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43)
필드의 외계인-143화(143/404)
제143화
중계 카메라는 두 클럽이 충돌하는 장면을 찍었다.
[폴 사르 감독이 저렇게 흥분하는 모습도 오랜만에 보네요!]폴 사르 감독에게는 유명한 일화가 있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첼시와의 2차전.
도르트문트 선수 한 명을 다치게 한 첼시 선수를 보고 드롭킥을 날린 거였다.
국내 팬들은 그 사건 뒤, 폴 사르 감독에게 사르볼에서 따온 ‘사르킥’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그리고 지금도.
“감독님! 날아 차기는 안 됩니다! 그때도 FIFA에서 징계 먹지 않았습니까!”
대니 그레이 수석코치도 그 현장에 있던 사람인 만큼 최선을 다해 폴 사르 감독을 말렸다.
“내 새끼가 맞았는데 화 안 나는 사람이 누가 있어!”
“아무리 그래도!”
“누구라도 내 새끼 건드리면 죽는 거야!”
평소에는 허허 웃고 다니다가도, 팀의 선수가 다치면 눈이 뒤집히는 이런 반전의 모습은 팬들에게도 유명했다.
삐—익! 삐—익!
주심과 부심들이 말렸고 라이언 아일링은 토트넘 코치 한 명과 빠르게 필드에서 모습을 감췄다.
“감독님, 진정하세요. 소란을 더 일으키시면 퇴장 조치하겠습니다.”
주심이 정중하게 부탁하자 폴 사르는 진정이 되었다.
그리고 팀닥터에게 지혈을 받는 유지우에게 걸어갔다.
“코는 괜찮아?”
“네. 조금 얼얼하긴 하지만 못 뛸 정도는 아닙니다.”
“저 빌어먹을 닭대가리 놈들이. 애 때릴 곳이 어디 있다고.”
“…하하.”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비록 연기를 하려고 벌인 일이긴 해도, 맞은 건 사실이니까.
“네가 흘린 피까지 저놈들한테 갚아주고 와.”
“그럴 생각입니다.”
“몇 골을 넣을 생각이지?”
“닥치는 대로 넣어보려고요.”
토트넘은 가뜩이나 힘든 상황인데 퇴장까지 당해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경기는 진행됐고 유지우는 지혈이 다 된 상태에서 투입 준비를 기다렸다.
그렇게 볼이 라인 아웃이 된 순간.
아스날의 10번이 다시 필드로 들어왔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유지우가 들어오는 모습이 전광판에 나오자 아스날 팬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을 터트렸다.
붉은 바람을 일으키는 선수가 들어오자 토트넘 홈팬들은 절망했다.
“하아… 저 녀석은 뭐 저렇게 튼튼해.”
“라이언 이 자식은! 퇴장당할 거라면 확실하게 하고 나가야 할 거 아니야!”
2 – 0의 차이.
가뜩이나 한 명이 없는 지금.
유지우의 투입은.
“…마치 저승사자 같군.”
그들에겐 저승사자와도 같았다.
* * *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냐고!”
토트넘 팬의 절규.
분명 이 경기전까지 북런던의 주인이 토트넘이라고 하면 반박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만큼 근 5년간의 성적은 토트넘이 압살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드리안 로마오—! 선방에 막히며 득점 기회를 날립니다!] [아스날의 공격이 더 활발해졌습니다!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패스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토트넘의 골문을 위협합니다!]다양한 패턴의 공격.
지난 아스날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리고 이 공격이 가능하게 된 가장 큰 요소는.
‘제로톱 전술.’
일명 사르 볼이었다.
마틴 그라임스 – 아드리안 로마오 – 크리스티안 페레스 – 유지우가 공격진영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기회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
[골대를 벗어나는 아드리안 로마오의 슈팅! 수비의 압박이 빨랐습니다!]토트넘 홋스퍼는 그런 아스날을 상대로 집중력이 높은 수비를 보여줬다.
토트넘 홋스퍼 감독 마르첼로는 임기응변에 능한 감독이라 즉각적으로 지시를 내려 아스날의 공격을 막아냈다.
‘당해줄 생각은 없어.’
그렇게 수비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무렵, 묘하게 위화감이 들었다.
‘…저 녀석 때문인가.’
어떻게든 빈틈을 찾아내는 유지우를 쳐다봤다.
하지만 아스날에 유지우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었다.
유지우가 워낙 주목받아서 그렇지, 그에 못지않은 재능이 하나 더 있었다.
[크리스티—안!]크리스티안 페레스의 패스가 토트넘의 심장부를 꿰뚫었다.
공은 왼쪽에서 침투하는 마틴 그라임스의 앞으로 갔다.
보폭에 딱 떨어지는 패스.
마틴 그라임스가 할 것이라곤.
툭.
가볍게 골대 쪽으로 돌려놓는 것밖에 없었다.
그대로 골이 들어갈 것 같았지만, 토트넘 홋스퍼의 골키퍼 게리 그림쇼도 집요했다.
손끝으로 건드렸고 종이 한 장 차이로 골대에서 벗어나게 했다.
– 와아아아아아아!
그 선방에 토트넘 홋스퍼의 팬들은 다시 사기를 회복했다.
“까짓거 2점 차이면 어때! 금방 따라잡을 수 있어!”
“그래! 30분이나 남았잖아!”
“하나하나 가보자!”
그들의 염원은 자연스레 제이미 포든에게 흘러갔다.
에이스 제이미 포든.
그는 집요하게 아스날의 골문을 위협했다.
뻐—엉!
“하아.”
제이미 포든은 슈팅이 또 빗나가자 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이상하리만큼 풀리지 않았다.
‘저 녀석…. 아예 나한테 붙어 있군.’
데릭 레드먼드 때문이었다.
작년에는 분명히 이렇게까지 강한 압박이 오지 않았었다.
데릭 레드먼드가 중앙까지 올라가 빌드업을 해서 압박하러 오는 타이밍이 늦었으니까.
그런데 이번 시즌은 아니었다.
[데릭 레드먼드의 거머리 수비에! 제이미 포든이 넘어집니다!]폴 사르 감독의 전술상 수비수의 빌드업 관여는 있어야 했는데 그 짐을 다른 선수에게 넘긴 거였다.
레이턴 버트란드.
2부에서 온 제2의 데릭 레드먼드에게.
[레이턴 버트란드가 볼을 다루는 게 상당히 부드럽네요.] [네, 데릭의 짐을 나눠서 들어주는 느낌입니다. 그 덕분에 데릭은 제이미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된 거죠.]레이턴 버트란드의 영입은 폴 사르 감독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거였다.
데릭 레드먼드처럼 빌드업이 되는 수비수의 필요성을 느꼈으니까.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
[또 빗나가는 제이미 포든! 아스날의 장군에게 밀리며 임팩트 타이밍이 어긋났습니다!] [토트넘의 대포가 오늘은 오발탄만 쏘고 있습니다!]아스날의 수비는 더욱 견고해졌다.
그 결과는 곧 필드에서 증명됐다.
[멀리 걷어내는 레이턴 버트란드! 토트넘의 수비라인이 하프라인까지 올라왔는데요!]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토트넘이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곤 라인을 올린 공격밖에 없었다.
한 명이 없어도 다른 선수들이 더 많이 뛰어주며 공간을 마크했으나, 그 같은 전술에는 틈이 존재했다.
타다다다닷-!
그리고 그 틈을 파고드는 붉은 유니폼을 입은 한 선수.
“자, 잡아!!!”
급히 소리쳤지만, 이미 알아차린 뒤에는 사라진 뒤였다.
폭발적인 스피드로 볼 낙하지점을 향해 달려갔다.
[유지우 선수! 엄청난 속도! 토트넘 진영에 떨어진 볼을 먼저 터치합니다!]붙는 수비수를 뿌리치고 쭉 치고 달렸다.
[더 안으로!]골키퍼가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까지 나오는 걸 보고 스텝 오버를 하며 오른쪽으로 치고 나갔다.
골키퍼가 핸들링할 목적으로 슬라이딩을 해보지만, 거리가 멀었다.
철렁.
흔들리는 골망.
오늘 경기 아스날의 세 번째 골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보고 계십니까! 아스날의 유니폼을 입고 필드 위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저 선수의 국적은!!! 대한민국입니다!!!]골의 주인공은 광고판에 올라가 아스날의 메인 서포터즈 석을 바라보며 양팔을 쫙 펼쳤다.
마치 자신이 새로운 에이스라는 걸 알리 듯.
* * *
[ 3 – 0 ]3점 차이가 되자 토트넘은 라인을 전체적으로 올리며 전방부터 아스날을 압박했다.
[프레싱 전술로 나오는 토트넘! 아직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포기하면 프리미어리그에 있을 자격이 없는 거죠! 한 골이라도 넣어야 합니다! 0과 1의 차이는 크거든요.]질 때 지더라도 무능력하게 질 순 없었다.
그래서 토트넘은 마지막까지 뛰고 또 뛰었다.
아주 작은 기회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삐—익!
휘슬이 울렸고.
“XXXX!”
선수들의 충돌은 거세지며 어느덧 전광판의 시간은 80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아직 꺾이지 않는 토트넘의 기세.
그들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아스날의 골망을 노렸다.
‘한 방이 더 필요하겠네.’
유지우는 토트넘의 플레이를 보며 한 가지 결심했다.
그들의 의지를 꺾을 한 방이 더 필요하다고.
“이쪽으로 볼 줘!”
그래서 토트넘의 공격이 실패하고 소유권이 아스날에게 넘어오자 강하게 볼을 요구했다.
뻐—엉!
공이 레이턴 버트란드의 발에서 유지우의 발로 다이렉트 연결이 됐다.
[빠르게 돌아서는 유지우 선수! 토트넘의 수비진이 급하게 백업을 오지만! 유지우 선수!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 넘겨준 뒤! 달립니다!]발등으로 슬며시 밀고 들어가다가 압박이 들어오자 중앙으로 들어오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 넘겨줬다.
타다다닷-!
그리고 빈 곳으로 달려갔다.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마틴 그라임스에게 주고, 마틴 그라임스는 원터치로 중앙에 있는 아드리안 로마오에게.
[현란한 패스! 원터치로 이뤄지며 향한 곳은 아드리안 로마오!]수비수는 아드리안 로마오가 최종 목적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돌아서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아드리안 로마오는 마크를 붙은 수비수를 등진 상태에서 원터치로 볼을 띄웠고.
투—욱.
그 볼을 본 유지우는 다이빙 헤딩으로 토트넘의 골대 안으로 볼을 집어넣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이게…. 이게 뭡니까! 방금 제가 뭘 본 거죠?!]해설위원들도 흥분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4명의 선수가 골에 관여했지만, 정작 이뤄진 플레이는 4번의 터치가 전부였다.
불과 3초.
골이 들어가기까지의 시간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름다운 골입니다! 이것이 현재의 아스날!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네 선수! 유지우! 크리스티안 페레스! 마틴 그라임스! 아드리안 로마오! Y.M.C.A 라인입니다!]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첫 해트트릭을 북런던 더비에서 달성하며 아스날 팬들에게 악몽 같던 북런던 더비를 천국으로 만들어줍니다!]유——!
아스날 팬들은 흰색의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 그들만의 열기를 표출해냈다.
그들이 일으키는 붉은 바람은 토트넘이라는 흰색 바람을 몰아냈다.
“죽을 만큼 사랑한다! 유!”
“아스날에 와줘서 고마워–!”
“으아아아아아! 그동안 스퍼스 놈들 때문에 쌓인 게 다 내려가는 느낌이야!”
아스날 팬들은 유지우를 연호하며 엄청난 함성을 보내줬고 곧이어 응원가가 들려왔다.
-‘Yoo’s On Fire.
그들이 새로운 에이스를 위해 준비한 응원가였다.
[More and more Yoo keeps on scoring(더욱더 갈망해 유가 끝도 없이 골을 넣어)
Thats what we looking for
(이게 우리가 기다려온 거야)
More and more Yoo keeps on scoring
(더욱더 갈망해 유가 끝도 없이 골을 넣어)
Thats what we looking for
(이게 우리가 기다려온 거야)
Yoo’s on fire Your defence is terrified
(유가 불붙었어, 너희 수비는 겁에 질려!)
Yoo’s on fire Your defence is terrified
(유가 불붙었어, 너희 수비는 겁에 질려!)
Yoo’s on fire Your defence is terrified
(유가 불붙었어, 너희 수비는 겁에 질려!)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마지막은 다 같이 요동치며 파티를 즐기는 하이라이트까지.
비록 토트넘의 홈이었지만, 지난 세월의 아픔을 잊게 해주는 에이스를 위해 그들은 오지 못한 팬들의 몫까지 응원가를 불렀다.
토트넘 스타디움에서 빛나는 건.
토트넘 에이스 제이미 포든이 아닌, 아스날의 에이스가 된 유지우였다.
* * *
삐-익! 삐-익! 삐—익!
제이미 포든의 마지막 슈팅이 골대를 크게 벗어난 뒤, 종료 휘슬이 울리며 아스날의 승리가 선언됐다.
아스날 선수들은 필드에서 포옹하며 기쁨을 만끽했고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며 필드를 빠져나갔다.
[북런던 더비에서 아스날이 승리한 게 대체 몇 년 만이죠?] [무려 5년입니다! 5년 동안 토트넘이 쥐고 있던 북런던의 주인 자리를 다시금 아스날이 가져오려 합니다!]토트넘 팬들은 욕을 내뱉으며 경기장을 나갔다.
그냥 패배도 아닌 처참한 패배.
“다른 클럽한테 다 져도 되는데 아스날은 아니지! 버러지만도 못한 것들아!”
북런던 더비의 상징성.
토트넘 팬들은 다른 클럽도 아닌 아스날에게 졌다는 것에 분노를 터트렸다.
아스날 선수들이 필드에서 기뻐하는 걸 볼 수 없었는지, 그들은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유!”
멀리서 이름을 부르며 달려오는 사람은 데릭 레드먼드였다.
와락.
“잘했어! 잘했다고! 난 처음부터 네가 이렇게 해낼 줄 알았어!”
온몸이 아팠지만, 데릭 레드먼드가 기뻐하는 게 느껴졌다.
눈물까지 글썽일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뒤에 선수들이 달려와 샌드위치가 되어버렸다.
“우리가 이겼다고—!”
“이게 몇 년만의 더비전 승리냐!”
“스퍼스 놈들 표정 봐봐! 하하하하하하하!”
“그것보다 유가 해트트릭을 했어!”
“이게 우리 에이스라고!”
“저것들 표정 봤어?”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됐던 승리의 기억.
그것을 되찾은 아스날 선수들은 기쁨에 몸부림쳤다.
지난 암흑기의 세월.
이기지 못했던 앙숙.
그리고 그 앙숙에게 매일 조리돌림을 당했던 치욕을 갚아준 감정은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그것보다 다 나와요! 저 죽는다고요!”
아스날의 암흑기에서 고통받은 팬들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워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