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45)
필드의 외계인-145화(145/404)
제145화
아스날의 연고지인 이슬링턴 구에는 사람들로 끊이지 않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여기가 유의 아버지가 하는 곳이지?”
“어, 일주일 전에 오픈한 곳.”
“왜 이렇게 손님이 없지?”
“일반 레스토랑이 아니라 ‘한식’이잖아. 아직은 낯설겠지.”
바로 유한우의 레스토랑 ‘Joy of taste’이었다.
오픈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되긴 했지만, 아직 손님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다.
K-POP으로 한류 문화에 대해 접하는 사람들은 많았으나 한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유지우의 아버지가 한다는 효과 덕분에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오긴 했다.
“맛있게 드셨어요?”
“네! 제가 살면서 먹어본 음식 중에 세 손가락 안에 들어요!”
“다음에 또 와주세요!”
“그럼요! 아, 그리고 사장님! 저 유니폼은 뭐예요?”
가게에서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매달린 액자에는 유니폼이 하나 들어가 있었다.
흙과 잔디가 잔뜩 묻은, 아스날 원정 유니폼.
유한우는 그걸 보고 활짝 웃었다.
“우리 아들이 북런던 더비에서 뛰고 해트트릭을 한 유니폼입니다!”
“…저 사진 찍어도 되나요?”
유한우는 흔쾌히 허락해줬고 계산을 끝낸 손님은 액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감사해요!”
“또 와주세요~”
손님이 나가려다가 멈칫하고 말았다.
그리고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유, 유!”
유지우가 가게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유지우를 본 손님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나가던 손님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인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꺄악-! 여기요! 여기 해주세요!”
팬은 가방에서 유니폼을 꺼냈다.
“…평소에도 가지고 다니세요?”
“네!”
“하하, 어디에 해드릴까요?”
“이쪽이요!”
스스스스슥.
유지우가 사인을 해주자 팬은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가게 밖으로 나갔다.
유지우를 본 손님들이 슬금슬금 자리에서 일어나 사인을 받으려고 하자 유한우가 제지했다.
“제 아들이 훈련이 끝나고 아직 저녁을 못 먹어서요. 사인은 있다가 밥을 먹은 뒤에 해드려도 괜찮을까요?”
아스날 팬들은 아쉽긴 해도 이해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유한우의 중재 덕분에 유지우는 편안하게 안쪽으로 걸어갔다.
아르헨티나에서 식당을 해본 경험을 토대로 유한우는 선수들이나 유명인들이 오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룸을 제작했다.
밖에서는 내부를 볼 수 없고,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완벽한 방음 시설을 갖춘 방이었다.
“유!”
룸에서 물을 마시고 있자 문이 열리며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웃으며 들어왔다.
“왔어?”
“넌 경기장 밖에서도 빠르구나.”
“집이 근처라서.”
두 사람은 자주 유한우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네가 늘 먹던 걸로 달라고 했어.”
“응! 좋아.”
“블랑카는?”
블랑카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부인이었다.
“오늘은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어서 거기 갔어.”
“그렇구나.”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블랑카와 소꿉친구로 20세가 되는 해에 바로 결혼식을 올려 슬하에 딸 하나를 두고 있었다.
“우리 에이스들을 위한 음식들이 나왔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음식들이 나왔다.
앞에 세팅되는 음식들을 보고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웃음꽃을 피웠다.
“난 한식에서 이게 마음에 들어.”
“밑반찬들?”
“응! 하나 시키면 10개 정도의 사이드 음식들이 나오잖아. 이게 되게 신기해.”
해외사람들이 한식을 먹으면 놀라는 부분이 바로 이런 점이었다.
나온 음식들을 하나씩 먹었고 어느덧 다 먹은 뒤, 룸에서 나오자 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
“크리스티안!”
“두 사람을 보기 위해 기다렸습니다!”
“실례가 아니라면 사진 촬영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유지우는 기다린 팬들에게 팬 서비스를 해줬다.
뒤이어 크리스티안 페레스도 팬 서비스를 해주며 팬들과 소통했다.
“북런던 더비에서 정말 멋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경기도 꼭 이겨주세요!”
“두 분이 같이 뛰면 왠지 질 것 같지 않아요!”
“아스날로 와주셔서 감사해요!”
아스날의 10번과 7번.
아스날을 이끄는 두 기둥은 어느덧 아스날 팬들의 가슴 깊숙이 들어가 있었다.
* * *
아스날은 10전 7승 3무라는 성적을 냈다.
총 승점은 24점.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다음으로 리그 3위를 유지했다.
9월 28일.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아스날 FC vs 울버햄튼 원더런스.
영국리그에 있는 포르투갈 팀이라는 별명답게 주전 선수의 3할이 포르투갈 선수들로 포진되어 있었다.
[울버햄튼 원더런스의 역습! 울버햄튼 원더런스는 양 윙어들로 하여금 빠른 패턴의 역습 전술을 구사하는 클럽입니다! 아스날이 이 점을 놓치면 무패 행진도 여기서 막을 내릴 겁니다!]프리미어리그 중위권 클럽답게 울버햄튼 원더런스는 끈질겼다.
전력상 아스날보다 약세인 클럽이긴 했지만, 공격진의 날카로움만은 뒤지지 않아 아스날에게도 꾸준히 위협을 가했다.
‘선 수비 후 역습’
울버햄튼 원더런스의 주 전술이었다.
중원 싸움은 한 수 접어주되, 상대가 공격에서 실수했을 때 발 빠른 공격수를 중심으로 역습을 하는 전술이었다.
이 점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는 폴 사르 감독은 선수들로 하여금 중원에서 지배율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중원에서 실수하지 않고 볼을 풀어갈 경우, 상대는 웅크린 채로 나오지 못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감독의 지시에 따라 중원에서 지배력을 높이던 중.
유지우는 측면에서 볼을 배급하다가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밸런스가 치우친 걸 발견했다.
“크리스티안!”
마크를 따돌리며 중앙으로 올라가면서 볼을 요구했고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정확한 타이밍에 패스를 찔러줬다.
뻐—엉!
그걸 유지우는 원터치로 왼쪽 사이드로 길게 보냈다.
오른쪽으로 치우친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수비 배치 덕분에 왼쪽 사이드의 마틴 그라임스는 비교적 여유롭게 볼을 잡아놓을 수 있었다.
“마틴!”
발이 빠른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풀백들은 이를 악물고 달렸다.
금세 마틴 그라임스에게 압박을 가했지만.
툭, 타닷!
마틴 그라임스는 넛맥으로 상대를 제치며 골대 앞 상황을 눈에 담았다.
[마틴 그라임스의 날카로운 패스—!]그리곤 아드리안 로마오에게 패스를 줬다.
땅볼로 오는 패스를 본 아드리안 로마오는 수비수를 등진 채.
툭.
왼발로 수비수의 왼쪽으로 볼을 보낸 뒤에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갔다.
수비수가 당황한 틈에 바로 뒤로 돌아 들어가 원터치로 흘린 볼을 잡아 니어 포스트로 집어넣으며 득점을 신고했다.
아드리안 로마오가 순간적으로 보여준 센스.
아스날의 전설 베르캄프가 보여준 ‘베르캄프 턴’을 활용한 멋진 마무리였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골망이 흔들리자 아드리안 로마오는 양팔을 옆으로 쭉 뻗어 비행기처럼 달려갔다.
[고—올! 아드리안 로마오가 환상적인 턴을 보여주며! 득점을 성공시킵니다!] [아스날의 득점 패턴이 정말 아름답지 않습니까? 축구란 이런 거다! 라고 보여주는 거 같습니다!]아드리안 로마오가 골을 넣고 달려가는 곳은 왼쪽 측면의 마틴 그라임스였다.
득점한 선수가 어시스트를 해준 선수에게 달려가 기뻐하는 장면은 축구를 보면 자주 보이는 장면이었지만, 둘 사이를 아는 아스날 팬들로서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쟤네가 저렇게 포옹을 한다고?”
아드리안 로마오와 마틴 그라임스가 포옹하는 건, 팬들이 보고도 믿기지 않는 장면이었다.
이들은, 지난 시즌부터 악명이 높았던 아스날의 개와 고양이였으니까.
도저히 어울리지 않던 선수들이 어울리는 모습에 팬들은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곧이어 목이 터지라 외쳤다.
“뭐가 됐던! 골만 넣으면 됐지!”
팬들도 다 아는 개와 고양이의 관계.
이건 몇 년 전부터 두 선수를 따라다니는 별명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단 하나 바뀐 게 있다면.
“…야, 빨리 어깨동무해. 유가 보잖아.”
“너나 빨리 웃는 표정 지어. 이러다가 유가 패스 안 주면 네가 책임질 거야?”
개와 고양이를 조련할 줄 아는 선수가 새롭게 합류했다는 점이었다.
* * *
경기는 아스날이 리드했고 경기 종료 직전.
다시 기회를 잡은 아스날은 왼쪽 사이드를 노렸다.
마틴 그라임스가 볼을 잡은 뒤에 수비수를 제치며 침투했고 골라인 근처에서 노룩으로 컷백 크로스를 올렸다.
아드리안 로마오를 겨냥한 것처럼 보였는데 아드리안 로마오는 헛발질을 하며 볼이 흘렀다.
[어어어어어어어!]그리고 그 뒤를 침투하는 한 선수.
뻐—엉!
유지우가 가볍게 원터치로 볼을 돌려놨고 그대로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아스날에는 바로 이 선수! 새로운 에이스로 우뚝 올라선 유지우 선수가 있습니다!!!] [아드리안 로마오가 센스있게 흘린 볼을 뒤에서 들어오는 유지우 선수가 완벽하게 마무리했습니다!]유지우는 코너 플래그로 달려가 깃대를 강하게 치며 포효했다.
그리고 귓가에 들려오는 응원가.
아스날은 그렇게 울버햄튼 원더런스를 상대로 2 – 0 승리를 거뒀다.
삐-익! 삐-익! 삐—-익!
종료 휘슬이 울리고 필드를 나가려고 할 때, 유지우는 아드리안 로마오에게 다가갔다.
“아드리안.”
“응?”
“아까 헛발질 잘하던데요?”
흠칫.
“그, 그거? 하하하하하! 네가 들어오는 거 보고 일부러 흘린 거지!”
“정말요?”
“그럼!”
그렇다고 믿고 가려는데 마틴 그라임스가 웃음을 터트리며 다가왔다.
“일부러 흘렸다고?”
“…….”
“유, 이 멍청이 말을 믿는 건 아니지?”
“왜요?”
“왜긴 왜야, 지난 시즌에도 그런 헛발질로 날려 먹은 찬스만 몇 갠데.”
실제로 아드리안 로마오는 번뜩이는 움직임이나 골 결정력이 괜찮은 선수지만, 잔 실수도 그만큼 잦았다.
“마틴! 너 내가 유한테 그런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지! 애가 선입견 가지면 어떡하려고 그래?”
아스날의 개와 고양이.
“선입견은 무슨… 팩트를 이야기한 건데. 얘는 좀 머리가 이상한 놈이야. 쉬운 건 못 넣고 어려운 건 넣는다니까?”
“…그러는 지는 어려운 것도 못 넣으면서.”
“뭐? 이번 시즌 끝나고 누가 더 많이 넣었는지 볼까!”
두 선수는 서로를 보며 으르렁댔다.
특별히 누군가 잘못을 했거나 실수를 해서 서로를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물과 기름처럼, 두 사람의 성향이 너무 달라 얼굴만 봐도 다투게 되는 것이었다.
퍼—억!
“이 빌어먹을 새끼!”
“어쭈! 지금 쳤냐?”
“쳤다! 어쩔래?”
“네가 요새 안 맞아서 머리가 어떻게 됐구나?”
“누가 할 소릴.”
유지우는 두 사람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 * *
10월 4일, 리그 12라운드가 다가오기 시작하자 아스날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전술 훈련의 강도도 높아지고 선수들의 집중력도 한껏 올라왔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음 상대가 리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였기 때문이다.
【 아스날 vs 맨체스터 시티! 리그 12라운드! 】
【 현 리그 3위와 1위의 맞대결! 】
【 호셉 과르디올라, “아스날은 강한 클럽, 우리는 방심하지 않고 늘 하던 대로 준비하겠다.” 】
우승 후보와의 만남이라 구단 전체가 긴장한 듯한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승률은 토트넘 때보다도 낮았다.
긍정적으로 보던 사람들도 이번만큼은 힘들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누나 : 동생아.
그리고 누나랑.
주현 누나 : 갓지우시여! 시티를 만나시면 자비를 베풀어주소서!
주현누나.
다빈 누나 : 시티를 만나시면 한 골만…. ㅠㅠㅠ
다빈 누나까지.
누나들이랑 있는 단톡방은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맨체스터 시티의 팬들답게 계속해서 톡이 올라왔고 1이 사라지자 내가 읽었다는 걸 알았는지 더 많이 올렸다.
‘…한 번 놀려줄까?’
나 : 와.
나 : 지금 내가 지길 바라는 거야?
나 : 누나들은 진짜….
나 : 농담으로도 나 응원한다는 소리를 안 하네.
나 : 톡 알람 꺼놓음.
나 : ㅅㄱ
그 뒤에 계속 울렸다.
누나 : 사랑하는 동생아?
누나 : 우리 동생~
주현 누나 : 갓지우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린 죄… ㅠㅠㅠㅠㅠ 무릎 꿇고 사죄드립니다!
주현 누나 : (엉엉우는 이모티콘)
다빈 누나 : 나, 난 응원해! 네가 해트트릭해서 이겼으면 좋겠어! 진심으로!
누나 : ?
주현 누나 : ?
다빈 누나 : …이거 아니었어?
톡만 봐도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딱 보인다.
누나 : 동생님~ 화 나신 거 아니시죠? 한국 오시면 드시고 싶은 음식은 있으시고요?
…징그럽게 왜 이래.
나 : 정성을 봐서 다섯 골 넣을 거 였는데 세 골만 넣어줌.
누나: 야!!!
누나들의 단톡방은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아버지와 어머니랑 있는 가족 단톡방에선.
아버지 : 난 우리 아들 믿는다!
어머니 : 아들! 엄마가 미래를 보고 왔는데 넌 맨체스터 시티 전에서 무려 다섯 골을 넣는단다!
아버지 : 맨시티 놈들 콧대를 꺾어버려!
맨유의 극성팬이신 두 분이 간절히 맨시티의 패배를 바라고 있었다.
두 집단 모두의 평화를 위해….
그래, 딱 세 골만 넣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