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79)
필드의 외계인-179화(179/404)
제179화
“와… 이게 승부차기까지 온다고?”
관중들은 정규 시간이 다 지나도 승패가 갈리지 않자 상당히 놀란 기색이었다.
“아스날이 미쳤잖아.”
“유가 미친 거지.”
“뒤에 받쳐주는 선수들이 없으면 유도 골 넣지도 못했잖아.”
“그건 그렇긴 해.”
“2 – 2에 승부차기라…. 여기서 아스날이 무관 탈출을 할 수 있을까?”
“연장전이었으면 무리였는데… 승부차기니까 혹시 모르지.”
연장전 없이 시작되는 승부차기.
선수들은 물을 마시며 목을 축였다.
폴 사르는 그런 선수들을 다독였다.
“잘해줬다. 시티를 상대로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너희들은 충분히 많은 걸 해줬어.”
선수들은 물을 마시며 경청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순 없다. 눈앞에 트로피가 보이는데 이걸 거머쥐어야 하지 않겠어?”
– “네!”
“승부차기는 기세 싸움이다. 절대 밀리지 마, 시티를 이기고 트로피를 멋지게 들어 올리자!”
선수들은 차분하게 승부차기를 준비했다.
곧이어 승부차기할 시간이 되자 선수들은 필드에 모였다.
[31-32 카라바오컵! 그 챔피언은 이제 승부차기로 결정이 됩니다!] [연장전이 없다는 게 아스날로서는 다행이네요.] [왜 그렇죠?] [아스날의 선수진은 맨체스터 시티보다 얇습니다. 더구나 아스날은 교체 카드를 다 소진했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한 장을 남겨놨죠, 이 상황에서 연장전에 갔다면 아스날에게 승산은 없었을 겁니다.]그 말대로였다.
아스날 선수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당장이라도 쓰러질 정도로 체력이 다 고갈된 상태였다.
삐—익!
그렇게 양 팀의 운명을 결정지을 승부차기가 시작됐다.
1번 키커 – 아드리안 로마오 (O) / 저메인 팔머 (O)
2번 키커 – 크리스티안 페레스 (O) / 율리안 쿠겔 (O)
3번 키커 – 데릭 레드먼드 (O) / 데일 모리슨 (O)
양 클럽은 3번 키커까지 모두 승부차기를 성공시켰다.
이제 남은 건 각각 2번의 기회.
아스날의 4번 키커인 마틴 그라임스가 심호흡하며 준비했다.
삐—익!
휘슬과 함께 오른쪽 구석으로 낮게 찬 슈팅.
골키퍼가 방향을 읽었지만, 볼이 더 빨랐다.
철렁.
[아스날은 4번 키커까지 성공합니다! 이제 맨체스터 시티의 4번 키커! 안드레 마르틴스가 준비합니다!]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균형.
맨체스터 시티는 제자리에 서서 안드레 마르틴스를 지켜봤고, 아스날은 어깨동무를 한 채 승부차기를 바라봤다.
“후우.”
아스날의 골키퍼 리암 베인스가 크로스바를 한 번 터치한 뒤, 자세를 잡았다.
삐—익!
울리는 휘슬.
안드레 마르틴스가 발을 떼며 슈팅했고, 볼은 오른쪽 상단으로 향했다.
틱.
필사적으로 뻗은 리암 베인스의 손끝에 살짝 닿은 볼.
그렇게 궤적이 틀어지며.
까—앙!
볼은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왔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균형이 깨지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아스날 팬들이 모인 곳에서 터져 나왔다.
[리암 베인스의 멋진 선방! 얼굴을 감싸 쥐는 안드레 마르틴스! 이렇게 되면! 4 – 3 상황에서 5번 키커! 유지우 선수가 득점하면! 아스날의 12년 무관 탈출이 이뤄지게 됩니다!]5번 키커는 유지우와 오스마르 토레스였다.
[유지우 선수에게 부담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19세 어린 선수의 어깨에 한 클럽의 운명이 걸렸습니다!]아스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5번은 누구야?”
“유.”
“유한테는 너무 부담되지 않을까?”
“하필이면.”
“이런 상황에 대한 경험도 없잖아.”
“차라리 데릭을 5번으로 해놓는 게 좋았을 것 같은데….”
유지우가 그동안 기적적인 플레이를 보여왔던 건 사실이었지만, 아직 승부차기에서 활약한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팬들은 혹여 거대한 부담감이 이 어린 선수에게 짐으로 다가올까 걱정했다.
그러나 아스날 벤치는 그와 달리, 조금의 불안감도 품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믿고 있었다.
‘할 수 있다.’
유지우가 보여준 경기력과 더불어, 필드 밖에서 보인 행동으로 쌓인 신뢰가 있었으니까.
“유! 시원하게 한 방 먹여!”
뒤에서 어깨동무한 선수들이 웃으며 기운을 불어넣어 줬다.
맨체스터 시티 팬들은 야유를, 아스날 팬들은 응원가를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모두의 시선이 유지우에게 쏠렸다.
실패하길 바라는 사람들.
성공하길 바라는 사람들.
서로의 간절함이 모이는 곳으로 유지우가 걸어서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왔다.
“감독님.”
그걸 보며 코치진들은 손에 땀을 쥐었다.
“유라면 해주겠죠?”
“그럼, 아스날 선수단에서 에이스 DNA가 가장 강력한 녀석이잖아.”
폴 사르의 강력한 신뢰.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며 명실상부 아스날의 에이스가 된 유지우였기에 폴 사르는 그를 믿고 5번 키커를 맡겼다.
에이스라는 타이틀을 단 선수라면,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 테니까.
* * *
두근.
두근.
심장이 뛰었다.
긴장해서 뛰는 것도 있지만, 설렘이 제일 컸다.
여기서 내가 넣는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주변에서 수많은 소리가 들렸지만, 난 심호흡을 하며 골대만을 바라봤다.
어깨를 짓누르는 중압감.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무게였다.
“…….”
호흡을 한 번 내뱉고 차분히 준비했다.
골키퍼를 보면서 신호를 기다렸고 곧이어.
삐—익!
휘슬이 들리자 천천히 발을 뗐다.
머릿속에서는 여러 생각이 났다.
하나 심호흡하자.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하며, 생각들이 하나로 합쳐져 하나의 길이 보였다.
뻐—엉!
그 길로 때린 슈팅.
왼쪽 상단을 노린 슈팅은, 골을 보고 몸을 날린 골키퍼의 손을 지나.
철렁.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망이 흔들리자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골대 너머의 사람들의 표정.
붉은 유니폼을 입은 아스날 팬들은 만세를 하며 기뻐했고.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맨체스터 시티 팬들은 고개를 숙였다.
하나하나 너무 생생했다.
그렇게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다시 시간이 흐르자 온몸을 전율케 하는 함성과 함께 선수들이 모두 내게 뛰어오고 있었다.
…이겼다.
승리를 결정짓는 순간, 난 내 안에서 뜨겁게 올라오는 무언가를 느꼈다.
아르헨티나 트레블을 할 때, 느꼈던 뜨거운 감정.
“으아아아아아아!”
양 주먹을 불끈 쥔 채 포효하며 그 감정을 터트렸다.
* * *
[들어갑니다—! 유지우 선수의 마지막 골로! 아스날이! 카라바오컵을 우승하며 12년 만에 무관을 탈출합니다!] [시청자 여러분, 보고 계십니까? 자랑스러운 한국 선수가! 세계 최고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에 당당히 이름을 새겼습니다!]최종 스코어 2 – 2[5 – 3].
선수들은 죄다 유지우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너나 할 것 없이 샌드위치 세레머리를 했다.
뒤늦게 온 코치진도 합류하며 12년 만의 무관 탈출 기쁨을 만끽했다.
“우리가 해냈어!”
“12년 만에 우승이라고!”
“으아아아아아!”
선수들은 기쁨에 몸부림쳤다.
암흑기를 지나 오랜만에 맛보는 우승.
그 달콤함에 취해 필드 곳곳을 누볐다.
기뻐하는 아스날과 달리 패배한 맨체스터 시티는 필드에 누워 좌절했다.
‘5연속 우승.’
프리미어리그 최초의 기록을 앞두고 그들은 좌절하고 말았다.
우승과 준우승.
그 갭은 명확했다.
준우승이라곤 하지만 기록될 단어는 그저 ‘패배’였으니까.
스윽.
그때 오스마르 토레스에게 내민 손 하나.
오스마르 토레스는 하늘을 보다가 손을 뻗은 선수를 보고 웃었다.
“…놀리러 왔냐?”
유지우였다.
“그럴 리가요.”
손을 잡고 일어난 오스마르 토레스는 유지우를 보며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축하한다.”
“감사해요.”
“제라르가 왜 널 그렇게 칭찬했는지 알겠다.”
“제라르가요?”
세계 최고 선수인 제라르 레오와 오스마르 토레스는 스페인 대표팀에서 영혼의 듀오라고 불리는 선수들이었다.
“제라르가 얼른 챔피언스리그 올라오라고 하더라.”
“내년에는 가야죠.”
“그러면 어서 가봐, 승리했으니, 즐겨야지.”
“네.”
“리그 우승은 못 내준다.”
“저희도요.”
그렇게 유지우는 다시 선수들과 합류했고 데릭 레드먼드는 유지우를 번쩍 들어 목마를 태웠다.
“우리 에이스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아이고! 우리 히어로가 나타나셨다!”
“신이 굽어살피시니, 다음 경기도 이기게 해주소서!”
선수들은 주위에 몰려 비행기를 태워줬다.
“…….”
유지우는 내려달라고 하려고 했지만 선수들의 표정을 보니,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뭐… 오늘은 그냥 넘어가자.’
우승에 대한 기쁨에 선수들은 아이처럼 행복해했고 잠시 후, 필드에는 시상대가 준비됐다.
잠시 후, 시상식이 진행됐고 아스날 선수들은 목에 우승 메달을 걸고 트로피가 있는 단상 위로 올라갔다.
“데릭!”
“빨리요!”
“왜 이렇게 느려요!”
그렇게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잔뜩 흥분한 사이, 주장인 데릭 레드먼드는 영롱하게 빛나는 트로피 앞에 가서 섰다.
“훌쩍….”
소리가 커서 주변 선수들은 데릭 레드먼드를 쳐다봤다.
“울어요?”
“아, 아니야!”
“아니긴요, 코까지 빨개졌는데.”
“추워서 그래!”
“네네~ 그렇게 믿어드릴게요.”
19-20시즌 FA 컵 우승 멤버로 화려하게 빛났던 시절을 지나 12년 동안의 암흑기를 묵묵히 버티며 주장까지 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자 감정이 올라왔다.
– 데릭! 데릭! 데릭! 데릭! 데릭!
팬들도 데릭 레드먼드의 헌신을 알기에 열렬하게 그의 이름을 연호해주었다.
데릭 레드먼드는 그 소리에 감정을 한번 삼키고는, 트로피를 양손으로 감싸 잡은 채.
번쩍.
들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축포가 쏘아졌고 아스날의 상징인 붉은색의 종이꽃이 사방에서 휘날렸다.
주장 데릭 레드먼드의 손에서 번쩍 들어 올려진 우승 트로피.
– 와아아아아아아아!
아스날이라는 이름이 긴 암흑기를 지나 화려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어? 데릭 콧물!”
“푸하하하하!”
그리고 데릭 레드먼드의 눈물과 콧물 또한 화려하게 빛났다.
* * *
【 31-32 카라바오컵! 챔피언은 아스날! 】
【 맨체스터 시티, 아스날에게 발목을 잡히다! 】
【 호셉 과르디올라, “아스날은 우승할 자격이 있다.” 】
【 카라바오컵 베스트 11에 유지우 포함! 】
【 카라바오컵 최우수 선수상에 유지우! 】
【 아스날의 소년 에이스! 더 높은 곳으로! 】
아스날이 카라바오컵 챔피언이 되자 이슬링턴 거리는 환호로 가득했다.
곳곳에 아스날의 깃발이 휘날렸고 응원가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우리가 우승이라니…. 12년 만에….”
“야 왜 울어!”
“기뻐서 운다!”
“그런데 너희 할아버지는 괜찮으셔? 어릴 때부터 구너셨잖아.”
“우리 할아버지는 우승한 소식 듣고 동네 한 바퀴를 뛰어다니셨어.”
“관절 안 좋으신데 괜찮아?”
“아스날이 우승하는 거 보시고 관절이 다 나으신 거 같더라.”
“…역시 우승이 그 어떤 약보다도 좋은 명약이라니까.”
“나도 이번에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아스날 팬들이 12년 만의 우승에 행복해하는 사이에 TV 프로그램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다뤘다.
아스날 vs 맨체스터 시티.
7 : 3으로 맨체스터 시티가 이길 거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고 아스날을 예측한 사람들은 의기양양해졌다.
“맨체스터 시티가 준비를 잘하긴 했지만, 유를 막지 못한 것인 패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유는 경기 자체를 흔들 재능이 있는 선수입니다. 지고 있을 때는 그 DNA가 더 강해지는 거 같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에서 보여준 침착함을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19세의 어린 선수라면 저 상황에서 누구나 부담스러워하고 긴장하는 게 일반적인데, 유는 그런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강심장이라는 거죠, 생중계로 보면서 저도 모르게 박수를 쳤습니다.”
화면에 뜬 유지우의 프로필.
그 밑에는 이번 시즌에 세운 그의 기록들이 적혀 있었다.
그걸 보고서 사람들은 헛웃음을 지었다.
“…데뷔 시즌에 역사를 쓰는 선수라.”
“아르헨티나에서 보던 재능이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재현이 되는군요.”
“아스날이 이번 시즌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요?”
맨체스터 시티를 꺾으며 카라바오컵 우승까지 한 지금, 사람들은 아스날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기대하기 시작했다.
“유를 데려온 건 아스날 보드진이 10년 동안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입니다.”
“적어도 1억 파운드의 가치를 지닌 선수죠.”
“1억 파운드는 무슨! 3억 파운드 이상의 값어치를 지닌 선수입니다!!”
아스날의 12년 무관 탈출.
이 역사의 중심에는 에이스, 유지우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