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96)
필드의 외계인-196화(196/404)
제196화
“으아.”
나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어머니가 가져다주신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소파에 드러누웠다.
“인터뷰는 잘했어?”
“…시즌 때보다 더 바쁜 거 같아요.”
시즌 종료 후에는 좀 여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내 착각이었다.
기념비적인 우승을해서 그런지 인터뷰 요청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이에 더해, 광고 촬영부터 해서 밀렸던 일이 몰려오며 집에 있을 시간이 없었다.
“힘들면 명훈 씨한테 스케줄 좀 줄여달라고 할까?”
“괜찮아요. 하다 보니까 재미있어요.”
그래도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
몸은 피곤해도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즐거움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어머니와 나란히 앉아서 TV를 보며 쉬었다.
“누나도 아버지랑 같이 식당에 갔어요?”
“일 도와준다고 갔어.”
“누나는 아직 한국 들어가기 싫은 거죠?”
“그런 눈치긴 한데… 시즌도 끝났으니까 슬슬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여기서는 너튜브 편집이랑 채널 관리 위주로 했잖아. 걔도 본업을 할 때가 됐지.”
누나도 런던에서 놀고만 있던 건 아니었다.
우리 가족 너튜브 계정인 ‘유가네’를 관리하며 어느덧 구독자 7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렇긴 하죠, 어머니는 약국 안 가보셔도 돼요?”
“나 말고 네 외삼촌이 맡고 있으니까 괜찮아. 워낙 세심한 성격이잖아.”
어머니 약국은 외삼촌이 대신 운영 중이었다.
가업처럼 운영해온 약국이다 보니 어머니가 자리를 비울 때면 같은 약사인 삼촌이 가게를 맡아주셨다.
“맞다, 공주에서 서울로 이사 가는 건 다 찬성했어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문제.
시즌 중반쯤에 A매치를 다녀오고 나니, 서울에 집을 사고 싶은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이왕이면 혼자가 아닌 가족하고 다 같이.
“너만 괜찮으면 우리는 상관없지.”
“제가 한 번 알아볼게요.”
“아니야, 넌 바쁘니까 우리가 알아볼게.”
“매니지에 부탁하면 돼요.”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어? 시즌도 끝났겠다. 내가 한국으로 가서 알아보면 돼. 서울에서 부동산 하는 친구가 있어서 알아보기도 쉽고.”
“피곤하실까 봐 그러죠.”
“나보다 네가 더 피곤해 보이는데?”
“전 괜찮은데요?”
“누굴 속이려고?”
“…….”
“저녁 시간까지 좀 남았으니까 올라가서 한숨 자.”
“얘기 좀 더하고요.”
이렇게 어머니랑 단둘이 있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이상하게 아버지랑 있을 때는 그런 마음이 안 드는데, 어머니랑 있을 때는 어리광을 피우고 싶었다.
“난 우리 아들이 이렇게 어리광 부릴 때가 제일 좋더라, 최근에는 이런 모습 안 보여서 좀 아쉬웠거든.”
“앞으로 자주 그럴게요.”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TV를 보며 계속 얘기를 나눴다.
“올림픽 합류는 8월이라고 했나?”
“런던에서 쉬고 현지로 바로 합류하라고 연락이 왔어요.”
“협회에서 많이 배려해줬구나.”
“아무래도 그렇죠.”
협회에서는 올림픽 대표 합류를 현지에서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그래서 한국으로 갈 필요가 없이 시기에 맞춰 런던에서 호주로 가면 되어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가서 또 열심히….”
“그래, 일단은 쉬고.”
어머니와 대화하다 보니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어머니 품이라 그런가.
뭐, 조금은 쉬어도 괜찮겠지.
.
.
.
“안녕하세요! 유가네 라이브 방송! 거실에서 쉬는… 응?”
너튜브 스트리밍을 하며 카메라를 들고 오던 유민하가 입을 다물었다.
거실에 들어오자마자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던 서설희와 눈이 마주친 탓이었다.
“지우 자니까 조용히.”
“지우, 자는 모습 보여드릴까요?”
유민하는 보여주려다가 바로 카메라를 치웠다.
“안 됩니다! 지우의 프라이버시가 있으니까요.”
– 누나 ㅠㅠ 이러기 있기에요?
– 갓지우의 용안을 보고 싶사옵니다!
“시즌 종료 후부터는 모든 긴장이 풀렸는지 자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이해해주세요.”
– 어쩔 수 없죠 ㅠㅠㅠ
– 그만큼 엄청난 시즌이었으니까요!
– 갓지우의 누나로 사는 삶은 어떻나요?
– 지우님 슬쩍 보여주시면….
– 피곤하시다잖아, 눈치 좀 챙겨.
– 곧 올림픽이라 그때 실컷 보면 되니까 괜찮아요!
“이때만이라도 마음을 놓고 쉬게 해주고 싶어요. 시즌 중에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서 훈련하고 또 훈련했거든요.”
늘 노력하는 만큼, 비시즌 중에는 푹 쉬었으면 좋겠다는 게 가족들의 마음이었다.
* * *
유지우와 크리스티안 페레스.
31-32시즌에 아스날에 합류한 이 두 선수의 이름은 시즌이 종료되고 일주일이 흘렀는데도 사람들의 입에서 떠나지 않았다.
‘에이스 듀오.’
팬들에게 이런 호칭으로 불리는 두 사람이 리그를 포함한 모든 대회에서 한 시즌에 기록한 공격포인트는.
46골 24어시스트의 유지우.
15골 35어시스트의 크리스티안 페레스.
총 61골 59어시스트, 120개의 공격포인트를 생산해냈다.
[두 선수가 만든 공격포인트만 해도 120개야, 이게 말이 되는 수치라고 생각해? 모든 공격수가 아니라 단 두 명의 선수가 말이야.] [미쳤다는 말밖에 안 나와, 아스날에는 두 명의 외계인이 있는 건가?] [프리미어리그 기록 전부 아스날 이름으로 도배되는 거 보고 놀랐어, 아스날은 두 선수를 그 가격에 데려온 걸 행운이라고 생각해야 해.] [31-32시즌은 아스날의 해였어. 그리고 한 해를 아스날의 붉은색으로 도배한 건 이 두 선수의 힘이 컸지.]우승의 주역인 두 선수는 아스날 팬들의 애정을 독차지했다.
스토어 매출도 나란히 1, 2위를 했고 팬들 사이에서도 빨리 재계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두 선수는 아스날이 종신계약을 해서라도 잡아야 해. 플레이 수준을 한 층 높여주는, 클럽의 미래를 밝혀주는 존재들이니까.]그로 인해 아스날 보드진의 하루하루는 더욱 바빠졌다.
* * *
며칠 후.
유지우의 집 마당에는 바비큐가 한창 익어가고 있었다.
바쁜 스케줄을 모두 끝낸 유지우를 위해 가족들이 준비한 바비큐였다.
야외테이블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음식이 차려진 가운데, 유한우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마음껏 먹어.”
“예.”
8월에 올림픽이 있긴 하지만, 시즌이 끝나기도 한 만큼 하루 정도는 치팅데이를 가져도 될 듯했다.
“크리스티안!”
그리고 오늘은 손님이 있었다.
대문을 지나 마당으로 들어온 그는, 유지우와 영혼의 단짝이 된 크리스티안 페레스였다.
그의 옆에는 지난번에 본 그의 여자친구 나탈리아가 있었다.
“어서 와, 나탈리아.”
긴 금발에 매력적인 눈을 가진 여성으로, 크리스티안과 무척 어울리는 짝이었다.
“초대해줘서 고마워, 유.”
“간단하게 저녁 식사하는 건데 뭐.”
“이거는 선물.”
나탈리아가 건네주는 선물은 고급술이었다.
“오, 이거 아버지가 좋아하는 술이야.”
크리스티안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정말? 다행이다, 뭘 좋아하실지 몰라서….”
옆에 있던 나탈리아는 그런 크리스티안을 보며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제 술 고르는 데만 다섯 군데 돌아다녔어.”
“다섯 군데나?”
“필드에선 어디로 패스 줄지 딱딱 결정을 잘 내리면서 이상하게 필드만 나오면 결정장애가 있는 거 있지.”
“…그건 그렇긴 하지.”
유지우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크리스티안의 배려심이 남다른 건, 선수단 내에서도 유명했으니까.
“자, 두 사람 다 얼른 앉아!”
그렇게 두 사람은 가족들과 인사를 나눴고, 파티가 시작됐다.
음식들을 먹은 크리스티안과 나탈리아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와.”
“레스토랑에 가서 먹었던 것도 맛있었는데 이것도 최고다.”
파티에 참여한 모두가 정신없이 음식을 비웠다.
차려둔 요리가 절반쯤 비워졌을 때, 유지우는 크리스티안에게 말을 걸었다.
“두 사람 결혼한다고 저번에 이야기해줬잖아. 구체적인 날짜도 정해진 거야?”
아스날이 우승했던 날.
크리스티안은 나탈리아에게 프러포즈했고, 승낙받았다고 했다.
우승하면 청혼하겠다고 오랫동안 이야기해왔는데, 두 사람에게는 예상보다 이르게 그 타이밍이 온 셈이었다.
늘 옆에서 크리스티안과 붙어 다니는 유지우는 그 이야기를 오랫동안 들어왔고 두 사람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응, 내년 7월에 결혼하기로 했어.”
“다음 시즌이 끝난 후네.”
“이번 시즌이 끝나고 바로 결혼하면 너무 행복해서 해이해질 거 같았거든.”
“…그건 너답네. 장소는 스페인에서?”
“아마도? 가족들이 다 거기 있으니까.”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같은 동네에서 자란 소꿉친구였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연인에서 부부로.
마침내 한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행복하게 웃었다.
잠시 후.
식사 자리가 끝나고 유지우 가족들은 크리스티안과 나탈리아를 배웅해줬다.
“잘 가고.”
“너도 올림픽 잘 다녀와.”
“스페인은 언제 간다고 했지?”
“내일모레, 오전 비행기로.”
“그러면 8월에 보자.”
그렇게 헤어지려고 할 때.
“유.”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차에 타기 전에 유지우를 불렀다.
“어?”
“고마워.”
“…응? 뭐가.”
“그냥 다.”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프랑스 리그에서도 뛰어난 패서로 도움왕에도 오르며 주목을 받았으나, 부족한 부분이 있는 선수였다.
그건 다른 누구보다도 스스로가 가장 잘 아는 사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맞게 된, 아스날로의 이적.
폴 사르의 지도, 개인의 노력, 좋은 선수들과의 호흡… 여러 변화가 있었고, 그 모든 것이 합쳐져 그는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었다.
특히 빼놓을 수 없던 것은, 유지우와의 호흡이었다.
그와 함께 뛰면 부족한 부분은 없어지고 장점이 배가 되는 듯한 기분이 들고는 했다.
확신컨대, 그가 아니었다면 어시스트 신기록은 물론 베스트 11에 드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크리스티안은 항상 유지우에게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야.”
“…….”
“네가 있어서 든든해.”
하지만 그건 유지우도 마찬가지였다.
축구라는 스포츠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었다.
함께 하는 열 명의 동료가 함께 힘을 내주어야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유지우가 자유롭게 활약할 수 있었던 건, 동료들과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몫이 컸다.
“다음 시즌은 이것보다 더 올라가자.”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는 웃었다.
어느 한 사람에게 빚을 진 듯한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다.
서로를 믿고, 서로를 돕는 신뢰의 관계.
두 사람은 동업자로서 서로를 존중했고 그 관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더욱 돈독해지고 있었다.
훗날.
사람들에게 있어서 아스날 역대 최고의 듀오라는 별명으로 불릴 두 선수의 첫 시즌은 그렇게 마침표가 찍혔다.
* * *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6월이 지나 7월이 되자, 본격적인 이적 전쟁이 시작됐다.
【 아스날, “우리는 새 시즌을 대비해 영입을 준비 중이다.” 】
【 아스날에 부족한 포지션은 어디? 】
【 32-33시즌을 준비 중인 아스날, 가장 처음으로 합류할 선수는 누구? 】
새로운 기대감이 피어오르는 건 아스날만이 아니었다.
유럽 유수의 클럽들이 다음 시즌을 대비해 전력 보강을 하고자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활발한 건, 프리미어리그였다.
【 맨체스터 시티, 보카 주니어스 에이스 디에고 로시와 접촉 중! 】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기예르모 다린과 협상 진행 중? 】
사람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아르헨티나 쪽이었다.
유지우와 보카 3대장으로 불렸던 선수들이 아르헨티나를 평정하고 유럽으로 나올 준비를 한다는 것에 빅클럽들의 관심이 쏠렸다.
아르헨티나 황금세대.
보카 주니어스 3대장.
두 선수에 관한 관심은 세계 전역으로부터 쏟아졌지만.
이들이 선택한 곳은 프리미어리그였다.
– “유!”
유지우는 익숙한 전화에 한숨을 쉬었다.
“어.”
그 전화는 아르헨티나에서 오는 전화였다.
– “목소리가 왜 그래! 너한테 기쁜 소식을 전해주려고 전화한 건데!”
디에고 로시와 기예르모 다린과 따로 메신저 방도 있었는데, 두 선수는 시즌 중에도 이틀에 한 번꼴로 전화를 했다.
그리고 이적 시즌이 되자 매일 전화를 해오고 있었다.
“기쁜 소식?”
– “나랑 기예르모 둘 다! 이적 확정됐어!”
보카 주니어스는 두 선수를 지키고 싶었지만, 두 선수의 더 큰 무대에서 뛰고 싶은 욕망을 이기지는 못했다.
디에고 로시, 25골 39어시스트.
기예르모 다린, 43골 10어시스트.
유지우가 떠나고 난 뒤에 에이스듀오로서 다시 한번 보카 주니어스의 트레블을 이끈 두 선수는 나란히 유럽 진출을 결정했다.
“어디로?”
– “흐흐흐, 궁금하지?”
“아니.”
– “…어, 어? 이게 아닌데. 궁금해해야 하는데.”
“어딘데.”
– “그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던 유지우였지만, 이름을 듣고 나니 그 역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
– “놀랐지?”
“어느 정도 예상이 되긴 했어.”
– “쳇, 놀랐다고 좀 해줘!”
“와, 정말 깜. 짝. 놀. 랐. 어.”
– “…나쁜 놈.”
“그래서 영국에는 언제 와?”
– “영국으로 가는 건 올림픽 이후일 거 같아.”
“기예르모도?”
– “응, 기예르모는 아직 협상 단계긴 하지만, 그 시기면 다 마무리될 거야.”
두 선수와 같은 리그에서 동료가 아닌, 경쟁상대로 뛴다는 설렘이 가슴을 뛰게 했다.
“그러면 올림픽에서 보자.”
그리운 친구들과의 만남이 기다려졌다.
* * *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이적을 성사시켰다는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주목하는 건 빅4였다.
어떤 선수들이 합류할지.
또 어떤 선수들이 떠나갈지 이목이 쏠렸고 먼저 스타트를 끊은 건 아스날이었다.
【 아스날, 네덜란드 아약스 카이 베일로브와 5년 계약 체결! 】
26세의 나이.
탈압박 능력이 뛰어나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 롤을 제대로 수행하는 선수였다.
아스날은 큰 금액을 투자해 중원을 강화하며 이적 시장의 첫 행보를 알렸다.
그리고 이어서.
【 티모테우스 글리크, 레알 마드리드와 3년 계약 체결! 】
떠나는 선수도 나왔다.
이적 시장은 전쟁이었다.
누군가를 얻으면 누군가는 내줘야 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 랭킹 5위 안에 꾸준히 들던 첼시의 스트라이커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며 몇몇 선수들의 이적 소식이 전해졌다.
그렇게 팬들마저 놀랄 이적들이 성사되며 팬들은 32-33시즌을 더욱 기다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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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올림픽 개막 5일 전, 유지우는 출국을 준비했다.
“가보겠습니다.”
아스날 식구들과 작별 인사를 한 뒤, 가족들과 공항에서 인사를 했다.
“조심해서 가고.”
“에이전트, 코치님들이랑 같이 가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유한우는 런던에 남고 서설희와 유민하는 한국으로 돌아가 그동안 밀렸던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무리하지 마.”
“그럴게요.”
“메달은 못 따도 되니까 후회남기지 말고 원없이 뛰다가 와.”
“네, 도착하면 연락할게요.”
가족들과 포옹으로 인사를 끝낸 뒤, 유지우는 2032 올림픽이 개최될 호주 브리즈번으로 떠났다.