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47)
필드의 외계인-147화(147/404)
제147화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전반 6분.
너무 이른 시간에 골망이 흔들리자 순간 맨체스터 시티 팬들은 현실과 꿈을 혼동했다.
“저기가 아스날 골대지? 아스날 골대여야 해.”
아예 골대가 바뀌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하지만 아스날 원정팬 석에서 나오는 함성은 그들을 꿈에서 깨워 현실로 인도해줬다.
“아아! 제발! 우리는 지면 안 된다고! 무패 우승은 해봐야 할 거 아니야!”
그들이 아무리 소리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아스날이! 아스날이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전반 6분!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완벽하게 약속된 플레이! 유지우 선수와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호흡이 날이 갈수록 좋아집니다!]에이스 듀오라고 불리는 두 선수의 합이기도 했지만, 다른 선수들의 연기도 한몫했다.
코너 플래그로 달려가던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유지우를 발견하곤 냅다 달려가 안겼다.
“와! 우리가 연습한 그대로 됐어! 감독님은 신이야! 신이라고!”
“수십 번을 연습했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저 녀석들 한 방 제대로 먹인 거겠지?”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말에 고개를 돌려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을 봤다.
“아마도.”
짝짝!
데릭 레드먼드는 박수를 크게 두 번 쳤다.
“흥분 가라앉히고! 이다음에 할 것을 생각해!”
선제골을 넣은 뒤, 가장 기쁜 사람이었지만, 주장으로서 냉정하게 상황을 통솔했다.
“…데릭이 그런 말 하니까 안 어울려요.”
“야! 나도 진지할 때는 진지한 놈이야!”
“그런가?”
“내가 아는 데릭은 아닌데.”
“이것들이! 떠들 시간에 각자 자리로 돌아가!”
선수들이 기뻐하는 사이.
폴 사르는 벤치에서 어퍼컷을 하며 포효했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크게 표출하며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는 모습은 폴 사르의 매력이기도 했다.
[폴 사르 감독의 한 방! 이 한 방이 맨체스터 시티에 타격을 줬을까요?] [6분 만에 실점하긴 했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충분히 뒤집을 저력이 있는 팀입니다. 아스날이 이 한 점을 어떻게 지키는가에 따라 오늘 경기의 승패가 정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클럽을 상대로 폴 사르는 지금까지와 다른 무기를 준비했다.
단번에 숨통을 끊을 확실한 무기들로.
하지만.
호셉 과르디올라의 표정은 평온했다.
마치 이런 상황이 만들어질 거라는 걸 알았다는 듯이.
“아스날이 준비를 많이 해왔군.”
* * *
[아스날 1 – 0 맨체스터 시티]맨체스터 시티는 이른 시간에 실점했음에도 불구하고 흥분하지 않고 자신들의 플레이에 집중했다.
지고 있다고 해도 이런 스코어를 뒤집은 경험이 많았으니 흔들릴 필요가 없었다.
“저메인! 급하잖아!”
“하지만!”
“쟤네들이 일부러 신경을 긁는 거야. 그러니까 심호흡하고 진정해.”
그중 선수들을 이끄는 건 팀의 정신적 지주인 윌리엄 폴크의 역할이었다.
10분.
20분.
30분.
맨체스터 시티는 차분하게 아스날의 진영을 압박했다.
아스날은 죽어라 수비하며 어떻게든 1점을 지켜내고 있지만, 언제 실점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압박이 빠르게 들어오니까 짧게 전진한다!”
기습적인 실점을 했음에도 흔들림이 없는 빌드업.
그걸 본 폴 사르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것들은 로봇인가? 동요가 없어, 동요가.”
축구에서 실점은 빈번한 일이었다.
매 경기 실점이 있는 클럽도 있었으니까.
“다 로봇이 아니라 윌리엄이 로봇이 아닐까요?”
“…작년에 저 녀석의 플레이를 보고 깜짝 놀라긴 했어.”
“볼을 다루는 능력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최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맨체스터 시티 중원의 핵인 윌리엄 폴크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
부드러운 볼 터치와 넓은 시야.
플레이 메이킹 능력이 있는 선수라 호셉 과르디올라의 신임을 받았다.
폴 사르는 윌리엄 폴크의 그런 점을 알고 있었기에 강한 프레싱을 요구했다.
라인까지 올린 공격적인 압박.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의 중원은 티키타카로 아스날의 압박을 벗어났다.
– 오오오오오오오!
원터치로 펼쳐지는 예술에 관중들이 환호했고 윌리엄 포크는 압박이 비교적 한산한 왼쪽 사이드로 볼을 전환하며 경기를 맨체스터 시티의 리듬으로 끌고 갔다.
[아스날이 오늘 승리를 하기 위해선 윌리엄 포크의 패스를 어떻게 방해하느냐에 달렸습니다.] [맨체스터의 살림꾼을! 아스날은 어떻게 막을 생각인 걸까요?]그가 만든 넓은 판 위에서 선수들은 각자의 그림을 그려갔다.
개성이 강한 선수들이었지만, 그림의 마지막 획은 항상 같은 곳을 향했다.
[율리안 쿠겔의 날카로운 패스—! 그리고 데릭 레드먼드를 뿌리치며 침투하는 오스마르 토레스!]화룡점정은 오스마르 토레스였다.
매끄러운 동작.
데릭 레드먼드가 두 눈을 부릅뜨고 마크하고 있었지만, 오스마르 토레스를 순간적으로 놓치고 말았다.
‘이렇게 되면 패스라도!’
사람을 잡지 못하면 볼이라도 막아야 했다.
데릭 레드먼드는 빠르게 판단을 내려 슬라이딩 태클로 패스가 가는 길목을 막으려고 했는데.
스르르르륵.
볼은 데릭 레드먼드의 다리를 피하며 빠르게 지나갔다.
오스마르 토레스의 완벽한 기회.
침착하게 골키퍼가 나오는 것을 보고 왼쪽 구석으로 깔아 찼다.
철렁.
[오스마르 토레스! 프리미어리그의 황제가! 아스날의 반역을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습니다!] [이 득점으로 다시 득점 단독 선두로 올라선 오스마르 토레스! 유지우 선수와 1개 차이로 격차를 벌립니다!]오스마르 토레스가 세레머니를 하고 돌아갈 때, 슬쩍 유지우를 바라봤다.
‘이걸로 1 – 1이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 쳐다봤고 유지우는 그 눈빛을 보고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되면 더 재미있어지네.”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클럽.
평소에도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는 것보단 상대가 되어 경기하는 걸 꿈꿔왔었다.
아르헨티나에서 바로 빅클럽이 아닌 암흑기에 빠진 아스날로 온 이유.
‘도전’
유지우의 머릿속에는 실점했다는 아쉬움보단 맨체스터 시티를 어떻게 무너트릴지에 관한 생각이 더 많아졌다.
상대는 어디까지나.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프리미어리그 최강 클럽 맨체스터 시티였으니까.
* * *
【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아스날 vs 맨체스터 시티 / 1 – 1 (진행 중) 】
아스날과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는 한국에서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프리미어리그 우승 클럽과 유지우가 속한 클럽의 맞대결은 높은 화제성을 기록했고, 모두의 관심을 주목시켰다.
– 오스마르 침투는 볼 때마다 지리네.
– 인간적으로 오스마르 경기를 보려면 기저귀는 차야 한다고 본다.
– 이럴 줄 알았음.
– 아스날 코인 떡상했다가 떡락하기 직전.
– ㅋㅋㅋㅋㅋㅋㅋㅋ 맨시티한테 이기는 거 자체가 무리지.
– ㅇㅈ 맨시티는 한 명 한 명이 월클이잖아.
– 아 ㅠㅠㅠㅠㅠㅠㅠ
– …이렇게 될 줄은 알았지만, 전력 차이가 심하긴 하다.
– ㄹㅇ 갓지우가 멱살 잡고 이끌어도 맨시티한테는 안 될 듯.
그렇게 보던 그들이 놀란 점은.
– 응? 지우가 웃는데?
유지우가 웃는 장면이었다.
한국 중계 카메라가 유지우의 얼굴을 크게 해서 잡자 웃는 모습이 더 리얼하게 담겼다.
– 아, 이 선수 팀이 실점했는데 웃고 있어요!
– 저 상황에서 웃음을 짓는 선수가 과연 몇이나 될까?
– 뭘 보여줄까?
– 아르헨티나에서도 가끔 웃는 경우가 있었는데.
– 진짜?
– 응, 그런 날은 레전드 찍더라.
– …그건 그렇고 갓지우 웃는 거 봐라, 치인다.
– 아니 요새 축구 경기장에서 여성팬이 많은 이유가 다 있다니까.
– 한국 축구에도 봄이 오는구나.
– 지우 ‘the god’ 유는 한국 축협에 철퇴를 내리신 것만으로 이미 레전드다
– ㄹㅇ 협회 바뀌고 일 처리 하난 확실해짐
– 평소에 축구 안 보는 사람은 당장 다음 A매치만 봐도 알 수 있을 듯
– 뭐가 됐던 유지우가 한국 축구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건 확실하네.
– 그걸 이제 앎?
– 동네 지나가는 개도 아는걸?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유지우의 플레이가 시작됐다.
* * *
“…이거 감독님이 얘기한 것보다 더하네.”
중원을 책임지던 윌리엄 포크는 한 선수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가 보는 선수는 유지우였다.
경기 전부터 잘하는 선수라는 건 알았다.
하지만 영상과 실전은 달랐다.
그냥 잘하는 게 아니라 홀로 빛나기라도 하듯 맨체스터 시티 진영을 휘저었다.
[마르세유 턴으로 볼을 지켜내는 유지우 선수! 윌리엄 폴크의 압박이 빠르게 들어오지만, 그보다 한발 먼저 중앙에 있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 패스!]맨체스터 시티의 조직력이 뛰어나 아스날이 들어갈 틈이 없자 스스로 그 틈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투-욱.
처음에는 패스.
그다음은 돌파.
남미에서 다듬은 드리블 능력은 따라올 선수가 없었다.
자유롭고 치명적이었다.
그리고 가장 주목받는 것은 플레이 메이킹 능력이었다.
“아드리안! 살짝 내려와!”
선수들의 라인까지 직접 지시하고 머릿속에 구상한 것을 필드에 그려낼 줄 아는 선수.
그런 선수가 바로 유지우였다.
스르르르륵.
페널티 에어리어 살짝 바깥에서 볼을 발바닥으로 끌며 잠깐 볼의 전개 흐름을 늦췄다.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진이 일제히 달려드는 순간.
투—웅!
그들의 머리 위로 노룩 패스를 넘겼다.
[유지우 선수가 가볍게 톡 넘겨준 로빙 패스를 마틴 그라임스가 잡아서 마무리했지만! 아쉽게 옆 그물을 흔들고 말았습니다!] [계속해서 찬스를 만들어가는 아스날! 맨체스터 시티의 기세에 눌리지 않았습니다!]호셉 과르디올라는 유심히 유지우의 플레이를 관찰했다.
아스날 전을 준비하면서 제일 경계한 선수답게 유지우가 필드에서 보여주는 건 상상 그 이상이었다.
‘예술적이군.’
상대 감독마저 매료시킬 정도의 테크닉이었다.
애초에 유지우를 원했던 사람이기도 해서 더 눈길이 갔다.
‘마치 레오 같아.’
예전에 자신이 지도했던 세계 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를 연상케 할 만큼 뛰어났다.
패스와 돌파를 적절하게 섞으며 경기를 흔드는 유지우를 보며 호셉 과르디올라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대로 두면 안 되겠어.’
혼자서 경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
그렇기에 호셉 과르디올라는 라인에 서서 끊임없이 지시를 내렸다.
“유를 집중적으로 마크해! 자유롭게 두지 말고! 계속 방해하라고 했잖아!”
이대로 유지우를 자유롭게 뒀다간 맨체스터 시티가 패배할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 * *
퍼—억!
빠르고 거친 충돌.
유지우는 균형이 흔들렸지만, 버텨냈다.
[마르크 아하나흐가 유지우 선수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닙니다!]네덜란드 국가대표인 마르크 아하나흐는 주력이 빠른 선수를 잡는 사냥꾼이었다.
주력이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지만, 상황 파악 능력이나 반응속도가 좋아 주력이 빠른 선수들에겐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선수였다.
꽉.
주심이 안 보는 사이에 적절하게 유니폼을 잡으며 끊어내기도 했다.
계속되는 방해.
그리고 전반전 종료 직전,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을 막아낸 뒤, 아스날의 전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됐다.
[메이슨 가벗이 오른쪽으로 길게! 유지우 선수가 잡았습니다!]하프라인에서도 살짝 내려온 위치.
수비 가담을 한 탓에 역습의 시작이 느려졌다.
가슴 트래핑으로 잡은 볼을 그대로 앞으로 밀며 달리기 시작했고 맨체스터 시티는 빠르게 수비전환을 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빠른 백업! 유지우 선수의 주위를 순식간에 에워쌉니다!]이것도 호셉 과르디올라가 준비한 수비 전술이었다.
아스날의 역습 패턴에서 유지우가 볼을 잡을 확률이 70%가 넘어가니, 그를 중심으로 한 그물을 펼친 거였다.
‘걸렸다.’
연습한 대로 펼쳐진 그물을 보자 호셉 과르디올라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햇빛을 받아 머리가 유독 번쩍이는 그때.
툭.
유지우의 마법이 시작됐다.
다리 사이로 볼을 빼내며 안드레 마르틴스를.
투—웅!
살짝 띄운 볼을 머리 위로 넘기는 솜브레로로 마르크 아하나흐를.
마지막은 가속과 감속을 적절하게 섞으며 스콧 메이시를 제쳐냈다.
– 오오오오오오오!
[한 명! 두 명! 세 명! 유지우 선수가 하프라인부터 무려 세 명의 선수를 제치며 측면을 돌파했습니다!]화려한 개인기와 폭발적인 스피드.
단단한 벽을 허물며 맨체스터 시티의 측면은 열렸고 유지우는 중앙으로 올라갔다.
[올라갑니다! 나오는 글렌 테일러! 각도를 좁히는데요!] [오른쪽으로 너무 치우쳐진 위치! 유지우 선수의 골 각도도 쉽지 않습니다!]골키퍼가 앞을 막는 사이.
선택한 컷백 크로스.
들어오던 아드리안 로마오를 노린 패스였고 아드리안 로마오는 침착하게 오른발로 왼쪽 구석을 노렸다.
까—앙!
골포스트를 강타하는 볼.
볼이 나오자 글렌 테일러가 몸을 날려 볼의 소유권을 가져왔다.
[아—-! 아스날이 득점 기회를 이렇게 날리네요! 완벽하게 만들어진 득점 기회를 아드리안 로마오가 골대를 맞춥니다!] [이걸 넣었으면 아스날은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는데 아쉽겠습니다.]잠깐 경기가 멈춘 사이, 유지우는 중앙으로 올라가며 한 선수의 이름을 불렀다.
“…아드리안?”
유지우가 웃으며 다가가자 아드리안 로마오는 바들바들 떨었다.
‘저승사자다!’
평소 유지우와 다른 분위기에 아드리안 로마오는 손을 떨었다.
“그, 그게 유, 내 말을 들어봐봐.”
변명하려고 했는데 마틴 그라임스가 옆에서 개입했다.
“와, 그걸 놓치냐? 유가 밥을 떠서 입 안에 넣어줬는데 먹기 싫다고 뱉어버리는 놈은 네가 처음일 거다.”
이 비유가 딱이었다.
골키퍼도 없는 빈 골대에 넣는 건 어린아이도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다음부터 그런 거 놓치면.”
“…….”
“패스를 다른 곳에 해주고 싶어질지도 몰라요.”
“네! 다음번에는 죽을 각오로 넣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믿겠습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아스날의 떠오르는 Y.M.C.A라인, 이 라인의 실질적인 리더는 막내인 유지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