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49)
필드의 외계인-149화(149/404)
제149화
경기가 종료된 후에 아스날 선수들은 포옹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그건 유지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다른 이들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전한 뒤, 필드를 빠져나가려 했다.
“잠깐.”
그때 멀리서 누군가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고개를 들어 보니, 그는 호셉 과르디올라였다.
“……?”
처음에 유지우는 그가 맨체스터 시티 선수를 불렀다 생각했다.
그렇게 믿고 길을 비키려 했지만, 호셉 과르디올라는 제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그는 제대로 찾아왔다는 듯 유지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는, 이내 유지우를 격하게 안았다.
와락.
“고생했다.”
“네? 아, 감사합니다.”
순간 유지우는 당황했다.
지금까지 상대 감독과 얘기를 나눈 적은 있어도 포옹을 한 건 처음이었다.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잘하더구나.”
“감사합니다.”
“맨체스터 시티가 네게 제안했던 건 알고 있지?”
“물론입니다.”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 마음은 같다는 걸 알아줬으면 해.”
“네?”
“월드클래스 패서는 시티에서 뛴다는 전통을, 내가 만들어뒀거든.”
호셉 과르디올라는 애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유지우를 바라봤다.
그 눈이 어찌나 그윽했는지,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그가 아스날 감독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물론, 진짜 아스날 감독은 자신의 선수가 그런 관심을 받는 걸 두고만 볼 사람이 아니었다.
“우리 애한테서 떨어져!”
헐레벌떡 뛰어온 폴 사르 감독이 유지우와 호셉 과르디올라 사이에 끼어들었다.
“아이고, 방해꾼이 나타나셨군요.”
그리곤 유지우를 꼭 끌어안고 호셉 과르디올라를 노려봤다.
“우리 애한테 관심 주지 말고 갈 길 가시죠?”
“하하, 감독님. 전 그저 수고했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그 정도는 괜찮지 않아요?”
“…그러기에는 눈빛이 꼭 남의 것을 빼앗아 가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만.”
“크흠.”
“유, 어서 가자!”
폴 사르는 유지우를 보호하며 빠르게 경기장을 나가려고 했고 호셉 과르디올라는 유지우의 뒷모습을 보고 말했다.
“또 보자! 이왕이면! 우리 선수로!”
그 말에 놀란 폴 사르는 얼른 유지우의 귀를 막고는 경기장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유, 라커룸에 들어가면 귀부터 씻도록 해. 어딜 말도 안 되는 소릴하고 있어!”
한데 유지우가 따라가지 않고 걸음을 멈췄다.
“유? 왜 그래?”
폴 사르는 당황하며 물었다.
유지우는 그런 폴 사르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잠시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가 다시 돌아간 곳은, 호셉 과르디올라의 앞이었다.
“감독님.”
선수들에게 걸어가던 호셉 과르디올라는 유지우를 바라봤다.
“월드클래스 패서는 시티에서 뛴다고 하셨잖아요?”
“……?”
“저희 팀에 있거든요. 월드클래스 패서가.”
유지우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
그곳에는 해맑게 웃고 있는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있었다.
“그래서 전 이 클럽이 좋아요.”
유지우의 입에서 나온 말에 폴 사르는 세상 행복하게 웃었다.
호셉 과르디올라는 잠시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씩 미소를 지었다.
“하하! 이거… 내가 한 방 먹었군.”
* * *
관중들은 쉽사리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승리 팀은 없었지만, 마치 리그 최종라운드의 긴박함을 보여준 수준 높았던 경기.
그들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감독님! 정말 치열한 경기였는데요! 오늘 무승부라는 결과를 어떻게 보십니까?”
호셉 과르디올라는 경기장을 나가다가 믹스트 존에 모인 기자들의 요청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기려고 노력했지만, 아스날의 저항이 거셌습니다. 그들은 작년과 달랐습니다. 이번 시즌 다크호스라고 불릴 만한 저력을 가진 클럽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 감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극찬이었다.
“경기 중에 답답한 표정이 몇 차례 보였는데요. 제일 고전한 부분을 한 가지 뽑자면 어떤 부분인가요?”
호셉 과르디올라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았다.
맨체스터 시티를 괴롭힌 건 단 한 선수였으니까.
“지우 유입니다.”
그 이름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 기자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는 제 예상을 벗어난 플레이를 보여줬고 준비한 봉쇄책을 모조리 부숴버렸습니다.”
“…….”
“더구나 수비에서도 탁월했죠. 우리의 측면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허무하게 무너졌습니다.”
한 선수가 경기를 좌지우지하는 건 현대 축구에 맞지 않았지만, 유지우의 플레이는 그 논리를 정면으로 깨부쉈다.
“오늘 경기로 인해 선수들도 다시금 각오를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다시 아스날을 만난다면, 반드시 승리를 챙기겠습니다.”
맨체스터 시티 감독의 인터뷰가 끝나고 아스날 감독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폴 사르 감독이 미간을 찌푸린 채 기자들 앞에 섰다.
‘표정이 왜 저러지? 불만이 있어 보이잖아.’
기자들이 예상한 표정과는 달랐다.
그들은 프리미어리그 최고 클럽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친 폴 사르 감독의 표정이 밝을 줄 알았었다.
“…감독님, 결과가 마음이 안 드시나요?”
한 기자의 질문에 폴 사르는 마이크를 잡고 대답했다.
“네.”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 드셨죠?”
“초반에는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걸 최대한 보여줬지만,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실수가 좀 있었습니다. 선수들의 체력이 부족했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전략을 짜오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승점 3점을 챙길 수 있는 기회를 놓쳐 아쉽네요.”
계획대로만 됐다면 승리를 했을 거라는 말.
팀에 대한 확실한 자신감이 없다면 결코 불가능했을 말이었다.
“정말 대단한 경기였습니다. 마지막에 유의 득점이 들어갔다면 하는 아쉬움이 짙었는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머릿속에 그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유의 능력이 뛰어난 걸 알았지만, 시티 선수들의 능력도 뛰어났습니다. 아쉽긴 하지만 실망은 하지 않았습니다.”
축구에서 만약에라는 말은 해선 안 됐다.
만약에 이랬다면.
만약에 저랬다면.
이건 그저 핑계에 불과했으니까.
“이번 시즌 아스날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보십니까?”
“어디까지라…. 제일 높은 곳까지 갈 생각입니다.”
시즌 전까지만 하더라도 빅4로 복귀해서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빠르게 성장해가는 선수단을 보고 생각 또한 달라졌다.
“제일 높은 곳이라면 우승입니까?”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폴 사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했으니, 끝도 봐야죠.”
기자들이 당황해 웅성거렸다.
하나 그와 상관없이, 폴 사르 감독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오늘 경기를 경험 삼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클럽을 상대로 단순히 무승부만 한 게 아니었다.
최고의 팀과도 충분히 싸울 수 있다는 가능성과, 어떤 팀도 두려워하지 않을 자신감을 손에 넣었다.
이제는 그것들을 바탕으로 폴 사르 감독의 머릿속은, 이미 더 높은 곳을 그리고 있었다.
* * *
【 맨체스터 시티 2 – 2 아스날, 무승부로 종료! 】
【 호셉 과르디올라, “유의 재능은 특별해. 경기 자체를 뒤흔드는 몇 안 되는 선수.” 】
【 오스마르 토레스,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아스날은 죽을힘을 다했다.” 】
【 폴 사르, “우리는 한 계단 더 성장했다.” 】
경기가 끝나자 경기 내용과 인터뷰를 담은 기사들이 속속들이 보도됐다.
사람들은 경기 결과에 놀라는 한편, 멋진 경기를 보여준 두 팀에 찬사를 보냈다.
특히, 사람들의 이목이 쏠린 건 당연 언더독으로 평가받는 아스날이었다.
그들은 아스날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에 극찬을 보내며, 모두의 예상이 빗나간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놀라움을 표했다.
[우리가 맨체스터 시티랑 경기해서 무승부를 만들었다고? 그것도 이렇게 대등한 경기력으로?] [난 직관을 가서 봤는데도 믿기지 않았어, 특히 유의 플레이에서 눈을 뗄 수가 없더라.] [자랑스러운 거너스! 이 기세로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획득하자고!] [진짜 이대로면 빅4 안에 드는 거 아니야?] [맨체스터 시티랑 이런 경기력이라면 솔직히 가능성이 없진 않지. 그동안 조금 의구심이 있긴 했는데, 오늘 경기를 보고 그 의구심이 싹 사라졌어.]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클럽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자 희망을 품는 사람들도 서서히 늘어났다.
그리고 그 희망을 품는 사람들은 비단 영국에서만 생긴 게 아니었다.
그건 전 세계의 아스날 팬들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중 한국 팬들은 다른 어떤 곳보다도 뜨겁게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 ㅠㅠㅠㅠㅠ 갓지우시여!
ㄴ 오늘 있었던 아스날 골에 모두 관여했다며?
ㄴ 그것도 맨시티를 상대로 한 기록임 ㅇㅇ
ㄴ 지우교는 언제 세워지죠?
ㄴ 제 마음속에 이미 세워졌습니다. 지-멘.
ㄴ ㅈ-ㅁ.
ㄴ 유지우는 신이야!유지우는 신이야!유지우는 신이야!유지우는 신이야!유지우는 신이야!유지우는 신이야!유지우는 신이야!
ㄴ ㅋㅋㅋㅋㅋ 사람들 주접 왜 이래.
– 맨시티 상대로 이렇게 해줄 줄은 몰랐습니다. 대체 갓지우에게 모자란 게 뭐죠?
ㄴ ‘모’자람이 없다는 게 정말 큰 축복이죠.
ㄴ …펩의 머리가 더욱 빛나는 거 보고 눈물이 찔끔 나왔습니다.
ㄴ 마지막에 지우가 골 못 넣은 게 펩이 태양권 써서 그럼.
ㄴ ㅋㅋㅋㅋ 언제적 태양권이야.
ㄴ …너희는 진짜.
ㄴ 사탄이 고개 저은 이유가 다 있다니까.
– 그리고 그거 아냐? 지우가 순간 속도 측정한 거 41km 나왔다더라.
ㄴ ㄹㅇ?
ㄴ ㅇㅇ 경기 지표 나온 거 봐봐.
ㄴ 아니 사람 맞음? ㅋㅋㅋㅋ
ㄴ 와…. 학교 앞에서 뛰다가 아이랑 부딪치면 잡혀감?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잡혀간다고 하십니다.
경기 M.O.M은 오스마르 토레스가 받아 갔지만, 화제는 유지우가 가져왔다.
‘41km의 순간 속도.’
‘16km의 뛴 거리.’
감독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지표였다.
유지우의 이러한 지표는 영국에서도 보도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프리미어리그.
세계 최고의 리그에 유지우의 발자국이 깊게 새겨지기 시작했다.
.
.
.
그 시각 유지우는.
“문어 감독한테 연락오는 거 없지?”
“…없어요.”
폴 사르에게 밀착 감시를 당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훌륭한 선수들도 많으면서 왜 우리 에이스를 노리는 거야!”
지난 경기 이후에 호셉 과르디올라가 유지우에게 했던 말 때문이었다.
일상이나 이곳저곳에서 유지우에게 집착 아닌 집착을 했고 훈련에서 유지우가 태클에 걸려 살짝 쓰러지기만 해도.
“왜 그래? 어디 아파?”
“아뇨…?”
“아닌 게 아닌데?”
“저는 진짜 괜찮….”
대답을 다 듣기도 전에.
“닥——-터!”
팀닥터 소환술을 썼다.
“유의 상태 좀 체크해줘. 방금 레이턴의 발에 걸려 넘어졌거든? 어디 접질린 거 아닐까?”
팀닥터가 발목을 만지고 있자 어느덧 코치진들도 하나둘씩 모였다.
‘아니, 이 정도면 직권 남용 아닌가…?’
현 아스날의 에이스.
폴 사르 감독이 무한 애정을 보내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