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65)
필드의 외계인-165화(165/404)
제165화
시즌 중에 진행되는 행사는 피로감이 더할 수밖에 없었지만, 선수들은 힘든 기색 없이 연신 웃으며 아이들을 대했다.
“아! 내가 지다니!”
“헤헤헤헤!”
“데릭! 축구 그렇게 잘하면서 게임은 못 하네요?”
데릭 레드먼드는 아이들과 게임을 하면 계속 져주는 스윗함을 보였고.
“쓰읍, 그건 안 된다고 했지?”
“…한 입만요.”
“다 나으면 먹자, 다 먹으면 이거 트럭으로 사줄게.”
스티븐 하머는 아이들이 혹시라도 잘못된 음식을 먹을까 봐 챙기는 세심함을 보였다.
‘진짜… 엄마랑 아빠가 따로 없네.’
유지우도 두 선수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과 어울렸다.
처음은 어색했지만, 아이들의 순수함을 보고 있자 유지우도 아이들 틈으로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의 시간이 금세 흘렀다.
“정말요?”
스티븐 하머가 뭔가 중요한 얘기를 했는지 헨리 윌리엄스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정말이지.”
“제가 리그 19라운드! 에스코트 키즈로요?”
“너를 포함해서 병원 아이들 11명이다.”
“와–!”
“좋아?”
“네! 엄청이요! 저 아스날 에스코트 키즈 하는 게 꿈이었어요!”
아스날 구단주인 라에드 알 라샤이디는 사업적인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대대적인 투자로 구단을 개편했고 팬들을 위한 이벤트까지 일일이 챙겼다.
그래서 팬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구단주라고 불렸다.
‘돈은 걱정하지 말고 최선의 방향으로 진행해주세요.’
이게 구단주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었다.
에스코트 키즈를 한다고 기뻐한 것도 잠시.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의 얼굴은 울상으로 변했다.
“…벌써 가는 거예요?”
특히 유지우 근처에 아이들이 몰렸다.
“또 올 거야.”
“거짓말.”
헨리 윌리엄스는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진짠데? 약속할까?”
“매일 오는 거예요?”
“매일은 무리고 한 달에 한 번, 꼭 올게.”
아마 아이들은 믿지 않을 거다.
선수들이 바쁘다는 건 이 병원에 있으면 있을수록 잘 알게 되니까.
그래서 눈물이 났지만, 붙잡지 않았다.
“그리고 약속 하나만 더 할까?”
유지우는 속상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약속을 하나 더 했다.
“무슨 약속이요?”
“다 낫고 병원에서 퇴원하면 아스날 시즌권 선물로 줄게.”
“시즌권이요? 진짜? 진짜로요?”
“그러니까 밥 잘 먹고 약 잘 먹어야 한다? 내가 올 때마다 검사할 거니까.”
“네!”
아이들이 미소를 보자 유지우도 따라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진짜로 며칠 후.
“안녕?”
유지우는 아이들과 한 약속대로 개인적으로 병원을 찾았다.
* * *
2032년 1월.
이 시기가 되자 유럽 축구계를 넘어 전 세계 축구계가 들썩였다.
한 해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선수에게 수상하는 발롱도르 시상식이 이 시기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국에 보도된 하나의 기사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 아스날의 유지우, 발롱도르 30인 명단에 포함! 】
바로 유지우가 19세의 나이로 발롱도르 30인 후보에 올랐다는 기사였다.
그 기사는 실시간으로 댓글이 올라오며 어느덧 수만 개가 넘어갔다.
– ……? 잠시만요? 제가 보는 게 실화인가요?
– 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9세에 발롱도르 최종 30인이요?
– 와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 유지우 이름이 진짜 있네?
– 수상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미친 기록이긴 하다 ㄹㅇ
– 저 나이에 발롱도르 30인에 든 선수가 있었나?
– 아르헨티나에서 2년, 프리미어리그에서 반년…. 아직 3년 차도 안 된 선수가 30인 안에 든 건 미쳤다는 말 말고는 설명할 말이 없음.
– 갓지우 코인 떡상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사실은 뉴스에도 대대적으로 실리고 셀럽들의 SNS에도 올라오며 전국적으로 퍼졌다.
【 2031 발롱도르, 그 주인공은 누구? 】
【 최종 후보에 든 선수들, 파리로 집결! 】
전 세계 축구팬들은 어느 선수가 발롱도르를 받을지 자체 투표까지 진행했다.
[와, 역시 제라르네.]가장 많은 득표율을 차지한 건 제라르 레오였다.
[제라르가 아니면 받을 녀석이 없긴 해.] [30-31시즌 트레블을 무슨 수로 이겨.] [근데 지우 유는 뭐야? 아스날에서 이제 겨우 6개월 뛴 녀석이 왜 30인 후보에 든 거야?] [잘하긴 하는 선수긴 한데 발롱도르 최종 30인은 좀 그렇네.]해외 팬들은 유지우가 발롱도르 최종 30인에 들기에는 아직 보여준 게 많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 너희 진짜 몰라서 그러는 거야? 유는 프리미어리그 득점 선두, 최다 공격 포인트 선두, 돌파 1위에 공격 기회 창출 1위잖아.]부정적인 시선 속에서도 유지우는 꿇릴 게 없었다.
프리미어리그에 부는 붉은 돌풍.
그 중심엔 유지우가 있었으니까.
[자격이 없는 게 아니라, 난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해.] [누가 자격이 없대? 지금 폼이야 좋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 이거지.]팬들 간의 갑론을박은 계속됐다.
* * *
프랑스 파리.
후반기가 시작되기 전, 발롱도르 시상식이 있어 1박 2일로 프랑스에 도착했다.
시차는 한 시간 정도라 크게 무리는 없었다.
“…….”
내 앞에 있는 누나들만 아니었다면, 분명 그랬을 거 같았다.
“아까 찍은 사진 다빈이한테도 보내주자.”
“이미 보냈지롱.”
“뭐래?”
“뭐긴 뭐래, 자기도 오고 싶다고 난리지.”
영국에 있어도 된다고 해도 굳이 따라와선 프랑스 곳곳에 자기들의 족적을 새기는 중이었다.
이런 누나들이랑 다니는 다빈 누나가 새삼 대단할 뿐이었다.
“그만들 떠들고 밥부터 먹지?”
아버지 친구분이 프랑스에서 레스토랑을 하셔서 오늘은 그곳에서 식사를 했다.
미슐랭 2스타 집이라 그런지 음식들이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웠다.
“긴장 안 돼?”
밥을 다 먹고 디저트를 먹고 있자 아버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가요?”
“내일이 시상식이잖아.”
인터넷이나 TV로만 접했던 발롱도르 시상식.
그곳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게 가슴이 떨렸다.
“떨리긴 해요. 제가 꿈꾸던 곳이니까요.”
전부터 인터뷰에서 종종 발언했던 ‘발롱도르 수상’ 역시 언젠가 내 목표였기에, 한 번 그 열기를 경험해보는 것만으로도 큰일이었다.
“그런데 제가 수상할 가능성은 적잖아요. 이번에는 그냥 경험한다는 생각으로 온 거라 크게 긴장은 안 돼요.”
마음을 비운 상태였다.
쟁쟁한 선수들.
그리고 난 유럽에서 활약한 시기가 짧아 발롱도르를 받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했다니까 더 할 말이 없구나.”
가족들은 내심 기대하는 모양이었지만, 후보에 오른 내가 더없이 현실적인 태도를 보이자 더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설마 제가 발롱도르 수상할 줄 알았어요?”
“그럼! 우리 아들이 제일 잘하는데!”
“다음에, 머지않아 수상할 거니까 이번에는 봐주세요.”
웃으며 밥을 먹은 뒤에 레스토랑에서 나와 호텔로 갔다.
호텔로 가는 내내 나는 알아보는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과 사진 촬영을 해줬다.
전혀 귀찮지 않았다.
나를 알아봐 주고 좋아해 주는 것에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지우야.”
호텔에 들어와서 쉬려는데 어머니가 나를 불렀다.
“네?”
“난 우리 아들이 너무 자랑스러워.”
“…감사해요.”
“한국, 아르헨티나, 영국, 여기까지 오면서 아마 쉽지 않고 힘들었을 거야. 그걸 우리한테 말도 안 하고 혼자 끙끙 앓기도 했겠지.”
“…….”
“너의 그 노력이 오늘의 결과를 만들어낸 걸 보고서 난 우리 아들이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워졌다.”
어머니의 포옹은 유독 따뜻했다.
“고생 많았어.”
이곳에 오기까지의 모든 고생을 위로해주듯.
“…힘들었어요.”
“…….”
“그래도 괜찮아요. 제가 원하는 거니까요.”
아르헨티나서부터 이곳까지 오는 길은 절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축구는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고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거였으니까.
“지켜봐 주세요, 더 자랑스러운 아들이 될 테니까.”
* * *
발롱도르 시상식 당일.
현장에는 취재진을 비롯해 수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번 수상도 제라르 레오겠지?”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리그 우승, 컵 대회 우승, 트레블을 했으니까 가장 유력하지.”
“와, 이번에 수상하면 발롱도르 여섯 개째야?”
발롱도르 시상식은 발롱도르 본상 말고도 여러 부분의 시상이 있었다.
“골든 보이는 누가 받을 거 같아?”
그중에서도 발롱도르 다음으로 주목을 받는 것이 바로 20세 이하 발롱도르라고 불리는 ‘골든 보이(Golden Boy)’였다.
원래 골든 보이는 매년 11월에 따로 시상식이 있지만, 시상식들이 너무 자주 있다는 지적이 있어 여러 합의점을 찾은 끝에 발롱도르 시상식에 포함해 매년 1월에 시상하는 걸로 바뀌었다.
그래서 매년 1월의 프랑스는 유럽의 별들이 모여들었다.
“황금세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야. 후보로 오른 선수들 명단 봤어?”
“당연하지.”
“음, 31년도 임팩트만 놓고 보면 유가 유력하긴 하지.”
“그리고? 마르쿠스 디뉴?”
“어, 맞아.”
“데니스도 빼놓으면 안 돼, 포스트 제라르라고 불리잖아.”
유력한 후보들이 있었다.
특히 31-32시즌 전반기에 보여준 임팩트만 놓고 보면 유지우를 따라잡을 선수는 거의 없었다.
“난 마르쿠스가 탈 거 같아.”
“정말?”
“유는 31년 7월에 아스날에 합류했지만, 마르쿠스는 29-30시즌부터 파리 생제르맹에서 뛰었으니까.”
“하긴 국가대표는 예외더라도 리그 성적은 유럽에서 뛴 것만 책정되니.”
골든 보이는 철저하게 유럽 리그의 성적만을 봤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비유럽 리그는 그 대상이 아니었다.
“유는 언제 오지?”
“어제 입국했다는 소식이 있었으니까 곧 오겠지?”
유지우는 골든 보이 최종 후보 중 한 명이었다.
그렇기에 기자들은 일찌감치 유지우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마침내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일제히 탄성을 냈다.
“오!”
가족들과 동행한 유지우는 안내받으며 시상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선수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친분이 있는 선수들이 서로 간에 인사를 나누는 것을 시작으로, 시상식은 열기를 더해갔다.
“저기!”
취재진이 주목하는 건 떠오르는 신성 마르쿠스 디뉴와 아스날의 에이스 유지우의 만남이었다.
“마르쿠스와 유의 만남이라니!”
“차세대 발롱도르 라이벌 간의 격돌인가?”
“그러기에는 유가 불리하지, 30-31시즌 후반기에 유럽에 없었으니까.”
“그게 무슨 이유가 되겠어, 결국 사람들이 보는 건 과정이 아닌 결과잖아.”
축구팬들에게 차세대를 대표할 선수들을 묻는다면.
파리생제르맹 마르쿠스 디뉴.
이 이름은 빠지지 않았다.
17세 올림피크 리옹에서 데뷔해 센세이셔널한 활약을 했고 1년 만에 파리 생제르맹과 국가대표에 합류.
19세에 월드컵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며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20세가 된 지금은 파리 생제르맹의 주전으로 리그를 지배하는 중이었다.
– 오오오오!
그때였다.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불리는 제라르 레오가 시상식장에 나타나자 모든 관심이 그쪽으로 쏠렸다.
“제라르!”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제라르 레오는 기자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한 뒤에 누군가를 보곤 그쪽으로 걸어갔다.
“역시 마르쿠스겠지?”
레알 마드리드와 자주 링크가 되는 마르쿠스 디뉴에게 가는 것으로 보였다.
마르쿠스 디뉴는 제라르 레오가 자신에게 오는 것으로 보이자 어깨에 힘이 들었고,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휘-익.
제라르 레오는 그냥 지나쳐버렸다.
모두가 당황했고 제라르 레오가 간 곳은.
“이곳에서 널 볼 줄 알았어! 반갑다!”
유지우가 있는 곳이었다.
두 선수가 만나는 그 장면을, 취재진들은 놓치지 않았다.
“…마르쿠스 패싱인가?”
“그런데 유랑 제라르, 두 선수가 친했어?”
“A매치에서 한 번 만난 게 전부잖아.”
“대체 어떤 인연이지?”
사람들의 궁금증이 폭발했다.
“반갑습니다.”
유지우는 제라르 레오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프리미어리그 생활은 괜찮고?”
“이제 적응됐습니다.”
“라리가로 오지 그랬어, 그랬으면 더 자주 봤을 텐데.”
“마드리드는….”
“마드리드 말고 다른 곳, 네가 빅클럽에 가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거든.”
“그걸 아셨어요?”
“빅클럽이랑 싸우고 싶어 한다는 건 플레이로 전해졌지, A매치에서 그렇게 죽을 각오로 덤비는 녀석은 없었으니까.”
제라르 레오는 여전히 유지우의 플레이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말이 이어지자 웅성거리는 소리도 커졌고 유지우는 빠르게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사람들이 점점 몰리네.’
슬쩍 가고 싶다는 눈빛을 보냈지만, 눈치를 챘는지 못 챘는지 제라르 레오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말이야….”
그러더니 갑자기 투머치토커가 되어버렸다.
자신의 일대기를 설명해주는데 곧 시상식이 시작된다는 말이 유지우를 살렸다.
“이럴 게 아니라 끝나고 우리 가족이랑 같이 저녁 먹을래?”
하지만 제라르 레오는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이따가 상황 보고요.”
“그래! 그러자!”
시상식장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어딘선가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취재진이나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보다는 뭔가 기분이 나쁘다고나 할까.
‘응?’
시선을 돌린 그곳엔 마르쿠스 디뉴가 있었다.
마르쿠스 디뉴는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해 있었다.
제라르 레오가 자신을 무시하고 유지우에게 먼저 말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적대감이 올라왔고 죽일 기세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 유지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저렇게 쳐다봐, 눈 튀어나오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