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56)
필드의 외계인-156화(156/404)
제156화
“…왜 이러냐고, 아스날도 우리랑 다를 바가 없었잖아.”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아스날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마찬가지로 암흑기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7~10위권 지박령으로 동질감도 느껴졌는데 필드에서 보이는 건 작년과 너무나도 달랐다.
답답한 경기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또 지면 9위라고!”
“정신 안 차려? 내가 뛰어도 그것보다 잘 뛰겠다!”
“저것들이 뭐 예쁘다고 연봉을 주고 앉아 있어! 빌어먹을! 내가 사랑하던 유나이티드는 대체 어디로 간 거야!”
팬들은 영광의 시대를 재현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적어도 UEFA 출전권이라도 따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나 필드 위에서 보이는 경기력은 그들의 희망을 산산이 부숴버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역습 전개! 빠르게 전방으로 볼을 보내며 주앙 헤제스에게! 아–! 하지만 주앙 헤제스가 다시 볼을 빼앗깁니다!] [저렇게 직선 드리블을 하면 솔 테일러에게 걸릴 수밖에 없죠!]역습이 번번이 끊기며 흐름을 빼앗겼고 중원 점유율도 압도적으로 차이가 났다.
전체적인 경기 흐름을 보던 폴 사르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좋은 흐름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을 준비하면서 선수들에게 집중적으로 지시했던 것이 중원의 지배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중원을 중심으로 빌드업을 꾸려나가는데, 중원을 무력하게 만들면 공격작업이 거의 불가능했다.
특히 공격대장을 맡은 주앙 헤제스를 막으면 그 효과는 배가 됐고.
“주앙! 전방으로 볼을 보내!”
“…받아주러 나올 생각은 안 해? 나 혼자서 어떻게 다 뚫어!”
“뒤로 보내면 되잖아.”
“흐름 끊기면? 네가 책임질래?”
“왜 나한테 짜증이야, 나도 짜증 나거든?”
선수들의 불화도 배가 됐다.
시간은 흘렀고 아스날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거센 공세를 차분하게 막았다.
물론 그렇다고 100% 다 막아내는 건 아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풀백들의 오버래핑으로 공격 숫자에서 우위를 점했고, 기습적인 포메이션 변화를 통해 몇 차례 슈팅을 시도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부족한 공격 빌드업을 풀백들을 올리면서 보완합니다.] [아스날은 이런 점을 조심해야 합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 리로이 카스트로는 즉흥적인 전술 변화가 가능한 감독입니다.]즉흥적인 전술 변화는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상대 전술을 파악하고 선수들의 장단점을 이용할 줄 아는 차가운 머리를 가지고 있어야만 했다.
4-3-3에서 3-5-2로의 즉흥적인 변화.
리로이 카스트로 감독은 라인에 서서 손으로 지시를 내리며 침착하게 경기를 살펴봤다.
‘찾으면, 답은 보인다.’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라 상대의 실수를 유발해 그걸 노리면 분위기 반전을 노릴 수 있었다.
간혹가다 벌어지는 자이언트 킬링.
약팀도 강팀을 이길 수 있는 것이 축구의 매력이었다.
생각하는 것을 멈추면 그 순간 게임오버지만,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 기회는 나오는 법.
“올라가!”
리로이 카스트로는 그런 부분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나다니엘 배스의 오버래핑–! 폭발적인 가속도! 순간 스피드가 37km가 나올 만큼! 빠른 주력을 겸비한 선수입니다!]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오른쪽 풀백 나다니엘 배스는 21세의 어린 나이지만, 잉글랜드 국가대표 주전 풀백을 맡을 만큼 능력을 인정받은 선수였다.
빠른 주력과 정교한 크로스는 그의 특기였다.
뻐—엉!
나다니엘 배스는 앞으로 압박이 오는 걸 보곤 더 들어가지 않고 얼리 크로스를 올렸다.
[나다니엘 배스–! 크로스는 골대 앞으로! 대니 스코필드의 머리를 지나가고 반대편으로 흐릅니다!] [어!!! 페르난두입니다! 페르난두 레—앙!]페르난두 레앙은 볼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스티븐 하머와 데릭 레드먼드는 그를 집중 견제했다.
이빨 빠진 호랑이라고 해도 여전히 날카로운 손톱을 가지고 있는 선수였으니까.
탓!
‘이런…!’
골대 앞으로 두 선수를 몰아놓은 뒤에 기습적으로 바깥쪽으로 살짝 이동하자 순간적으로 벌어진 틈.
볼은 페르난두 레앙이 살짝 이동한 곳으로 왔고 그대로 점프를 뛰었다.
헤딩이 아닌 킥.
몸을 눕히며 시도한 시저스 킥은 공중에 있는 볼을 제대로 발등에 얹었다.
곡예에 가까운 슈팅은 아스날의 오른쪽 구석으로 레이저처럼 날아가 꽂혔다.
철렁.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동시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서포터즈 석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
페르난두 레앙이 한물갔다곤 하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걸 보여준 골이었다.
[와—! 이게 들어가는군요! 포효하는 페르난두 레앙! 엄청난 골을 보여줍니다!] [세월이 흘러도 클래스는 변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페르난두 레앙!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에이스가 돌아왔습니다—!]푸스카스상을 노려볼 법한 놀라운 골에 모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포지션으로 돌아가던 페르난두 레앙은 유지우를 지나치며 말했다.
“네가 누굴 건드린 건지 똑똑히 봐.”
* * *
[아스날 2 – 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한 골 차이.
가장 치열한 점수 차이.
특히 그게 승리가 간절한 클럽이면 더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었다.
삐—익!
[스콧 프란시스가 유지우 선수를 반칙으로 끊어냅니다!] [후반전에 교체 투입된 스콧 프란시스는 36세 팀 내 최고 베테랑으로 영리한 선수입니다. 신체 능력으로 유지우 선수가 더 앞서겠지만, 그걸 경험으로 메꾸는 선수죠.]은퇴를 앞둔 노장.
그는 유지우를 막으면서 곡소리를 냈다.
“아이고, 무슨 속도가 이렇게 빨라? 내 무릎 다 나가겠네.”
구시렁거리면서도 유지우가 어디로 움직일지 예상하며 움직이는 건 재빨랐다.
“어딜 가려고?”
잠시 후, 또다시 패스받으며 돌아선 유지우는 스콧 프란시스를 마주하곤 페이크를 걸었다.
스텝 오버로 흔든 다음.
다리 사이로 열린 곳으로 볼을 보내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이런.”
하지만 볼을 보내도 유지우는 보내지 않으려는 듯 스콧 프란시스는 반칙으로 끊어냈다.
삐—익!
“…….”
“그렇게 보지 마, 나도 필사적이거든.”
스콧 프란시스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고 일어나 포지션으로 걸어갔고 가는 도중에 아드리안 로마오가 슬쩍 말을 걸었다.
“지겨운 아저씨지?”
“…네.”
“나도 몇 번 상대해봤는데 꿈에도 나오더라고.”
“그 정도예요?”
“진짜 끈질긴 사람이니까 조심해, 뭐 그렇다고 해도 네가 이기겠지만.”
아드리안 로마오는 스콧 프란시스와 수도 없이 붙어봤다.
그때마다 느낀 감정은 ‘짜증’이었다.
어디로 돌파하려고 해도 쫓아오는 집요함이 스콧 프란시스의 강점이었다.
[다시 마주하는 두 선수! 스콧 프란시스의 거미줄에 유지우 선수가 단단히 걸린 듯하네요!] [오죽하면 오스마르 토레스가 이런 말을 했죠, ‘스콧은 모기다.’라고요.]여름철에 귀찮은 모기처럼 스콧 프란시스는 끈질기게 유지우에게 달라붙었다.
전반부터 나왔다면 체력소모가 심했을 거지만, 후반 교체출전으로 나와 그는 초반부터 전력을 다했다.
촤—악!
날카로운 태클까지.
부족한 기량을 풍부한 경험으로 보완했다.
“유!”
하지만 유지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쪽으로 줘!”
끊임없이 볼을 요구했고 스콧 프란시스를 마주 봤다.
‘아르헨티나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집요함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숱한 세월을 보내온 베테랑은 달라도 뭔가 달랐다.
그렇다고 포기할 유지우가 아니었다.
유지우는, 강한 상대가 나타나면 어떻게든 이기겠다는 의욕이 생기는 유형의 선수였으니까.
첫 번째 스텝.
두 번째 스텝.
미끼를 던지고 마지막 세 번째 스텝에서 제치려고 승부수를 띄웠다.
– 오오오오오!
현란한 개인기에 관중들이 환호했고 그렇게 제쳤다는 생각이 들 무렵.
촤—악!
“…와, 너 진짜 대단하다.”
스콧 프란시스의 태클이 유지우의 발아래에 있던 볼을 라인 밖으로 쳐냈다.
* * *
60분.
70분.
시간이 흘러가면서 선수들의 숨소리가 커졌다.
그들의 땀은 필드를 적셨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눈빛은 오히려 더 살아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 기회.
주앙 헤제스가 스루패스를 찔렀고 페르난두 레앙이 반응했다.
[위험합니다! 아스날!]퍼—억!
그때 페르난두 레앙이 페널티 에어리어까지 들어오자 그를 뭉개는 한 선수.
[데—릭! 페르난두 레앙이 볼을 터치하지 못합니다!]데릭 레드먼드였다.
강한 몸싸움에 이어 아예 찍어눌렀고 페르난두 레앙은 넘어져서 주심에게 호소했지만 주심은 플레이를 진행했다.
“까불지 마.”
파트너 스티븐 하머에게 반칙한 걸 마음에 두고 제대로 깔아뭉개 버렸다.
“…근육만 많은 괴물 새끼가.”
“머리에 뇌가 없는 벌레 새끼가.”
안정적인 데릭 레드먼드의 수비.
그렇게.
81분.
데릭 레드먼드가 빼앗은 볼이 멀리 걷어졌고 솔 테일러가 잡아서 유지우에게 롱패스를 보냈다.
[솔 테일러가 길게! 유지우 선수가 있는 쪽입니다!]스콧 프란시스가 마크하러 다가왔다.
가까워지는 거리.
유지우는 스콧 프란시스의 위치를 확인한 뒤, 볼을 가슴트래핑으로 떨어트린 뒤에.
툭.
한 번 튀어 오른 볼을 한 번 더 차며 스콧 프란시스의 머리 위로 넘겼다.
솜브레로 트릭.
유지우의 장기였다.
– 오오오오오오!
화려한 개인기에 관중석에서 감탄이 나왔고 유지우는 볼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쭉- 치고 달렸다.
꽈-악!
그 틈에 스콧 프란시스가 유니폼을 잡아서 반칙하려고 했지만, 밸런스가 좋지 않아 금방 놓치고 말았다.
[스콧 프란시스가 다시 한번 반칙으로 끊으려고 하지만 유지우 선수가 먼저입니다! 압도적인 스피드! 이게 유지우 선수죠!]최고 속도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유지우는 짧았다.
그래서 스콧 프란시스가 뒤돌아서 반응할 새도 없이 이미 범위에서 멀리 벗어났다.
‘…와우. 피지컬이나 스피드가 다 저러면 어떻게 막아.’
스콧 프란시스는 속으로 감탄했다.
[측면을 연 유지우 선수! 중앙으로 올라가면서 스텝 오버로 한 명 더 제쳐냅니다!]한 명을 더 제친 뒤에 선수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살짝 뒤에 있어서 주기에 애매했고 아드리안 로마오와 눈이 마주쳤다.
툭.
서로 뭘 원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거 같았다.
유지우는 아드리안 로마오에게 패스를 준 뒤, 압박을 따돌리며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갔다.
그걸 본 아드리안 로마오가 수비수를 등진 상태에서 시도한 노룩 백힐 패스.
원터치로 내준 패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진을 갈랐고 침투하는 유지우의 발 앞으로 흘렀다.
[유지우 선수! 골키퍼와 1 vs 1!]골키퍼가 각도를 좁히려고 나오는 것을 보곤.
투-웅.
슬라이딩을 하는 골키퍼의 키만 살짝 넘기는 감각적인 로빙슛.
볼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경기 아스날의 세 번째 득점이자, 유지우의 해트트릭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유!] [잠시만요! 이렇게 되면! 유가 득점 단독 1위로 올라섭니다! 총 12골! 오스마르 토레스를 한 골 차이로 따돌립니다!]1위 – 유지우 / 12골.
2위 – 오스마르 토레스 / 11골.
이것으로 유지우가 득점 1위에 올랐다.
그리고 해트트릭을 기록한 유지우는 포지션으로 돌아가던 중.
페르난두 레앙을 발견하곤 아무 말도 없이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였다.
“…….”
페르난두 레앙은 레전드 대우를 받아 마땅한 존재였다.
하지만 대우를 받으려면 그만한 자격을 갖춰야 하는 법.
페르난두 레앙은 유벤투스에서 자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돌아온 뒤로 그 자격을 스스로 발로 차버렸다.
끊임없는 트러블.
심지어 감독과의 불화까지.
팬들도 조금씩 등을 돌리는 처지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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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 발버둥을 쳐보지만, 페르난두 레앙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없었고.
삐익-! 삐익-! 삐—-익!
경기는 그렇게 아스날의 승리로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