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68)
필드의 외계인-168화(168/404)
제168화
[아스날 1 – 0 풀럼]차이가 벌어졌음에도 풀럼은 쉽사리 라인을 올리지 못했다.
한순간이라도 뒷공간이 열리면 역습을 당해 실점할 것 같은 공포 때문이었다.
‘…젠장.’
풀럼 감독은 입술을 잘근 씹었다.
텐 백을 구성해서 막아보려고 했던 아스날의 공격이 예상보다 더 날카로웠다.
무엇보다 자신이 짠 전술을 산산이 쪼개는 아스날의 크랙, 유지우의 존재감이 엄청났다.
화려, 치명, 압도.
이런 단어가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 유지우의 플레이는 인상적이었다.
전반기에도 봤지만, 보면 볼수록 성장하는 느낌.
뻐—엉!
잠시 뒤, 혼자 두 명의 선수를 제친 뒤에 킬패스를 찌르며 아드리안 로마오에게 밀어줬지만,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 장면을 본 풀럼 감독은 유지우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괴물이군, 괴물이야.’
괴물 그 자체였다.
[리드를 잡아가는 아스날! 풀럼이 좀처럼 라인을 올리지 못합니다!] [이미 아스날이 한 골을 넣었기 때문에 풀럼이 계속 저렇게 내려앉아 있으면 아스날은 경기를 풀어가는 게 더 쉬워질 겁니다. 풀럼 감독의 머리가 상당히 아프겠어요.]이 말대로였다.
아스날은 이대로 경기가 정체되더라도 손해 볼 것이 없었다.
“계속해서 두들겨!”
그러나 폴 사르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멈출 생각이 없었다.
철저한 공격 축구.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라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공격을 요구했다.
그 결과.
철렁.
풀럼의 골망이 또다시 흔들리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반 종료 직전!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패스를 받은 마틴 그라임스가 득점을 터트립니다—!] [원터치 패스와 원터치 슈팅! 아스날이 전반전에만 두 골을 넣으며! 2 – 0 리드를 가져갑니다!].
.
.
후반전이 되자 풀럼은 내려앉은 라인을 올려 공격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아스날은 후반전에 풀럼이 점수를 좁히기 위해 라인을 올릴 거라는 걸 예측한 터라 대책을 세워 그들을 막았다.
[데릭 레드먼드의 강한 몸싸움! 볼을 탈취한 뒤에 전방으로 길게!]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가슴 트래핑으로 떨군 뒤, 감각적인 백힐로 유지우 선수에게 밀어줍니다!]두근.
두근.
사람들은 유지우가 볼을 잡자 묘한 기대감에 사로잡혔다.
‘이번에는 어떤 걸 보여줄까.’
볼을 잡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주는 선수가 과연 전 세계에 몇이나 될까.
타다닷-!
유지우는 그러한 기대감을 등에 업고 드리블을 시작했다.
두 명의 선수가 에워싸자 스피드를 올려 사이를 뚫고 나갔고 그다음으로 앞을 막은 선수는 넛맥으로 제쳐냈다.
[부드럽습니다! 마치 물고기가 헤엄을 치듯! 부드러운 드리블! 풀럼이 유지우 선수의 드리블을 막지 못합니다!]최고의 테크니션.
그의 드리블이 끝나는 지점은 풀럼의 골대 앞이었다.
아드리안 로마오가 수비수를 끌어당기며 유지우가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줬고.
툭.
비어있는 공간으로 볼을 쳤다.
그걸 본 골키퍼가 달려 나오며 슬라이딩을 해봤지만.
투-웅.
유지우는 침착하게 칩샷으로 골대 안으로 볼을 집어넣었다.
골망이 흔들리자 울려 퍼지는 응원가.
유지우는 아스날 메인 서포터즈 석으로 슬라이딩 세레머니를 하며 모두를 열광시켰다.
3 – 0.
이 골은 풀럼의 추격 의지를 꺾는 동시에, 오늘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 골이었다.
* * *
60분.
점유율도 아스날이 74 vs 26으로 리드하며 풀럼은 모든 면에서 밀렸다.
유지우는 꾸준히 필드 곳곳을 돌아다니며 빌드업에 관여했다.
“크리스티안! 왼쪽으로 조금 더 이동해서 마틴이랑 좁혀.”
유지우가 이렇게 실시간으로 라인을 움직일 수 있는 것도 폴 사르가 권한을 줘서 가능했다.
‘필드 위에서 일어나는 변칙적인 상황에선 수비는 데릭과 솔이, 그리고 공격은 유와 크리스티안이 통솔해라.’
감독이 보내는 신뢰에 선수는 결과로서 답을 보냈다.
퍼—억!
경기를 흔드는 유지우가 볼을 잡자 풀럼은 몸싸움하며 거칠게 압박도 해봤지만.
툭.
여유롭게 패스를 돌리며 풀럼의 압박을 벗어났다.
“붙는다! 조심!”
프리롤.
전 포지션을 돌아다니며 지시를 내리는 유지우를 보며 관중들 몇몇은 감탄했다.
“…무슨 체력이 저렇게 좋아?”
“전반기에서도 느꼈지만, 유가 있으면 경기력 자체가 달라지는 거 같아.”
다른 선수들의 부담을 줄여주며 본인이 한 발 더 뛰려는 모습.
게다가 최전방에서 최후방까지 전력 질주해서 위험을 막아내는 태클까지 보여주자.
짝짝짝짝짝!
아스날 홈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
.
.
답답함이 풀럼 산수들의 몸을 짓눌렀다.
어떻게든 답답함을 날려 반격을 해야 했지만, 경기가 풀리지 않자 필드 위에서 신경질을 부렸다.
“꺼져!”
특히 유지우를 향한 신경질이 엄청났다.
삐—익!
연신 울리는 휘슬.
풀럼 선수들은 유지우를 넘어트리는 데 혈안이 됐다.
[유지우 선수를 향한 집중 견제가 심해졌습니다.]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렇게 거칠게 막을 필요가 없었는데요.]태클이 필요 없는 상황에서의 태클.
계속되는 트래쉬 토크.
이건 경기 중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아스날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고 더 집중했다.
그러다가 사건이 벌어졌다.
풀럼이 아스날의 공격을 막아낸 후, 역습 전개를 위해 아스날 진영으로 롱패스를 보낸다는 게 다소 길었다.
[존 머셔가 따라가 보지만, 패스가 너무 깁니다!]패스 방향은 아스날 벤치 쪽이었다.
정확하게는 라인에 서 있는 폴 사르 쪽으로 향하는 패스.
“흐음.”
폴 사르는 날아오는 볼을 가만히 봤다.
라인 아웃이 되는 볼이었고 잡아주지 않았다.
굳이 잡아줄 의무가 없었으니까.
그걸 본 달려오는 선수가 이를 악물고 폴 사르의 옆을 지나가며 어깨를 부딪쳐버렸다.
그것도 엄청난 강도로.
“으윽!”
폴 사르가 넘어지자 아스날의 이성의 끈은 ‘뚝’ 하고 떨어졌다.
* * *
“저 미친 새끼가!”
“저 새끼 잡아!”
“감히 누굴 건드려!”
감독을 향한 공격.
그건 곧 클럽을 향한 공격과도 마찬가지라 모두가 흥분했다.
벤치에 있던 그 착한 스티븐 하머가 제일 먼저 나서서 멱살을 잡을 정도였으니까.
[아아아아아-! 이게 무슨 일인가요! 풀럼의 존 머셔 선수가 폴 사르 감독과 충돌합니다!] [느린 화면으로 봐보십시오, 명백하게 존 머셔가 어깨로 밀어버렸습니다. 이건 고의입니다! 고의!]이건 존 머셔의 잘못이 100%였다.
그런데 여기서 사람들의 화를 돋우는 장면이 나왔다.
잘못을 한 풀럼이 오히려 아스날을 몰아붙이는 모습이었다.
물론.
“야! 그만해!”
“뭘?”
“네가 먼저 실수한 거니까 얼른 사과드려!”
말리는 선수도 있었다.
풀럼 주장은 일이 커지기 전에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이미 일은 커질 대로 커진 뒤였다.
풀럼 선수들은 존 머셔를 보호하며 뒤로 빼면서도 아스날 선수들을 향한 욕설은 멈추지 않았고 거기서 선을 넘어버렸다.
“저딴 것도 감독이라고 지켜주냐?”
존 머셔의 말.
그 말을 듣자 풀럼 주장은 이마를 짚으며 포기했다.
수습하기엔 늦은 거였다.
본인을 욕하는 건 참아도 감독을 욕하는 건 못 참는 게 정상이었다.
“너희는 빠져!”
“카드 받을 수도 있으니까!”
열받은 코치진들은 선수들을 밀어냈다.
혹시라도 여기서 카드를 받게 되면 경기에 지장이 있을까 봐 본인들이 나서겠다는 뜻이었다.
유지우는 뒤에서 슬쩍 떨어져 폴 사르를 봤는데.
슬쩍.
손가락 사이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던 눈과 마주쳤다.
‘……?’
찡긋.
그리곤 윙크를 하더니, 다시 뒹굴거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내 어깨야! 이러다가 시즌 아웃되겠네! 아이고—–!”
유지우는 연기하는 폴 사르를 보고 속으로 웃음을 지었고 겉으로는 걱정하는 눈빛을 장전한 채.
“감독니—임!”
메소드 연기를 시작했다.
두 사람의 연기에 아스날 선수단은 더욱더 열을 받았고 폴 사르에게 충돌한 선수에게 다가가 욕을 퍼부었다.
손찌검까지 하려고 하자 상대 벤치에서도 난입했다.
“여기까지만 하죠.”
“뭘 그만합니까? 우리 감독님 쓰러져 있는 거 안 보입니까? 우리 선수들도 댁들 감독한테 똑같이 해볼까요?”
“그런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것이 아스날입니다! 우리의 수장을 건드린 것이 어떤 의미인지 똑똑히 보여줄 생각입니다!”
폴 사르 감독도 한 성깔 하는 감독이지만, 코치진들도 만만치 않았다.
평소에 온순한 곰 같던 사람들이 갑자기 불곰으로 변해 다 찢어버리려고 했다.
그때였다.
불곰 대장이 나타난 것은.
스윽.
“머리가 탐스럽네.”
퍽!
“깨버리고 싶게.”
선수들이 말리는 걸 제압하고 도착한 데릭 레드먼드가 존 머셔의 뒤통수를 잡아끌며 두 선수의 이마가 충돌했다.
“으윽-!”
강한 충격에 존 머셔는 이때다 싶은지 드러누워 버렸고 주심이 휘슬을 불며 달려왔다.
삐—익!
주심은 존 머셔와 데릭 레드먼드에게 레드카드를 꺼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도 존 머셔는 항의했다.
“제가 왜요? 제 진로를 방해한 건 저쪽 감독이잖아요!”
“…내가 두 눈으로 봤는데도 그런 말이 나오나?”
제3자, 아니 길 가던 똥개가 봐도 고의성 100%의 충돌.
존 머셔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정상이었다.
[아! 두 선수가 나란히 퇴장이 선언됩니다! 데릭이 좀 참았으면 좋았을 텐데요!] [데릭의 성격상 그런 게 안 되죠, 본인이 당한 건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동료가 당할 때는 누구보다 분노를 토해내는 것이 데릭 레드먼드입니다.]데릭 레드먼드는 쓰러진 존 머셔를 내려다봤고 그 포스에 풀럼 선수들은 주눅이 들었다.
“축구선수라는 것들이 실력이 안 되니까 다른 쪽으로 머리를 굴려? 그런 식으로 할 거면 필드가 아니라 링으로 올라가서 주먹질이나 해, 머저리들아.”
“…….”
“필드 더럽히지 말고.”
데릭 레드먼드의 포스에 누구도 말을 잇지 못했다.
아스날 선수들은 풀럼을 죽일 듯이 노려봤고 데릭 레드먼드는 퇴장을 명령받아 필드를 나가면서 선수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저것들이 누굴 건드렸는지 제대로 보여줘! 만약 여기서 끝내면 다 나한테 죽을 줄 알아!”
아스날 선수들의 눈빛은 달라졌다.
데릭 레드먼드의 퇴장.
아스날 선수들의 분노는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그렇게 퇴장하는 데릭 레드먼드를 향해 홈팬들은 야유가 아닌 환호를 보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데릭! 역시 너다워!”
“내가 이래서 널 좋아하는 거야!”
“평생 아스날에 남아줘!”
이례적인 일이었다.
퇴장당한 선수에게 환호를 보내는 홈팬이라니.
나가는 데릭 레드먼드를 보고 유지우가 말을 걸었다.
“굳이 데릭까지 퇴장당할 필요는 없었어요.”
냉정하게 생각하면 데릭 레드먼드의 행동은 불필요한 행동이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어째서 이런 행동을 했는지.
그 말뜻을 알아들은 데릭 레드먼드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유가 궁금해?”
“말해주기 싫으면 안 해줘도 돼요.”
“아스날이 어떤 팀인지 보여줘야 했거든.”
“……?”
“작년에 우린 항상 패배자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어. 그래서인지 유독 우리에게 태클을 더 심하게 걸어오는 팀이 많았지. 하지만 이제는 달라.”
데릭은 그렇게 말하고 씩 웃었다.
“누구든 아스날을 건드리면 X되는 거야.”
그 대답에 선수들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데릭 레드먼드는 함성을 받으며 필드 밖으로 나갔다.
“정말 못 말린다니까.”
“성격이 많이 여려졌어.”
“…저게 여려진 거예요?”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스티븐 하머가 벤치로 가다가 말했다.
“진짜 20대의 데릭이었으면 쟤 걸어서 못 나가.”
지금은 아스날의 주장이 된 사나이.
하지만 그의 데뷔 시절을 보면 악동도 이런 악동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족을 욕한 상대 팬에게 날아 차기를 한 건 지금도 여러 짤로 만들어질 정도였다.
“100% 병원에 실려 갔을걸.”
스티븐 하머가 가리킨 곳에는 항의하다가 수많은 야유를 받으며 필드를 나가는 존 머셔가 있었다.
바닥에 침을 뱉으며 걸어가던 그는 갑자기 비틀거리며 쓰러질 뻔했다.
그걸 본 스티븐 하머는 아무렇지 않게.
“아, 이미 뇌진탕 와서 병원 가려나. 하긴 그 돌머리랑 부딪쳤는데 멀쩡한 게 이상하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며 벤치로 가는 스티븐 하머를 보고 유지우와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서로를 바라보곤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재미있는 클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