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74)
필드의 외계인-174화(174/404)
제174화
【 Live) 카라바오컵 4강 1차전 / 아스날 3 – 0 토트넘, 진행 중. 】
아스날과 토트넘의 경기가 진행되는 시간은 한국 기준으로 늦은 시각이었지만, TV 앞에 모여든 시청자들 덕에 새벽에도 열기로 가득했다.
오늘 경기도 수많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유지우가 백태클을 당해 실려 나가자 채팅창은 불이 붙었다.
– 지우 부상당한 줄 알고 내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어 ㅠㅠㅠㅠㅠㅠㅠ
– 구스타보 새끼 ㄷㄷ 암살 파티 구합니다.
– 웃으면서 들어오는 거 보니까 내 마음이 편안해지네.
– 근데 이렇게 되면 게임 끝난 거 아니야?
– 왜?
– 11 vs 10의 싸움이잖아, 점수 차이도 3 – 0으로 벌어졌고.
– 듣고 보니 그러네.
– 토트넘이 파이브백을 포기할 리가 없고…. 봐봐, 중원에 제임스 빼고 라이언 집어넣었잖아.
– 그 새끼를?
– 유를 잡을 주력을 가진 선수는 구스타보를 제외하면 라이언 아일링이 유일하잖아.
– 또 교육받으려고 나온 거야? 리그 8라운드 때 우리 지우한테 당한 뒤로 슬럼프 오지 않았어?
토트넘 홋스퍼는 파이브백을 포기할 클럽이 아니었다.
그래서 중앙 미드필더 한 명을 빼고 왼쪽 윙백인 라이언 아일링을 기용했다.
– 지우가 웃으면서 들어오네?
– 저럴 때 지우는 미친 플레이를 보여줄 때가 많음.
– 그걸 어떻게 알아?
– 아르헨티나에서 뛴 영상 보면 저런 미소 보일 때마다 미친 공포 생산력을 보였었어.
– 후반 기대해도 돼?
아르헨티나 때부터 유지우를 아는 사람들은 그 미소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 기대해도 돼, 저 미소를 짓는 갓지우는 마법을 부리니까.
* * *
유지우가 필드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놀란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유? 그런 태클을 당했는데 멀쩡한 거야?”
“부상 아니지?”
“유—! 필드로 돌아올 줄 알았어!”
“네가 부상이었으면 우리 전부 토트넘 녀석들 다 뒤엎으려고 했다고!”
– 와아아아아아!
유지우는 걱정한 팬들에게 손을 들며 괜찮다는 걸 어필했다.
그렇게 필드에 자리를 잡은 선수들.
삐—익!
후반전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토트넘의 킥오프로 시작되는 후반전! 토트넘은 5 – 3 – 1로 변화를 줍니다!] [제임스 체스턴이 나가고 라이언 아일링이 들어왔습니다. 유지우 선수를 견제하기 위한 기용으로 보이네요.]그 말이 맞았다.
토트넘의 공격 기회인데도 불구하고 라이언 아일링은 유지우 근처에서 맴돌았다.
으득.
지난 리그 8라운드에서 유지우에게 당했던 기억이 떠올라 라이언 아일링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유지우에게 집중했다.
‘지난번처럼 당하지는 않아.’
그 경기 후에 라이언 아일링은 수많은 욕을 먹었다.
심지어 감독까지 라이언 아일링의 행동을 비판하며 로테이션 멤버로 내린 뒤, 구스타보 무라라를 영입할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그는 오늘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다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며 감독의 신임을 받기 위해서.
퍼—억!
지난 경기, 자신에게 치욕을 안겨준 유지우를 철저하게 마크했다.
[라이언 아일링이 유지우 선수에게 가는 패스를 걷어냅니다!] [아주 차분한 모습입니다. 유지우 선수가 볼을 잡으면 어떤 마법이 펼쳐질지 모르니, 사전에 볼을 잡지 못하게 차단하는 건 영리한 선택이죠.]유지우가 달리면 따라서 달리고.
유지우가 멈추면 따라서 멈췄다.
감정에 앞서지 않고 생각하면서 플레이를 했고 유지우에게 어떤 기회도 주지 않으려고 집중했다.
토트넘 팬들조차 사고를 치지 않고 침착한 라이언 아일링을 보며 놀랄 정도였다.
“라이언이… 머리를 써…?”
“그러니까. 뭔가 조용하지 않아?”
“응, 평소랑 뭔가 달라. 시작할 때부터 상대 신경 긁던 놈이 저렇게 침착할 줄이야.”
다혈질에 입이 거친 선수.
상대 선수와 트러블을 일으키며 ‘카드 수집가’로 유명한 선수인데, 오늘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촤—악!
라이언 아일링이 차분하게 수비에 가담하며 위험지역 밖으로 깔끔하게 볼을 클리어링하는 장면에 관중들은 자신도 모르게 작게 감탄했다.
“뭐가 됐던 라이언!!! 유를 뭉개버려!”
볼이 나간 사이에 라이언 아일링이 유지우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은 네 마음대로 안 될 거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네.”
플레이가 막힌 건 단 한 번.
아직 시간은 차고 넘쳤다.
잠시 후, 길을 찾은 유지우는 순간적인 가속도로 라이언 아일링의 압박을 벗어나며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와 볼을 요구했다.
“패스해!”
유지우는 두 손으로 강하게 볼을 달라고 했고, 그 모습을 본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홀린 듯 패스를 했다.
타다다닷-!
유지우가 볼을 잡기 전에 라이언 아일링이 전력 질주를 하며 유지우에게 바짝 붙으려고 했다.
‘세 걸음 이상 벌어지지 마.’
감독의 지시를 머릿속에 새긴 라이언 아일링은 유지우의 움직임에만 집중했다.
등을 진 상태.
유지우는 라이언 아일링과의 거리를 계산하며 볼이 오는 방향으로 오른발을 뻗었다.
툭.
볼은 발에 맞고 굴절되어 라이언 아일링의 왼쪽으로.
그리고 유지우는 오른쪽으로 돌아나갔다.
– 오오오오오오오!
라이언 아일링은 유지우의 유니폼을 잡아끌며 막아보려고 했지만, 균형을 잃으며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감각적인 퍼스트 터치! 저런 퍼스트 터치가 아르헨티나에서부터 단련된 유지우 선수의 장점이죠!] [네! 화려한 개인기도 개인기이지만! 유지우 선수의 강점은 저런 컨트롤이죠! 저렇게 컨트롤할 수만 있다면 생각한 플레이를 하기 쉬워집니다!]유지우의 화려한 모습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모르는 부분이 있었다.
그건 바로 ‘컨트롤’이었다.
볼을 다루는 능력은 최고라고 할 만큼 뛰어났다.
어릴 적부터 다져진 탄탄한 기본기.
볼은 발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태클을 당했을 때는, 모두가 부상을 당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유지우 선수는 그런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 달립니다!]전반 종료 직전에 당한 태클은 아무런 영향도 없다는 듯, 유지우는 폭발적인 속도로 측면을 내달렸다.
센터백이 내려오며 빈 곳으로 백업을 했으나.
투-욱.
유지우는 센터백의 의도를 역으로 찌르며 중앙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리곤 고개를 들어 선수들의 위치를 파악했고, 이내 선수들이 일제히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툭.
유지우가 노룩으로 찌른 패스가 토트넘의 수비진의 타이밍을 빼앗고 수비 사이로 지나갔다.
“아드리안!”
아드리안 로마오가 유지우의 포지션인 오른쪽으로 내려오면서 볼에 시선을 고정했다.
볼을 잡고 슈팅으로 연결할 수도 있었으나 수비수들에게 혼란을 주며 원터치 백힐로 리턴을 내줬다.
[아드리안의 리턴 패스—! 유지우 선수가 들어가는 앞으로 센스 있게 연결합니다!]패스 경로를 예측한 센터백이 유지우에게 몰렸지만.
– 오오오오오!
유지우는 볼을 흘리며 센터백들의 압박을 피했다.
센터백들이 패스가 간 곳에 시선이 팔린 사이.
타다다닷-!
그는 수비수 틈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그 덕분에 볼이 흐른 곳으로 들어오던 마틴 그라임스는, 압박하는 선수보다 한발 먼저 볼에 도달할 수 있었다.
투-욱.
그리곤 유지우를 향해 원터치로 밀어준 패스.
골키퍼가 달려 나오며 슬라이딩을 했으나.
툭.
유지우는 골키퍼의 몸만 넘기는 칩샷을 시도했고 볼은 빈 골대 안으로 굴러갔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오늘 경기 두 번째 골이자 아스날의 네 번째 득점을 올리는 유지우 선수! 아스날 에이스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줍니다!]4 – 0.
‘아스날스러운’ 득점으로 차이를 더 벌리는 데 성공했다.
* * *
60분.
70분.
토트넘은 어떻게든 한 점이라도 쫓아가려고 했으나 아스날의 수비를 뚫지 못해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제이미!”
그래서 제이미 포든은 라인을 내려 2선 미드필더처럼 플레이했다.
그렇게 장점인 측면 빌드업으로 슈팅을 만들어보았지만, 골대를 벗어나거나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막혔다.
[아스날의 벽을 넘지 못하는 토트넘!] [오늘 수비가 미쳤습니다. 데릭 레드먼드도 레드먼드지만, 양 풀백들이 토트넘의 측면을 봉쇄하는 게 큽니다.]아스날이 그런 부분을 준비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측면으로 올 것을 대비해 수비 전술을 세웠고, 이 때문에 토트넘의 공격은 번번이 막혀버렸다.
“유!”
그렇게 수비수들이 걷어낸 볼의 종착점은 유지우였다.
두 선수의 강한 압박.
툭.
유지우는 볼을 띄우는 솜브레로 플릭으로 라이언 아일링의 키를 넘기며 뒷공간으로 달려갔다.
‘빌어먹을!’
라이언 아일링은 몸을 틀어 슬라이딩 태클을 했다.
볼을 노렸으나 볼에 닿지 못했고.
‘…젠장!’
유지우는 태클을 점프를 뛰어 넘어갔다.
‘저 새끼 뭐야.’
라이언 아일링은 놀랐다.
태클을 피한 것 때문이 아닌.
‘웃어?’
유지우의 입꼬리가 올라간 것 때문이었다.
그렇게 열린 공간.
공격을 위해 라인을 올린 터라 토트넘 수비의 백업이 늦었다.
그리고 아스날의 공격진도 최대한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지만,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수비수는 세 명! 유지우 선수가 해결해야 합니다!]혼자 해결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유지우는 이런 상황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즐겁다는 듯 웃었다.
발등으로 밀고 들어가는 드리블.
눈앞에 있는 세 명의 선수 위치를 머릿속에 입력했다.
툭, 타닷!
첫 번째로 붙는 선수는 플리플랩으로 따돌렸다.
[한 명!]두 번째로 붙는 선수는 속도의 완급 조절로만.
[두 명!]그리고 마지막 세 명째는 거리가 조금 있었다.
유지우는 수비수가 살짝 내려가 있는 걸 보곤 슈팅 자세를 잡았다.
‘앗!’
수비수가 급하게 나오려고 했으나.
뻐-엉!
반 박자 빠르게 가져간 슈팅 타이밍.
수비수가 슬라이딩으로 슈팅각도를 좁혀보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철렁.
왼발로 때린 강슛은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들어가는 것을 본 유지우는 활짝 웃으며 손가락 세 개를 편 채, 코너 플래그로 달렸다.
– 와아아아아아아!
[해트트릭—! 유지우 선수가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토트넘을 완전히 침몰시킵니다!] [대체 이 선수를 막을 선수가 존재하긴 하는 걸까요! 아르헨티나를 넘어 유럽 전역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유지우 선수! 토트넘을 상대로 또다시 해트트릭을 만듭니다!]손가락 세 개를 하며 간 곳은 토트넘 서포터즈들이 있는 곳이었다.
답답한 경기에 잔뜩 열받은 토트넘 팬들은 전부 일어났다.
“너! 다음 경기 때보자! 토트넘 스타디움이 네 무덤이 될 거다!”
관중석과 거리가 가까워 토트넘 팬들이 하는 말이 귓가에 들려왔다.
선수들의 축하를 받던 유지우는, 씩 웃으며 한마디 했다.
“본인들 무덤을 잘못 말한 거 아니에요?”
그때였다.
참다 참다 폭발한 토트넘 팬들이 필드로 넘어올 것처럼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사고가 벌어질 수 있어서 경호원들은 필사적으로 그들을 막아섰다.
“주심!”
그때 유지우의 눈에 들어온 한 팬의 행동.
“저 사람, 방금 물병 던졌어요.”
먹다 만 물병이 날아왔다.
유지우는 그 물병을 집어 들고는, 시원스레 머리에 부어버렸다.
“아! 시원하다!”
그 행동에 놀란 건 토트넘만이 아니었다.
아스날 선수들 또한.
‘…미친놈.’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 * *
삐익- 삐익- 삐—익!
[종료 휘슬이 울리며! 카라바오컵 4강 1차전은 아스날이 홈에서 5 – 0 대승을 거둡니다!] [이 점수 차이라면 토트넘이 2차전을 준비하는 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겠네요.]아스날의 홈에서 거둔 승리.
더구나 그 사건이 있고 난 뒤에 얻은 승리라 기쁨은 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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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경기가 끝난 뒤.
아직 열기가 식지 않은 이슬링턴에 있는 작은 병원.
예상치 못한 손님이 갑자기 찾아온 덕에, 그곳에선 작은 소란이 일고 있었다.
갑작스레 찾아온 손님은, 한 아이의 이름을 묻고선 발을 뗐다.
“…여기서 유를 볼 줄이야.”
그는 유지우였다.
유지우가 찾아왔다는 소문이 퍼지자 곧 병원은 떠들썩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부터 의사, 환자들까지 유지우가 있는 곳으로 몰렸다.
유지우가 간 곳은 스퍼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던 아이의 병실이었다.
유지우는 놀란 아이의 가족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고,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줄 게 있어서 왔어.”
“…줄 거요?”
“자.”
유지우는 유니폼 하나를 아이에게 건네줬다.
“스퍼스 놈들한테 해트트릭한 유니폼이야.”
“…….”
“다 나으면 말해, 그때는 TV가 아니라 눈앞에서 스퍼스를 짓밟는 걸 보여줄게.”
아이는 벅찬 눈으로 유지우를 올려보았다.
영웅으로만 믿었던 사람이 찾아와준 것만도 고마웠는데, 이렇게 자신을 위해 직접 싸워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유지우는 유니폼을 꼭 쥔 채, 울먹이는 아이를 보고는, 환하게 웃으며 안아주었다.
“앞으로 네 유니폼이 찢어질 일은 없을 거야. 앞으로 내가 그 누구도 아스날을 무시하지 못하게 만들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