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63)
필드의 외계인-163화(163/404)
제163화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가 종료됩니다! 최종 스코어 5 – 4! 엄청난 골 잔치 속에 진짜 잔치를 하게 된 건 다름 아닌 아스날입니다!] [이 결과로 리버풀은 아쉽게도 3위로 밀려나며! 아스날이 다시 리그 2위로 올라섭니다!]종료 직전부터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은 리버풀 팬들이 흘리는 눈물처럼 점점 굵어졌다.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의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필드에 울리자 리버풀 선수들은 고개를 떨궜다.
“하아.”
전반기를 2위로 마무리하겠다는 그들의 목표는 산산이 부서졌다.
아스날 원정 팬들이 서로 끌어안으며 승리에 기뻐할 때, 안필드 스타디움은 도서관이 됐다.
“우리가 질 줄이야.”
결과를 보는 팬들의 마음은 착잡했다.
“빌어먹을! 아무리 그래도 지는 건 말이 안 돼!”
신경질적으로 나가는 팬들도 있었지만.
“…솔직히 이런 말 하긴 싫지만, 아스날이 잘하긴 했어.”
아스날을 인정하는 팬들도 있었다.
“난 저것들 꿈에 나올까 봐 무서워. 수비할 때 목숨을 거는 것 같더라.”
“너도 그렇게 느꼈어?”
“작년까지 그렇게 무기력했던 녀석들이 저렇게 바뀔 줄은 몰랐어.”
그만큼 아스날 선수들이 경기 중에 보여준 인상적인 플레이들은 리버풀 팬들의 뇌리에 박혀 사라지지 않았다.
“쟤네 봐봐, 유니폼이 엉망이 됐잖아.”
승리를 거둔 아스날 선수들은 엉망이었다.
패배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유니폼이며 모든 게 엉망이었지만, 선수들의 세상 행복한 표정이 결과를 말해줬다.
“유—-!”
“난 네가 해트트릭을 할 줄 알았다고!”
“자자자자자! 리버풀을 이겼으니까! 다음은 시티 잡으러 가봅시다!”
선수들은 다 같이 달려 오늘 경기 M.O.M인 유지우에게 달려들었다.
“…그만 좀 나오시죠.”
제일 밑에 깔린 유지우는 답답해했다.
그런데 도저히 비킬 기미를 보이지 않는 선수들을 보고 잠깐 체념한 사이.
“아니! 잠깐!”
누군가를 보고 빠르게 탭을 쳤다.
“데릭이 오잖아요! 이러다가 저 죽어요!”
데릭 레드먼드.
아스날의 주장이 커다란 덩치로 달려오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내가 왔다-!”
데릭 레드먼드까지 올라타자 무게감이 엄청났고 유지우는 소리를 질렀다.
“끄아아아아!”
제일 밑에 깔려서 선수들에게 축하받는 모습을 멀리서 보는 스티븐 하머는 흐뭇하게 바라봤다.
‘…진짜 대단한 녀석이야.’
화려한 플레이로 주목받는 유지우였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투혼’이었다.
조금도 대충하지 않는 플레이.
볼이 라인 밖으로 나가기 전에 포기하지 않는 집념은 아스날 선수단을 넘어 프리미어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큼 대단했다.
그걸 대변하듯 땀에 절어 엉망이 된 유니폼.
스티븐 하머는 선수들이 엉켜 행복해하는 걸 보다가 시선을 돌려 관중석을 바라봤다.
‘맨체스터 시티전을 이어서 이런 성적을 냈으니, 더 이상 우리를 얕보는 곳은 없겠지.’
2강인 리버풀을 이겼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놀랐다.
이건 양 클럽 선수들도 선수들이지만, 극강의 공격 전술을 추구하는 두 감독의 머리싸움도 한몫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양 클럽 감독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다가갔다.
“좋은 경기였습니다.”
데이브 시드웰은 폴 사르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냈다.
“감독님이 아니었으면 이런 축구를 하지 못했을 겁니다.”
“하하하, 칭찬이죠?”
“그럼요.”
양 클럽 감독들이 웃으며 대화하는 것을 놓칠 기자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특종을 잡았다는 표정으로 사진을 찍었고 다른 쪽에선.
“유!”
선수들의 축하를 받고 녹초가 된 유지우와 히카르지뉴의 만남이 이뤄졌다.
“…이번에는 안 우네.”
“나 울보 아니야!”
“그때는 눈물 콧물 다 흘리더니.”
“그때는 그때고! 아무튼! 여기!”
히카르지뉴가 내민 건 유니폼이었다.
“역시 넌 대단해!”
히카르지뉴 또한 유지우를 인정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갑작스러운 돌직구에 유지우는 피식 웃으며 유니폼을 벗어서 건네줬다.
“너도 잘하더라.”
이건 진심이었다.
산투스에서 봤을 때보다 더 성장한 플레이로 아스날의 간담을 여러 번 서늘케 했다.
“너한테 칭찬받으니까 뭔가 이상해.”
“나중에 얘기하고 우리는 이만 가본다. 원정팀이 상대 홈에 이렇게 오래 있으면 나중에 욕먹거든.”
“욕은 이미 우리가 먹고 있는데 뭘.”
“…그래, 욕 많이 먹고. 간다.”
두 선수는 쿨하게 인사하고 필드를 떠났다.
오늘 경기는 이겼지만, 다음 승자는 누가 될지 알 수 없는 게 승부의 세계인 만큼, 긴 여운에 빠져 있을 필요는 없었다.
아직 시즌은 절반이 진행됐을 뿐이었으니까.
* * *
경기 후, 믹스트존.
그곳으로 들어온 데이브 시드웰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감독님! 오늘의 패인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인터뷰가 진행됐고 첫 번째로 나온 질문에 데이브 시드웰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우리가 준비한 경기는 완벽했습니다. 하지만 변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변수라면 어떤?”
“아스날의 저력입니다. 저는 아스날전을 준비하면서 많은 변수를 생각하고 대비책을 세웠지만, 그들은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대단한 경기력으로 경기를 지배해 승리를 이뤄냈습니다.”
패인의 이유는 많았지만, 제일 큰 건 아스날 선수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거였다.
특히 유지우와 크리스티안 페레스.
이 두 선수가 경기를 뒤집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제가 드릴 말씀은 최선을 다했지만, 아스날은 강했습니다. 멋진 경기를 할 수 있어서 기뻤고 아스날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냅니다.”
승자에 대한 진심 어린 축하를 한 데이브 시드웰은,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괜한 말을 하기보다, 다음 경기로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다짐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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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의 승리 감독인 폴 사르의 인터뷰도 이어졌다.
2강 리버풀을 이긴 화제성 때문에 기자들이 발을 디딜 틈도 없이 몰렸다.
“선수들의 의지가 이 승리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저는 그저 선수들의 등을 살짝 밀어줬을 뿐입니다.”
폴 사르는 선수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그렇게 여러 질문이 오갔고 어느덧 종료될 시간이 되자 마지막 질문이 나왔다.
“아스날이 리버풀을 이긴 것이 이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금 직설적인 질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무례할 수 있는 질문이었지만, 폴 사르는 마치 그러한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아스날 주연의 아름다운 영화에 전 세계가 열광할 거라고,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우리가 보여줄 기적은.”
더 할 말은 없었다.
대답은 아스날이 오늘 보여준 경기력으로 충분했으니까.
* * *
【 이변! 리버풀 아스날에 5 – 4 패배! 리그 3위로 밀려나다! 】
【 데이브 시드웰, “아스날은 승리할 자격이 있다.” 】
【 폴 사르, “아스날 주연의 영화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 클라이맥스를 기대하라.” 】
리버풀과 아스날의 경기는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위 쟁탈전이라 치열한 것도 있었지만, 많은 골이 나온 경기라 더 관심이 쏠렸다.
그중에서 사람들이 제일 놀란 부분은.
【 ‘아스날의 외계인’ 】
이런 제목으로 올라온 영상 하나였다.
경기 하이라이트를 모아놓았고 마지막에 보여준 프리킥은 UFO 킥으로 유명했던 호베르투 카를루스를 생각나게 했다.
[그의 플레이는 경이로운 수준이야, 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플레이가 가능한 거지?] [이제 막 19세가 된 선수잖아, 난 도저히 저 녀석을 이해할 수가 없어.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은 거 같아.] [외계인이라는 별명 누가 지었어? 이 단어가 딱 유를 설명할 가장 적절한 단어야.] [프로 3년 차에 이미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른 선수야.]점점 외계인이라는 단어가 퍼지며 유지우의 새로운 별명은 ‘외계인’이 됐다.
“외계인님, UFO는 어디 있죠?”
“궁금하면 찾아보세요.”
아스날 풋볼 하우스에서 선수들이 훈련하면서 유지우를 놀리는 것도 그 단어였다.
특히 가장 큰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게 데릭 레드먼드였다.
“이제야 이해가 돼.”
“어떤 게요?”
“유의 믿기지 않는 실력이 어디서 왔는지.”
“…….”
“외계인이면 이해가 가지.”
“…놀리지 말고 훈련이나 하죠?”
“외계인님도 훈련하시는군요.”
외계인이라는 별명을 하도 들은 탓에 유지우의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였다.
“우리 외계인!”
멀리서 손을 흔들며 해맑게 다가오는 사람은 폴 사르였다.
폴 사르 감독은 공식적인 인터뷰에서.
‘아스날 상승세의 이유는 어떤 것입니까?’
이런 질문에.
‘그야 아스날에는 외계인이 있으니까요!’
이런 황당한 답변을 냈다.
그래서 아스날 커뮤니티에는 유지우를 외계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이게 다 감독님 때문에 생긴 별명입니다.”
“그래도 좋지 않아?”
“뭐가요?”
“너를 딱 나타내주는 별명이 생긴 셈이잖아.”
수많은 축구 선수 중에 팬들의 뇌리에 박힌 별명을 가진 선수는 드물었다.
별명을 얻는 경우는 놀라운 활약을 보여 눈에 들어오거나 큰 사고를 치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래도 그걸로 놀리지는 마세요.”
폴 사르와 데릭 레드먼드는 어깨동무하며 웃으면서 싫다고 했고 그때였다.
“외계인이다!”
“UFO는 어디 있어요?”
선수들이 몰려오며 다 같이 놀리기 시작했고 유지우는 기가 빨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그 뒤로 훈련이 이어졌고 훈련이 끝나자마자 유지우는 1등으로 훈련장을 나왔다.
“어? 오늘은 개인 훈련 안 해?”
“집에서 할 겁니다!”
주차장으로 가서 덱스가 운전해주는 차를 타고 훈련장을 떠났다.
“오늘도 사인을 하고 가실 겁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입구에 모인 팬들에게 사인을 해줬다.
사인해주다가 휠체어를 탄 사람이 보였다.
몰린 사람들 틈을 파고들지 못해 보호자와 함께 발만 동동 구르는 걸 본 유지우는 차에서 내려 그에게 다가갔다.
“사인해드릴까요?”
“네!”
“유! 아스날에 와주셔서 감사해요!”
진심 어린 팬의 말에 유지우는 웃음꽃을 피우며 사인을 해줬다.
“저야말로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경기도 꼭 이기세요!”
“그럴게요.”
매너가 사람을 만들 듯이 유지우가 보여준 태도에 많은 이들이 감동했고, 아스날 커뮤니티에 실시간으로 글들이 올라갔다.
* * *
며칠 후.
“제발, 부탁할게!”
난 폴 사르 감독님과 면담을 했다.
“싫어요.”
“그러지 말고. 이번 경기는 제발 쉬자, 응? 너 컨디션을 위해서야!”
“전반기 마지막 경기잖아요.”
“그러니까 더!”
다음 경기 출전 때문이었다.
난 카라바오컵 8강이라서 나가고 싶었고 감독님은 내가 제발 쉬었으면 하는 차원에서 휴식을 권유했다.
10분의 티키타카.
승리자는.
“아자!”
감독님이었다.
“대신 지고 있으면 바로 나갈 겁니다. 그것만 지켜주세요.”
“그럼! 그건 내가 약속할게!”
그래도 그냥 빠지는 게 아니라 조건을 건 휴식이라 더는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아! 그리고 전반기 끝나고 12월 31일에 병원 가는 건 알고 있지?”
“모를 리가 있겠어요.”
아스날은 매년 12월 31일 연말에 병원으로 행사를 간다.
소아병동 위주로 돌아다니며 몸이 아픈 아이들에게 선물과 함께 행복을 주는 일로 3년 전부터 시작된 정규 행사였다.
“그러면 오늘 면담은 여기까지?”
“가보겠습니다.”
일어나서 인사를 하고 나가려고 문고리를 잡을 때.
“유!”
감독님이 내 이름을 불러 뒤를 돌아봤다.
“네?”
“사랑한다!”
“…징그러워요.”
감독님은 내게 요상한 손가락 하트를 날리셨다.
요새 딸 때문에 K-POP에 빠진 뒤로 이상한 행동이 부쩍 늘어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