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57)
필드의 외계인-157화(157/404)
제157화
삐-익! 삐-익! 삐—-익!
[아스날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3 – 1로 이기며! 리버풀을 제치고 리그 2위로 올라섭니다!] [골이 정말 많이 나온 경기였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마지막까지 점수 차이를 수습하지 못한 채, 경기를 마무리합니다.]시원한 승리에 아스날 홈팬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너희들 덕분에 요새 살맛이 난다!”
“유—! 사랑해!”
“크리스티안! 네가 최고야!”
카메라가 찍는 건 두 사람이었다.
해트트릭한 유지우와, 그의 파트너 크리스티안 페레스였다.
[유의 해트트릭과 크리스티안의 멋진 활약! 이 두 선수가 아스날의 미래입니다!]선수들과 수고했다는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꼬맹이.”
유지우는 스콧 프란시스가 말을 걸자 잠깐 발을 멈췄다.
“네?”
“오늘 고생 많았다.”
“아… 네, 고생하셨습니다.”
“우리 클럽으로 오지 그랬냐. 네가 왔으면 빅4 복귀는 무리 없이 했을 텐데.”
유지우와 함께 경기를 뛰어본 자만이 할 수 있는, 진심이 담긴 말이었다.
“제가 그곳으로 갔었으면 가족들이 싸웠을걸요.”
“응?”
“부모님이 열렬한 레드데빌(Read Devil)이고 누나는 블루스 (Blues)거든요.”
내 말을 들은 스콧 프란시스는 당황했지만, 이내 크게 웃었다.
“하하! 관계가 복잡하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 그리고.”
스콧 프란시스가 가리킨 곳.
그곳엔 페르난두 레앙이 있었다.
“저놈이 경기 중에 했던 행동은 내가 대신 사과할게, 예전에는 저러지 않았는데 요새 폼이 많이 떨어졌는지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그런 행동이 나온 거 같아.”
“이해해요.”
“…역시 아스날이 왜 너를 좋아하는지 알 거 같아.”
“오늘 즐거웠어요.”
“수고했다.”
“아.”
유지우는 냉큼 유니폼을 벗어서 내밀었다.
“유니폼 교환해주실래요? 저희 부모님 선물로 드리려고요.”
“내 걸? 좋아하실까?”
“엄청 좋아하시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 중에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듣기 좋은 말을 잘하네. 우리 팀 애송이들도 이런 말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말이지.”
“전 농담 안 해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이라면 스콧 프란시스의 유니폼을 웃돈을 주고서 사고 싶어 할 게 분명했다.
여러 빅클럽의 제안을 거부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10년이라는 세월을 헌신한 선수였으니까.
“오늘은 졌지만, 다음에는 이렇게 지진 않을 거니까 각오해라.”
유지우는 유니폼을 내밀며 웃는 스콧 프란시스에게 마찬가지로 웃으며 대답했다.
“저희도 다음에는 더 강해져 있을 겁니다.”
“이야, 여기서 더 강해진다니 생각만 해도 무섭네. 다음에 보자! 루키!”
“예…. 아, 그리고 오른쪽 발목, 닥터에게 빨리 보여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멈칫.
스콧 프란시스는 발걸음을 멈추며 놀란 표정으로 유지우를 바라봤다.
“…어떻게 알았어?”
“경기 중에 유독 그쪽만 반응이 느리시더라고요.”
“그게 보였어?”
“네.”
“참, 눈도 좋다.”
오른쪽 발목은 스콧 프란시스가 고질적으로 아픈 분위였다.
“다음에도 필드에서 보고 싶어서 하는 말이었으니…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지. 그나저나 아스날이 이렇게 부러울 날이 오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쿨하게 패배를 인정하며 승자를 축하해주는 모습, 이것이 존중받는 베테랑이고.
“비켜!”
저것이 스스로 자격을 걷어 차버린 베테랑이었다.
‘난 저렇게는 안 늙어야지.’
페르난두 레앙이 신경질적으로 필드를 떠나는 걸 보고 고개를 젓고 있자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다가왔다.
“유! 가자! 팬들 기다리겠다!”
“어.”
홈 경기 후, 팬 서비스는 빼놓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에서부터의 습관.
그게 전염이 되어 지금 크리스티안 페레스도 함께 팬들을 만났다.
[아스날 3 – 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그렇게 경기는 끝났다.
* * *
【 아스날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지우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3 – 1로 아스날의 승리. 】
【 페르난두 레앙과 유지우의 충돌! 】
【 폴 사르, “페르난두가 보여준 행동은 최악.” 】
【 해트트릭으로 득점 랭킹 1위에 오른 유지우, “난 그저 팀원들이 만들어준 그림에 마침표 하나를 찍었을 뿐.” 】
경기 결과보다 사람들이 주목한 부분은 페르난두 레앙이 경기 중에 보인 태도였다.
『 세계 최고 선수의 실체 』
커뮤니티에는 위 제목으로 된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페르난두 레앙이 경기 중에 일부러 스티븐 하머를 밟고, 선수들과 충돌을 일으키는 장면이었다.
[와, 밟는 거 봐라.]그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경기 끝나고 나가던 중에 팬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담겨있었다.
‘페르난두! 그딴 식으로 할 거면 이탈리아로 돌아가!’
‘도대체 뭐 하는 거야?’
맨유 팬의 절규 섞인 목소리에 페르난두 레앙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골 넣어줬잖아! 그렇게 답답하면 네가 직접 뛰어보던가!’
그동안 많은 걸 보여준 페르난두 레앙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팀에 합류하고 보여준 태도와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비신사적인 태도로 팬들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히고 말았다.
[페르난두는 대체 어디까지 추락하려는 거지? 경기력이 떨어진 건 알았지만, 인성이 저러면 오래 살아남기 힘들지.] [저러면서 광고는 엄청 찍더라.] [이미 돈 많이 벌어놨으니까 본성 나오는 거지 뭐, 난 애초에 저런 놈인 줄 알았어, 옛날에 우리 아들이 사인받으려고 손 내밀었는데 자기가 져서 짜증 난다고 아들 손등을 쳐버렸거든.] [여전히 능력은 있지만, 뭔가 팀에 어우러지지 못하는 거 같아. 리로이 감독이랑도 트러블이 자꾸 일어나고.]까도 까도 뭔가가 계속 나왔다.
그렇게 페르난두 레앙을 향한 비난의 물결이 일렁일 때, 사람들이 주목하는 건 유지우의 기록이었다.
[그런데 너희 유의 기록 봤어?] [프리미어리그 사이트에 올라온 거 보고는 깜짝 놀라서 밥 먹던 숟가락을 놓쳐버렸어.] [시즌 초 방송에서 해리 윈터번이 그러지 않았나? 유는 아스날의 계속된 오버페이라고…. 다시 묻고 싶네. 이게 정말 오버페이냐고.]유지우는 아스날의 오버페이라고 불리며 많은 활약을 하지 못할 거라는 예상을 깨고.
《 11경기 출전 12골 6도움 》
리그에서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기록을 세우고 있었다.
[이 정도면 아스날이 파격세일가로 사 온 거 아니냐? 1억 파운드 그 이상의 값을 해주고 있잖아.] [유는 아르헨티나에서 78개 공격 포인트를 세웠잖아, 그런데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스타트를 하고 있어.] [나는 그가 프리미어리그에 쉽게 적응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적어도 두 번째 시즌부터 활약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예상을 깨버리고 처음부터 프리미어리그를 지배하기 시작했어.]득점 1위에 도움 2위.
이걸 프리미어리그 데뷔 시즌에 해낸다는 것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해리 윈터번은 어디 갔어? 왜 보이질 않아? 유가 득점왕 할 확률 0%라며!]시즌 초까지 유지우에게 부정적인 의견을 내던 해리 윈터번은 난감했다.
SNS에 해당 기사들로 팬들이 폭탄 메시지를 보냈고 조롱하는 댓글도 달렸다.
‘…젠장!’
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SNS를 보던 해리 윈터번은 머리가 아팠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유지우에 관해 아르헨티나 자료를 수집했었다.
그것을 기반으로 분석하고 의견을 낸 것이 지금 그의 족쇄가 되어버렸다.
[해리는 능력이 있는 분석가야, 그래서 난 그의 분석을 존중하지만, 유에 대해서는 잘못 분석한 게 확실한 거 같아.]해리 윈터번은 축구 해설위원들 중에서도 영향력을 가진 위원이었다.
정확한 분석과 신랄한 비난.
그로 인해 나름 팬덤도 있는 위원이었다.
위잉.
책상 위에 놓인 휴대폰이 울렸다. 해리 윈터번은 머리가 아픈 나머지 수신자를 확인하지도 않고 전화를 받았다.
– “해리.”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았다.
동료인 테일러 댄이었다.
“테일러군.”
– “네 SNS를 보고 연락했어, 좀 어때?”
“…내가 유에 대해서 잘못 생각한 거 같군.”
– “자네가 그런 말을 하다니 놀랍네.”
“프리미어리그는 피지컬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해, 난 그래서 유가 적응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훌륭하게 적응해버렸어.”
– “유는 피지컬도 뛰어나, 아르헨티나에서도 그걸 증명하지 않았나?”
분석한 데이터에 그러한 데이터도 있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는 그 수준이 달랐다.
여러 지표를 따져 아르헨티나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해온 선수들과도 비교해봤지만, 모두가 첫 시즌은 제대로 적응 못하고 겉도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확신이 있었기에 그렇게 말을 한 거였다.
“내 예상을 벗어난 선수는 오랜만이야.”
해리 윈터번은 독설가로 알려졌지만, 흥미로운 선수에게는 끊임없이 집착하는 사람이었다.
– “이런, 자네가 그렇게 말하면 유가 불쌍해지는군.”
“난 앞으로 유를 쫓아 다녀봐야겠어. 하루하루 내 예상을 벗어나는 선수잖아.”
그렇게 얘기를 하다가 해리 윈터번은 SNS 계정을 열었다.
“글 하나를 올려야겠어.”
통화를 하면서 급하게 쓴 글을 SNS 계정에 업로드했다.
[유는 내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선수였다. 내가 그를 잘못된 시선으로 본 걸 인정한다. 그는 이미 아르헨티나 리그 이상의 임팩트를 프리미어리그에서 남기고 있고, 감히 얘기하는데….]아르헨티나의 임팩트를 이어, 프리미어리그에 새기고 있는 그를 향해 해리 윈터번은 이렇게 말했다.
[아스날이 유를 데려온 건 오버페이가 아닌 역사에 남을 바겐 세일이 될 거야.]유지우가 시즌 초반에 자신을 향했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데는, 석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 *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이 끝나며 우리 집에는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아, 약간이 아니다.
큰 변화였다.
“어때?”
아버지랑 어머니는 아침 일찍부터 아스날 스토어에 가서 나와 관련된 굿즈들을 사와 집에 도배하셨다.
“…어디 아프세요?”
진심으로 걱정이 됐다.
아버지는 런던에 온 뒤로 쉬는 날에 맨체스터로 가서 직접 굿즈도 사 올 만큼 열정적이셨다.
“아니! 전혀! 우리 아들 굿즈인데 집에 꾸며둬야지!”
“저한테 말씀하시면 그냥 가져다드릴 수 있는데.”“이런 건 돈을 주고 사야 해.”
아버지만 그런 게 아니라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스콧의 유니폼은요?”
지난 번 경기에서 스콧 프란시스의 유니폼을 가져다드렸는데 보이질 않았다.
“아! 그건 한국으로 갈 때, 내가 가지고 가기로 해서 안전하게 보관 중!”
“암암, 맨유를 가슴에 묻고 아스날을 선택하더라도 스콧의 유니폼은 소중하지.”
두 분의 갑작스러운 태세전환에 내가 의아해하자 내 옆으로 누나가 슬쩍 다가와 말했다.
“이제 두 분 구너가 되실 거야.”
응?
“갑자기?”
“어제 경기보고서 맨유는 가슴 속에 묻고 아스날을 응원한다고 하셨어.”
이건 처음 듣는 소리다.
“진짜?”
“응, 맨유 지는 거 보고 멘탈 나가신 거 같더라고. 너희한테 지고 맹팔에서 다시 맹구가 됐잖아.”
뭐, 나로서는 부모님이 내가 있는 클럽의 서포터즈가 된다는 게 기쁠 뿐이었다.
“누나는?”
“맨시티가 우승할 건데 왜?”
“우리가 우승할 건데?”
“챔스 출전권 따는 데나 집중해.”
“다음 경기에서 맨시티 이겨야겠다.”
“흥! 네가 하는 말이 이뤄질까?”
“…아니, 보통 가족이 뛰는 클럽을 응원하지 않나?”
“그, 그건! 그렇지! 나도 널 응원하지만! 내 10년 블루스 생활을 버릴 순 없어!”
10년 블루스 생활.
그러면 20년 넘게 레드데빌 생활을 하신 부모님은?
“이건 어디에 걸까?”
“우리 아들 포스터니까! 거실 한복판에 액자로 걸어놓자!”
다음 경기에서 내가 시티를 이기면 누나도 구너가 될까.
아니.
그건 아닐 거다.
맨시티랑 맨유는 걸어온 길이 다르니까.
10년 넘게 프리미어리그를 지배하는 클럽과.
10년 넘게 부진을 극복하지 못한 클럽.
그 클럽의 팬들이 생각하는 것도 다를 테니까 억지로 강요하지 말자.
누구를 좋아하던 그건 자유니까.
“…야.”
내가 말을 걸지 않자 누나가 슬쩍 말을 걸었다.
“왜.”
“삐졌냐?”
“아니.”
“…나도 아스날 좋아해!”
“누가 뭐라고 했나.”
엎드려 절받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