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64)
필드의 외계인-164화(164/404)
제164화
12월 27일, 전반기 마지막 경기.
카라바오컵 8강.
아스날 vs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
– 와아아아아아아!
아스날의 홈 ‘애슈버턴 그로브’는 환호가 가득했다.
응원가가 사방에서 들리며 점점 뜨거워지는 분위기.
“유, 몸이 근질거리지 않아?”
“뛰고 싶긴 하지.”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랑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나란히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1 – 0.
경기는 전반전에 골을 넣은 아스날이 이기고 있었다.
“유! 푹 쉬어도 되겠다!”
감독님은 내가 쉬는 게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 웃었다.
하지만.
잠시 뒤.
“야–! 이것들아! 측면을 그렇게 뚫리면 어떻게 해! 웨스트햄의 사이드는 템포가 빠르다고 했잖아! 뒤늦게 이동하지 말고 미리 길목을 막으라고!”
미소를 잃게 할 정도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닥공 축구가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그 결과,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한 골을 실점하며 동점이 되어버렸다.
“감독님, 몸 풀까요?”
부쩍 미소를 잃은 폴 사르에게 유지우가 말을 걸자 폴 사르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슬슬 푸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기다려.”
아직 동점인 만큼 폴 사르는 유지우를 투입하지 않았다.
[티아구 디아스의 강력한 슈팅이 아스날의 골문을 벗어납니다!] [슈팅 파워는 뛰어났지만! 정확도는 높지 않았네요.]웨스트햄 유나이티드는 속공 축구보단 지공 축구를 구사했다.
천천히 전진하는 빌드업이라 아스날이 대비하는 게 비교적 수월했다.
촤—악!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는 아스날! 오늘 데릭 레드먼드와 솔 테일러, 그리고 메이슨 가넛이 출전하지 않았는데도 뛰어난 수비조직력을 보여줍니다!]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실점하긴 했지만! 급격하게 수비 조직력이 좋아지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공세를 막아내고 있습니다!]아스날의 수비에서 데릭 레드먼드의 영향력은 압도적이었다.
그 기둥이 없는 지금, 자리를 대체하는 건 레이턴 버트란드였다.
“으아아아아아아!”
포효하며 상대 공격을 끊어내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유.”
“응?”
“뭔가 레이턴, 처음에 봤을 때랑 달라지지 않았어?”
“그런가?”
얘기를 나누고 있자 데릭 레드먼드가 옆에서 말했다.
“레이턴이 변한 거 같지?”
“조금은요.”
“내가 레이턴이랑 자주 훈련하면서 대화를 했는데 너희들처럼 되고 싶은 마음이 크더라고.”
이 얘기는 처음 듣는 얘기였다.
“저희처럼이요?”
“같은 이적 동기인데 너희들만 주목받고 레이턴은 비교적 주목을 못 받았잖아.”
아.
그 이유구나.
그런데 나도 할 이야기가 있었다.
“레이턴이 없었다면 이런 성적을 못 냈을 거예요.”
든든한 수비가 있어야 날카로운 공격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라 레이턴 버트란드를 비롯해 수비진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이런 성적도 불가능했다.
“…….”
“공격을 잘하면 승리를 할 수 있지만, 수비를 잘하면 우승을 할 수 있다는 말도 있잖아요.”
“너… 우리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냥 레이턴이 굳이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데릭 레드먼드는 나를 끌어안는 걸 멈추고 레이턴 버트란드를 바라봤다.
애정이 묻어나는 눈빛.
두 사람의 관계는 아스날의 부자 사이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돈독했다.
“레이턴도 잘하긴 하지만 너희들이 워낙 주목받으니까 부러운 거지.”
“그래도 레이턴도 보여줄 때는 보여주잖아요.”
내가 그동안 봐온 레이턴 버트란드는 전혀 부족하지 않은 선수였다.
말을 내뱉으면.
철렁.
행동으로 증명해내는 선수.
이것이 바로 레이턴 버트란드였다.
[레이턴 버트란드의 헤더—-! 저 점프력을 보십시오! 웨스트햄 수비진들이 전혀 따라오지 못하는 높이입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아스날의 미래를 유지우 선수와 크리스티안 페레스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선수! 레이턴 버트란드도 아스날의 미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아스날의 변화는 단 한 명의 선수만 잘한다고 이룰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선수들이 있기에 지금의 아스날이 있는 거였다.
* * *
2 – 1.
레이턴 버트란드가 헤딩골로 차이를 만들어내자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는 측면 위주의 공격 전술로 변화를 줬다.
촤—악!
[코너 다운스의 측면 돌파! 크로스 능력이 좋은 선수라 공간을 내주면 안 됩니다! 아–! 마커스 넬슨의 깔끔한 태클!]마커스 넬슨은 유지우와 이적 동기생이자 로테이션 멤버였다.
왼쪽 풀백인 그는 조용하면서도 정교한 수비로 웨스트햄의 공격을 막았다.
조용한 암살자.
2부 클럽에 있을 당시, 마커스 넬슨의 별명이었다.
[이번 시즌! 폴 사르가 영입한 선수들 모두 준수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지우 선수와 크리스티안 페레스! 레이턴 버트란드가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어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고 있진 못하지만! 그래도! 아스날의 미래는 점점 밝아지고 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는 못할 겁니다!]어두컴컴했던 미래.
그러나 이제는 더는 어두컴컴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도 빛나기 시작하는 보석들이 있었으니까.
[마커스 넬슨! 넬슨 올라가면서 왼발로 날카로운 크로스—! 침투하는 아드리안 로마오! 슈—웃! 아! 골키퍼의 선방에 막힙니다!].
.
.
경기 종료 직전까지 2 – 1이라는 스코어는 좁혀지지 않았고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는 한 점 차이를 좁히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삐—익!
거친 경기에 주심의 휘슬이 자주 울렸고 아스날의 골문을 몇 차례 위협하는 슈팅도 나왔다.
[웨스트햄의 파상공세! 그러나 아스날은 라인을 내리며 수비에 힘을 줍니다!] [2 – 1! 이 경기에서 이기면 준결승에 진출하는 거라 웨스트햄도 필사적입니다!]데릭 레드먼드가 없는데도 뚫리지 않자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감독은 답답해했다.
아스날은 전반전의 공격적인 전술이 아닌 수비적인 태세를 갖췄다.
아스날의 전술은 ‘사르 볼’을 기반으로 여러 변화를 하며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레이턴 버트란드의 태클이 제대로 들어갔다.
[레이턴 버트란드가 걷어낸 볼! 웨스트햄 진영으로 넘어갑니다!]텐 백에 가까운 수비 후, 아스날에게 기회가 한 번 더 왔다.
[흘러나온 볼을 잡은 건 다니 아라우호입니다!]다니 아라우호는 아스날 유스 출신의 미드필더였다.
올해 20세의 나이로 로테이션 멤버로 기용된 선수로 킥은 아직 부족하지만, 스피드가 빠른 선수였다.
[퍼스트 터치가 길긴 하지만 금방 수습한 뒤! 빈 곳으로 치고 달립니다! 아스날의 빠른 역습 전개! 아스날의 공격진이 일제히 올라갑니다!]한 몸인 것처럼 움직이는 공격진.
주전들이 펼치는 사르 볼과 약간의 차이점은 있었지만, 아름다운 건 같았다.
[양 사이드에서 날개를 펼치고 가운데로 침투하는 아드리안 로마오! 웨스트햄 수비가 라인을 갖추기 전에 들어가야 합니다!]라인을 올려 총공세를 하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는 당황했고 수비 백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뻐—엉!
다니 아라우호는 수비 사이의 틈으로 패스를 찔렀다.
라인을 정확하게 타긴 했지만, 아드리안 로마오가 받기에는 조금 먼 거리였다.
타다다다닷-!
볼과의 거리를 좁히는 아드리안 로마오의 필사적인 질주.
경기 종료 직전이라 허벅지에 경련이 올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쫓아가 볼을 잡아냈다.
‘…아!’
하지만 퍼스트 터치가 부정확해서 한 차례 볼이 튀어 올랐다.
자세를 잡아 안전하게 잡아놓으려고 했는데.
쿠-웅!
[아앗! 센터백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아드리안 로마오와 충돌합니다!]아드리안 로마오는 수비수에게 밀려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대로 넘어져도 페널티킥이 주어질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볼에 대한 집념이 사라지지 않았다.
넘어지면서도 볼에 고정된 시선.
몸이 본능적으로 움직였고 뒷발이 크게 들렸다.
툭.
일명 스콜피온킥.
그렇게 맞은 볼은 골키퍼의 머리 위로 지나가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방금 제가 뭘 본 거죠? 이상한 자세로 득점에 성공한 아드리안 로마오! 마치 곡예사 같습니다!] [이것이 아드리안 로마오! 어려운 자세에서 놀라운 골을 넣으며! 완전한 승리를 만들어냅니다!]묘기에 가까운 동작으로 골을 넣은 아드리안 로마오는 포효하며 슬라이딩 세레머니를 했고 유지우는 벤치에서 보다가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와, 저게 들어가네.’
아드리안 로마오의 묘기 골과 함께.
[아스날 3 – 1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카라바오컵 8강은 아스날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 경기의 M.O.M은 스콜피온 킥으로 골을 넣은 아드리안 로마오가 차지했다.
* * *
12월 29일.
프리미어리그 전반기가 모두 끝났다.
【 31 – 32시즌 전반기 종료! 최고 이변의 클럽은 아스날! 】
31 – 32시즌 전반기가 종료됐다.
프리미어리그 시청자들이 뽑은 최고의 이변 클럽은 아스날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 프리미어리그 전반기 MVP, 모두가 입 모아 이 선수를 지명하다! 】
전반기 MVP로 뽑힌 건 아스날의 유지우였다.
【 아스날 리그 2위로 전반기 마감. 】
유지우가 전반기에 올린 성적.
15경기 출전 17골 10도움.
외계인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성적이었다.
국내에서는 이 소식이 실시간으로 보도됐고 9시 뉴스에도 메인으로 실리며 전 국민이 유지우의 활약을 알게 했다.
– 프리미어리그에서 저런 공격 포인트를 세우는 선수가 있었나?
ㄴ 없었음.
ㄴ 공격 포인트 장인인 오스마르도 프리미어리그에서 한 시즌 50개 공격 포인트 간신히 넘기는데 갓지우께서는 벌써 30개 가까이 달성하심.
– 전 경기도 아니라 15경기…. 컵 대회 포함?
ㄴ 그는 신이다.
ㄴ ㄹ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별명 겁나 잘 지었네 외계인 ㅋㅋㅋㅋㅋㅋ
ㄴ 옛날 호나우지뉴 느낌도 나고 괜찮네.
ㄴ 아시아 선수한테 외계인이라는 별명이 붙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리고 유지우의 이런 소식에 웃은 건.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스포츠 코리아 대표 권민우였다.
“대표님의 혜안이 스포츠 코리아를 이 위치까지 올려놨습니다!”
유지우의 맹활약 덕분에 스포츠 코리아 매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주식은 연신 상한가를 기록했고 국내 스포츠 브랜드 점유율 1위를 할 만큼 인지도도 높아졌다.
“이럴 게 아니지! 영국 지사에 연락해서 지우 선수한테 선물 보내라고 하죠!”
“좋습니다!”
“어떤 걸 준비하라고 할까요?”
“웬만한 건 지우 선수도 마련할 수 있으니까… 특별한 거 뭐 없을까요?”
“아! 그거 어때요? 지우 선수 모델로 브랜드 작업하고 있잖아요, 아직 상품이 나오진 않았는데 그 상품을 드리는 거요.”
“그건 좀 그렇지, 그거 말고 스포츠 코리아 명예 이사직은 어때요?”
그날, 스포츠 코리아의 회의 주제는 상품에 관련된 것이 아닌 유지우 선물 정하기가 되어버렸다.
* * *
12월 31일.
아스날 선수단은 일제히 구단 버스에 타 병원으로 이동했다.
병원 입구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있었고 아스날 선수들은 경호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아스날 선수들이 병원 안으로 들어오자 구경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작년보다 어째 더 많다?”
“성적이 다르잖아요.”
“응?”
“9위였던 클럽이 갑자기 리그 2위가 돼서 왔는데 안 놀라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작년과 다른 성적.
그것 때문에 선수단을 맞이하는 분위기는 차원이 달랐다.
“선수단을 최대한 줄여서 왔는데도 이러네.”
혹시라도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인원수를 줄여서 왔다.
그리고 취재진의 출입도 통제하고 약속된 병동만 가기로 했다.
“유, 가서 놀라지 마.”
“왜요?”
“소아 병동에 우리 마스코트가 있거든.”
“마스코트라면… 헨리 윌리엄스요?”
“응, 그 녀석 아스날의 가장 어린 훌리건이야.”
헨리 윌리엄스의 이름은 전부터 많이 들었었다.
아스날의 천사.
팬들 사이에선 이런 별명으로 통했다.
어떤 아이일까 생각하면서 도착한 소아 병동.
광장처럼 마련된 장소에서 환자복을 입은 어린아이들이 놀고 있었고, 그들은 아스날 선수들을 보자 다들 함박웃음을 지었다.
“데릭이다!”
“스티븐! 또 왔어요?”
“리암!”
매년 오는 행사라 베테랑들은 친한 아이들이 있었다.
유지우는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게 조금 어색해서 거리를 두고 관찰하고 있는데 하얀색 비니를 쓴 아이가 슬금슬금 걸어왔다.
장난감 칼.
선글라스.
등에는 방패까지 맨 특이한 아이였다.
“안녕?”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네자 아이는 선글라스를 벗고 해맑게 웃음을 지었다.
“외계인이다!”
아이는 헨리 윌리엄스.
소아병동의 터줏대감이자 아스날의 열렬한 팬이었다.
“…헨리!”
인사도 없이 다짜고짜 외계인이라는 말을 하자 헨리의 어머니로 보이는 분이 헨리를 말렸고 헨리는 그제야 인사를 했다.
“아! 죄송합니다! 저는 6년째 구너인 헨리 윌리엄스에요!”
해맑게 웃는 아이.
보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순수한 아이였다.
“네가 헨리구나, 얘기 많이 들었어.”
“쟤 얘기요?”
“우리 팀에 말이 많은 사람이 있거든.”
“말이 많은 사람이면…. 아! 데릭이군요!”
이 말이 들렸는지 데릭 레드먼드는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헨리 윌리엄스를 안아 목마를 태웠다.
“이게 감히 내 얘기를 해?”
“와! 데릭! 머리카락이 빠지고 있어요!”
“…나 아직은 붙잡고 있어!”
“여기요.”
“아! 일부러 떼지는 말고!”
“저 안 뗐어요! 이 기회에 데릭도 저랑 같이 반짝이는 머리가 되는 게 어때요?”
“응?”
“머리 감을 필요도 없어서 편해요!”
강렬한 인연이 될 유지우와 헨리의 첫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