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71)
필드의 외계인-171화(171/404)
제171화
‘패배할 바에 죽음을 달라.’
강렬한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북런던 곳곳에 붙여졌다.
아스날의 홈.
토트넘의 홈.
두 스타디움의 거리는 겨우 6.4km로 조금만 움직여도 아스날의 영역, 토트넘의 영역으로 나뉘었다.
“너희 아스날 따위가 우리한테 이길 거 같아?”
“닭 모가지를 비트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어.”
“오랜만에 리그 상위권에 있다고 머리가 이상해졌나 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너희보단 멀쩡하지.”
같은 지역이고 홈과도 거리가 가까워 일자리로 겹치는 부분도 많았다.
“이게 아주 죽고 싶구나?”
“경기를 땅속에서 보고 싶다면 소원대로 해줄게.”
그래서 더비 매치가 성사되면 북런던 곳곳에서 충돌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특히 이번이 그 수위가 높았다.
암흑기였던 아스날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그동안 토트넘에 밀렸던 걸 갚아주자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경찰들마저 긴장 상태로 순찰을 평소보다 3배로 늘렸다.
“죽겠군.”
“북런던 더비 때는 비번인 녀석들도 다 비상 체제니까.”
“응? 대니, 너 옷에 묻은 피는 뭐야?”
물을 마시던 동료 경찰이 옷에 피가 묻은 동료를 보며 말했다.
“앰허스트 파크에서 소동이 있었어.”
“누가 다친 거야?”
“10대 스퍼스들이 유의 유니폼을 입은 구너 아이를 집단 구타를 하고 있었어.”
“오우.”
“미쳤군.”
“아이는 어때?”
“병원으로 데려갔고 치료 중.”
“때린 아이들은?”
“연행해서 조사 중.”
동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한 곳에서 커피를 마시던 한 남성이 벌떡 일어났다.
“대니 설마 네가 출동했다던 게 이거야?”
내민 휴대폰 화면에는 SNS가 보였다. 그리고 그 내용은 아이의 부모가 올린 내용이었다.
아이의 사진은 올리지 않고 아이가 입었던 유지우의 유니폼 사진을 올렸다.
갈가리 찢기고 곳곳에 피가 묻어 있는 사진이었다.
[방금 우리 가족의 하늘이 무너졌어, 어떻게 아이를 이렇게 만들 수 있는 거지? 스퍼스는 단단히 미쳤어….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일을 벌일 리가 없지.내 아들은 내가 두 달 전에 스토어샵에서 사준 유의 유니폼을 일상복처럼 입고 다녔어, 유는 아스날의 히어로라는 말을 하며 기뻐하던 얼굴이 아직도 선명해, 근데 스퍼스는 우리 아이에게서 히어로를 빼앗아 갔어.
스퍼스 아이들이 우리 아이를 집단으로 구타했고 아이는 의식이 있긴 하지만 충격을 받아 찢긴 유니폼을 끌어안고 계속 울기만 해.
자기가 약해서 유니폼을 지키지 못했다면서.
아스날 선수들이 이걸 보고 있다면 북런던 더비에서 우리 아들의 복수를 해줘, 제발 부탁이야.]
올린 지 겨우 10분밖에 되지 않은 글에 수많은 사람이 몰렸다.
사람들은 끔직한 일에 충격을 받았다.
[퍽킹! 스퍼스 놈들! 다 죽여버려야 해! 어떻게 아이들을 건드려?] [사람도 아닌 것들이 사람의 탈을 썼더니,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군. 금요일은 닭 모가지를 비트는 날이다!] [근본도 없는 놈들, 어떻게 아이를 때릴 생각을 하지?] [그런 녀석들은 감옥에 보내야 해.]그런데 아스날 팬들만이 그런 건 아니었다.
토트넘 팬들도 글을 남겼다.
[우리 아이들이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니! 정말 미안해.] [그딴 녀석들은 스퍼스가 아니야, 아이의 치료비는 우리 서포터즈들이 모아서 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해?] [구단에서도 이런 일은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봐, 팬이라고는 하지만 잘못된 일에는 엄격한 징계를 해야지만 올바른 팬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으니까.]축구에서 훌리건들끼리의 충돌은 비일비재했다.
알려진 것만 없지, 음지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는 세월이 지나도 숫자만 줄었지 변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도 그들이 지키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는 건드려선 안 된다.’
이번 사건은 이 암묵적인 룰이 깨진 거라 아스날 팬들은 더욱더 분노했고.
“야! 일 났다!”
아이가 폭행 됐다는 SNS를 본 남성이 토트넘 유니폼을 죄다 한곳에 모아서 불로 태우는 영상이 올라온 거였다.
제목은 ‘토트넘 사형식.’이었다.
유니폼을 불태운다는 건.
전쟁 선포와도 마찬가지였다
“…제발 아무도 안 다치고 무사히 넘어가길.”
그들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번 북런던 더비는 지난 북런던 더비와는 차원이 다를 거라는 것을.
* * *
시즌 두 번째 맞대결에 북런던은 들썩였다.
사고까지 벌어져 분위기는 전보다 더 뜨거워졌고, 영혼을 팔아서라도 이겨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엄청난 열기 속에서 아스날은 승리를 위해 상대 팀 분석에 열을 올렸다.
회의실 벽면에 걸린 대형 화면에선 토트넘의 경기 영상이 나왔다.
“흐음.”
토트넘은 현재 리그 6위였다.
4위에 들어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확보하고, 카라바오컵에서 우승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었다.
“12월에 거둔 5연승 덕분에 사기가 많이 올라왔을 겁니다.”
“토트넘이 5 – 4 – 1로 나올 가능성이 크겠네요.”
“네, 중앙 수비수가 측면으로 따라가는 빈도를 낮추려면 그 방면이 제일 나으니까요.”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뒷공간을 노리기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단순한 파이브백이 아니에요. 공격 시에는 3 – 5 – 2, 스리백으로 전환하며 양 윙백들이 최전방까지 올라옵니다.”
경기 영상을 보며 끊임없이 토론을 나눴다.
“확실히 눈에 띄는 선수가 있군.”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다.
“구스타보 무라라, 1월 1일에 토트넘에 합류한 선수입니다.”
“스포르팅 CP에서 좋은 선수를 데려왔군. 저런 재능을 지닌 선수라면 빅클럽들도 러브콜을 보냈을 터라 쉽지 않았을 텐데.”
“옵션을 포함해서 금액이 상당하다고 들었습니다.”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새롭게 토트넘에 합류한 구스타보 무라라였다.
“주력이 상당하군.”
“순간 스피드가 38km까지 나오는 선수입니다.”
“오.”
“그 정도면.”
“유와 약간 차이가 나는 정도인가?”
“유의 최고 스피드가 41km니 3정도 차이가 나는 거죠.”
“유를 겨냥하고 데리고 온 이적일 확률은?”
“30%는 있다고 봅니다. 주력으로 유를 따라잡을 확률이 있으니까요.”
포르투갈 리그에서 이름을 날리던 선수를, 토트넘이 막대한 자금력을 투입해 데리고 온 것이었다.
“탈압박이나 크로스 능력이 좋아, 후반기 3경기 중, 벌써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 중입니다.”
“윙백이?”
“네.”
“프리미어리그에서 통할 정도로 공격력이 좋다는 이야기군.”
토트넘전은 다른 경기보다 더 치밀하게 준비했다.
플레이 하나하나.
폴 사르 감독은 눈을 떼지 않았고 머릿속으로 계속 공략법을 찾았다.
10%의 가능성을 20%로.
20%의 가능성을 30%로.
그렇게 가능성을 높여갔고 마침내 수치가 80%가 되어서야 회의는 끝났다.
스태프들이 나가려고 할 때, 폴 사르가 스카우트 팀장을 불렀다.
“레오나르도 이적 건은 어떻게 진행 중이죠?”
아스날이 우승하기 위해서라도 즉시전력감의 영입은 필수적이었다.
특히 3선 미드필더의 영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해서 이탈리아 AC밀란에서 뛰는 레오나르도 세페와 접촉하고 있었다.
“이적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 중인데 주급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하아, 단장님은?”
“단장님이 연봉 협상을 위해 이탈리아로 가셨습니다. 빠르면 감독님이 원하시는 대로 1월 중에 팀에 합류할 예정입니다.”
“알겠습니다.”
현재 3선 미드필더는 메이슨 가벗과 솔 테일러, 이 두 선수가 주전이었지만, 두 선수 다 30대라 기동력이 떨어졌다.
수비력이 좋아 커버가 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3선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클래스 있는 선수가 한 명이 더 있어야 했다.
‘레오나르도.’
세리에A를 주름잡는 미드필더.
뛰어난 패싱력과 볼 보호 능력으로 빅클럽의 관심을 받는 선수라 선점이 필수적이었다.
“고생 좀 해주세요.”
“네.”
“그리고 그 선수는….”
아스날은 우승에 진심이었다.
그래서 우승을 위한 즉시전력감 선수를 한 명이 아닌 최소 3명을 겨울 이적시장에서 영입하고자 막대한 금액을 풀었다.
【 아스날 측, “몇 명의 선수를 컨택 중, 기대해도 좋다.” 】
* * *
북런던 더비를 앞둔 이틀 전.
구단 홍보팀은 몰려드는 인터뷰 요청에 내게 조심스럽게 의중을 물어봤고, 내가 흔쾌히 한다고 하자 인터뷰 일정을 잡았다.
“유, 간단한 인터뷰입니다. 늘 하시던 대로 하면 되니까 편하게 해주세요.”
“예.”
“질문지는 확인하셨죠?”
“예.”
“혹시라도 불편한 질문이 나오면 저희에게 사인을 주세요. 인터뷰는 중단시키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눈 뒤, 믹스트존으로 들어갔다.
아스날 엠블럼이 벽면을 장식한 곳에 기자들이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고, 난 단상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시작으로 인터뷰가 진행됐다.
사전에 배부한 순서대로 기자들이 일어나서 질문했고 5분은 금방 지나갔다.
“유, 10-10클럽에 가입하고 벌써 리그 20호 골을 넣으며 득점왕 페이스라고 보는 시선이 많은데요. 본인이 득점왕을 차지할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직 뭐라 확답을 드리긴 이르지만, 50%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그게 제 목표는 아닙니다. 저의 긴 목표에 득점왕은 하나의 조각이니까요.”
리그 우승.
챔피언스리그 우승.
더불어 트레블까지.
그 길을 가는 데에 득점왕은 퍼즐 조각 중 하나일 뿐이었다.
“런던 스포츠의 리차드입니다. 현재 유의 성적이 리그 20골 13어시스트, 컵 대회 1 어시스트를 해서 총 34개의 공격 포인트를 세우고 계시는데요. 50개의 공격 포인트를 넘기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건 전부터 꾸준히 나온 이야기였다.
내가 30개 공격 포인트를 넘기고 나서 그 질문이 유독 많아졌다.
한 시즌 50개 공격 포인트.
유럽 리그에서 이 기록을 넘기는 선수는 한 시즌에 많아도 10명이 되지 않았다.
“매 경기 하나하나 쌓아나가면 언젠가 넘기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후에도 여러 질문이 나왔다.
하나하나 준비한 답변을 했고 제일 중요한 질문이 나왔다.
“얼마 전에 아스날의 팬이 폭행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얘기가 왜 안 나오나 했다.
구단 홍보팀이 사전에 뽑아준 질문지에도 있던 질문이라 답변은 생각해뒀다.
“정말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었죠.”
끔찍한 일이었다.
아이를 그렇게까지 때리다니.
적어도 한 달은 병원에서 지내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서 모두가 분노했다.
“팬 여러분.”
분노를 참고 카메라를 보고 말했다.
“스퍼스 5명이 아이 한 명을 때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모두 분노했습니다. 우리를 무시해 벌어진 사건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불과 얼마 전까지 암흑기에 빠져 중하위권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으니까요.”
“…….”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
“그들은 건드려선 안 되는 것을 건드렸고, 저를 비롯해 아스날 전원은 이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전에 폴 사르 감독님이 상대 선수에게 밀려 넘어졌을 때, 데릭 레드먼드가 퇴장당하며 한 말을 꺼냈다.
“누구라도 아스날을 건드리면 X 된다는 걸.”
내 입에서 거친 말이 나오자 기자들은 당황했으나 눈을 빛내며 기사를 썼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난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감히 북런던의 주인을 건드린 대가는 필드 위에서 톡톡히 치르게 될 겁니다.”
북런던의 주인.
이 말은 토트넘 팬들의 역린을 건드리는 말이었다.
구단 역사상 북런던에 더 오래 있었던 건 토트넘이었기에, 그들은 북런던의 진정한 주인은 자신들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내가 한 말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그러게 잘 좀 하지.
왜 우리 애를 건드려.
내가 한 말은 그렇게 기사화되어 보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