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52)
필드의 외계인-152화(152/404)
제152화
“그래서 어떻게 하자고?”
일본 대표팀 감독 루카 포제토는 호텔에 마련된 회의실에서 대한민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마지막 점검에 들어갔다.
“유의 주 포지션은 윙포워드입니다. 공격형 미드필더에서도 위협적이지만, 윙포워드에서만큼은 아니죠.”
대답하는 건 일본 수석코치인 다카하라 요헤이였다.
“나도 알고 있네, 유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있을 때는 득점력이 윙포워드에서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걸.”
그들은 대한민국 에이스인 유지우를 어떻게 막을지 끊임없이 의논했다.
“맞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은 유가 아닌 다른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마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선수를?”
“예, 지금까지 패배한 팀을 보면 유에게 집중 견제를 하려다가 다른 쪽에서 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마 우리가 유를 집중 견제하면 이번에도 그렇게 나오겠죠.”
“…계속 얘기해 보게.”
루카 포제토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다카하라 요헤이가 하는 말을 들었다.
“이곳을 보시죠.”
영상까지 띄우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유가 아스날에서 뛴 경기군.”
영상에 나온 건 유지우가 아스날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뛴 영상들이었다.
“네, 그중에서도 공격형 미드필더의 위치에서 뛴 장면을 모았습니다.”
“호오.”
“선발로 나온 적은 없지만, 경기 중에 폴 사르 감독이 유연하게 대처하며 크리스티안 페레스와 스위칭한 것이 총 일곱 차례였고.”
다카하라 요헤이는 유지우가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뛴 스탯을 전부 읊었다.
돌파 횟수.
뛴 거리.
중요 패스.
득점 관여 횟수.
스프린터 횟수 등.
여러 정보를 치밀하게 분석했다.
“자네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
“유를 방치하자는 건가?”
루카 포제토와 다카하라 요헤이가 하는 말을 듣던 코치진들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다카하라 요헤이가 차분히 대답했다.
“완전한 방치는 아닙니다. 선택과 집중을 나누자는 거죠.”
유지우에게 몰려서 압박하는 것보단 유지우가 패스할 수 없도록 주위 선수를 무력하게 만들자는 얘기였다.
“대한민국은 아스날이 아니니까요.”
“……!”
“유를 제외하면 그렇게 위협이 될 선수는 없습니다.”
일본은 대한민국의 위험 요소를 철저하게 배제하며 완벽한 승리를 챙기고자 했다.
* * *
한국 vs 일본.
경기 당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는 붉은 악마들이 관중석을 가득 채웠다.
“일본하고 3년 만이지?”
“응, 3년 전에 사이타마에서 5 – 0으로 졌잖아. 경기도 지고 매너도 지고.”
“하아, 그것만 생각하면 욕이 저절로 나와.”
“나라 망신이었잖아.”
3년 전에 국가대표팀이 일본전에서 보여준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경기력에서 밀렸지만, 잘 풀리지 않다고 일본 선수들을 고의로 담가 버리려고 하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그날 경기는 경기력에서도, 매너에서도 완패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제발 그 더러운 기억들이 안 떠오르게 시원하게 이겼으면 좋겠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곧이어 선수들이 워밍업을 위해 밖으로 나왔다.
“유지우!”
“지우 오빠!”
“사랑해요!”
붉은 악마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건 유지우였다.
유지우는 정중히 관중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몸을 풀기 시작했다.
몸을 푸는 것도 화제가 되는 선수였기에 기자들은 연신 셔터를 눌러 카메라에 유지우를 담았다.
“나카무라도 나오네.”
잠시 후, 일본 선수들이 필드로 들어왔다.
일본 선수 중,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건 주장인 나카무라 겐키였다.
“유지우 vs 나카무라라…. 자네는 어떻게 보나?”
현재 아시아 축구선수 중에 1위를 다투는 이름들이었다.
유지우가 이름을 날리기 전까지는 나카무라 겐키가 압도적 1위였지만, 지금은 그 입지가 흔들리고 있었다.
“전 개인적으로 유지우 선수가 더 우세라고 봅니다. 유지우 선수가 데뷔한 지 이제 세 번째 시즌이지만, 이미 나카무라 겐키가 보여준 것보다 더 많지 않습니까?”
아시아의 황제는 누구인가?
이 제목으로 올라온 영상은 조회 수가 순식간에 100만이 넘어가고 지금도 꾸준히 올라갔다.
– 나카무라는 황제라고 하기엔 뭔가 임팩트가 없지 않나?
ㄴ ㄹㅇ ㅋㅋㅋㅋ 황제는 오바고 영주 정도면 적당할 듯.
ㄴ 잘하긴 하지만 팀의 에이스는 아니니까.
ㄴ 갓지우랑은 아예 다른 부류지.
나카무라 겐키는 좋은 선수였지만, 팀의 주연이 되기엔 부족한 선수였다.
그렇기에 그라운드에서 압도적인 플레이를 보여줄 때 불릴 수 있는 ‘황제’라는 호칭은 그에게 썩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 축구팬들은, 오늘 경기에서 나카무라 겐키가 유지우를 이김으로써 그가 황제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선수라는 것을 증명하길 바랐다.
“누가 됐던 오늘 이기는 쪽이 황제라고 불리겠군.”
“유지우 선수는 어려서 황제라는 단어가 이른 거 아닐까요?”
“어린 게 무슨 상관이야? 실력만 있으면 인정받는 게 스포츠인데.”
이 말이 맞았다.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실력만 있으면 인정받는 곳이 이 바닥의 룰이었다.
“그리고 유지우는 이미 아르헨티나에서 왕이라고 불렸었잖아.”
게다가 유지우에게 황제라는 단어는 어색한 단어가 아니었다.
그는 이미 보카 주니어스 소속으로 아르헨티나를 제패했던, 어린 황제였으니까.
* * *
삐—익!
휘슬이 울리며 한일전이 시작됐다.
[뒤로 볼을 보내며 안정적으로 빌드업을 구축하는 대한민국! 우선 천천히 경기를 운영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도 지난 코스타리카전과 마찬가지로 유지우 선수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왔군요.]강예수 – 유지우 – 최남일 – 차선호.
네 명으로 이뤄진 중원은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지난 코스타리카전에서 호흡을 맞춘 덕도 있지만, 주앙 달루트가 훈련에서도 이 라인을 집중적으로 다듬을 만큼 신경을 쓴 덕도 있었다.
“예수 형!”
특히 유지우는 발을 조금도 멈추지 않고 선수들을 도와줬다.
조금이라도 고립될 각이 보이면 근처로 달려가서 볼을 받아주며 소유권을 지켜냈다.
[차선호 선수가 고립되자! 유지우 선수가 다가가서 볼을 받아줍니다!] [유지우 선수가 체력이 좋아서 리그 경기에서도 저런 플레이를 자주 보여줍니다. 저렇게 해주면 다른 선수들이 여유롭게 전개할 수 있죠.]유지우는 대한민국 미드필더 라인의 윤활유 같은 존재였다.
어긋날 부분을 매끄럽게 굴러가게 해주며 일본의 압박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이런 점을 일본이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유지우에 대해서 조사를 계속해서 해서 압박받는 선수들을 도울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휙.
루카 포제토 감독은 손짓으로 지시를 내렸고 일본은 유지우가 패스할 곳을 원천 봉쇄했다.
‘…줄 곳이 없네.’
유지우는 볼을 좌우로 전환하며 틈을 찾았지만, 일본 선수들은 밀착 수비를 하며 한국 선수들이 패스를 받을 수 없도록 방해했다.
‘내가 아니라 내가 줄 곳을 막는 거구나.’
일본은 조직적인 움직임을 중시하는 스타일이었다.
거기에 수비축구를 중시하는 이탈리아 감독 루카 포제토까지 합류하며 수비가 더욱 강해졌다.
퍼—억!
끈질긴 몸싸움.
흔들리는 공격진을 보며 유지우가 선택한 방향은 왼쪽 측면을 달리는 강예수였다.
[강예수가 볼을 잡고 안으로! 황우식이 집중 마크를 당하고 있는데요! 반대 사이드에선 차선호가 올라옵니다!]투톱이 마크를 심하게 당하고 있었지만, 황우식은 피지컬이 좋은 선수였다.
일본의 집요한 압박을 떨쳐내며 틈을 만들어냈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걸 본 강예수의 날카로운 스루패스까지.
완벽한 기회를 잡았다는 생각이 들 무렵.
촤—악!
강예수가 찌른 패스를 차단하는 태클.
일본 센터백 하세베 유토였다.
[하세베 유토—!] [깔끔한 태클로 패스를 잘라내고 골키퍼가 달려 나오며 멀리 걷어냅니다!]집중력이 높은 수비.
루카 포제토의 수비축구가 일본의 조직력을 만나 더 섬세해져 있었다.
* * *
20분.
일본의 집요한 수비에 대한민국의 슈팅은 번번이 골대를 벗어났다.
슈팅 개수 차이는 계속해서 벌어졌지만,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점유율에서 밀리더라도 골만 들어가면 이기는 것이 축구다.’
루카 포제토의 신념이었다.
아무리 99 vs 1로 밀리더라도 결국에 골만 넣으면 된다는 것.
그렇게 일본을 지도했고 한 방을 노리기 위해 쉬지 않고 대한민국의 틈을 찾았다.
그때였다.
일본의 공격이 막히고 최남일이 걷어낸 볼이 곧바로 유지우에게 전달됐다.
[유지우 선수가 볼을 잡습니다! 역습 기회를 잡았지만, 어느새 백업을 온 나카무라 겐키가 압박!]세비야에서도 주전 미드필더로 뛰는 선수답게 피지컬은 유럽 선수들 못지않았다.
퍼—억!
몸이 강하게 흔들렸지만, 유지우는 하체에 힘을 주며 버텨냈다.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부딪치자 관중들의 이목이 쏠렸다.
“나카무라!!!”
“저 애송이한테 아시아 최고가 누구인지 제대로 가르쳐 줘!”
유지우는 침착하게 볼을 밀면서 여러 페인팅을 걸며 제치려고 했다.
‘…잘 따라온다.’
나카무라 겐키는 반사신경이 빠른 선수답게 페인팅 하나하나에 반응을 해왔다.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며 유지우의 미세한 움직임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무조건 이긴다.’
경기 전부터 언론에서 대립 구도를 만들었고 나카무라 겐키도 그걸 봤다.
그래서 유지우에게만큼은 이기고 싶었다.
그게 일본 국민이 바라는 일이었으니까.
[스페인 세비야의 살림꾼! 나카무라 겐키! 아스날의 에이스 유지우! 과연 어느 선수가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요!]나카무라 겐키는 유지우의 움직임을 살폈다.
미세하게 변화하는 것까지 잡아내고자 집중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왼쪽? 오른쪽?’
유지우가 바디페인팅을 하는 것을 보며 여러 생각을 했고.
그러던 중,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페인트 vs 페인트.
일부러 속는 척, 함정을 파서 역으로 속이는 방법이었다.
유지우의 바디페인팅에 속는 척 균형을 옮겼다.
‘걸렸다.’
왼쪽으로 균형을 옮겨 오른쪽으로 가도록 유도했고, 유지우는 정확하게 나카무라 겐키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지금이다…!’
제대로 노림수가 먹히자 나카무라 겐키는 쾌재를 불렀다.
그는 타이밍을 잡고 유지우의 다리 밑으로 발을 뻗었다.
유지우의 사각에서 들어간 태클.
100% 성공을 자신한, 과감한 태클이었다.
한데.
유지우는 볼의 밑부분을 찍어 차며 그 태클을 피했다.
‘…이것까지 예상했다고?’
나카무라 겐키의 표정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방금 최종적으로 시도한 태클은 도저히 예상할 타이밍이 아니었다.
몇 번이나 스페인 리그에서 성공한 태클이었는데.
– 오오오오오오오!
유지우는 모든 걸 예상한 것처럼 깔끔하게 벗어났다.
그 후에 곧장 다른 선수의 마크가 들어왔는데.
퍼—억!
그는 그것마저 아무렇지도 않게 피해냈다.
‘…데릭에 비하면 이 정도쯤이야.’
아르헨티나와 프리미어리그.
몸싸움이 거칠기로 유명한 두 곳에서 워낙 괴물 같은 사람들을 상대해서 그런지, 일본 선수의 몸싸움은 마치 어린 애와 경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특히 최근에는 훈련 때마다 데릭이 몸을 날려와서 그런지, 이 정도 압박은 가볍기만 했다.
[엔도 타카시가 유지우 선수에게 달라붙지만, 밀리지 않습니다! 단단한 피지컬! 유럽에서도 유지우 선수를 상대로 몸싸움을 해서 이긴 선수는 드뭅니다!]정상급 리그에서 뛰는, 에이스.
그런 선수에게 일본 리그에서만 뛰는 선수가 이기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몰고 들어가는 유지우 선수! 하지만 앞에는 줄 곳이 없습니다!]두 명의 공격수가 집중 마크를 당하고 있었다.
루카 포제토의 지시대로 유지우를 고립시키려는 의도였지만.
투—욱.
유지우는 오른쪽으로 볼을 밀고선 슈팅 자세를 잡았다.
패스 줄 곳이 없으면 어떤가.
직접 마무리할 능력이 유지우에게 있는데.
뻐—엉!
그대로 보인 길 위로 때린 중거리 슈팅.
그냥 스핀이 아닌 톱스핀이 걸린 슈팅은 평소보다 빠르게 왼쪽 구석으로 날아가.
철렁.
골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상당히 먼 거리에서 시도하는 중거리 슈—-웃! 들어갔습니다아아아아! 유지우 선수의 오른발이 골망을 흔들며! 대한민국의 선제골이 22분에 나왔습니다!] [엄청납니다! 일본 선수들이 전혀 막지 못한 고—올!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나온 골이라 그런지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촤—악!
유지우는 코너 플래그로 달려가며 슬라이딩 후에 일어나서 코너 플래그 깃대를 강하게 친 뒤, 가슴에 있는 태극마크에 키스하는 세레머니를 했다.
나카무라 겐키를 비롯해 일본 선수들을 처참하게 무너트리고 넣은 골이라 관중들은 더욱 열광했다.
“그래! 이 맛이지!”
“이 맛에 국대 경기 보러 오는 거라고!”
“지우야! 해트트릭 꽂아버려! 저 일본 녀석들한테 한국인의 매운맛을 보여줘!”
골이 들어가는 것을 본 루카 포제토는 헛웃음을 지으며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렇게 준비했는데도 막지 못하는 건가.”
분명히 작전은 완벽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유지우라는 존재는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괴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