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53)
필드의 외계인-153화(153/404)
제153화
“…유지우는 정말 미쳤군요.”
관중석에는 일반 관객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여러 분야의 셀럽들도 있었고, 한 시대를 대표했던 축구인들도 있었다.
“저런 선수가 한국에서 나왔다는 게 놀라워.”
“이런 환경에서 저렇게 성장한 게 기적이지.”
“차성인 그 인간 때문에 아까운 녀석만 잃을 뻔했어.”
“찬우야, 어떻게 생각해?”
VIP석.
그곳에는 한국 축구 레전드 박찬우가 있었다.
유지우 바로 전 세대의 대표팀 에이스이자, 프리미어리그 득점왕까지 한 한국 축구 레전드로 기록된 사람이었다.
“저 선수랑 같이 뛰는 선수들이 부럽네요.”
“그렇지?”
“네, 2026 월드컵에서 저 선수만 있었다면…. 선배님들이 이루신 월드컵 4강 신화를 재현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워요.”
박찬우는 유지우의 플레이를 유심히 바라봤다.
보면 볼수록 가슴이 두근거렸다.
‘볼을 차는 방식이 한국 스타일이 아닌 남미 스타일이야.’
한국에서 축구를 배운 선수들도 남미 스타일의 플레이를 흉내 낼 수 있었지만, 유지우는 플레이의 깊이가 달랐다.
마법을 부린다는 표현이 딱 알맞아 보였다.
그렇게 일본의 역습이 끊긴 후, 유지우의 발끝에 볼이 가자.
– 와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환호성이 들려왔다.
“볼을 잡는 것만으로도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낼 줄 아는 선수라.”
2002년에 한국 축구의 신화를 써낸 또 하나의 레전드, 송지태가 크게 웃었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그라운드로 집중되던 순간.
유지우의 돌파가 시작됐다.
밀리지 않는 피지컬.
폭발적인 스피드.
현란한 테크닉.
3박자가 어우러진 플레이는 사람들의 매료시키기 충분했고.
분위기가 최고조로 고조되었을 때, 유지우의 발끝에서 마법이 펼쳐졌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
선제골이 들어가고 6분 뒤, 유지우의 패스를 받은 황우식의 득점으로 대한민국의 두 번째 골이 나왔다.
수비에 힘을 준 일본이었지만.
탈아시아급 플레이어 한 명에게 처참하게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 * *
한일전은 일본에서도 생중계가 되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일본 최고의 축구 스타인 나카무라 겐키의 경기라,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몰린 것도 있었다.
[와, 미쳤다.]다만 그들이 놀란 대상은, 나카무라 겐키가 아니었다.
자신들의 스타플레이어를 농락하고 있는, 유지우의 플레이였다.
[탈압박도 탈압박인데 슈팅 궤적이 뭐지? 난 저렇게 아름다운 슈팅 궤적을 본 적이 없어.] [나카무라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네….] [아직 초반이잖아! 0 – 2로 지고 있어도 역전한 경기가 많아! 사무라이 블루를 믿자고!] [되겠어? 난 무리라고 봐. 유를 전혀 막지 못하는데, 어떻게 역전을 시켜?] [그래도 한국에서 유만 막으면 이길 수 있어. 유 말고는 그렇게 눈에 띄는 선수는 없잖아.]아무리 일본 축구팬이라고 하더라도 유지우의 특출남을 부정할 순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한국 대표팀을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들은 한국을 유지우의 원맨팀이라고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전반 43분에 대한민국에 기회가 찾아왔다.
한국 대표팀은 일본의 공격이 허무하게 막히며 흐른 볼을 중원에서 안전하게 받아 전방으로 연결했다.
[아, 진짜! 우리 공격 왜 저래!]일본은 4 – 2 – 3 – 1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원톱인 선수는 와다 코스케로 프랑스 리그에서 뛰는 선수인데, 오늘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아 보였다.
그가 날린 슈팅은 번번이 대기권을 돌파해버렸다.
[와다, 저 녀석을 빼야 해, 아니 저런 슈팅을 왜 하는 거야?] [만들 거면 확실한 기회를 만들어! 빌드업도 난장판이고 뭐 되는 게 없잖아!]유지우가 나카무라 겐키를 스텝 오버로 깔끔하게 벗겨내자 실시간으로 절망하는 댓글들이 올라왔다.
[누가 유 좀 막아봐!] [바카! 반칙으로라도 끊어보란 말이야!] [저렇게 두지 말고! 누가 붙어서 방해해!]일본 수비에 균열을 내자 유지우 주위로 압박이 몰렸다.
일순간 일본의 수비 조직력이 무너지는 게 보이자 유지우는 왼발 아웃사이드로 패스를 찔렀다.
일본의 수비 균열이 가장 크게 벌어진 곳으로 찌른 패스는 왼쪽에서 침투하는 강예수의 앞에 정확하게 배달이 됐다.
[강예수! 강예수—우!]강예수는 볼을 잡아 오른발로 한 번 접은 뒤, 왼발로 니어포스트로 낮게 깔아 슈팅을 찼다.
그 볼은, 그대로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 3 – 0 ]대한민국의 세 번째 골이 나왔다.
[안 돼!!!!!!!!!!!!!!] [일본이 진다니… 이건 잊을 수 없는 일이야!] [누가 유 좀 멈춰 세워봐! 미쳐 날뛰고 있잖아!]일본 팬들의 절규가 터져 나왔다.
그들은 한국을 원맨팀이라고 불렀지만, 그건 맞지 않았다.
유지우만큼은 아니지만, 지난 월드컵부터 다른 선수들 역시 꾸준히 성장해가고 있던 것이다.
원맨팀이 아닌, 원팀(ONE TEAM).
그렇기에, 대한민국 대표팀은 그들의 생각보다 훨씬 강한 팀이었다.
삐-익! 삐-익! 삐—-익!
전반전은 그렇게 3 – 0이라는 스코어를 기록한 채, 끝났다.
* * *
일본 라커룸의 분위기는 착 가라앉았다.
경기 전과 다른 분위기.
선수들은 한국에게 처참하게 당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이건 꿈일 거야.”
심지어 현실 부정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쾅-!
그때 루카 포제토가 작전판을 주먹으로 쳤다.
“멍청한 놈들, 대체 필드에서 뭔 짓거리를 하는 거야? 내가 뭐라고 했어?”
“…….”
“수비를 할 거면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으라고 했잖아!”
비단 루카 포제토가 수비수 출신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점수 차이에 압도된 선수들이 전투 의지를 잃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였다.
루카 포제토는 선수들의 투지를 다시 살리고자, 일부러 더 독하게 말했다.
“그리고! 유에게 기회를 뭘 그렇게 많이 내주는 거야! 나카무라! 그 녀석 막는 게 그렇게 어려워?”
나카무라 겐키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닙니다.”
“내가 어려운 걸 요구하는 거라면 지금이라도 얘기해, 당장이라도 교체해줄 테니까.”
“후반전에는 제대로 해보겠습니다.”
“자신감을 가져! 네 수비력은 스페인에서도 통하잖아!”
“네!”
“일본의 중심은 너다, 네가 흔들리면 전체가 흔들린다는 걸 명심해.”
“알겠습니다! 후반에는 반드시 막아 보이겠습니다!”
말은 거칠게 해도 루카 포제토는 나카무라 겐키를 신뢰했다.
빌드업 능력도 능력이지만, 머리를 써서 수비하는 게 마음에 들었다.
“좋아! 그리고 공격진! 너희들이 분위기 전환을 해야 경기가 잘 풀린다! 기회가 오면 볼을 돌릴 생각을 하지 말고! 골대 쪽으로 집어넣을 생각을 해!”
전반전에서 일본의 공격은 처참했다.
공격 기회를 잡기는커녕, 볼을 터치할 기회조차 몇 번 없었다.
자신감이 결여된 플레이.
볼을 돌리다가 빼앗긴 장면이 꽤 많았다.
“와다도 와다지만! 쿠보! 사카이! 혼다! 너희 세 명이 계속해서 움직여줘야 해! 너무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이니까 한국도 수비하는 게 편해지는 거 아니야!”
“네!”
“기합 넣고! 일본 축구가 아시아 최고라는 걸 증명하는 자리다! 다들 힘 빡 주고 가자!”
대한민국이 암흑기에 빠졌을 때, 일본은 세대교체가 잘 이뤄지며 아시아 국가 중,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위닝 멘탈리티에서 오는 자신감.
일본 선수들은 후반전에는 달라지겠다는 마음과 함께 라커룸을 나섰다.
* * *
후반전이 시작하면서 일본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보다 더 뛰고자 노력하는 게 보였다.
[오, 일본 선수들이 움직이는 게 유기적으로 변했습니다.] [전반전에는 예상이 가능한 움직임이었는데, 이제는 창의성이 조금 곁들여진 모습이군요.]축구는 상대의 허를 찔러 실수를 유발해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도 그 점을 노렸다.
전반전에 관찰한 한국의 문제점.
그건 유지우를 제외한 선수들이 압박 상황에서 쉽게 당황한다는 점이었다.
퍼—억!
‘우선 하나하나 차분하게.’
나카무라 겐키는 최남일에게 볼이 가자 달라붙어 방해했다.
[일본의 전방 압박! 순식간에 라인을 올리며 프레싱을 시도합니다!]공격을 전개하려던 최남일은 당황했지만, 이내 다가오는 한 선수를 보곤 웃으며 패스를 줬다.
“지우야!”
유지우였다.
유지우는 패스를 안정적으로 받아 돌아섰다.
그가 공을 잡자 동시에 압박이 들어왔다.
두 명의 선수가 밀착하며 유지우를 방해했다.
[유지우 선수를 향한 견제가 심합니다!]전반전의 위협적인 모습.
일본은 다른 선수들을 압박하면서도 유지우에게 협력 수비로 대응했다.
꽈-악!
유지우가 볼을 잡고 달리려고 하자 그 전에 붙어서 유니폼을 잡아끌었다.
유니폼이 늘어졌지만, 유지우의 발은 멈추지 않았다.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고 유니폼을 잡은 선수를 무시한 채.
뻐—엉!
오른발로 낮게 스루패스를 찔렀다.
[유지우 선수의 스루패스—! 하세베 유토가 태클로 끊어내려고 하지만 볼은 뒤로 흐릅니다!]흐른 볼을 침투하던 황우식이 원터치로 처리했고 오른쪽 구석으로 들어갔다.
[대한민국의 스트라이커! 황우식의 깔끔한 마무리! 일본 선수들이 오프사이드라고 손을 들어보지만! 이게 오프사이드일 리가 없죠!]최종 수비수가 한 걸음 더 뒤에 있어서 오프사이드는 아니었다.
[ 4 – 0 ]스코어는 벌어졌고 유지우는 여전히 유니폼을 잡고 늘어진 선수를 보며 말했다.
“상황 끝났으니까, 그만 놔주지?”
* * *
80분.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자 루카 포제토는 손톱을 깨물었다.
일본의 날카로운 공격에도 대한민국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와다 코스케의 슈팅을 선방하는 강은우 골키퍼! 구석으로 오는 걸 펀칭으로 걷어냅니다!]골키퍼의 선방도 선방이지만, 일본 대표팀에겐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열릴 듯 열리지 않는 골문.
일본은 더 애가 탔고 루카 포제토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답답함을 표출했다.
‘쳇, 이럴 때는 라인을 올려서 한 점이라도 더 얻어야 하는데 저놈이 있으니까 라인을 올리기도 쉽지 않군.’
동점을 위해서라도 라인을 올려 총공격을 하는 게 일본으로서는 제일 나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유지우의 존재감이 큰 영향을 끼치는 바람에 제대로 라인을 올리지도 못했다.
– 오오오오오오오!
유지우에게 집중하던 사이 들려오는 환호성.
일본이 공격을 성공시킨 줄 알고 고개를 돌린 순간, 루카 포제토는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제길! 막아—!”
유지우에게 볼이 가고 있었다.
나카무라 겐키가 빠르게 붙자 유지우는 공중에 있는 볼을 어깨로 치며 반 박자 빠르게 돌파했다.
[감각적인 트래핑! 이 모습이 유지우 선수의 강점입니다!]어깨 트래핑 후에 폭발적인 가속.
이 패턴은 지금까지 잡은 선수가 없었고 나카무라 겐키도 마찬가지였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따라갈 엄두도 나지 않는 거리였으나 이를 악물고 쫓아갔다.
그런데도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그동안 유지우를 상대했던 선수들이 가진 절망감.
나카무라 겐키의 가슴 속에도 그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유지우 선수! 패스하지 않고 중앙으로 올라옵니다!]점점 가까워지는 골대.
일본 선수들은 뇌리에는 전반전에 유지우가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을 했던 것이 깊숙이 박혀있었다.
타다다다다닷-!
그렇게 내려가 있던 수비진들이 살짝 올라왔다.
그러자 생긴 공간.
필드 전체를 스캔할 만큼 넓은 시야를 가진 유지우의 시야에 정확하게 그 공간이 들어왔다.
‘더 확실하게.’
유지우는 그냥 패스하지 않았다.
아직 타이밍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먼저 왼쪽에 있는 강예수에게 시선을 줬다.
그곳으로 패스할 것처럼 일본 선수들에게 미끼를 던진 것이었다.
투—웅!
그렇게 수비수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유지우는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볼을 찍어 로빙 패스를 보냈다.
유지우가 찌른 로빙 패스는 허공을 가르며 일본의 수비벽을 넘어갔다.
아이 페인팅으로 완벽하게 빼앗은 타이밍.
일본 선수들이 뒤를 돌아서기도 전.
그곳으로 차선호가 달려가고 있었다.
가슴 트래핑으로 수비수가 붙는 반대편인 왼쪽으로 안정적으로 떨구고 그대로 시도한 슈팅.
철렁.
그대로 일본의 골망을 갈랐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들어갑니다—! 차선호가 오늘 경기에서 첫 골을 신고합니다!] [1골 1도움의 차선호! 그리고 1골 4도움의 유지우!]두 선수는 카메라가 있는 곳으로 가 쪼그려 앉아 사진 포즈를 잡았다.
[이 두 선수가 앞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할 선수들입니다!]대한민국을 대표할 두 선수의 모습에 관중들은 더욱 열광했다.
대한민국 5 – 0 일본.
사실상 대한민국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 * *
삐익-! 삐익-! 삐—-익!
[종료 휘슬이 울리며! 경기가 종료됩니다! 최종 스코어 5 – 0! 대한민국이 일본을 상대로 대승을 거뒀습니다!] [무려 3년 만의 승리! 그리고 오늘 경기 MVP는 누가 뭐라고 해도 이 선수! 1골 4도움! 오늘 경기! 모든 골에 관여한 유지우 선수입니다!]한일전에서 3년 만에 거둔 승리에 관중석에선 화산이 폭발하듯 함성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