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92)
필드의 외계인-192화(192/404)
제192화
– 아스날! 아스날! 아스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는데도 팬들은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맨체스터 시티에게서 승리한다는 건 28년 만의 우승이 거의 확실시 된다는 의미라 팬들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드러났다.
“사랑한다!!!”
눈물을 흘리며 달려오는 데릭 레드먼드를 필두로 모든 선수가 유지우에게 달려왔다.
“우리가 해냈어!”
“시티한테 이겼다고!”
“으아아아아! 나 가슴이 너무 뛰어서 터질 것 같아.”
“유! 이게 다 너 덕분이야!”
아드리안 로마오가 한 말에 유지우는 웃으며 대답했다.
“저 혼자서 한 게 아니잖아요. 다들 잘해서 이렇게 된 거지.”
“이 자식 말하는 것도 예쁘네!”
“뭐해? 다 들어!”
많은 선수가 노력했으나 이번 시즌, 아스날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데는 유지우의 영향력이 가장 컸다.
그걸 곁에서 뛰는 선수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고맙다!”
“뭐가요?”
“그냥 다!”
“눈물은 좀 닦아요, 데릭.”
“오늘 같은 날은 울어도 돼!”
꽉!
선수들의 마음을 아는 유지우는.
씩.
웃으며 선수들의 애정을 받아들였다.
“데, 데릭? 잠깐만요!”
“야! 유, 구해!”
“데릭 힘 조절!”
“유, 얼굴이 토마토 색깔로 변했어!”
“무식하게 뭐 하는 짓이야! 데릭!”
선수들 간에 기쁨을 나누던 사이, 벤치에서 코치들이 뛰쳐나왔다.
그중에서도 폴 사르 감독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달려와 유지우를 번쩍 안았다.
“하하하-! 잘했다! 아주 잘했어!”
“감독님, 숨 막힙니다.”
폴 사르가 기뻐하는 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렇게 두 사람 주위로 선수들이 모였고, 데릭 레드먼드는 눈물을 닦곤 웃음을 지었다.
“다들! 감독님 들어!”
“우승 세레머니는 아직 이른 거 아니에요?”
“한 경기 남았잖아요.”
“그 한 경기 지거나 무승부면….”
아드리안 로마오가 무심코 뱉은 말에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퍽!
마틴 그라임스가 잽싸게 그의 뒤통수를 때렸다.
“이게 재수 없는 소리를 해!”
“아-악! 감독님! 저 부상이요!”
“그래, 넌 다음 경기 안 나가도 되겠다.”
“…네? 아니죠? 아니죠? 감독님!!!”
폴 사르는 승리하고 기뻐하는 선수들을 둘러봤다.
치열한 경기라는 걸 증명하듯 멀쩡한 유니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기색이었지만,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만큼 죽을힘을 다해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해 이 같은 승리를 쟁취한 거였다.
“다들 잘 들어.”
그러나.
“아드리안의 말처럼 아직 우승한 건 아니야. 단지 우리가 우승에 가장 가까워졌을 뿐이지.”
기뻐하는 것도 잠시, 폴 사르는 냉정하게 선수들에게 현실을 알려줬다.
“최종 라운드, 거기서 이기면 마음껏 기뻐하고! 오늘은 조금만 기뻐해라.”
“그래도 기뻐하라는 거죠?”
“그렇지! 이럴 때, 기뻐해야 위닝 멘탈리티도 단단해져!”
폴 사르 말의 의미를 알기에 선수들은 웃음을 지었다.
여기서 만족하는 선수는 없었다.
남은 최종전.
거기서 이겨야 모든 걸 손에 넣을 수 있었으니까.
* * *
맨체스터 시티 감독 과르디올라는 필드를 나가다가 기자들의 요청에 인터뷰에 응했다.
“경기 결과로 인해 아쉽게 아스날에게 패배하며 리그 2위로 밀려나게 됐습니다. 오늘 경기의 패인은 어떤 거라고 보십니까?”
기자의 돌직구에 과르디올라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아스날을 막으려고 여러 준비를 했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결국에는 제 전술이 부족한 탓이죠.”
준비는 확실했다.
전반기 리그 경기와 카라바오컵 결승, 그때 실수한 것을 분석하여 제일 나은 방법을 냈지만, 통하지 않았다.
‘뭐가 잘못된 걸까.’
끊임없이 고민한 끝에 도달한 결론에서 한 선수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우 유.’
항상 예상을 벗어난 플레이로 비수를 꽂는 그의 얼굴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아직 포기한 건 아닙니다.”
“…….”
“마지막 경우의 수, 저희는 그 희망을 놓지 않고 다음 경기도 착실하게 준비할 겁니다.”
아직 리그는 끝나지 않았다.
최종 라운드에서 클럽의 운명이 바뀐 적이 많아서 과르디올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
.
.
폴 사르 감독도 마찬가지로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인터뷰했다.
“28년 만의 우승에 한 걸음 다가갔습니다! 이제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인데요! 여기까지 오는 데 힘들진 않으셨나요?”
28년 만의 우승.
그걸 이끈 감독이라 모든 이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힘들긴 했지만, 선수들이 다 합심했기에 이룰 수 있는 결과였다고 봅니다.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고 확실하게 정상에 꽂힌 깃발을 뽑도록 하겠습니다.”
“감독님이 작년에 부임했을 때는 9위였습니다! 단시간에 이렇게 오를 수 있는 요인을 꼽자면 어떤 겁니까?”
폴 사르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감독이었기에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아스날로 부임한 첫 시즌에는 9위를 기록하며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달랐다.
작년의 기억은 모두 지워버릴 만큼의 임팩트를 남기고 있었으니까.
“요인을 한 가지 뽑자면 선수 영입이죠.”
“영입이라면?”
“젊고 재능있는 선수들이 선수단에 좋은 영향을 줬고, 기존 선수들과 시너지를 발휘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아스날의 가장 큰 변화는 선수진이었다.
폴 사르가 과감한 영입과 방출로 아스날의 썩은 살을 도려냈고 그 도려낸 부분에 깨끗한 피부를 이식했다.
그렇게 변화를 거치며 여기까지 올라왔으나.
아직 부족했다.
‘몇 군데 전력 보강이 필요해.’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해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목표로 하려면 전력 보강은 필수였다.
“그리고….”
기자들의 질문은 멈추지 않았다.
폴 사르는 귀찮아하는 기색 없이 질문 하나하나 성실하게 답해줬고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냐는 말에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시즌 초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아스날을 주연으로 한 영화가 세계를 놀라게 할 거라고.”
“…….”
“기대하십시오. 이 영화의 결말은 3일 뒤에 나올 겁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다고 아쉬워하지 마세요, 아스날 주연의 영화는 시즌제니까요.”
이 말은 즉, 아스날이 일으키는 기적은 이번 시즌이 아닌 다음 시즌까지 이어진다는 뜻이었다.
뜻을 눈치챈, 기자들은 바쁘게 손을 움직여 기사를 써 내려갔다.
* * *
유지우는 경기 M.O.M에 선정되며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28년 만의 우승에 관한 질문이 나온 것은 물론, 오늘 경기의 또 다른 진기록인 ‘리그 40골’과 관련된 질문이 쇄도했다.
“오늘 경기에서 40골의 고지를 넘었습니다! 누구도 넘지 못할 거라는 기록을 넘은 소감 한마디만 부탁드립니다!”
“저도 쉽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40골을 넘길 줄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예상 못 했다는 게 사실인가요?”
“네, 그저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 뛰다 보니까 여기까지 온 겁니다.”
실제로 유지우는 기록을 넘는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 후로도 여러 질문이 나왔고 시간 관계상 인터뷰 종료 사인이 나왔다.
그리고 유지우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제가 아스날에 와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죠. 그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
“거봐요, 당신들이 틀렸죠?”
만 19세의 이 소년은.
자신을 향해 부정적인 발언을 한 사람들이 틀렸다는 걸 증명해내는 데 성공했다.
* * *
맨체스터 시티전이 끝나고 돌아온 집.
“이게 다 뭐에요?”
“뭐긴 뭐야! 어제 고생한 우리 아들을 위해 차린 거지!”
“많이 먹어! 경기 전에 죽 한 그릇밖에 안 먹었잖아.”
가족들은 상다리가 부러질 기세로 음식을 해놓았다.
다 유지우가 좋아하는 것들 뿐이었다.
아침에 죽 한 그릇을 먹고 난 뒤에 먹는 밥이지만, 유지우는 딱 적정량만 먹었다.
“더 안 먹어?”
“이 정도면 충분해요. 아직 한 경기 남아있기도 하고 과식하면 몸 무거워져서 안 돼요.”
유지우는 식단에 철저했다.
그래서 평소에 군것질도 잘 하지 않았다.
“그러면 시즌 끝나면 맛있는 거 더 많이 해줄 테니까 그때 많이 먹자.”
“좋아요.”
“과일 먹을래?”
“네.”
“거실 가서 기다리고 있어, 금방 깎아서 가져다줄게.”
거실로 오자 TV에선 아스날과 맨체스터 시티 경기의 하이라이트가 나오고 있었다.
유지우는 거실에서 그걸 보다가 누군가가 옆에 앉는 걸 보고 웃었다.
“하늘색 심장을 가진 누님께서 어쩐 일로?”
“…그만 놀리지?”
“맨시티가 우승 놓쳤는데 아쉽지 않아?”
“아쉽긴 해도… 뭐, 내 동생이 우승한다니까 그렇게 슬프진 않네.”
그 말을 들은 유한우는 흐뭇하게 바라봤다.
“네 심장도 붉게 물들어가고 있구나. 바람직한 현상이야.”
“아니거든요.”
“아니긴!”
“으으으! 뭐 그렇다고 쳐요!”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내다가 서설희가 과일을 가지고 나오다가 멈칫했다.
“지우, 자?”
피곤이 올라온 유지우는 배까지 든든해지자 모든 긴장이 풀리며 소파에 잠깐 누워있다가 잠들었다.
“…….”
일정해지는 숨소리.
“과일은 당신이랑 민하만 먹어야겠네요.”
“힘들었겠지.”
“관중석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는데 직접 뛴 녀석은 오죽하겠어요?”
불과 몇 시간 전까지 프리미어리그 우승 클럽을 정하는 치열한 경기를 하고 온 유지우의 모습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자는 중에도 그게 느껴질 만큼.
“…아직도 안 믿겨요, 경기에선 그렇게 미친 것처럼 뛰어다니던 애가 잘 때는 진짜 어린 애 같고…. 얘가 내 동생인가 싶어요.”
그동안 유지우가 노력해온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가족들은 대견하기도 하면서도 안쓰러웠다.
“힘들었을 거야.”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노력해서 받은 인정이었으니까.
“…….”
“그런 건 말도 안 하고…. 참 미련한 녀석이지.”
“맞아요.”
“옆에 있어도 이렇게 밥을 차려주는 것 말고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좀 답답해.”
가족들은 절대 축구 부분은 간섭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아들에게 부담을 줄까 봐 조심스러운 거였다.
그래서 늘 이렇게 잠든 모습을 보며 푸념을 할 뿐이었다.
“씩씩하게 잘해주고 있으니까 축구 외적인 건 우리가 좀 더 신경 쓰자.”
“네, 가족이 좋은 게 뭐겠어요.”
“하늘색 심장을 가진 분께서 하실 말씀은?”
“언제는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면서요!”
“어허, 지우 깬다!”
“쳇!”
* * *
【 아스날 vs 맨체스터 시티, 4 – 2로 아스날의 승리! 】
【 리그 순위가 바뀌다! 】
【 리그 1위로 올라선 아스날,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을 것.” 】
【 ‘아스날 히어로’ 유, 리그 40골의 고지를 넘다! 】
37라운드에서 승리한 아스날의 소식은 한국에도 전해졌다.
28년 만의 우승이 사실상 확정이 된 것과 다름이 없어 반응은 뜨거웠다.
– …내가 지금 뭘 보는 거지? 구스날이 우승을? ㅋㅋㅋㅋㅋ
ㄴ 영화나 드라마인 줄.
ㄴ 아스날 우승확률 극악 아니었음?
ㄴ 누구도 아스날이 우승할 거라고 생각도 안 했지 ㅋㅋㅋㅋㅋ
ㄴ ㅇㅇ 동전 던졌을 때, 옆으로 서 있을 확률이라고 하더라.
ㄴ 그 확률을 뚫은 거야?
ㄴ ㅇㅇ
– 십스날이라고 놀렸던 게 엊그제인데.
ㄴ 어쩌다 개집이.
ㄴ 개집이라니! 갓지우께서 사시는 황궁이거늘!
ㄴ ㅋㅋㅋㅋㅋㅋ 황궁이란다.
ㄴ 갓지우 효과가 지리긴 했어.
ㄴ 아스날의 소년 가장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어?
– 프리미어리그 최초 40골 돌파 ㄷㄷ 그것도 한국인이? 와… 국뽕이 차오른다!!!
ㄴ 이번 시즌 아스날을 먹여 살린 에이스.
ㄴ 영국 현지도 난리 남.
ㄴ 아스날 28년 만에 우승, 유지우 40골 달성, 이걸로 연신 뉴스 나오더라.
ㄴ 유럽인도 아니고 아시아인이 기록을 깼으니까 더 그렇겠지.
– 근데 유지우는 무슨 역사 제조기냐? 아르헨티나에서도 역사 만들더니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역사 만들고 있네 ㅋㅋ
ㄴ ㄹㅇ ㅋㅋ
ㄴ 유지우 동상 세워야 하는 거 아니야?
ㄴ 진짜…. 가는 곳마다 난리네.
ㄴ 이러면 몸값 엄청나게 뛰겠다.
ㄴ 들리는 얘기로는 아스날이랑 이미 물밑 협상 들어갔다고 함.
ㄴ 재계약?
ㄴ 무조건 해야지 ㅋㅋㅋㅋㅋ
ㄴ 안 했다가 다른 곳에서 데려가면 어쩌려고.
ㄴ 와, 주급 얼마나 받을까? 폼만 보면 프리미어리그 최고 연봉을 줘도 안 아까울 거 같은데.
오랜만의 한국 선수의 활약에 국내 열기는 좀처럼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아스날의 역사까지는 단 한 걸음.
리그 최종 라운드만을 남겨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