나눴다.
“어떻게 찰 거야?”
“왼쪽으로 낮게.”
“페인트 넣어줄까?”
“어, 오른쪽으로 차는 것처럼 모션만 넣어줘.”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오른발로 날카로운 킥을 구사했다.
토트넘 홋스퍼의 골키퍼도 그걸 알기에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오른발을 경계했다.
‘이 코스에서 오른발잡이라면 왼쪽 구석인가.’
골키퍼의 기준으로는 왼쪽 구석.
키커의 기준으로는 오른쪽 구석이 오른발잡이가 좋아하는 위치였다.
‘잠깐. 유도 있잖아.’
유지우는 아르헨티나에서 한 시즌 프리킥 성공률 66%를 달성한 천재 키커였다.
두 선수가 같이 서 있는 걸 보자 토트넘 골키퍼의 판단력은 순간 흐트러졌다.
‘누가 차는 거지?’
누가 찰 건지 예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둘 다 오른발잡이라 오른발잡이들이 좋아하는 코스 쪽으로 살짝 밸런스를 이동시켰다.
삐—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며 선수들이 움직였다.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모션을 가져갈 때, 수비벽은 점프를 뛰었다.
뻐—엉!
그러나 그 뒤.
유지우가 오른쪽 상단이 아닌 왼쪽 하단으로 기습적인 슈팅을 시도했고.
‘아.’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동작에 속아 역동작에 걸린 토트넘 홋스퍼 골키퍼는 움직이지 못했고, 볼은 왼쪽 구석으로 낮게 깔리며.
철렁.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갑니다! 유지우 선수의 프리킥 득점! 이 거리에서 유지우 선수에게 프리킥을 주면 안 되죠!] [이 득점으로 아스날이! 2점 리드하면서 스코어는 2 – 0! 아스날 선수들이 일으키는 붉은 돌풍이 토트넘 홋스퍼를 침묵시킵니다!]보고도 믿기지 않는 경기.
토트넘 홋스퍼 팬들은 믿어지지 않았다.
“…이건 꿈일 거야.”
아스날의 10번과 아스날의 7번.
두 선수는 서로 어깨동무하며 카메라 앞으로 달려가 소리쳤다.
* * *
[ 아스날 2 – 0 토트넘 ]전광판에 적힌 스코어를 보고 토트넘 팬들은 분노에 차 소리쳤다.
“등신들아! 그게 축구냐?”
“저 애송이한테 당하는 게 말이 되냐고! 어! 라이언!”
“네가 다 망쳤어!”
계속되는 팬들의 불만.
측면에서 뛰던 내 귀에도 잘 들리는데 라이언 아일링이 못 들을 리가 없었다.
실시간으로 표정이 일그러졌고 나와 경합하는 과정에서 힘이 잔뜩 들어갔다.
휘릭.
볼을 감싸며 왼쪽으로 돌아서 나가려는데 라이언 아일링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내게 엘보우를 날렸다.
내 얼굴 쪽으로 정확하게 날아오는 방향.
피할 수 있었지만.
툭.
뒤로 피하면서 살짝 맞는 걸 선택했다.
이래야 카드를 받고 경고 누적 퇴장을 시킬 수 있으니까.
삐—-익!
[어어! 유지우 선수가 돌파하는 걸 막으려고 하다가 라이언 아일링의 팔꿈치가 유지우 선수의 안면을 가격했습니다!] [아니! 이건 아니죠! 퇴장이 나와도 할 말이 없는 상황입니다! 저건 100% 일부러 가격한 거예요!]주심이 가슴에 손을 넣고 달려오는 걸 보고 시나리오대로 됐다고 생각했다.
선수들도 걱정이 되는 얼굴로 달려왔고, 마틴 그라임스와 아드리안 로마오는 토트넘 선수들과 신경전을 벌였다.
모든 게 괜찮았는데.
어?
쿵쿵쿵-!
저 멀리서 달려오는 한 선수.
거대한 거인이 분노를 표출하며 달려오고 있었다.
“이 개자식들아—!”
데릭 레드먼드였다.
그렇게 화 안 내도 돼요.
저 괜찮아요.
일부러 그런 거예요.
“네가 우리 애 때렸냐? 어? 너 그 코 얼굴 안으로 넣어줄까? 어?”
데릭 레드먼드는 아주 산뜻한 욕을 하며 라이언 아일링에게 다가갔다.
그를 보며.
“데릭! 참아!”
“네가 주장인데 이러면 안 되지!”
오히려 토트넘 선수들이 막았다.
주심은 더 이상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재빨리 라이언 아일링에게 경고 누적 퇴장을 선언했다.
그 순간이었다.
어.
잠깐.
주르르르륵.
내 코에서 코피가 나온 것은.
“…코피?”
살짝 부딪치긴 했는데 코피가 나왔다.
그것도 쌍코피로.
“자, 잠깐 야! 뭣들 해. 데릭 잡아!”
스티븐 하머의 말에 선수들이 달려들었다.
데릭 레드먼드는 내 코에서 나오는 피를 보고 콧김을 크게 내뿜었다.
그는 곧장 퇴장당해 나가는 라이언 아일링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선수들에게 잡혀서 가질 못했다.
[다섯 명의 선수가 데릭 레드먼드를 잡고 있습니다!] [아! 북런던 더비에서 선수들간의 신경전은 빈번하게 일어났는데 오늘은 그 강도가 셉니다! 벤치에 있는 선수들까지 난입했어요!]그냥 퇴장시키려고 짰던 시나리오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일어나서 팀닥터에게 가 코피를 좀 봐달라 하려고 했는데.
내 눈에 보이는 광경을 보니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애 얼굴에 흠집을 내? 너 이리 와봐!”
…아니, 감독님은 거기서 뭐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