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69)
필드의 외계인-169화(169/404)
제169화
북런던 이슬링턴 거리.
펍이 즐비한 메인 스트리트는 축구 열기로 가득했다.
아스날의 엠블럼이 새겨진 클럽 깃발이 거리 곳곳에서 휘날렸고 가게에 자리가 없어 거리에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스날 vs 풀럼.
가게 안은 후반기 첫 경기이기도 해서 술 한잔하면서 보는 사람이 많았다.
경기를 한껏 집중해보던 사람들은, 존 머셔가 한 행동을 보곤 열불을 토해냈다.
“저 빌어먹을 존!”
“폴을 건드렸다고? 드디어 미친 건가?”
“쟤는 전부터 정이 안 가, 토트넘에 있을 때도 미친 짓 많이 하더니 안 변했네.”
“내가 저놈 불륜 저지를 때부터 사람새끼 아니라고 생각했어.”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자 같이 분노했고 데릭 레드먼드의 행동에는 같이 열광했다.
“하하하하! 시원하군!”
“저게 데릭의 매력이지! 이봐! 존, 맥주 한 잔만 더 줘!”
“알았어.”
“잠깐, 그러고 보니 자네 이름도 존이네?”
“…저 새끼랑 같은 이름이라니, 기분이 더러워.”
“이거 사상 검증이라도 한 번 해야 하는 거 아냐?”
“아스날 만세! 자, 이제 맥주 가지고 자리에나 앉아.”
데릭 레드먼드가 퇴장당해 나갈 때는 펍 안의 모두가 박수와 환호를 보내줬다.
– 데릭! 데릭! 데릭! 데릭!
그렇게 다시 시작된 경기.
10 vs 10으로 이어지는 경기에서 아스날은 라인을 끝까지 올렸다.
“레이턴이 저기까지?”
“라인을 저렇게 올려도 돼?”
최종 수비수는 아무리 많이 올려도 하프라인까지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하프라인을 넘어 풀럼 진영까지 라인이 올라와 있었다.
아예 반코트 게임으로 풀럼을 두들겨 패겠다는 의도가 담긴 배치였다.
열받은 선수들.
분노를 플레이로 표현하고자 했고, 그들의 간절함이 담긴 볼은 유지우에게 전해졌다.
“가라 유!”
펍에서 보는 사람들은 유지우가 볼을 잡자 술을 마시는 것도 잊고 화면에 집중했다.
가볍게 발등으로 치며 시작한 드리블.
펍 안은 유지우의 응원가로 들썩였다.
풀럼 선수들 셋이 동시 압박을 하며 유지우에게 돌파를 허용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유지우는 라크로케타로 압박을 제쳐냈다.
[볼이 발에 붙어 있는 라 크로케타! 유가 세 명의 선수를 돌파하며 측면을 달립니다! 일제히 들어가는 아스날!] [한 번 속도가 붙으면 유를 잡을 수 있는 선수는 프리미어리그에 존재하지 않습니다!]현지 해설이 들려왔고 사람들이 감탄하는 장면이 이어서 나왔다.
마치 유지우가 블랙홀처럼 상대 선수를 끌어당겼기 때문이었다.
도저히 보이지 않는 길.
그 길을 본 유지우는 제자리에 멈춘 상태에서 볼만 툭 찍어 차며 수비벽을 아슬아슬하게 넘기는 로빙 패스를 보냈고, 아드리안 로마오가 침투했다.
[아드리안! 아드리아—-안!]전반기에 많은 득점을 올린 아스날의 공격패턴.
풀럼이 이것을 놓칠 리가 없었다.
아드리안 로마오를 경계하던 센터백은 거친 몸싸움으로 볼을 잡는 걸 방해했다.
[아드리안 로마오에게 몰린 압박! 이대로 슈팅까지 연결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골키퍼가 나오자 사람들은 득점에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드리안 로마오는 헤딩으로 볼을 골대가 아닌 옆으로 떨어트렸다.
타다다다다닷-!
그곳엔 어느새 수비수를 따돌리며 들어오는 유지우가 있었다.
완전히 비워진 골문.
아드리안 로마오가 헤딩으로 떨군 볼이 살짝 길긴 했지만, 문제가 될 건 없었다.
꽉.
센터백이 손을 뻗어 유니폼을 잡았고.
‘이 정도면… 닿는다!’
유지우는 볼과 거리를 계산하며 몸을 날렸다.
발끝으로 볼을 건드리는 데 성공했고 볼은 골대 안으로 굴러갔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펍을 비롯해 거리 일대는 함성으로 진동했다.
그리고 골을 넣은 유지우는 세레머니를 하지 않았다.
골대 안에 들어간 볼을 꺼내서 하프라인으로 달려갔다.
[이것으로 4 – 0! 아스날이 후반기를 시작하면서 폭발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 누구도 아스날의 공격력을 무시할 순 없습니다! 그리고 이것으로! 리그 29번째 공격 포인트를 세우는 유! 30번째 공격 포인트까지 하나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 *
“제발….”
20분이 흘렀다.
그리고 풀럼 감독은 머리를 감싸 쥔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전광판에 적힌 스코어 때문이었다.
[ 아스날 9 – 0 풀럼 ]5점을 추가로 뽑아내는 데 필요한 시간은 고작 20분이었다.
즉, 한 골을 넣는 데 4분밖에 안 걸렸다는 소리였다.
걷잡을 수 없이 차이가 벌어졌음에도 아스날 선수들의 눈은 더욱더 빛났다.
본인들의 감독을 건드린 것을 제대로 갚아주겠다는 듯이 공격하고 또 공격했다.
이러한 결과에 관중들은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무슨 템포가 이렇게 빨라? 무슨 농구 경기인 줄 알았어.”
“…잠깐. 유가 지금 2골 넣었지?”
“응, 어시스트는 3개.”
“공격 포인트도 30개 돌파했어.”
한 경기 5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총 32개의 공격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총공격 포인트 2위인 오스마르 토레스와는 9개의 격차를 만들었다.
“…진짜 외계인 맞네.”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에 진짜 50개 공격 포인트 채우는 거 아니야?”
사람들의 기대는 이제 유지우가 시즌 종료까지 몇 개의 공격 포인트를 달성할지에 있었다.
“우리 정말 UEFA 출전권 딸 수 있는 거지? 이번에는…. 정말로?”
아스날의 긴 암흑기.
UEFA 대륙컵에 출전한 것도 5년 전의 일이었다.
그래서 기대가 됐다.
이번 시즌 아스날의 성적이라면 유로파가 아닌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딸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생겨났다.
“다른 녀석들도 미쳤어. 아드리안은 해트트릭이고 마틴도 두 골, 그리고 크리스티안이 한 골, 레이턴이 세트피스에서 한 골.”
아스날의 공격력이 폭발했다.
차이는 도저히 수습 불가능할 정도로 벌어졌고 풀럼 원정 팬들은 아직 경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빠져나가는 사람이 많았다.
“10골 채우자!”
“풀럼 녀석들 꼬리 말고 도망치는 꼴 좀 보라지.”
선수들을 향한 팬들의 함성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패스를 받은 유지우는 측면에서 일부러 묘기를 선보였다.
명백한 도발이었다.
그걸 보복하려고 발을 뻗는 순간 유지우는 타이밍을 재곤 어깨 트래핑으로 볼을 상대 선수 얼굴에 갖다 박았다.
주륵.
새빨개진 얼굴과 흐르는 피.
상대 선수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노려봤고 유지우는 피식 웃었다.
“수비 잘하네.”
그 말에 상대 선수는 폭발하며 유지우의 멱살을 잡았다.
유지우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
온전히 멱살을 잡혀줬고 주심의 휘슬이 들려오자.
삐—익!
연기를 시작했다.
“제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치려고 했고 얼굴을 들이민 건 오히려 상대 선수예요.”
고의성이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절대로 눈치채지 못할 만큼 정교했다.
열받은 상대 선수는 카드를 받았고 잠시 후, 결국 분을 못 참고 유지우에게 백태클을 시도했다.
삐—익!
88분.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걸려 넘어진 유지우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맙다. 덕분에 10골 채우겠네.”
태클하고 넘어진 선수에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나가서 똑바로 봐, 우리 감독님을 건드린 대가는 아직 안 끝났으니까.”
카드를 이미 한 차례 받았던 선수는 경고 누적 퇴장으로 필드를 떠났다.
[가까운 거리에서 얻은 프리킥! 이 거리라면 득점을 기대해볼 만합니다!]프리킥은 왼발로 오른쪽 구석을 노리기 좋은 위치였다.
크리스티안 페레스와 유지우가 나란히 서 있었고 골키퍼는 살짝 왼쪽으로 밸런스를 옮겼다.
‘유가 찰 가능성이 높다.’
오른발잡이인 유지우가 찰 가능성이 높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놀라고 말았다.
유지우가 준비하는 위치가 오른발이 아닌 왼발이었다.
‘왼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아직 데이터가 확실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유지우가 왼발 프리킥도 일품이라는 것이.
철렁.
그것이 결과로 나타나자 아스날 홈은 지진이 온 것처럼 요동쳤고 오늘 경기 10번째 골이자 유지우의 리그 20호 골이 탄생했다.
.
.
.
삐익-! 삐익-! 삐—-익!
[풀럼에겐 악몽과도 같은 경기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아스날의 압도적인 경기력! 무려 10점을 득점하며 풀럼을 잔인하게 짓밟았습니다!]풀럼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들을 향해 아스날 홈팬들은 엄청난 야유를 퍼부었다.
그리고 잠시 후.
아스날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여기요! 여기!”
아이들은 가족들과 같이 손을 들어 선수들을 불렀다.
선수들은 유니폼을 벗어 아이들에게 선물로 줬다.
“재미있었어?”
“네!”
“다음 경기도 이길 거죠?”
“당연한 걸 묻고 있네.”
“리그 득점 선두 축하드려요! 이 기세로 득점왕까지 하셔야 해요?”
“최선을 다할게.”
“저희 또 초대해주실 거죠?”
“그럼, 조만간 또 보자.”
“병원은요?”
“내가 매달 한 번씩은 간다고 했잖아, 다음 주에 한 번 갈게.”
“약속한 거예요!”
오늘 리그 20호 골로 유지우는 오스마르 토레스와 3골의 차이를 만들며 득점왕 경쟁에서 치고 올라갔다.
그걸 아는 팬들은 응원가를 불렀다.
유지우는 자신의 응원가를 들으며 팬들과 함께 후반기 첫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 * *
【 아스날, 풀럼을 상대로 10 – 0 대승! 】
【 31-32 후반기의 시작, 그 주인공은 아스날! 】
【 아스날 우승을 향해 한 걸음! 】
승리 소식이 담긴 기사들이 쏟아지는 사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기사는 따로 있었다.
【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에 일어난 사고. 】
【 존 머셔, “난 그저 앞으로 갔을 뿐.” 】
폴 사르와 충돌한 존 머셔는 사과 한마디도 없었다.
플레이 중에 감독이 난입한 것이 문제라며.
하지만 어디로 봐도 플레이와 전혀 상관없는 라인 밖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게 괘씸했는지 폴 사르는 병원에 입원해버렸다.
【 폴 사르, 어깨뼈 골절로 병원행! 】
【 아스날 측, “풀럼에게 공식 사과를 요청한다.” 】
유지우는 폴 사르 감독이 병원에 있다고 해서 병문안이라도 가려고 했는데 집을 나서기 전, 전화가 왔다.
“네, 감독님.”
– “뭐 하고 있었어?”“저 감독님이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소리 듣고 병원에 가보려고요.”
– “안 와도 돼.”
“네?”
– “이거 다 쇼거든.”
쇼라는 소리에 유지우는 잠깐 당황했다.
그리곤 왜 그런지 단번에 눈치챘다.
“…아!”
존 머셔를 곤란하게 하겠다는 의도였다.
– “이제 눈치챘지? 그 자식 욕 좀 먹으라고 한 거니까. 내일까지 여기서 좀 쉬다가 집에 갈 거야.”
어차피 훈련은 내일모레 있어서 병원에 있는다고 문제 될 건 없었다.
“구단주님은 뭐라고 안 하세요?”
이어서 들려오는 대답은 유지우를 당황하게 했다.
– “응? 이거 구단주님이 지시하신 일인데?”
그 말을 듣고 유지우는 헛웃음을 지었다.
“…두 분 다 대단하십니다.”
이 기사가 나가고 존 머셔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해설가들도 사고를 다뤘고 연신 뉴스로 보도됐다.
은퇴한 레전드들이 모인 토크쇼에선.
“존 머셔의 행동은 프로의 행동이 아닌 아마추어의 행동이죠. 자기 분을 못 참고 상대 감독에게 이런 짓을 한다? 그러면 필드에 설 게 아니라 병원에 입원해야 합니다.”
존 머셔를 비판했다.
특히 아스날 레전드 출신인 티에리 앙리는 목소리를 높였다.
“프로도 사람이라 감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저런 식으로 표현하는 건 최악이죠.”
수많은 비난 여론이 생기자 다음 날, 프리미어리그 협회는 존 머셔에게 3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고 구단 내에서도 자체 징계를 내리겠다는 기사가 나오고 나서야 여론이 잠잠해졌다.
.
.
.
그 시각.
“안녕하세요.”
난 아버지 레스토랑에서 아스날 레전드이자 프랑스 축구 레전드.
티에리 앙리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