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90)
필드의 외계인-190화(190/404)
제190화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는 두 클럽의 팬들뿐만 아니라 타 클럽의 팬들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우승 도전도 충분히 흥미로운 것이었지만.
‘아스날, 28년 만의 우승 도전.’
03-04시즌 이후,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클럽이 28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일 때문이었다.
이런 경기가 있다면, 잠을 못 자더라도 봐야 했다.
혹시라도 아스날이 이기게 된다면, 역사가 만들어지는 거니까.
10분.
경기가 시작하고 10분은 보는 이들의 손에 절로 땀이 맺히게 했다.
“눈을 못 떼겠네.”
“서로 잡아먹을 기세야.”
퍼—억!
거칠어도 너무 거친 경기.
주심이 카드만 안 꺼냈지, 반칙으로 경기가 중단된 것만 벌써 열 번이 넘어갔다.
삐—익!
[다시 울리는 휘슬! 브래들리 포스터가 또다시 반칙으로 유지우 선수를 막아냅니다! 유지우 선수가 답답한지 어깨를 으쓱이며 주심을 쳐다봅니다!]돌파만 하려고 하면 그림자처럼 붙어서 유니폼을 질질 끌며 방해하는 탓에 유지우는 답답해했다.
“카드 안 주세요?”
반복되는 반칙이라 카드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주심은 끝까지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카드를 줄 정도는 아니야.”
[브래들리 포스터는 끈질긴 압박을 하기로 유명합니다. 포지션도 수비 포지션을 비롯해 미드필더 전 포지션도 설 수 있을 만큼 영리한 선수죠.]브래들리 포스터는 맨체스터 시티의 로테이션 멤버였다.
그런 선수를 유지우 마크맨으로 붙인 이유는 간단했다.
“…….”
브래들리 포스터는 공격에 가담하기를 포기하고 유지우에게 그림자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라인 한 군데의 공격력을 포기하고 유지우 선수를 잡으려고 작정을 했네요.] [네, 브래들리 포스터를 붙일 줄은 예상을 못 했습니다. 마르크 아흐나흐보다 수비력이 떨어지는 선수긴 하지만 체력은 월등해서 마크맨으로 활용하기 좋은 선수니… 유지우 선수를 잡으려는 작전에 적합합니다.]그림자처럼 붙어서 하는 수비는 상대를 귀찮게 하기 충분했고, 그 결과 유지우는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중이었다.
공격이 지지부진하던 찰나.
볼이 라인을 나가자 데릭 레드먼드가 유지우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유, 브래들리는 조심하는 게 좋아.”
“원래 저런 선수예요?”
“말도 별로 없고 지시받은 것만 딱 하는 녀석이야, 국대에서도 그래서 로테이션 멤버로 꾸준히 발탁되고.”
영국 축구 팬들에겐 2024유로 대회로 유명해진 선수였다.
4강까지 올라가 팀 선발로 나와서 스페인의 제라르 레오를 완벽하게 묶는 플레이는 모두에게 충격을 줬다.
‘진공청소기.’
그 뒤로 이런 별명으로 불렸던 선수였다.
나이가 들어 예전만큼의 날카로움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꾸준한 자기관리로 여전히 과르디올라의 선택을 받고 있었다.
“어딜 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브래들리 포스터는 이를 악물었고, 유지우가 가는 곳마다 따라가며 볼을 잡는 걸 방해했다.
타다다닷-!
그런 압박에도 유지우는 순간 속도로 마크를 따돌리며 볼을 잡고 전방으로 패스를 뿌려보았지만.
촤—악!
맨체스터 시티의 견고한 수비를 넘지 못했다.
호셉 과르디올라가 작정하고 펼친 촘촘한 그물에 볼이 지나갈 틈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아스날은 전방을 향한 전진 패스보다 횡패스와 백패스가 자주 나왔다.
자연스럽게 라인을 내리게 되다 보니, 과르디올라 감독이 원하는 그림이 만들어졌다.
“라인을 올려!”
경기 전체의 흐름을 보던 유지우는 곧바로 팀원들에게 라인을 올리라고 외쳤다.
이건 경기 전, 폴 사르가 얘기한 부분이었다.
‘시티가 의도적으로 우리를 내려 앉히려고 하면 라인을 올려.’
그걸 기억하는 선수들은 맨체스터 시티의 압박에 좁혀진 공간에서도 짧게 패스하며 라인을 끄집어 올렸다.
“이번에는 여기로!”
고립되는 상황이 생기면 유지우가 3선까지 내려가며 볼을 받아줬다.
그렇게 아스날은 맨체스터 시티의 전방 압박에 호락호락 당하지 않았고 팽팽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아드리안.”
답답한 흐름에 유지우는 볼이 나간 사이에 아드리안 로마오와 대화를 나눴다.
“스위칭을 더 자주 가져가자, 아예 붙질 못하게.”
“그러는 편이 좋겠어.”
“마틴이랑 크리스티안한테도 전해줘.”
“알았어.”
“아, 그리고….”
아스날은 유지우를 중심으로 다양한 패턴의 공격을 만들기 시작했다.
* * *
맨체스터 시티는 수비를 견고하게 다진 후, 공격을 전개했다.
그들은 장점인 후방 빌드업부터 차분히 단계를 밟았다.
툭.
툭.
툭.
간결하고 짧은 패스.
윙백까지 라인을 올리며 빌드업에 관여했고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점했다.
[맨체스터 시티가 차분하게 경기를 운영합니다!] [데일 모리슨과 윌리엄 폴크의 빌드업 능력은 리그를 넘어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수준이죠, 참…. 볼 전개가 아름답지 않습니까?]볼 전개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특히 맨체스터 시티의 빌드업이 무서운 점은 자신들의 진영이 아닌 상대 진영에서 볼을 돌린다는 점이었다.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은 아스날 진영에서 볼을 돌리며 기회를 살폈고, 과르디올라는 그들에게 간격을 조절할 것을 주문했다.
“공간을 넓게 쓰고! 패스는 더 빠르게!”
아스날에게 지난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치밀하게 설계한 전술.
그들은 아스날에게 조금의 기회도 주지 않으려고 후방에서 볼을 돌리는 빈도를 높였다.
그렇게 볼을 돌리다가 빈틈이 보이면.
뻐—엉!
금세 위협적인 패스가 들어왔다.
율리안 쿠겔의 패스가 전방으로 빠지려고 했지만,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이를 악물고 몸을 날려 차단했다.
[패스를 잘라내는 아스날! 마테오 크리스단테는 넘어진 상태에서 곧장 볼을 전방으로!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 패스!]아스날이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을 막아내고 역습 기회를 잡았다.
“크리스티안! 전방으로!”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볼을 밀어주면서 손으로는 전방으로 침투하는 유지우를 가리켰다.
그걸 눈치챈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돌아서려고 할 때.
퍼—억!
“그렇게는 안 되지.”
윌리엄 폴크가 바짝 붙어서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돌아서는 걸 방해했다.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야.”
하나 이대로 역습이 차단될 거라는 예상과 달리,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드래그 백으로 공간을 만들었다.
‘…온다!’
그 공간을 좁히기 위해 윌리엄 폴크가 다시 다가오자,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오른쪽으로 돌파하려고 움직였다.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윌리엄 폴크와 대치!]움직임을 따라오는 윌리엄 폴크.
그러나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왼쪽으로 순간 방향 전환을 하며 윌리엄 폴크를 떼어냈다.
‘플리플랩.’
사람들은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윌리엄 폴크를 제친 것보다도 전방으로 낮게 찌른 스루패스에 감탄했다.
– 오오오오오오!
알맞은 세기와 적절한 회전.
스루패스의 정석이라고 불러도 부족하지 않을 패스였다.
[유지우 선수! 유지우 선수! 오른쪽 라인을 타면서 중앙으로! 비어있는 곳으로 가서 볼을 잡으려고 합니다!]받고 돌아서면 완벽한 공격 찬스가 만들어지는 상황.
퍼—억!
볼을 받기 직전.
유지우에게 몸을 부딪친 건 오늘 경기 끈질기게 따라붙는 브래들리 포스터였다.
[어느새 바짝 붙는 브래들리 포스터! 유지우 선수가 퍼스트 터치로 제치려고 하는데요!]스르르르륵.
볼이 왼쪽으로 흐르고 유지우가 오른쪽으로 돌아서 나가려고 하자 브래들리 포스터는 볼이 아닌 유지우를 쫓았다.
거리가 점점 멀어지기 시작하자.
꽉.
과감하게 손을 뻗어 유니폼을 잡아끌었다.
유지우는 그냥 밀고 나가려고 했다.
피지컬은 자신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무게가 달랐다.
브래들리 포스터는 볼은 보내도 유지우는 못 보내겠다는 듯 행동했고 결국,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삐—익!
[아아아! 브래들리 포스터에게 옐로카드가 주어집니다!] [이건 카드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의도적으로 유니폼을 잡아끌면서 넘어트렸어요.]넘어진 유지우에게 브래들리 포스터는 손을 내밀었다.
“이렇게 쉽게 넘어질 줄은 몰랐네.”
그러면서 살짝 도발을 곁들였다.
그 얘기를 들은 유지우는 손을 잡고 일어나며.
“그런 짓 말고는 막을 방법이 없어?”
“…….”
“좀 참신한 방법 좀 가져와 봐. 지겨워 죽겠으니까.”
도발에는 도발로 갚아줬다.
“어린놈이 한 마디도 안 지네.”
“축구를 나이로 해?”
신경전은 아르헨티나에서 지겹도록 해와서 어지간하면 넘어가지 않았다.
34m.
골대와는 제법 먼 거리였다.
벤치에서 직접 프리킥을 해도 괜찮다는 사인이 나왔고, 키커에 유지우가 섰다.
[유지우 선수의 킥력이라면 직접 슈팅을 시도할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꽤 먼 거리라 크로스를 올릴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요?]수비벽은 두 명.
유지우는 골대까지의 거리와 강하게 부는 바람을 계산했다.
그렇게 준비하고.
삐익!
주심의 휘슬이 들리자 발을 뗐다.
뻐—엉!
강한 인스텝으로 킥을 했고 슈팅은 무회전으로 쭉 뻗어갔다.
수비벽을 넘어가며 오른쪽 구석으로 날아가는 볼.
골키퍼는 손을 뻗었고 볼은 무회전이라 바람을 맞으며 강하게 흔들렸다.
골키퍼도 궤적을 예측하지 못하는 무회전에 손은 볼에 닿지 못했다.
까-앙!
골망이 아닌 골대에 맞은 강력한 슈팅.
강한 슛 파워에 골대는 지진이 온 것처럼 흔들렸고 유지우는 아쉬움에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 아아아아아아!
킥을 본 과르디올라는 헛웃음을 지었다.
“…저런 것도 할 줄 알아? 발목 힘이 대체 얼마나 좋은 거야?”
* * *
맨체스터 시티는 지난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최고 수준의 감독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아스날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왔고, 그렇게 전반 종료를 앞둔 시각.
철렁.
율리안 쿠겔의 패스를 논스톱으로 마무리한 오스마르 토레스의 발끝에서 오늘 경기 첫 골이 나왔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그토록 원하던 선제골이 나오자 맨체스터 시티 원정 팬들은 함성을 터트렸다.
아스날 팬들은 분했지만, 선수들에게 이대로 물러나지 말라고 외치며 격려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나 그것도 잠시.
골을 먹은 후 어수선한 상황이 수습되기도 전.
아스날은 동점을 노리려고 했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아스날이 실점 후 흐트러진 틈을 노려 2분 만에 추가 골마저 터트렸다.
[전반 40분에 두 골을 만드는 맨체스터 시티! 아스날에게 왕좌를 넘겨줄 수 없다는 의지 표현을 확실히 합니다!] [아스날의 빈틈을 정확하게 뚫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 듀오라 불리는 율리안 쿠겔과 오스마르 토레스의 합! 이 합이야 말로 시티의 자존심입니다!]오스마르 토레스는 두 번째 골을 넣은 후에 맨체스터 시티 원정팬 석으로 달려가 포효했다.
마치 아스날의 추격을 뿌리치곤 프리미어리그의 주인은 자신들이라는 듯이.
[오스마르 토레스의 득점 감각이 폭발합니다! 마치 자신의 기록을 깨트린 유지우 선수에게 복수하듯 두 골을 뽑아내며! 이번 시즌 30골의 고지를 넘어섭니다!]오늘 맨체스터 시티의 화력은 프리미어리그 대표 공격 클럽인 리버풀보다도 뛰어났다.
팽팽하게 유지되던 균형이 순식간에 어그러지자 아스날 선수들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고, 맨체스터 시티 팬들은 열광했다.
“어디서 왕좌를 넘봐!”
“우승은 우리 거라고!”
“너희는 평생 밑에서 손가락이나 빨아!”
이 모습이 수년간 프리미어리그를 제패한 왕좌의 모습이었다.
아스날 0 – 2 맨체스터 시티.
전반전부터 아스날은 심각하게 밀렸고 전반전 막판에 아드리안 로마오의 득점포가 가동되며 간신히 한 점 차이로 좁힐 수 있었다.
아스날 1 – 2 맨체스터 시티.
한 점을 만회하긴 했지만, 예상외의 타격에 한 방을 먹은 채, 아스날 선수들은 라커룸으로 들어가야 했다.
* * *
1 – 2로 리드를 뺏긴 채 라커룸으로 들어온 아스날 선수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평소 우승 경쟁과 거리가 멀었던 이들에게 있어서 오늘 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압감이 컸다.
“집중! 다들 표정이 왜 그래! 벌써 진 것처럼 행동하면 죄다 교체시켜버릴 거니까 정신 차려!”
누구보다도 그 심경을 잘 아는 폴 사르는 선수들을 다독였다.
“전반전에 한 실수는 교훈을 삼고! 다음에 안 하면 돼!”
그렇게 전반전 영상을 틀며 전술에서 수정할 부분을 알려줬고, 후반전에 사용할 전술도 지시를 끝냈다.
“전술 설명은 여기까지다.”
폴 사르는 남은 시간을 활용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줬다.
“너희들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순간이 언제인지 알아?”
갑작스러운 질문에 선수들은 대답하지 않고 폴 사르를 쳐다봤다.
“약하게 보이는 존재가 강한 존재를 쓰러트릴 때야.”
폴 사르는 계속해서 말했다.
“너희들은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아니면 기억도 잘 나지 않은 단역이 될 거야?”
“……”
“우승이 아닌 준우승이 잊히는 건 찰나의 순간이다. 당장 내년 시즌이 지나면 우리가 어떤 성적을 냈는지 사람들은 궁금해하지 않아.”
“…….”
냉정하긴 해도 폴 사르의 말이 맞았다.
사람들은 우승 클럽만 기억하지 준우승 클럽을 기억하지 않는다.
‘저번 시즌 우승은 맨체스터 시티가 했잖아.’
‘그래? 준우승은?’
‘…글쎄? 리버풀 아닐까?’
‘야, 찾아보니까 첼시가 했네.’
아스날이 준우승을 하게 된다면 똑같이 될 게 분명했다.
그건 선수들도 잘 알았다.
프로의 세계에서 잊히는 건 흔하디흔한 일이었으니까.
“명심해라! 스포츠 세계는 결국 이기는 게 강팀이다! 나가서 우리 아스날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의 클럽이라는 걸 모두에게 보여줘라!”
폴 사르가 쓰는 시나리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
“네.”
“세 골만 넣어.”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이제 막 몸이 풀린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